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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 특별기획 | 격전지 분석] 최후 격전지 ‘낙동강 전선’ 경남지사 승자는? 

‘문재인의(김경수) 복심’ 대(對) ‘선거의(김태호) 달인’ 

김경국 국제신문 서울본부장
고공 지지율 등에 업은 정권 실세, 6전 전승의 전직 도지사 간 한판 승부…승자는 유력한 대선 주자로 자리매김하는 등 정국의 핵(核)으로 급부상할 것

▎5월 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경남도지사 후보 관훈토론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왼쪽)와 자유한국당 김태호 후보.
김태호(56) 대(對) 김경수(51).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예비후보와 보수 지킴이를 자처하는 자유한국당 김태호 예비후보로 대진표가 확정되는 순간 경남도지사 선거전은 전국 최대 격전지이자 관심 지역으로 부각됐다.

민주당 김경수 후보는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정권 실세이다. 때문에 김경수 후보가 패배하면 문재인 정권은 심대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승리하면 경남 지역을 보수 진영에서 분리시킴으로써 정치지형을 뜯어고칠 수 있다. 탄탄한 지지기반인 호남에다 영남에 확실한 교두보를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민주당이 당력을 총결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자유한국당 역시 경남 선거 패배는 홍준표 대표 체제의 붕괴이자 보수의 텃밭을 내어주는 ‘악몽’인 만큼 심사숙고 끝에 김태호 후보를 출전시켰다. 김태호 후보는 40대에 경남도지사를 두 번 지낸 뒤 총리 후보로까지 지명받았던 입지전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이번 지방선거는 보수 진영의 압승으로 끝났던 기존의 선거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심지어 2014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경남 18개 기초단체장 가운데 불과 5곳에서만 후보를 냈을 정도로 고전했다. 하지만 지금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함께 찾아온 보수 진영의 몰락에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이란 대형 이슈로 판세는 완전히 역전된 상황이다. 한국당 지지도는 거의 반토막이 나버렸다. 북한 핵폐기를 둘러싼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지방선거 하루 전날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도 ‘쓰나미’처럼 보수 진영을 덮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현재까지는 김태호 후보가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당력을 총결집한 김경수 후보의 고공전에 맞서 개인기로 바닥을 훑고 있는 김태호 후보가 한 달 만에 바닥민심을 움직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두 사람의 대결은 김태호 후보의 3.2%포인트 차이 승리로 끝난 2012년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선거에 이어 6년 만의 ‘리턴매치’다. 양 김씨의 불꽃 튀는 경쟁에 바른미래당이 젊은 벤처기업가 김유근 후보를 내세우면서 ‘3김 대결’이 성사된 점도 흥미롭다.

‘거인 어깨 위에서 세상을 보다’, ‘형님 동생만 몇 천 명’


▎민주당의 영남 교두보 확보 첨병으로 나선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후보. 초반 강세를 끝까지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 사진:김경수 후보 비서실
김경수 후보는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이란 별칭으로 정치권에 데뷔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제1부속실 행정관과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냈고,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 서거 때까지 곁을 지켰다. 문 대통령과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함께 일했고, 2012년 대선 때부터 지난 대선 때까지 문 대통령의 ‘입’으로 활약하면서 최측근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최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노무현·문재인 두 분 대통령과 국정운영 그림을 함께 그리면서 거인의 어깨 위에서 세상을 바라봤다”는 말로 ‘관계’를 부각시켰다.

김경수 후보는 2012년 총선(경남 김해을)에서 김태호 후보와 격돌해 패배했고, 2년 뒤인 2014년 지방선거 때는 경남 도지사에 도전해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맞붙어 역시 고배를 마셨다. 2016년 총선 때 김해을에서 당선됐으니 3전 1승 2패의 전적을 기록 중이다.

반면, 김태호 후보는 선거에서 6전 전승을 기록한 ‘선거의 달인’이다. 1998년 고향인 경남 거창에서 초대 도의원에 당선된 후 2002년 지방선거에서는 거창군수에 당선됐고, 이어 2004년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서 이변을 일으키며 승리해 최연소 도백(42세)에 올랐다. 재선 도지사를 지낸 후 과감하게 불출마를 선언했고, 2011년 김해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후 이듬해인 2012년 총선에서 재선 고지에 올랐다.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충전’하던 와중에 후보난에 시달리던 당의 요청에 따라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형님 동생만 몇 천명’이라고 할 정도로 친화력이 뛰어난 것이 최대 장점이다.

두 사람을 보는 시각도 엇갈린다. 자신을 김경수 후보와 친구 사이라고 밝힌 경남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경수는 이전까지는 알려지지 않았고, 고향 친구들과도 그렇게 교류가 잦았던 것도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의 관계가 상당한 어필을 해왔고, 막연하게 좋은 이미지로 있다가 한국당에 실망한 분위기와 겹쳐지면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대안으로 부각됐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김태호를 보는 바닥민심은 양 갈래, 즉 애증이 교차한다. 실망스러운 행태도 없지 않았지만 내치지는 못하고, 그렇다고 마냥 감싸안기도 그렇고…”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더해 “어쨌거나 김태호의 교감능력은 탁월하다. 싫어하다가도 만나면 호감이 생기는 스타일이다.

경남 선거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이번 선거 승자는 정치적 입지가 급상승하게 된다. 초선 의원인 김경수 의원은 도지사란 타이틀로 단숨에 중진 반열에 오르게 된다. 도지사로 지역기반을 다져나가면 차차기 대선후보 반열로 도약할 수도 있다.

안철수, 유승민이 얻은 20%의 표는 어디로?


▎경남 지역 유권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김태호 자유한국당 후보(가운데). 그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표밭 공략에 나섰다. / 사진:김태호 후보 비서실
보수 궤멸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차출’된 김태호 후보의 경우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면 ‘보수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이렇다 할 구심점이 없는 보수 진영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하면 차기 대권에 바짝 다가서게 된다.

경남은 지난 대선 당시 36.7% 대 37.2%로 문 대통령이 홍준표 대표에게 0.5%포인트 밀렸던 지역이다. 당시 안철수(13.9%), 유승민(6.7%) 두 사람이 얻은 표도 20.6%에 이른다. 한국당에 대한 이탈표가 대안을 찾아 대거 몰려갔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에는 이 20%의 표가 어디로 갈지에 따라 승패의 향배가 갈릴 전망이다.

여론조사 결과상으로는 김경수 후보의 우세가 뚜렷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당도 열세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다만 한국당은 야권 성향 유권자들이 여론조사 답변을 회피하는 현상이 뚜렷해 실제 바닥민심이 여론조사 결과로 나타난 수치만큼의 열세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일부 여론조사 관계자는 응답률이 낮던 지역의 응답률이 갑자기 높아지는 등 최근 여론조사가 기존 패턴과 다소 다르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리얼미터가 경남MBC의 의뢰로 지난 5월 8일부터 이틀간 경남 거주 만 19세 이상 남녀 815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ARS를 통해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4%포인트) 김경수 후보는 54.1%의 지지를 얻어 33.2%를 얻은 김태호 후보에게 20.9%포인트 앞섰다. 바른미래당 김유근 후보는 2.8%의 지지를 받았다.

비슷한 기간인 5월 7일부터 이틀간 JTBC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경남 거주 만 19세 이상 남녀 8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무선 전화면접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5%포인트)에서는 김경수 후보가 46.1%로 김태호 후보(29.1%)를 17.0%포인트 앞섰다. 김유근 후보는 2.7%를 얻었다.

이에 앞서 여론조사기관 메트릭스 코퍼레이션이 5월 6일부터 이틀간 [서울신문] 의뢰로 경남 거주 만 19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CATI방식) 결과(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5%포인트)에서도 김경수 후보는 42.5%로 김태호 후보(26.3%)를 16.2%포인트 앞섰다. 김유근 후보는 1.2%를 얻었다. 이 조사에서는 지지후보가 없다(20.7%)와 무응답(7.4%)층이 28.1%에 달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이른바 댓글 조작사건인 ‘드루킹 사건’이 경남지사 선거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응답이 높게 나타나면서 보수색이 강한 경남에서 김경수 후보가 초반 강세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어 보인다.

특히 사건 초반 김경수 후보가 팩트와 어긋나는 해명을 잇달아 내놓은 데다, 이후 김경수 후보가 드루킹 측으로부터 2700만원의 집단후원금을 받았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의 특검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는 점도 김경수 후보에게는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다만 야당의 특검 요구가 관철되더라도 지방선거 이전에 김경수 후보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검법 처리에 시간이 필요한 데다, 특검의 실질적인 수사 결과 발표도 지방선거 이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드루킹 사건, 남북관계가 변수

[서울신문]과 메트릭스 코퍼레이션의 경남지역 여론조사에서 드루킹 사건이 경남지사 선거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응답이 47.5%로, 그렇지 않을 것이란 답변(24.0%)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특히 김경수 후보가 드루킹에 연루된 것으로 나타날 경우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응답이 26.9%였고, 계속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29.4%, 처음부터 지지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32.6%였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30일부터 5월 1일까지 이틀간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경남 지역 주민 800명을 대상으로 한 유·무선 전화면접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5%포인트)에서도 드루킹 사 건이 김경수 후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응답(47.7%)이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란 응답(36.6%)을 앞섰다.

반면, 한국리서치가 K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5월 8일부터 이틀 간 전국 성인남녀 1000명(부산·울산·경남 155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면접 여론조사에서 ‘드루킹 사건으로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해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나’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27.2%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더 지지하게 되었다고 답변했다. 자유한국당 후보를 더 지지하게 되었다는 답변은 12.5%에 그쳤다. 응답자의 52.8%는 지방선거 후보 지지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드루킹 사건이 김경수 후보에게 악재라면 4·27 남북 정상회담으로 시작된 남북 간의 화해무드는 그에 버금가는 호재다. 특히 북·미 정상회담이 지방선거 하루 전인 6월 12일로 확정돼 김경수 후보의 최대 약점인 드루킹 이슈를 포함해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로 작용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앞서 언급한 한국리서치와 KBS 여론조사에서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해 어떤 생각을 하였느냐는 질문에 부산·울산·경남 응답자의 45.2%는 민주당 후보를 더 지지하게 되었다고 답했고, 한국당 후보를 더 지지하게 되었다는 응답은 6.4%에 그쳤다. 지방선거 후보 지지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응답도 39.2%에 달했다.(이상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 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한국당 관계자들은 “그래도 경남인데 그렇게 허무하게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바닥민심은 그렇지 못하다. 보수에 실망한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실망감을 투표로 표시 내지는 않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고 한다. 여기에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막말이 이어지면서 ‘샤이 보수’들의 결집 현상이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

“홍 대표 발언할 때마다 한국당 표 떨어져”

홍준표 대표의 ‘빨갱이’ 발언이 초반 판세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는 게 지역 정치권의 일치된 분석이다. 홍 대표가 5월 2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필승결의대회’에서 피켓시위를 하던 민중당원들을 보며 “창원에는 빨갱이들이 많다”고 말해 논란을 빚으면서 반전을 노리던 김태호 후보를 주춤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당시 홍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는 한국당 경남 당원들조차 혀를 내둘렀다. 인구 100만이 넘는 도시에 와서 ‘빨갱이’ 운운하면 창원 시민들이 모욕감을 느끼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경남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홍 대표 발언의 진의는 제쳐 놓고서라도, 보수의 품격을 손상시킨 것은 분명하다”면서 “우리는 홍 대표보다 김태호 후보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수 궤멸을 우려하는 어르신들이 상당히 많다는데도 기대를 걸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경남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핵심은 홍준표”라면서 “솔직히 우리 당을 싫어하는 사람도 홍 대표에 대해서는 엄청난 욕을 하고 있다. 우리 당이 경남 선거에서 승리하면 일등 공신이 바로 홍 대표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샤이 보수층이 존재하겠지만 한국당의 행태에 실망해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리서치 조경래 대표는 “드루킹 사건이 엄청난 사건임에도 이보다는 한국당에 대한 실망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면서 “홍 대표에 대한 실망이 생각보다 훨씬 심하다. 사람들이 홍 대표가 발언할 때마다 한국당의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말할 정도”라고 전했다.

김태호 후보가 일찌감치 중앙당에 기대지 않고 선거운동원도 최소화시키는 등 개인기로 돌파한다는 전략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와 관련 김태호 후보는 “자칫하면 중앙 이슈들에 의해 경남의 중요한 현안들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수도 있다”고 경계한다. 그는 “중앙논리를 배제시켜야 김태호에 대한 평가에 집중할 수 있다. 그래서 중앙당에 지원 요청은 일체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에둘러 홍 대표의 지원을 거부한 것이다. 다만 홍 대표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는 것으로 보수층 결집을 유도하고 있다.

반면, 김경수 후보는 이번 선거를 ‘문재인 대통령 대 홍준표 대표’의 프레임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는 지난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이번 선거를 문 대통령과 홍 대표의 대리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는 질문에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고 답했다.

- 김경국 국제신문 서울본부장 thrkk@hanmail.net

201806호 (2018.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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