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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리포트] ‘경제 1강’ 미국에 ‘트럼프 이펙트’ 

‘아메리카 퍼스트’ 돈이라면 수단·방법 안 가린다 

유민호 월간중앙 객원기자, ‘퍼시픽21’ 디렉터
사실상의 완전고용, 대폭적 법인세 인하, 달러화 강세 등 미국 경제는 초호황 구가…약육강식 제로섬게임에서 살아남는 법은 그 나라의 정치·외교·경제적 실력에 달려

▎힘에 의한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으로 미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6·12 미·북 회담의 뚜껑이 열렸다. 다양한 해석이 나오지만 필자의 뇌리에 떠오르는 결론은 간단하다. 황혼대국 미국이다. 화려한 수사와 번쩍거리는 퍼포먼스에도 불구하고 저물어가는 미국의 뒷모습이 싱가포르 회담장을 통해 한반도로 전해졌다. 미국의 한계가 무엇인지 확인, 재확인시켜 준 것이 소위 ‘세기적 회담’의 전모다.

언제부턴가 미국은 황혼대국으로 통용된다. 10년, 20년 뒤 중국이 미국을 대신한 수퍼파워로 등장할 것이란 뉴스도 일상화됐다. 냉전 당시 전 세계 자유진영의 대형(大兄)으로서의 믿음직한 모습은 더 이상 없다. 피를 함께 나눈 동맹 우방국보다 돈이나 이해관계에 기초한 실리 관계가 한층 더 중시되고 있다. 미군 주둔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란 명목의 청구서가 전 세계로 날아간다. 돈 때문에 군사훈련도 중단하는 판이다. 국가 예산에서의 국방비 비율까지 간섭한다. 주저하거나 은밀하게 행하는 요청이 아니라 너무도 ‘당당하게’ 요구한다.

미·북 회담만이 아니다.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리비아에서의 반(反)아사드 세력에 대한 워싱턴의 우유부단도 인상 깊다. 말만 앞세웠지 행동은 없다. 현재 두 나라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내전 상태에 들어서 있다. 더불어 발칸과 중동 주변국 모두를 불안하게 만드는 지역 내 화약고로 변한 상태다. 간헐적으로 미사일도 쏘지만, 멀찌감치 떨어져 관망하는 자세다.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이 미국이다.

베트남전쟁은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으로 기록된다. 전부 17년4개월이다. 2001년 10월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올해 6월 기준으로 16년8개월째다. 점증하는 탈레반 활동을 보면 가까운 시일 내 미국 역사상 최장의 전쟁으로 기록될 것이다. 끝낼 능력도, 끝낼 의지나 노력도 없는 나라가 미국이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 고대 로마, 아니 인간 자체가 그러하듯 흥망성쇠는 인류사의 보편타당한 진리다. 미국에 대한 기대와 권위도 어둠 속으로 넘어가는 해처럼 희미해지고 있다. 그러나 태양이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고 해도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내일 또 뜨는 것은 물론이고 달을 통해 한밤중에도 지구 전체를 환하게 비출 수 있다.

사실 로마 흥망사라고 하지만, 로마는 21세기에 들어선 지금도 여전히 살아 있다. 로마가 남긴 유물·유적만이 아니라 2000년 전의 정신과 철학은 한 시대를 호령했던 대제국들을 거쳐 21세기까지 면면히 이어진다. 황혼대국 미국이라고 하지만 아직 미국은 그 누구도 따라가지 못 하는 힘과 영향력을 갖고 있다.

경제 영역에 관한 ‘미국 1강’인 이유


‘미국 1강’이란 말은 제한적이지만 아직 남아 있는 미국의 힘과 영향력을 압축한 말이다. 수퍼파워로서의 미국은 군사·외교·경제·문화에 관한, 모든 영역을 총망라한 전 방위 차원의 초강대국을 의미한다. 비교 대상이 없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부분적으로 미국을 능가하는 나라들이 나타나고 있다. 당장 눈앞에 나타나지는 않지만 여러 분야에 걸쳐 추월 상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 1강은 이 같은 상황에서 나온 새로운 미국의 얼굴이다. 전방위 무대가 아닌, 특정 영역에 한해 최고 수위를 지키는 것이 미국 1강의 의미다. 백화점 경영이 아니라 특정 상품과 영역에 특화하는 전문점으로 변하는 식이다. 2018년, 미국 1강의 대표적인 영역은 금융·무역과 같은 경제 분야다. 알루미늄 철강에 관한 관세 인상 하나만으로도 전 세계 경제가 요동을 친다. 금융·무역을 통한 미국 1강 체제는, 아프가니스탄·우크라이나·리비아 나아가 한반도에서의 황혼 이미지와 달리 시간이 갈수록 한층 더 강해지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의 미국 1강은 전 세계의 기본질서를 뒤죽박죽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등장하면서 나타난 새로운 세계 질서다. ‘아메리카 퍼스트’는 트럼프의 선거공약인 동시에 대통령 당선 이후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는 통치방침이다.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지만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1강’이라고 보면 된다. 금융·무역 같은 경제적 차원에서의 패권 장악이다. 안보외교도 중요하겠지만 미국 1강의 실체는 경제적 측면에 집중된다. 안보외교를 위한 경제가 아니라 경제를 위한 안보외교다. 트럼프는 경제 영역에 관한 미국 1강의 구체화에 총력을 쏟는 인물이다.

캐나다와 같은 전통적인 우방 동맹국 지도자도 관세·무역과 관련해 지옥에 갈 인물이라 비난하는 시대다. 결과는 어떨까? 전 세계 질서가 엉망진창이지만, 2017년 6월 미국 경제는 ‘순풍의 돛’ 그 자체다. 세계를 상대로 한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미국 사람 모두가 미국 1강의 혜택을 누리기 시작했다. 돈과 소비 투자가 넘친다. 20여 년 전 필자가 경험했던, 2000년 전후의 닷컴 버블 시대를 능가하는 활기다. 현재 미국 1강의 모습이 어떤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미국은 넓은 나라다. 생활하는 주변의 상황만으로 대륙 전체를 가늠하기는 어렵다. 정부와 경제기관이 제공하는 각종 통계는 코끼리 다리가 아닌, 독수리의 눈으로서의 미국 1강을 이해하도록 도와 준다. 한국 미디어를 통해서도 자주 소개되지만 최신 통계를 통해 미국 1강의 실상을 알아보자.

먼저 길바닥 경제의 기준이 되는 푸드 스탬프(Food Stamp) 현황을 보자. 푸드 스탬프란 저소득층에게 제공되는 식량배급권이다. 지역마다 다른 기준에 의해 운용되지만 보통 소득이 전혀 없거나 아주 낮은 가족에게 한 달에 수백 달러씩 제공된다. 푸드 스탬프는 1·5·10달러짜리로 발행된다. 원래는 음식 관련 상품 교환에 국한되지만 담배·술·신발 구입과 같은 불법 행위도 이뤄진다. 이른바 ‘깡’ 형태로 100달러에 달하는 푸드 스탬프를 현금 50달러로 바꾸는 식의 암거래도 적지 않다. 지난해 미국 내 수혜자는 무려 4200만 명에 달한다. 3억 미국 인구의 14%가 푸드 스탬프에 의존하는 극빈층이다. 1인당 평균 125달러를 수령했다. 4인 가족일 경우 가구당 500달러가 된다. 2017년 푸드 스탬프 전체 예산은 709억 달러다.

미국 역사상 가장 낮은 흑인 실업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구직자들이 취업박람회장에 들어가기 위해 길게 늘어서 있다. 지금 미국의 실업률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트럼프는 푸드 스탬프 예산 삭감에 적극 나선, 흔치 않은 대통령 중 한 명이다. 푸드 스탬프는 퍼주기 선심 정책의 대표적인 본보기다. 푸드 스탬프가 필요한 사람은 실제보다 엄청 적을 것으로 분석된다. 1964년부터 본격화됐지만 역대 대통령이 포퓰리즘에 일관하는 과정에서 계속 늘어난 것이다. 트럼프는 앞으로 10년간 총 1300억 달러의 푸드 스탬프 예산을 줄일 방침이다. 현재 미의회에 계류 중으로, 오는 9월 회의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푸드 스탬프 예산 삭감은 미국 내 경제 상황을 설명해 주는 최적의 증거다. 글로벌 경제체제 하의 질서가 그러하듯, 저소득층이야말로 불황에 가장 민감한 희생자다. 2008년을 발생한 리먼브러더스발 금융위기로 인해 푸드 스탬프 수요가 폭증한다. 트럼프의 예산 삭감 노력은 선심 정책 포기만이 아니라 실제로 수요가 엄청 줄어든 데 따른 결론이다. 경제가 살아나면서 푸드 스탬프 수요 자체가 줄어든다. 바로 미국 1강의 구체적 현실이 저소득층의 식탁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푸드 스탬프 수혜자의 대부분은 흑인이다. 미국 남부의 저소득층 백인도 있지만, 흑인야말로 가장 큰 수혜자다. 트럼프의 예산 삭감 방침은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흑인 경제 활성화의 결과물이다. 최근 트럼프가 가는 곳마다 자화자찬하는 통계가 하나 있다. 흑인 실업률이다.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5월의 흑인 실업률은 5.9%다. 4월의 6.6%에 비해 한 달만에 0.7%포인트가 줄어든 엄청난 약진이다. 2010년 16.8%, 지난해 5월 7.6%였지만 트럼프 집권 500여 일을 맞은 5월에 5.9%로 대폭 축소된다. 최악이던 1983년 21.2%까지 치솟았지만, 2018년 5월의 흑인 실업률은 미국 역사상 가장 낮다. 저소득층의 대명사였던 흑인의 경제적 안정이 트럼프 이후 구축된 미국 1강 체제 아래서 마련된 것이다. 오해하기 쉬운데, 흑인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기반 중 하나다.

흑인 실업률 대기록은 악명 높은 트럼프 정책의 부산물이기도 하다.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로 상징되는, 히스패닉 불법 이민 근절이다. 트럼프는 거의 소탕 작전으로 불릴 만큼 히스패닉 불법 이민을 근절해 나가고 있다. 인권단체, 히스패닉 노조 같은 곳의 반대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일자리가 흑인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원래 저학력, 육체노동 영역은 히스패닉의 독점 무대다. 이런저런 이유로 히스패닉이 노동시장에서 사라지면서 흑인이 대신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흑인 실업률을 낮춘 일등공신은 바로 트럼프다. 멕시코 장벽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도 많지만 흑인 입장에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흑인 지도자와 지식인이야 비난하겠지만, 당장 일자리를 구한 흑인들은 트럼프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푸드 스탬프와 흑인 실업률을 통해 본 미국 1강 현황은 황혼대국이 가진 몇 안 되는 여력을 십분 활용해 성공시킨 좋은 사례다. 군사, 외교가 아닌 외국에 대한 경제나 이민정책의 변화를 통한 미국 1강 구축이다. 그 같은 정책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동맹국·우방국에 대한 특혜는 전혀 없다. 한국은 물론 캐나다·프랑스·일본과 같은 나라도 미국 1강 구축을 위한 희생양이 될 수 있다. 2018년 5월 미국 전체 실업률은 3.8%를 달성한다. 18년 전인 2000년 12월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집권 기간 동안 2%대 실업률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오바마 집권 1기이던 2010년 3월, 9.9% 실업률에 비하면 상전벽해와 같은 수치다. 경제전문가들은 3.8% 실업률을 사실상 완전고용으로 풀이한다. 다시 말해 트럼프 집권하의 미국은 사실상 완전고용하의 호경기에 들어서 있다.

리먼브러더스 악몽을 끝낸 대통령?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에 항의하는 미국 내 인권단체 관계자들. 불법 이민자가 줄자 흑인 취업이 늘었다.
미국 1강의 경제는 실업률 개선만이 아닌 임금 상승 가속화로도 나타난다. 한국에서도 최저임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만 미국에서도 시간당 최저임금 인상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한국의 경우 중앙정부가 최저임금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전국적으로 통일해서 시행하지만 미국은 다르다. 각 지역 정부가 현지 사정에 맞게, 현지 기업과 상의해서 조절해 나가는 식이다.

월마트는 미국인의 최저임금 수준을 가늠하는 전국적 통계의 기준 중 하나다. 종업원이 150만 명에 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영업점이 전국에 흩어져 있다는 점에서 평균점에 도달할 수 있다. 월마트는 올해 초 시간당 임금을 종전의 10달러에서 11달러로 인상한다. 시간당 최저임금이 11달러란 말은 현지 수익 상황에 따라 12·13·20달러 이상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월마트는 시행 후 1년 동안 총 3억 달러의 인건비가 더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임금 인상은 월마트만이 아니라 올 들어 미국 기업 대부분이 시행하는 굿뉴스다. 4월의 미국 전역의 임금상승률은 시간당 급료를 기준으로 할 때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2.6% 상승했다. 트럼프 집권 이후 시간 당 임금상승률은 대략 2.5%대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인플레는 2% 정도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시의 연간 평균 임금상승률 3.5%에 비해 낮지만 인플레와 체감 경기를 감안할 때 견실한 구조다. 오바마 당시에서처럼 10% 가까운 실업률과 불황 속에서는 주머니를 풀지 않는다. 트럼프는 다르다. 경기가 살아난다는 자신감과 더불어 미국 사람 대부분이 돈을 풀기 시작한다.

부동산시장은 그 같은 낙관적 미래관을 반영하는 증거다. 부동산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래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암초로 작용해 왔다. 거의 10여 년간 후유증으로 고생하지만 트럼프의 등장과 함께 극적으로 기사회생한다. 트럼프가 인프라 시설의 개설·확장·보수에 돈을 퍼부으면서 부동산시장 전체가 한꺼번에 살아난다. 2019년 트럼프가 추진하는 인프라 관련 예산은 무려 1조5000억 달러에 달한다. 도로·교량·공항 개·보수와 증축에 사용될 예산이다.

덩달아 주택시장으로도 돈이 돌게 된다. 2월 기준 미국 20개 도시의 집값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나 뛰었다. 지난해 미국의 총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당초 기대보다 높은 2.6%에 달한다. 올해는 0.2%포인트 높은 2.8%로 전망된다. 성장의 견인차는 연방정부 예산에 눈독을 들인 건설 분야다. 지난해 4분기를 기준으로 1년 전에 비해 무려 8.5% 성장한다. 운이 좋다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트럼프는 리먼브러더스의 악몽을 끝낸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미국 1강을 만들어낸 최고 주역은 역시 트럼프다. 최근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보듯, 트럼프는 언뜻 보면 국제 경제질서를 근본부터 허무는 ‘깡패’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미국 사람의 관점에서 보면 달라진다. 미국 사람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문자 그대로 아메리카 퍼스트의 화신이다.

반(反)트럼프로 날밤을 새우는 리버럴 미디어로 인해 간과하기 쉬운데, 트럼프는 외국과의 이해득실 이전투구만이 아니라 미국 내 경제정책을 혁신적으로 바꾼 인물이다. 6월 기준으로 집권 500일이 막 지난 트럼프지만, 감세야말로 시행된 경제정책 가운데 최고 하이라이트에 해당된다. 이른바 친(親) 기업 정책의 일환으로 연방법인세율의 대폭적인 축소가 경제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기존의 35%에서 21%로, 무려 14% 포인트나 삭감한다. 개인에 대한 고소득 세율도 낮추면서 앞으로 10년간 총감세액이 무려 170조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앞서 살펴본 기업의 임금 인상은 법인세 삭감에 따른 부수적 결과에 해당된다. AT&T가 트럼프 감세정책 시행 직후 모든 직원에게 1000달러를 보너스로 지급한 것은 좋은 본보기다. 트럼프 감세 정책은 임금만이 아니라 최고 150만 명의 고용 증가 효과로도 이어진다. 부자를 위한 감세라는 지적도 있지만 미국 사람의 95%가 감세의 대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트럼프 정서로 인해 놓치기 쉽지만 감세의 가장 큰 수혜자는 미국 근로자와 기업이다.

애플 시가총액 1조 달러의 원동력


가까운 시일 내에 뉴욕증시는 또 하나의 세계 신기록을 선보일 전망이다. 주식시장 내 시가 총액 1조 달러 기업의 등장이다. 바로 애플이다. 현재 세계 증시를 휩쓰는 큰손의 대부분은 IT기업이다. 애플을 비롯해 아마존닷컴·구글·마이크로소프트·페이스북 5대 기업의 6월 5일 주식시장에서의 시가총액은 3조9000억 달러에 달한다. 올해 2월에 비해 무려 20% 가까이 늘어난 액수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2월에 비해 30% 정도 더 올라간 9501억 달러에 달한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한국의 지난해 GDP 1조4110억 달러의 70% 정도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규모다.

아마존닷컴 주식도 뉴욕증시 전체가 주춤했던 2월에 비해 45%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2월 초 100달러를 투자했을 경우 6월 들어 145달러를 손에 쥐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주식시장으로 몰리는 돈의 대부분은 애플·아마존닷컴 같은 IT 분야로 집중된다. 애플의 아이폰 신제품 판매 부진,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아마존닷컴의 유럽 내 세금 부과 같은 기사가 가끔씩 눈에 들어오지만 이들 IT기업의 주가 고공행진은 끊이질 않는다. 왜일까? 여러 이유가 있지만 미국 1강 체제하의 감세가 주된 배경 중 하나다.

해외 수익에 대한 감세는 애플과 글로벌 IT기업 주식 폭등의 가장 큰 원인이다. 수익금이 미국 내로 들어올 때 지불하던 법인세가 대폭 감소되면서 중국과 해외에서 떠돌던 현금이 미국 안으로 쏟아지듯 밀려들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애플 2300억 달러, 마이크로 소프트 1240억 달러, 구글 610억 달러의 수익금이 해외 은행에 배치돼 있다. 이들 돈을 미국 안으로 갖고 올 경우 35%의 법인세를 물어야 한다. 올 들어 트럼프는 이들 글로벌 IT기업에 대한 법인세를 한시적으로 15.5%로 내린다. 35%에서 21%로 내린 것도 엄청난데, 다시 15.5%로 특혜를 준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15.5% 특혜가 끝나기 전에 해외 수익금의 미국 내 인바운드를 가속화시킬 수밖에 없다. 수익금이 미국 내로 몰려들면서 덩달아 주식배당액에 대한 기대도 올라간다. 물론 미국에 들여온 수익금을 자사 주식 매입으로 돌리면서 주가 상승세를 한층 더 부채질한다. 가까운 시일 내 목격할 애플 시가총액 1조 달러 달성은 이 같은 배경에서 생겨난 결과물이다.

법인세 감세를 통한 해외 수익금의 인바운드는 중국·인도와 같은 신흥산업국에 대한 독으로 작용한다. 미국 기업의 해외 투자와 진출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할 수 없이 외국에서 투자되던 돈들이 높은 이익을 보장하는 미국 안으로 밀려들면서 상대적으로 중국과 같은 나라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게 된다. 사실 중국은 이미 과거와 같은 엄청난 수익을 보장하는 황금알의 나라가 아니다. 오바마와 같은 명분이나 이미지가 아니라 기업의 생명줄인 법인세를 미끼로 한 경제정책이 미국 1강을 지지하는 기초이자 기반이다. 이름만 빌려주고 남의 돈으로 집을 지어 되파는, 산전수전 부동산 비즈니스맨만이 할 수 있는 정책이다.

달러의 위력은 국제경제 무대에 비친 미국 1강의 가장 확실한 증거다. 전 세계 모든 통화가 부침을 겪어도 결국 달러는 안정적일 수밖에 없다. 오르는 내리든, 세계 모든 통화는 달러와 연동돼 있다. 한국의 원화가 오른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달러가 약해진다는 의미에 불과하다. 원화 자체에 대한 평가가 아니다. 트럼프 이후 달러 가치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에 의한 금리인상 때문이다. 가까운 시일 내 기준금리 2%대로 진입하겠지만 이미 미국의 은행 금리는 한국보다도 높다. 법인세는 미국보다 한국이 높다. 100·1000달러 수준이 아니라 억 단위 달러를 예치할 경우 과연 어디로 갈 수 있을까?

미국 내 예치는 달러 자체의 가치만이 아닌 신용과 안정도란 측면에서 그 어떤 나라도 따라가기 어렵다. 중국이 금융 자유화를 겁내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자본의 미국 은행 유출에 있다. 중국 정부가 아무리 난리를 쳐도 중국인 스스로가 위안(元)화보다 달러를 선호한다. 미국 1강의 현실은 세계에 넘치는 부동자금이 미국 내 달러로 전환 유치되면서 나타난 결과이기도 하다.

미국 관행 무시와 중국 무시 방침의 동행

터키·아르헨티나·브라질의 국가 부도 전망은 경제 악화와 더불어 달러 수요로 이어지는 국내 자본 이탈을 배경으로 한다. 10년 상환 미국 국채의 금리가 3%라는 점은 개인만이 아닌 기업, 나아가 국가적 차원의 달러 수요로 이어진다. 10년 상환 미국 국채에 100달러를 투자할 경우 10년 뒤 160달러를 받게 된다는 의미다. 사실상 제로 금리에 허덕이는 한국인이 들어도 눈이 번쩍 뜨일 금융상품이다. 미국 1강의 진짜 저력은 바로 미국과 달러가 갖고 있는 브랜드 자체에서 파생된 것이다.

지난 6월 6일 유나이티드·델타·아메리칸 같은 미국 항공사에 특별 공문 하나가 전달된다. 미 연방정부가 보낸 중국 관련 공문이다. 미국발 타이완행 비행기에 대해 종전의 타이완이 아닌 중국타이완으로 표기해 줄 것을 요구한 중국 정부 요구에 관한 공문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중국 정부의 요구를 무시하라는 것이다.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에 의해 타이완을 중국타이완으로 개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방침이다. 유럽 대부분의 항공사는 중국 정부의 중국타이완 개명 요구를 이의 없이 받아들였다. 미국만 무시한 것이다. 비록 항공사에 국한된 얘기지만 중국 무시 방침은 트럼프 집권 이후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다. 오바마였다면 아마도 그대로 받아들였을 듯하다.

미국 1강은 기존의 미국식 관행을 무시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자존심이나 애국심 때문도 있겠지만 아메리카 퍼스트로 이어지는 경제적 이익 증대야말로 가장 큰 목적에 해당된다. 중국이 이념적 경쟁국이기 때문이 아니라 돈을 둘러싼 이해득실이 충돌하기 때문에 무시 방침을 내린 것이다. 아마도 트럼프는 가까운 시일 내 중국타이완 개명과 관련해 중국과의 거래(deal)에 들어갈 것이다. 직접적으로 중국타이완 개명 문제를 논하기보다 무역적자나 금융 자유화와 관련된 중국과의 회담 도중에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황혼대국 미국은 아직 완전히 저물지 않았다. 트럼프의 무례한 전횡을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도 많지만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다. 판결이 미국에 불리하게 내려지기 어려운 것은 물론 판결에 이르기까지의 시간도 엄청 걸린다. 불만, 비난은 무성하지만 실제로 해결할 카드는 거의 없다. 중국조차도 중국 내 제2위 통신사의 운명을 트럼프 한마디에 기댈 정도다.

전 세계 어떤 나라도 따라가지 못하는 미국의 경제적 풍요, 즉 미국 1강 상태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달러 수요가 폭등하고 실업률은 줄어들며 주식시장은 한층 뜨거워질 것이다. 미 캘리포니아주의 부동산은 이미 미국인만이 아닌 중국인·중동인 구입자로 터져 나간다. 그러나 미국 1강은 종전의 경제 상황과 다른 모습으로 진화해 나갈 것이다. 미국 외 나라와의 관계가 결코 윈윈(Win-Win) 상태로 나아가지는 않을 것이란 점이다. 약육강식 상태의 제로섬 게임이 될지 여부는 물론 각 나라의 정치·외교·경제적 실력에 달렸다. 비난하고 무시할 수만은 없다. 아메리카 퍼스트에 얼마나 맞춰갈 수 있을지? 트럼프 시대, 즉 미국 1강 체제하의 생존법이 될 것이다.

- 유민호 월간중앙 객원기자, ‘퍼시픽21’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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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호 (2018.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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