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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감량, 금연 치료에도 효과당귀는 강한 향을 내므로 벌레가 접근하는 일이 없어 키우기에 수월하다. 이렇게 냄새를 분비해 다른 동식물의 활동을 억제하는 현상을 타감작용(알레로파시, allelopathy)이라 한다. 사실 식물 세계는 겉으로 보기엔 평온해 보이지만 그들끼리 서로 먹이(food)와 공간(space)을 더 자치하려고 무진 다툼질을 한다. 다시 말해 뿌리나 잎줄기에서 나름대로 다른 식물에는 매우 해로운 화학물질을 분비해 이웃하는 다른 식물(같은 종이나 다른 종 모두)의 생장이나 발생(발아), 번식을 억제한다.당귀는 보통 봄에 파종해 가을에 잎이 마르기 시작하면 모두 캐고, 포기가 작을 경우에는 캐지 않고 뒀다가 이듬해 가을에 수확한다. 초기 성장이 아주 더뎌서 자칫 잘못 관리하면 주변에 훌쩍 돋아나는 잡풀에 파묻혀 실패할 수도 있으므로 잡초를 잘 매주는 것이 중요하다.재배식물은 어느 것이나 야생식물인 바랭이, 비름 등의 잡초에 치이는 날에는 결딴나고 만다. 그래서 ‘사람의 천적은 잡초와 벌레’라고 했고, 그 때문에 제초제와 살충제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아무리 제초제나 살충제가 해롭다지만 기실 그것들 없이는 농사를 짓기가 어려우니 어쩌겠는가!당귀는 무엇보다 사람의 피를 생성해 주는 보혈기능을 지니고 있고, 항암효과 및 혈압 강하작용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장에 있는 관상동맥의 혈류량을 촉진시키고, 염증과 암을 예방하며, 뇌를 보살펴 준다고 한다.당귀에 든 데커신(decursin)이란 약물은 뇌세포(뉴런)를 보호하여 치매 예방과 치료에도 도움을 준다. 데커신 성분은 뇌에 해로운, 치매 유발물질(단백질)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β-amyloid)를 줄이고, 숫제 생성을 억제해 뇌세포를 돌본다는 것이다. 특히 혈액 순환과 물질대사를 활성화시켜 항산화작용(활성산소 제거)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에 뇌기능을 활발하게 유지시킨다.당귀의 주요한 약효를 정리해 봐도 여남은 가지나 된다. 당귀는 ▷에스트로겐(estrogen) 기능을 활성화해 월경 불순이나 갱년기증후군을 완화시키고 ▷염증을 줄이며 ▷염증이나 산화스트레스(oxidative stress) 때문에 뉴런이 죽어서 생기는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과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 등 뇌장애를 막는다. 또한 당귀는 ▷인지수행(cognitive performance) 능력과 기억력을 높이며 ▷당귀 성분인 데커신이 폐암, 대장암에 항암효과가 있고, 쥐 실험에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지방세포를 자라게 하는 것을 억제, 체중이 느는 것을 막으며 ▷갱년기 여성들의 골다공증(osteoporosis)을 예방하고 ▷당귀기름 냄새를 맡으면 도파민(dopamine)분비가 억제돼 금연효과가 있기에 금연 치료에 쓰일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결합조직세포에 콜라겐(collagen) 합성을 증가시켜 피부 노화를 예방한다. 아무튼 당귀가 이래저래 예사로운 식물이 아님을 알았도다!
※ 권오길 -1940년 경남 산청 출생. 진주고, 서울대 생물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 수도여중고·경기고·서울사대부고 교사를 거쳐 강원대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05년 정년 퇴임했다. 현재 강원대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간행물윤리상 저작상,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등을 받았으며, 주요 저서로는 [꿈꾸는 달팽이] [인체기행] [달과 팽이] [흙에도 뭇 생명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