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ZOOM UP] ‘4000m 자유낙하’ 스카이다이빙 체험기 

자유로움이 뭐냐고 묻는다면…! 

장비 없이 시속 200㎞로 가을하늘 활공하며 쾌감 만끽… ‘버킷 리스트’ 체험자들 “단 한 번으론 부족해요!” 탄성

스카이다이빙은 더 이상 소수 동호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일반인 체험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생겼다. 체험자들은 “4000m 상공에서 시속 200㎞로 자유 낙하하는 쾌감이 다른 스포츠와 비할 바가 못 된다”고 입을 모았다. 늦가을 올해 마지막 다이빙 일정을 앞두고 기자가 직접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땅거미가 질 무렵, 전남 고흥항공센터에 마련된 착륙장(드롭 존)에 기자가 스카이다이빙 강사의 도움을 받아 4000m 상공에서 낙하하고 있다.
"1㎞ 정도 올라온 거죠?”

“아니요. 이제 300m입니다.”

경비행기를 타고 이륙한 지 몇 분이 흘렀을까. 잠시 전까지 발을 디디고 있던 전남 고흥군의 고흥항공센터가 점처럼 작아졌다. 함께 올라탄 이동우 스카이어드벤처 대표는 “아직 10분의 1도 안 올라왔다”며 웃었다. 철제 손잡이를 꼭 부여잡았다. 비행기 후미에 달린 점멸등이 창백하게 번쩍거렸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스카이다이빙을 접하기 어려웠다. 기존 업체에서는 일반인 체험 코스가 많지 않았다. 미국낙하산협회(USPA)에서 발급하는 스카이다이빙 자격증을 취득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주였다. 자격증이 없는 일반인은 텐덤(2인용 낙하산) 강사 없이는 스카이다이빙을 즐길 수 없다.

2015년 출범한 ‘스카이어드벤처’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체험 코스를 선보인 곳이다. 서울 하남시에 마련된 ‘드롭 존’(스카이다이버가 착지할 수 있는 지역)에서 올해만 400여 명이 고공낙하를 즐겼다. 10여 명의 텐덤 강사가 안전을 책임진다. 이동우 대표부터 2005년 특전부사관으로 입대해 공수여단과 고공 대터러 팀에서 활약했던 전문가다.

“3, 2, 1” 그리고 망설임도 없이, ‘훌쩍’


▎스카이다이빙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는 교육생들이 낙하 자세를 연습하고 있다.
“삐― 삐―”

불안한 신호음이 들렸다. 내릴 때가 됐다는 신호였다. 미리 배웠던 대로 강사의 무릎에 앉았다. 강사와 체험자를 결박하는 장치가 채워졌다. 강사가 들숨을 쉴 때면 체험자는 날숨을 쉬어줘야 할 정도로 밀착했다. 고도계는 1만3000피트(약 4000m)를 가리켰다. 창 밖을 보니 고흥반도뿐 아니라 보성군과 여수시까지 시야에 들어왔다. 절경이었지만, 뛰어내려야 했다.

“3, 2, 1!” 별안간 강사가 카운트다운을 하자 본능적으로 다시 철제 손잡이를 쥐었다. 무심하게 손을 끌어당긴 강사는 그대로 허공에 ‘훌쩍’ 몸을 던졌다.

순간 생각이 멈췄다. ‘살아 있다’는 감각이 희미하게만 느껴졌다. 그때 강사가 어깨를 툭툭 쳤다. 문제없이 낙하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비로소 정신이 돌아왔다. 말 그대로 ‘자유로운 낙하’였다. 멀리서는 석양이 뒤로 물러가면서 땅거미가 내리고 있었고, 지상에서는 밤을 맞는 불빛이 하나둘 켜지고 있었다. 세상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해방감에 온몸이 전율했다.

1분여가 지나자 강사가 낙하산을 폈다. 지상까지 1㎞가량 남았다는 뜻이었다. 몇 차례 곡예비행을 선보인 강사는 이윽고 처음에 날아올랐던 활주로 앞 잔디밭에 정확히 착륙했다.

“전 세계 ‘드롭 존’ 여행 꿈꾸게 됐죠”


▎‘스카이어드벤처’에서 운용하는 세스나 경비행기. 체험 프로그램이 없는 날에는 김포공항에 머무른다.
이날 각기 다른 기대를 품은 사람들이 고흥비행센터를 찾았다. 경남 창원시에서 온 조경래(30)씨는 “결혼을 앞두고 늦기 전에 버킷리스트를 채워보자는 마음에 친구와 함께 왔다”고 말했다. 기자와 함께 뛰어내렸던 조 씨는 지상에 내려온 뒤 “이참에 자격증까지 따고 싶다. 한 번이라 너무 아쉽다”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경남 양산시에서 온 서기언(54)씨는 가족 네 명을 모두 데리고 왔다. ‘가족끼리 합의해서 온 거냐’는 질문에 서씨는 “큰일을 할 때는 밀고 나가는 힘도 있어야 한다”고 멋쩍게 웃었다. 스카이다이빙 여행에 맞춰 항공점퍼까지 맞춰서 입은 터였다. 함께 고공낙하를 즐기고 돌아 온 서씨 가족은 “이제 번지점프 같은 놀이기구는 시시해서 못 탈 것 같다”면서 서로 소감을 나누기 바빴다.

서울 송파구에서 온 이창훈(31)씨는 이곳에서 교육을 받은 끝에 올해 8월 스카이다이빙 자격증을 취득했다. 스노보드와 스쿠버다이빙 등 온갖 레저를 섭렵해 왔다는 이씨는 올해 들어 스카이다이빙에만 몰입하는 중이다. 이씨는 “자유로움을 온전하게 느낄 수 있는 스포츠는 단연 스카이다이빙”이라면서 “전 세계 드롭 존을 차례로 다니면서 여행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스카이다이빙 체험을 앞둔 기자가 이동우 대표의 도움을 받아 안전장구를 착용하고 있다.



▎스카이어드벤처 전담 카메라맨이 낙하를 준비하고 있다. 카메라맨은 비행기 동체 바깥쪽에 매달려 촬영을 진행했다.



▎비행기 출입구에 걸터앉아 있던 강사는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그대로 몸을 내던졌다. / 사진:스카이어드벤처



▎이날 스카이다이빙을 체험하러 온 서용원(26)씨가 고흥반도 인근 다도해국립공원을 배경으로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 사진:스카이어드벤처



▎1분여 동안 자유낙하 끝에 정신을 가다듬은 서용석(27)씨가 드롭 존을 내려다보고 있다.



▎드롭 존에 착지한 강사와 이창훈씨가 손뼉을 마주치며 즐거워하고 있다.



▎드롭 존에 착륙한 강사가 펼쳐져 있는 낙하산을 정리하고 있다.



▎이날 가족과 함께 고흥항공센터를 찾은 서기언씨는 “이제 놀이기구는 시시해서 못 타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서기언씨 가족이 ‘첫 낙하산강하’ 인증서를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드롭 존이 가까워지지 착륙을 앞둔 강사가 낙하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고 있다. 이 대표는 “스카이다이빙의 사고 확률은 걸어가다가 벼락을 맞을 확률보다 낮다”고 말했다.



▎체험을 마친 기자가 함께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강사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스카이다이빙을 혼자서 할 수 있는 ‘A라이선스’ 자격증을 따내려면 25회 이상의 낙하 경험을 쌓아야 한다. 기자가 첫 번째 낙하산강하 인증서를 머리 위로 들어 보이고 있다.
- 사진 박종근·김현동 기자 jokepark@joongang.co.kr / 글 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201812호 (2018.11.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