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포토포엠] 저 새떼 

 

손택수

▎사진·박종근 / 강원도 철원 한탄강변의 철새도래지 관찰소에서 바라본 아침 풍경.
동해 주문진항 뱃머리를 치던 흰 파도가 등대 위로 날아올랐나 보네
스러진 그 등대 불빛, 두루미 깃털에 옮겨 날리고 있는가도 하네
어느 악기에서 풀어져나온 현인가도 싶고
밥 짓는 산협 굴뚝에서 풀어져나온 연기인가도 싶고
새여, 여전히 철탑에서 새해를 맞는 사람들을 아느냐
자신의 나라에서 난민이 되어 떠도는 말들을 아느냐
제국은 가지 않아, 백년이 지난 뒤에도 그날처럼 두 손 번쩍
기미년 만세를 외치는 나무들의 땅
철원이라 도피안사 대적광전 비로자나불의 장삼자락에서 흘러내린
주름인가도 하네
한 자락 두 자락 등에 인 하늘을 떠메고 가는 저 새떼
끼이익 끼익 철심을 박아 넣은 몸으로 서 있는 노동당사
경첩 소리처럼 민통선 너머 구름 속에서 풀어져나오는 울음소리

환풍기 날개 같은 것인가도 하네
고단한 날개 저어 저어 새 숨을 쉬네

※ 손택수 - 1998년 한국일보(시)와 국제신문(동시)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시집으로 [나무의 수사학] [목련전차] [나의 첫소년] 등이 있다. 노작문학상, 신동엽문학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 등을 수상했다. 실천문학사 주간과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노작홍사용문학관 관장으로 재직 중이다.

201901호 (201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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