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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엄동설한’ 한국 경제 앞날은… (3) 수출 전선 이상무? 

선진국들 경기 하락으로 먹구름 몰려올지도 

양두용 경희대 교수
IMF 2019년 세계 경제성장률 3.6%로 전년 대비 0.1% 하락 예측… 다양한 외부 충격에 어떻게 대처해 나가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해

▎10월 25일 평택항 수출선적 부두에서 수출을 위해 대기 중인 차량들. 기아차가 발표한 2018년 3분기 경영 실적에 따르면 영업이익은 1173억원을 기록하며 작년 3분기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하지만 시장의 실적 전망치 평균인 2000억∼3000억원대에는 크게 못 미쳤고 영업이익률은 0.8%에 그쳤다. / 사진:연합뉴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인 정책 공조를 통해 세계 경제는 완만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해 왔다. 특히 미국 경제는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금융위기로부터 빠른 회복을 보여 왔고, 오히려 장기성장 수준보다 높은 성장을 보이기도 했다. 유럽과 일본의 경기 회복이 상대적으로 더딘 가운데 선진국 중 미국 경제만이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유지해 왔다.

이는 신흥국의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신흥국들은 과거 10년간 평균 5% 이상의 경제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아시아 신흥국들은 다른 신흥국들에 비해 튼튼한 경제 기초를 유지했으며, 내수시장 역시 안정적 성장을 보여 왔다. 아르헨티나·브라질·터키 등의 신흥국이 위기를 겪고 있는 것과 달리 아시아 신흥국들은 지난 10년간 평균 7%의 경제성장을 이뤘다. 2008년과 같은 글로벌 충격이 없다면 아시아 신흥국들은 당분간 안정적인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2019년은 다양한 하방위험 요인으로 인해 세계 경제 안정세가 유지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과 같은 신흥국들은 다양한 위험에 노출될 전망이다. 최근 IMF는 2019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3.6%로 2018년에 비해 0.1%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먼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경기하락이 예상된다. 미·중 무역 분쟁, 브렉시트 위험성 증가, 그리고 유럽연합과 이탈리아와의 문제 등과 같은 제도 및 정책 위험 요인이 여러 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 역시 이러한 위험 요인으로 인해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신흥국 위기의 재현 등 다양한 위험 요인은 대외 경제 환경에 민감한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2019년 한국의 대외 환경은 2008년 이후 가장 큰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실물 부문과 금융 부문 모두에서 한국 경제는 험난한 파고를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어떠한 외부 충격이 발생하는가 하는 것이 관건이다. 한국 경제의 대외 부문에 대한 전망은 글로벌 위험 요인이 무엇인가를 살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할 것이다. 한국 경제가 2019년 직면할 위험 요인이 무엇인가를 살펴보자.

휴전에 들어간 미·중 무역 분쟁, 그러나…


2019년 가장 우려되는 위험 요인은 ‘금융 사이클의 하락’이다. 금융 사이클이란 주식 가격, 주택 가격, 그리고 신용 등과 같은 금융자산의 변동 추이를 나타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 사이클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실물 경기를 대변하는 경기 사이클과 금융 부문을 나타내는 금융 사이클은 서로 다르게 움직인다고 알려져 왔다. 금융 사이클은 경기 사이클에 비해 완만히 진행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특히 주식과 주택 가격의 패턴이 완만히 변동해 왔다. 그러나 경기 사이클의 변동보다도 그 하락폭이나 상승폭이 더욱 크게 움직이는 것이 금융 사이클의 특징이다.

금융 사이클의 또 다른 특징 중의 하나가 국가별 금융 사이클의 상관관계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즉 한 국가의 금융 사이클은 다른 국가의 금융 사이클의 변화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미국의 금융 사이클은 다른 국가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 사이클은 상호작용을 통해 증폭되는 경향이 강하다. 즉 미국의 금융 사이클이 다른 선진국과 신흥국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다시 미국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그 효과가 증폭된다는 것이다. 2015년 이후 미 연준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금융 사이클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따라서 금융시장의 변화는 크게 감지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금융 사이클의 하락은 여러 방향에서 목격된다. 주식과 채권 수익률의 동시 하락이 이러한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주택 가격 역시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금융 사이클의 하락은 금융시장에서 신용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글로벌 금융 사이클이 어떠한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최근 일부 신흥국이 금융위기를 겪고 있고, 미국의 금리 인상이 3%에 접근한다면, 금융 사이클이 하락 국면을 맞이하게 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금융시장 환경뿐만 아니라 실물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둘째 위험 요인은 ‘위험 회피 정도의 확대’다. 이는 금융 사이클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금융 사이클이 하락하는 경우에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제 주체들의 위험 회피 정도가 증가한다. 이러한 위험 회피 정도의 확대는 글로벌 금융 투자가들이 위험 자산을 버리고 안전자산을 선호하게 만든다.

신흥국 금융자산은 위험 자산으로 분류됨에 따라 신흥국들로부터 자본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신흥국 금융자산의 가격 변동은 글로벌 위험 회피 정도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흥국의 환율·주가·채권가격 등이 글로벌 위험 정도가 상승하는 경우 크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신흥국 시장의 자본 유·출입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라고도 알려져 있다.

글로벌 위험 회피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 중 하나가 VIX 지수이다. VIX 지수는 내재된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지수화한 것이다. [다음 그래프]는 최근 VIX 지수의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VIX 지수가 80까지 상승함으로써 당시 시장의 위험 정도가 매우 높았음을 보여준다. 2018년 3분기까지의 평균 VIX 지수는 12.9를 기록했으나, 10월 이후 최근까지 평균은 20을 상회하는 등 위험지수의 상승을 보여주고 있다.

위험 회피 정도의 확대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유동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에 따라 위험 프리미엄이 증가한다면 이는 국내 주식 및 채권에 대한 글로벌 투자가들의 국내 금융자산 수요를 축소시킨다. 이는 원화 환율 절하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수출이 국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40% 이상

셋째 위험 요인은 ‘제도 및 정책 위험’이다. 최근 미·중 무역 분쟁과 미국의 관세 인상 등과 같은 정책 변화로 인한 변화는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미국이 불공정한 무역 관행으로 무역 적자가 매년 5000억 달러에 이르고, 지적재산권 관련 손실이 매년 3000억 달러에 달한다며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중국에 대한 무역 적자와 지적재산권 관련 손실에 대해 강하게 언급하면서 2018년 세 차례에 걸쳐 총 2500억 달러에 상당하는 중국 수입에 대한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대해 중국 역시 총 1100억 달러에 해당하는 미국 제품에 보복 관세로 대응했다. 악화일로에 있던 미·중 무역 분쟁은 2018년 12월 1일 G20 정상회의에서 향후 90일 동안 추가 관세 부과를 유예하기로 합의하면서 휴전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러한 양국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미·중 무역 분쟁은 2019년에도 지속적인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중 무역 분쟁은 구조적인 문제다. 단순히 중국이 미국 제품을 구매하거나 일부 제품의 시장 접근을 허용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미국은 중국이 첨단산업의 불법 접근으로 인한 이익도 크게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적재산권의 문제도 단순히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단 90일간의 유예 기간을 갖긴 했으나 미·중 무역 분쟁의 불씨는 남아 있다.

미·중 무역 분쟁이 지속되는 상황은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먼저 국내 대(對)중국 수출이 감소할 것이다. 특히 중간재 대중국 수출이 많은 한국의 입장에서는 시설재와 중간재 대중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에 대한 수출 역시 감소할 수 있다. 미국은 먼저 중국에 대한 불공정 관행을 언급했으나, 미국의 의도는 지나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해소다. 한국 역시 미국에 대해 무역 수지 흑자국임을 감안할 때 한국 제품의 대미 수출에 관세부과 위험은 상존한다.

미·중 무역 분쟁이 더욱 격화된다면 이는 단순히 무역 부문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양국의 타협으로 인해 어느 정도 협상의 여지는 있으나, 전면적인 무역전쟁이 발생한다면, 이는 통화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조짐은 이미 2018년에 나타났다. 중국은 환율 개입을 통해 중국의 대미 수출 손해를 만회하고자 하는 유인이 발생한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들에 이러한 환율 개입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주장해 왔다. 만약 중국이 환율 개입을 노골적으로 시도한다면 미국의 보복 조치로 수출입 부문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에서의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

넷째 위험 요인은 미국 경제의 둔화다. 2008년 이후 미국 경제를 지속적으로 안정시켰던 미국의 확장적 통화정책 및 재정정책이 그 방향을 바꾸고 있거나 그 효과가 감소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안정적인 성장은 미국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빠른 시간에 이끌어냈다.

2015년 12월 이후 미 연준은 금리 인상을 지속적으로 진행시켜 정책금리를 0%에서 최근 2.5%로 인상했다. 2019년에는 최소 두 차례 이상의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 2019년 미국의 정책금리가 3%대에 근접하게 되면 통화정책의 정상화에 따른 영향이 본격화될 것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신흥국 경제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등 남미 국가를 비롯한 신흥국의 위기는 미 금리 인상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의 실물 부문도 변화 조짐이 보인다. 미국의 재정정책 역시 2019년 하반기 이후 지속적인 확장 기조가 긴축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역시 미국의 총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 경제의 둔화는 실물경제뿐만 아니라 금융 부문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다양한 위험 요인 가시화될 수도

이러한 배경 아래서 2019년 한국 경제의 중요한 경제성장 축인 수출이 어떠한 모습을 보일 것인가 살펴보자. 수출은 한국 경제성장의 중요한 성장 축으로 역할을 해왔다.

무역협회의 분석에 의하면 수출이 국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 5년 평균 40%를 상회했다. 수출의 생산유발 효과도 동기간 2.1을 기록해 수출 금액의 2배 이상이 생산을 촉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출 관련 취업 부문에서도 전체 고용 중 16%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수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수출 대상국의 소득이다. 전 세계 무역 규모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선진국 경기의 둔화는 한국의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2019년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3.4%로, 2018년 5.6%에서 줄어드는 것으로 IMF는 예측하고 있다. 이는 미·중 무역 분쟁과 주요 선진국 경기 하락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최근 교역조건이 하락하는 추세인데 이러한 교역조건 악화는 국내 수출 증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교역조건 악화는 국내 수출 상품의 가치의 하락이라는 의미에서 수출을 통한 경쟁력 제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 무역의 가장 구조적인 문제 중의 하나인 수출 품목의 편중도 우려된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한국 수출의 16%를 차지하는 반도체 가격의 하락이다. 최근 반도체 가격의 하락으로 2019년 수출 증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무역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환율 역시 다양한 외부 충격에 의해 변동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의 결정은 실물 부문, 금융 부문, 그리고 정책 변수 등에 의해 결정된다. 선진국 경기가 둔화됨에도 불구하고 앞에서 언급한 글로벌 위험 회피 정도가 확대된다면 안전자산에 대한 회귀가 본격화될 것이고, 이는 미 달러화를 비롯한 선진국 통화 가치를 절상시킬 것이다.

또한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돼 정책금리가 3% 수준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금리 상승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원화 가치 절하가 본격화될 것이다. 미·중 무역 분쟁의 심화와 브렉시트는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고, 한국의 지정학적 위험 감소와 주요 제도 및 정책 위험의 감소는 원화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를 반영한 주요 금융기관들의 환율 전망은, 평균적으로 2019년 상반기의 원화 환율은 1130원 선으로 절하했다가 하반기에 다소 절하 기조가 완화되는 1150원 선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19년 환율 변화는 단순한 방향성의 문제보다는 다양한 외부 충격에 의한 변동성 증가가 문제다.

2019년 한국 경제는 불확실성이 무엇보다도 확대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점진적으로 둔화되면서 앞에서 언급한 다양한 위험 요인이 가시화될 것이다. 따라서 대외적으로 다양한 외부 충격을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매년 경기 전망 수치의 발표가 있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기대다. 2019년에 어떠한 기대를 할 수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 양두용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 yangdy@khu.ac.kr

201901호 (201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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