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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 은퇴자가 챙겨야할 5가지 체크 리스트 

‘하우스 리치’ 꿈꾸다 ‘캐시 푸어’ 되기 십상 

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50대 2인 가구 월 생활비 272만원… 국민연금만으론 역부족
부동산·토지 유동화하고 연금통장 등 맞춤형 상품 찾아야


▎한국 가계 자산 가운데 부동산의 비중이 73.8%에 이른다. 부동산을 연금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충분한 생활비를 마련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사진:gettyimagesbank
174만1000원. 50대 이상 은퇴자들이 말하는 2인 가구 월 최소 생활비다. 국민연금공단 산하 국민연금연구원이 2017년 1월 50세 이상 4816가구를 상대로 표본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집계했다.

그렇다면 65세에 은퇴한 부부가 85세까지, 매월 174만원을 생활비로 쓰려면 총 얼마나 필요할까. 4억1700만원이다. 국민연금 월 평균 수령액 88만원을 20년간 받아도 2억1120만원이니, 부족한 돈이 2억850만원에 이른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이 최저 생활비에 맞춰 살진 않는다. 국민연금연구원 조사에서 2인 가구의 월 적정 생활비는 236만90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신한은행이 발표한 ‘2018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서도 50대 이상 연령대의 월 생활비는 272만원으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신한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생활비에서 가장 비중이 큰 항목은 식비였다. 월 50만원으로 18.4%를 차지했다. 교육비가 10.3%(28만원)로 뒤를 이었다. 50대 이후에도 자식들을 위해 돈을 쓰는 비율이 높다는 이야기다. 부모 세대에게 지급하는 용돈도 평균 16만원 수준으로, ‘낀 세대’의 고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반면 여가·취미 활동 및 유흥비로 쓰는 돈은 20만원에 불과했다. 전체 생활비의 7.4% 수준이다. 음주에 치우친 한국 유흥 문화를 고려하면, 여가·취미 활동에 들이는 비용은 많지 않으리라 짐작할 만하다. 그러나 50대 예비 은퇴자들이 은퇴 후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여행(27.7%)이다. 현실과 희망의 괴리가 큰 셈이다. 이어 운동 및 건강관리가 22.5%, 전원생활 13.1%, 경제활동 11.1% 순이었다. 전국경제인연합과 채용정보 사이트 ‘잡서치’가 2017년 40세 이상 중장년 113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부동산 비중 줄이고 연금화해야”


한국인의 가계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압도적이다. 73.8%를 차지한다. 그러나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경향을 고려하면 과거와 같은 가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집값이 오를 거란 기대에 부동산에 돈이 묶여 생활비 부족에 허덕이는 ‘캐시 푸어(cash poor)’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판타지가 클수록 현실은 척박하기 마련이다. 정작 본인이 쥔 금융자산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는 게 현장의 이야기다.

은퇴 후 재무 설계는 거창하지 않다. 신한은행 미래설계센터의 최재산 부부장은 “은퇴 후 얼마의 생활비를 만들어 낼지에 대한 설계 계획을 세우는 일이 우선”이라고 설명한다.

“은퇴 후 현금흐름(생활비)을 설계하고,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생활비가 갖춰졌다고 판단한다면, 남은 잉여자금으로 운용을 잘 해 상속이나 증여까지 고려하는 것이 은퇴 재무 설계의 핵심이다. 내가 원하는 만큼의 생활비가 갖춰지지 않겠다고 판단하면 재취업이나 창업도 미리 염두에 둘 수 있다.”

최 부부장은 재무 설계가 자산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은퇴 후를 설계해야 할 사람들은 자산 5억원 내외의 중산층이라는 것이다. 대게 자가주택인 부동산만으론 임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고, 금융자산만으로는 여가까지 즐길 만한 생활비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충분한 임대수익을 내는 자산가들은 재무 설계가 아니라 상속·증여를 고려한 투자 자문을 선호한다.

신한은행 미래설계센터가 지난해 4월 발행한 보고서 ‘또 다른 행복의 시작, 은퇴’에 따르면, “주택연금이나 농지연금을 활용해 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을 줄이고 연금화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또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직장인이라면 수익률 높은 상품을 찾아 헤매는 게 현명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보다 55세 이후 연금 상품 만기 시 매월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또 몇 년간 받는 것으로 할지 등을 제대로 정해야 한다. 그러려면 연금 상품에서 ‘얼마 불입하면 얼마가 나오도록’ 돼 있는지 기준을 먼저 알아야 한다. 그런 뒤에야 각자 상황에 맞춰 은퇴 후 생활자금을 설계할 수 있다.”

연금만 고집하란 말은 아니다. 다양한 자산을 보유해 보다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은퇴 자산을 ‘3:3:3:1’로 나눠 운용할 것을 권한다. 임대 부동산 수익, 연금 수익, 금융자산을 각각 30%씩 나누고, 비상 예비자금 10%로 구성하는 포트폴리오다.

예비 은퇴자를 위한 3단계 재무 설계


이 중 금융자산은 예금과 보험 같은 안전자산, 채권과 주식 등의 투자자산, 금과 석유 같은 실물자산이 있다. 금은 금융자산에 대한 믿음이 떨어질수록, 인플레이션 불안이 커질수록 가치가 오른다. 경기 침체기엔 부채를 줄이고 현금을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고, 회복기엔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하는 등의 자산운용이 바람직하다.

최재산 부부장은 예비 은퇴자를 위한 재무 설계 과정을 3단계로 요약한다. 1단계로 본인 자산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다. 자산은 보통 ▷연금자산(공적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투자자산 ▷주택으로 나뉜다. 퇴직연금 관련해선 퇴직금 총 금액을, 개인연금 관련해선 매월 적립액으로 얼마씩 불입해서 총 얼마가 쌓였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투자자산은 예금·펀드·부동산 등 연금자산 이외 총 금액으로 파악한다.

다음 단계에서 월 현금흐름을 설계한다. 생활비가 얼마나 필요하게 될지 예상한 후 내 자산을 활용해 해당 생활비를 맞춰가는 과정이다. 생활비를 만드는 가장 큰 주머니는 연금자산이다. 공적연금은 연금수령 나이를 파악해야 하고, 퇴직연금은 일시금으로 받을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개인연금은 연금을 받는 기간인 ‘연금수령’을 몇 년으로 할지 정해야 한다.

연금자산만으로 기대 생활비를 충족하지 못한다면, 투자하지 않고 생활비를 충당할 방법을 고려한다. 즉시연금과 주택연금이 대표적이다. 즉시연금은 은퇴 후에도 일시금을 내면 연금 형태로 수령할 수 있는 상품이다. 주택연금은 부동산 자산을 현금으로 유동화하기에 좋다.

여기까지 와도 생활비가 모자랄 수 있다. 바로 이때 매월 이자가 나오는 투자 상품을 선택한다. 예금·채권 등 금융상품과 부동산 임대수입이 있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 수익률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은퇴 후 전 생애를 설계하는 데 있어 우선 고려할 만한 방법은 아니다.

은퇴 후 생활비, 결국 연금이다


▎은퇴 후 인생 2막을 위해 상담과 교육·일자리·커뮤니티를 지원하는 '50플러스 인프라'가 늘어가고 있다.
마지막 3단계에선 원하는 만큼의 생활비를 설계한 뒤 남은 잉여자금을 다룬다. 생활비 목적이 아니므로 매월 이자·임대수입이 나오는 투자보단 목돈을 어떻게 잘 투자하고 운용할지 고민하는 게 좋다. 장기적으론 상속·증여를 고려해야 한다.

한 은퇴설계 전문가는 “은퇴를 앞둔 사람이라면 본인이 가입한 연금보험상품으로 언제부터 얼마를 받게 될지는 알고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그만큼 아는 사람이 손에 꼽는다”고 지적했다. 연금보험만을 콕 집어 말하는 게 아니다. 그만큼 사람들이 은퇴 후 재무 설계를 꼼꼼히 챙기지 않는다는 말이다. 신한은행 미래설계센터는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은퇴를 앞둔 50대가 흔히 놓치는 포인트를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체크 포인트 1 | 연금은 전용수급통장으로 받자

공적연금은 규정한 나이가 됐을 때,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은 만 55세 이후에 받을 수 있다. 흔히들 연금액, 연금 수령 시기를 궁금해 한다. 그러나 연금을 어떤 통장으로 받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2017년 12월 신한은행에서 공적연금을 수령한 고객 가운데 연금수급통장을 이용한 고객은 66.9%에 그쳤다. 반드시 연금전용수급통장을 활용하자. 최고 연 1.5%의 이자와 함께 각종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은행들이 운영하는 연금전용수급통장의 금리 적용 한도와 조건을 꼭 비교해보자.

체크 포인트 2 | 늦지 않았다, 사적연금에 가입하자

은퇴 전에 가입하지 못했더라도 은퇴 후 일시금을 내면 바로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상품이 있다. ‘즉시연금보험’과 ‘연금예금’이다. 주식이나 부동산에 비해 투자 위험성이 낮고 안정적이다. 장기적으로 일정한 연금을 받기 원하는 고객은 즉시연금보험을, 보험이나 펀드보다 5년 내외의 중·단기 예금을 선호하는 고객들은 연금예금을 주로 찾는다.

자산가들은 즉시연금을 선호한다. 이 상품에 가입해 자녀에게 사전증여하면 세금을 대폭 아낄 수 있어서다. 부모를 계약자, 자녀를 수익자로 하면 부모가 목돈의 보험료를 납입하고 자녀가 연금을 수령하는 조건이 된다. 자연스레 증여를 하는 것이다. 연금을 증여할 경우 미래에 받을 돈을 현재가치로 환산한다. 이 과정에서 3%의 할인율을 적용한다. 지난 10년간 물가상승률인 2.2%보다 높다.

체크 포인트 3 | 은퇴 후에도 신용대출이 가능하다

대부분은 퇴직금을 받으면 대출부터 상환한다. 무엇보다 신용대출은 상환 1순위다. 그런데 살다보면 돈이 급할 때가 있다. 이 때 직장 없는 이에게 대출이 가능할까? 사업소득이 없는데도? 가능하다. 국민연금 등 4대 연금을 소득으로 인정해주는 신용대출 상품이 있다.

신한 미래설계연금대출은 4대 공적연금(국민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군인연금) 중 하나의 연금을 3개월 이상받고 있고, 연금 소득이 연 600만원 이상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긴급 자금이 필요할 때 대출받은 후, 매월 연금 수령일에 분할 상환한다. 건별 대출 한도는 최고 2000만원이다.

체크 포인트 4 | 번듯한 집을 현금으로 바꾸자

시가 5억원 정도의 주택이 자산의 전부라면 그냥 살아야 할까, 매년 재산세를 납부하면서? 아니다. 3억원 정도의 집으로 옮긴 뒤 2억원은 금융자산으로 바꾸는 게 좋다. 매월 연금소득과 함께 이자소득까지 얻을 수 있다.

집 크기를 줄이지 않고도 연금을 창출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주택연금이다. 주택연금 누적 가입자 수는 2013년 말 1만7595명에서 지난해 1월 5만489명까지 3배 가까이 늘었다. 현재의 집을 담보로 맡기고 소유권을 유지하면서도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을 활용하자.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는 주택담보노후연금보증서 연계 대출로, ‘주택연금 역모기지론’이 대표적이다. 부부가 보유한 주택의 합산 가격이 9억원 이하인 만 60세 이상의 주택 소유자로서, 공사로부터 보증서 발급이 가능한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표2]에서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70세(부부 중 연소자 기준), 3억원 주택 기준으로 매월 91만9000원을 수령할 수 있다.

체크 포인트 5 | 퇴직금, 연금으로 받자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의 30%를 절감할 수 있다. 국민연금이 나오기 전까지 소득 공백기에 대처하는 똘똘한 방법이다. 2017년 신한은행에서 1억원 이상의 퇴직금을 수령한 고객 가운데 연금 형태로 수령한 비율은 5.4%에 불과했다. 그러나 미래에셋운용에서 2017년 은퇴자 74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아 저축해두고 생활비로 쓰고 있다는 응답자가 43.6%에 달했다. 어차피 묵혀놓고 생활비로 쓸 거라면, 면세 혜택을 받자. 그래도 일정 금액의 목돈이 필요하다면, 연금 개시 시점에 1회에 한해 ‘일시금 일부+연금전환 일부’ 형식도 가능하다.

201906호 (2019.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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