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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유 전문기자의 대학총장 열전] 제2건학 이루고 물러나는 장호성 단국대 총장 

“죽전 IT·CT, 천안 BT·외국어 특화, ‘단대 양캠(단일대학 두 캠퍼스)’ 이젠 세계가 경쟁 상대” 

사진 전민규 기자 jun.minkyu@joongang.co.kr
4차 산업혁명에 밝은 이공계 출신 외유내강형 리더
脫서울 12년…21세기형 최첨단 교육 시스템 구축
‘디자인 싱킹’ 창의교육으로 글로벌 도약 초석 깔아


▎단국대 평화의 광장에 있는 상징물 ‘곰상’ 앞에 선 장호성 총장은 “서울 한남동 본교를 죽전으로 옮긴 것은 새로운 비상을 위한 위대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장 총장 뒤 건물은 오는 10월 준공되는 개교 70주년기념관.
2007년 8월, 대학가에 진귀한 풍경이 펼쳐졌다. 서울에 있는 4년제 종합대학이 ‘탈(脫)서울’을 선언하고 경기도로 본교를 옮기는 이색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서울캠퍼스에 있던 93만 권의 장서와 2만2000여 점의 유물이 3147대의 대형 트럭에 실렸다. 총 1만4300t 규모였다. 대한민국 대학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이사 행렬이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캠퍼스가 경기도 용인시 죽전캠퍼스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주인공은 단국대학교였다. 1947년 서울 종로구 낙원동에서 민족교육을 기치로 설립한 단국대는 신당동 캠퍼스를 거쳐 한국전쟁 이후 1957년부터 한남동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교지가 좁아 대학 발전에 한계를 느꼈다. 고심하던 대학은 용단을 내렸다. 60년 동안의 서울 본교 시대를 마감하고 캠퍼스가 7.5배 더 넓은 죽전에 21세기형 캠퍼스를 구축한 것이다.

단국대는 2007년 9월부터 죽전캠퍼스에서 다시 태어났다. 첨단 멀티미디어 정보통신 시스템을 갖춘 캠퍼스는 대학가의 화제가 됐고, 다른 대학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죽전캠퍼스 시대를 이끈 리더는 장호성(64) 총장이었다. 캠퍼스 이전 당시 천안캠퍼스 부총장과 의무부총장으로 일하던 그는 2008년부터 총장직을 맡아 개혁을 이끌었다. 2014년에는 죽전(본교)과 천안(분교) 캠퍼스를 통합해 ‘원 유니버시티 투 캠퍼스(One University Two Campus)체제’를 완성했다.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은 차분하게 하나의 대학으로 녹아들었다. 이에 탄력을 받은 단국대는 죽전캠퍼스를 IT(정보통신)와 CT(문화기술), 천안캠퍼스를 BT(생명과학)와 외국어교육으로 특화했다. 거기에는 장 총장의 외유내강형 리더십이 있었다. 학령인구 감소에다 등록금 동결로 재정난이 겹쳐 대학들은 특히 ‘인 서울(In Seoul)’을 부러워한다. 그런 상황에서 ‘아웃 서울(Out Seoul)’을 안착시키고 산학협력의 상징이자 4차 산업혁명을 앞서가는 대학으로 변신하는 여정에 장 총장 특유의 소탈하고 부드러운 리더십이 발휘된 것이다.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11년간 단국대를 이끌었고, 전국 4년제 대학 총장들의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2017년 4월~2019년 4월)도 역임한 장 총장은 “정말 숨 가쁜 일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제 대의를 위해 내년 2월까지로 예정됐던 총장직 임기를 8개월 먼저 사임한다”고 밝혔다.

(※ 장 총장은 6월 16일자로 사임했다. 인터뷰를 한 6월 14일 시점은 현직이었으므로 편의상 직함을 총장으로 표기함)

“새 리더와 새 에너지 필요”…임기 8개월 남기고 사임


▎2007년 서울 한남동 본교를 죽전으로 옮길 당시 이사 트럭 행렬. 장서 93만권, 유물 2만2000점을 대형트럭 3147대에 실어날랐다. / 사진:단국대학교
임기가 남았는데 왜 돌연 사임을 하시나요?

“11년 동안 글로벌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초공사는 완성 했다고 봅니다. 세계적인 문명사적 전환기에는 새로운 리더십과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새 리더십이 72년 전통의 단국대를 이끌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게 대의라고 판단했습니다. 새 출발을 하려면 미리미리 준비해야지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합니다.”

총장 선출방식도 바뀌게 되나요?

“그동안은 법인 임명 방식이었는데 간선제로 바뀝니다. 현직 총장이 자리에 없으면 선출과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더 확실히 담보할 수 있다고 봅니다. 총장 잔여 임기를 효율적인 부분에 활용할 수 있는 계기도 되고요. 교과과정 개편 등 일부 업무가 남아있지만, 변화의 토대가 다져졌으니 엔진을 달 것으로 기대합니다.”

총장 생활을 돌이켜보면 어떻습니까?

“마라톤 같은 여정이었어요. 서울 소재 대학 초유의 지역사회 이전 및 안착, 2010년 약학대 유치, 죽전·천안 캠퍼스 통합, 학문 단위 조정, 산학 협력 활성화 등이 떠오릅니다. 제가 전자공학을 전공했는데 학교체질을 바꾸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2008년 취임 후 인문사회계열을 넘어 이공계열까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과 학풍을 바꿨어요. 국내 대학 최대 규모의 클라우드와 서버, 스토리지를 기반삼아 지난 10년간 정부와 기업체로부터 4580억 원의 연구비를 수주했어요. 서울캠퍼스 시절인 2007년엔 197억에 불과했죠. 최근 3년간 기술이전 실적도 215건으로 늘었고요. 그 과정에서 전임교원이 350명 늘었고,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 논문도 3.3배 증가했어요.”

정부 재정지원사업에서도 두각을 보인 거로 압니다.

“구성원들이 흘린 땀의 결실이지요. 오는 2022년까지 250억 원을 지원받는 산학협력선도대학 육성사업을 비롯해 인문한국플러스(HK+), 창업교육거점센터, 소프트웨어(SW) 중심대학, 수도권대학 특성화, 창업선도대학, BK21 플러스 사업 등 굵직한 국책연구사업에 선정돼 연구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정부 재정지원사업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경쟁도 치열하고 페이퍼 워크도 많지요. 정부가 대학을 지원하는 것은 정말 고마운 일입니다. 하지만 대학별로 분야를 나누어 지원했으면 합니다. 국·공립대는 기초과학, 사립대는 응용과학과 공학에 투자해 줬으면 합니다. 구분이 없다 보니 전국 대학들의 사업신청 양상이 똑같아요. 기초과학은 안중에 없고, 취업과 논문에 장점이 있는 공학에 모두 달려들죠. 대학별 역할과 기능을 구분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국·공립대와 사립대가 모두 살아납니다.”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경험했고, 대교협 회장도 역임했는데 정부별 특징이 있지요?

“이명박 정부 때는 ‘자율과 경쟁’이라며 규제를 좀 풀어주려 한 것 같아요. 하지만 몇 개 대학에만 적용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특징적인 게 기억이 안 나네요. 문재인 정부에서는 재정지원 사업이 증가하고 유연성이 좋아져 대학들 입장에선 숨통이 트였습니다. 그래도 대학들은 여전히 배가 고파요. 11년째 사실상 동결된 등록금의 경우 유연성이 필요해요. 등록금 인상률을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를 넘지 못하게 되어 있는데 대학들은 재정사업 불이익을 우려해 이마저도 못 올리죠. 1.5%라도 올리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강사법도 취지는 좋지만, 초빙·겸임 교수 공채 등 가이드라인이 많은 것 같아요.”

다른 대학 총장님들도 모두 답답해하더군요. 어떻게 하는 게 바람직할까요?

“안 되는 것만 빼고 다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Negative Regulations)로 갔으면 좋겠어요. 세계적인 온라인 강의시대에 인터넷 강의 20% 제한 등에 얽매여 있을 이유가 있나요? 여러 가지가 우려된다면 중간 단계로 규제 샌드 박스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어요. 자율을 주고 문제 발생 시 그에 따른 책임을 물으면 됩니다. 학령인구 급감시대에 대학마다 생존전략과 특성화 정책을 세워야 하는데 똑같은 옷을 입는 상황으로 가고 있어요. 그게 아쉽습니다.”

죽전·천안 캠퍼스 통합, 17개 전공 신설


▎단국대 설립자이자 독립운동가인 범정 장형 선생의 동상과 대학본부 전경. / 사진:단국대학교
고등교육 담론을 얘기하는 장 총장은 진지했다. 평소 소탈하고 부드러운 성격이지만 내면은 강했다. 6월16일까지 총장직을 수행하고 17일부터 평교수로 돌아가는 그의 11년 4개월간의 총장직 여정이 궁금해 구체적으로 다시 물었다. 그랬더니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은 죽전과 천안 캠퍼스 통합이라고 했다. “2014년 두 캠퍼스의 중복학과 통폐합을 성공시킨 뒤 학문 단위를 대대적으로 개편했어요. 2009학년도 20개 단과대 85개 학부(과)였던 신입생 모집단위를 18개 단과대 72개 학부(과)로 조정했죠. 유사 중복학과를 합치는 대신 미래지향적인 전공을 개설하여 4차 산업혁명시대를 앞서가는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서입니다.”

장 총장이 2009년 이후 신설한 전공은 17개 학부(과)에 이른다. IT엔지니어링 분야 4개(소프트웨어학과·모바일시스템공학과·산업보안학과·에너지공학과), BT 분야 8개(의생명공학부·제약공학과·임상병리학과·물리치료학과·보건행정학과·치위생학과·심리치료학과·약학과), 국제화 및 외국어 분야 3개(국제학부·중동학·포르투갈브라질어 전공), 미래수요 분야 2개(상담학과·해병대군사학과) 등이다. 모두 4차 혁명시대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초석이다.

학문 단위 조정 과정에서 IT와 BT 분야를 강조한 것 같습니다.

“IT와 BT를 중심으로 4대 특성화를 추진했죠. 죽전캠퍼스는 ‘IT와 CT’, 천안캠퍼스는 ‘BT와 외국어교육’으로 특성화는 게 핵심입니다. 특히 2017년에는 정부의 ‘SW중심대학’에 선정되어 내년까지 국비 70억 원을 지원받아요. 거기에 교비 25억 원을 보태 총 95억 원을 지능형로봇·빅데이터공학·사물인터넷(IoT) 시스템 등 첨단 분야에 투자합니다. IBM코리아 등 글로벌 IT기업과 취업연계형 인턴십도 실시하죠. 전교생을 대상으로 코딩 수업도 합니다. 창의적 사고와 코딩 관련 327개 강좌는 1만1704명, SW입문 관련은 115강좌에 3280명이 수강했어요. 내년에는 교양과목 1강좌를 추가해 졸업 전에 3과목 6학점 이수를 의무화합니다.”

AI 시대에 대비한 커리큘럼이군요. 그런 차원에서 AI 캠퍼스 구축에도 나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학사시스템에 인공지능 챗봇 ‘단아이(DanAI)’를 도입한 것을 말하는 거군요. 올 5월 2단계 모델을 오픈한 단아이는 재학생의 ‘개인 비서’죠. 2단계 모델은 학사 정보 300여 가지에 국한됐던 시범 서비스와는 차원이 달라요. ‘학사·교과·취업 어드바이저’를 주요 메뉴로 ▷개인 시간표 ▷캠퍼스 날씨 ▷학사일정 ▷실시간 성적 ▷교과목 ▷취업진로 ▷대학생활 정보를 제공합니다. 개인 맞춤 정보이자 실생활 정보 시스템입니다.”

학생들이 첨단 마인드로 무장할 것 같네요.

“예를 하나 들죠. 단아이 학사어드바이저를 선택해 ‘코딩 교과목 검색해줘’라고 입력하면, 연관 과목과 교과 자료, 온라인 강의정보가 패키지로 뜹니다. 전화로 문의하거나 홈페이지를 일일이 검색해야 했던 학사일정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거죠. 국내 대학 최초로 위키피디아 기반 지식 질의응답 솔루션도 탑재했어요. 장학퀴즈에서 우승한 AI ‘엑소브레인’입니다.”

4차 산업혁명 이끌 융합형 인재 양성


▎올해 4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이임식에서 장호성 총장(오른쪽)이 신임 회장인 김헌영 강원대 총장과 악수하는 모습. / 사진:단국대학교
학생들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학생 중심 학사 운영이 실감 나네요.

“(웃으며) 학생이 ‘퍼스트’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학생역량 관리시스템 ‘영웅 스토리(YOUNG 熊 STORY)도 만들었어요. 학생 개개인의 4년간 활동 이력 조회, 진로·포트폴리오 작성이 가능하도록 설계됐어요. 취업·상담·학업·비교과 등 부서별로 운영하던 자료를 통합해 한 번의 로그인으로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교수는 학생의 대학 생활 전반을 들여다볼 수 있고요. 한마디로 ‘디지털 학생 족보’죠. 명칭은 대학 상징인 ‘젊은 곰’에서 따왔어요.”

장 총장의 학생 중심 경영은 ‘반값 기숙사’에서도 나타났다. 2014년 3월 우리나라 대학 최초로 반값 기숙사인 행복기숙사를 천안캠퍼스에 연 것이다. 이 기숙사는 정부가 지원해 사립대에 건립한 첫 공공기숙사다. 월 기숙사비는 사립대 민자 기숙사비 평균인 34만 원의 절반에 가까운 19만5000원이었다. 장 총장은 “천안은 전국 최초, 죽전은 수도권 최초의 공공기숙사로 두 캠퍼스에 1900여 실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전자공학과 교수였던 장 총장은 이공계 총장 전성시대의 선두주자다. 전국 대학 총장 중 이공계 출신은 현재 40여 명이다. 특히 올해는 이공계 출신이 잇따라 취임했다. 정진택 고려대 총장과 김우승 한양대 총장은 기계공학 교수 출신이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물리천문학부)과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소프트웨어학과)도 이공계다. 총장직을 1~4년째 수행 중인 이공계 출신으로는 광운대 유지상, 부산대 전호환, 서울과학기술대 김종호, 세종대 배덕효, 영남대 서길수, 인하대 조명우, 포스텍 김도연, 한동대 장순흥, 홍익대 양우석 총장 등이 있다. 세계대학평가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대학 총장의 70~80%가 이공계 전공자인 점을 고려하면 국내에선 아직 적은 편이다.

스탠퍼드·도쿄대와 ‘디자인 싱킹’ 노하우 교류


▎장호성 총장(왼쪽 두 번째)이 창업동아리를 찾아 학생들을 격려하고 있다. / 사진:단국대학교
이공계 출신 총장들이 산학협력에 강하고 4차 혁명에도 앞서가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평가해주니 고맙습니다. 작은 규모였던 우리 대학 공대는 확장 추세지만, 이과 중심 대학으로 판단하기엔 미흡해요. 인문사회계열의 전통과 저력을 따라잡으려면 분발이 필요해요. 제가 총장에 취임할 당시에는 이공계 출신은 정말 적었죠. 요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취업과 산학협력, 연구과제 수주, 첨단 트렌드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인 것 같아요.”

장 총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 고등교육의 핵심은 ‘창의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1년여 동안 제일 역점을 둔 분야이기도 하다. 관행·경험·직관에 의해 결정되던 특정 프로젝트나 과정을 문제 숙고→ 현상 이해→ 대안 제시 중심의 ‘디자인 싱킹’ 형태로 전환했다. 그 일환으로 2016년에는 ‘SW·디자인융합센터’를 설치했다. IT·SW 기술과 인문 융합 관련 연구, 그리고 정부정책 지원과 다양한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융합형 인재 양성에 나선 것이다.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올 5월 SW·디자인융합센터는 수원시와 함께 ‘2019년 스마트시티 챌린지 사업’에 선정됐다. 센터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행궁)’ 일대를 스마트 시티로 탈바꿈시키는 ‘New 1794 정조대왕 No.1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SW·디자인융합센터가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iF 디자인 어워드 2019’에서 서비스 디자인 본상을 받았어요. 산학 및 관학 협력이 더 활성화해야 합니다. 그래야 대학이 시너지를 낼 수 있어요.”

장 총장은 교육에도 디자인 싱킹을 접목했다. 디자인 싱킹을 적용한 교과목을 운영하는 한편 미국 스탠퍼드대와 일본 도쿄대와 교류하면서 노하우를 국내에 전파했다. 그러자 5급 신임사무관 창의 교육(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2016)과 글로벌 창업가 혁신역량 강화프로그램(미래창조과학부, 2016) 등 정부의 위탁 교육 러브콜이 이어졌다. 디자인 싱킹이 ‘혁신 교육 플랫폼’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다.

창의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창업에 나서도록 돕기 위해 장 총장은 직접 ‘4차 혁명 선도 교육혁신위원회’도 이끌었다. 산업체와의 연대를 통해 융합지식과 4C(비판적 사고력, 소통력·창의력·협업력) 역량을 갖춘 인재를 키워낼 초석을 깔아 놓은 것이다.

창업친화형 학사 운영은 효과를 가져오고 있나요?

“창업휴학과 창업대체학점제 등 창업친화적 학사제도로 수도권·충청권·강원권을 대표하는 창업교육 거점센터가 됐습니다. 예비 창업자의 시제품 제작을 돕는 ‘메이커 스페이스’를 비롯해 실전 창업 교육 프로그램인 ‘다산청년창업사관학교’, 화이트 해커를 양성하고 창업으로 유도하는 ‘문제 해결 해커톤’ 등을 도입했죠.”

학생들의 참여도나 성과는 어떻습니까?

“2014년 창업지원단을 설치해 창업이론과 실무정보를 실시간으로 전파하고 있어요. 최근 3년간 3만2208명이 772개 창업 강좌를 수강했어요. 2018 이공계 대학평가에서 창업강좌 이수 학생 1위, 창업전담 인력 2위, 창업학생비율 11위를 했고요. 스타트업 매출액도 지난해 29개 업체가 200억원을 달성했죠. 창업동아리(40개)를 선발해 최대 1000만원을 지원하고, 창업특기생 입학전형 신설 등 성과가 이어져 6년 연속 창업선도대학에 선정됐습니다.”

6년 연속 창업선도대학, 네오펙트는 코스닥 상장


▎올해 4월 장호성 총장(왼쪽 일곱 번째)이 충남 최초의 단국대병원 암센터 착공식에서 착공버튼을 누르고 있다. 250병상 규모의 암센터는 2021년 10월 완공 예정이다. / 사진:단국대학교
장 총장은 지난해 11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입주기업 ㈜네오펙트의 예를 들었다. 재활의료기기 전문 기업인 ㈜네오펙트는 뇌졸중, 치매환자 등 신경성 환자가 AI에 기반한 재활훈련이 가능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해 보급하는 기업이다. 대표 제품은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다. “지루한 물리치료 재활훈련을 벗어나 게임을 즐기듯 글러브를 착용하면 센서가 손가락의 움직임을 자동 측정해 환자 상태를 평가한 뒤 적합한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특징입니다.” 네오팩트는 2014년 대학에 입주했다. 4년 만인 2018년 매출액 57억 원을 돌파했고 11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한국 최초의 지카바이러스 진단키트로 700억 원 매출을 올린 ㈜젠바디, 산학협력단 기술지주 자회사로 성장한 학내 벤처 ㈜케이스건축도 주목받고 있다. 현재 죽전 41개, 천안 19개 모두 60개의 입주기업이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천안 캠퍼스의 BT 특화도 궁금합니다.

“올인원(All-in-One)이 목표입니다. 의대·치대·약대·간호대·보건과학대, 의대·치대 병원, 기초과학분야·농생명 계열로 기능을 나눠 하나의 캠퍼스 안에서 생명과학 전 분야를 특화한다는 전략이죠. 약사 국가고시는 전국 최고 합격률을 기록했고, 간호 인재 양성의 전문성도 배가되고 있어요. 특히 한국연구재단의 ‘켐바이오 글로벌 전문인력 양성사업’을 수주해 사업비 100억 원을 투입했죠. 응용화학과 생명공학, 의·치·약학을 융합한 전문교육이 성과를 낼 겁니다.”

문화기술(CT)분야는 다소 생소합니다.

“방탄소년단(BTS)처럼 문화예술 콘텐트는 엄청난 부가가치가 있고, 선진국 척도이기도 합니다. 단국대는 영화·연극·뮤지컬·도예·디자인·미술·무용·음악·문예창작 등 문화예술 전반을 아우르는 학과 운영을 통해 문화강국 인재 양성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몽골 공연을 다녀온 무용과는 그 전에도 미국·헝가리·스웨덴·중국 등 세계 전역을 순회하며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전파했어요. 특히 동양학연구원은 세계 최대 규모의 한한대사전(漢韓大辭典, 16권)을 2008년 완간해 학계를 놀라게 했죠. 한국대학사 100년을 통틀어 최고의 역작으로 평가받아 교육부장관상을 받았어요.”

단국대는 전통적으로 문화·예술·스포츠 분야를 중시한다. 체덕지(體德智)를 강조해온 학풍으로 전체 입학정원의 16.7%가 예체능계다.

외국어 교육에 정성을 쏟는 것도 특이하다. 단국대가 외국어 교육에 특화한 것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외국어’ 하면 ‘한국외대’가 떠오를 정도로 ‘외대’ 각인효과는 크다. 그런데 단국대는 의외로 외국어에 강하다. 영어·독일어·프랑스어·스페인어·러시아어·포르투갈브라질어·중국어·일본어·몽골어·아랍어 등 세계 10개 주요 언어 사용국가의 ‘입’을 키워낸다. 6개 대륙 언어를 모두 포함한다.

외국어 교육을 이렇게 열심히 하는 줄은 몰랐습니다.

“특수외국어와 지역학에 능통한 인재 양성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어요. 몽골학과는 몽골학 분야에선 국내 최초입니다. 몽골 전·현직 국회의원의 연례 초청특강, 몽골 학자 초청, 몽골 내 한류 전파에도 힘쓰고 있어요. 10여 년 동안 의대가 포함된 봉사단을 몽골에 파견하고, 몽골연구소에서 8만5000여 표제어를 망라한 ‘몽골어-한국어 대사전’ 발간도 준비 중입니다.”

인터뷰하던 중 병원 얘기도 나왔다. 단국대 병원은 이익을 따지지 않고 인술을 전파한다는 철학으로 유명하다. 기존의 단국대 병원과 치대병원, 죽전 치과병원을 운영하면서 세종시에 세종치과병원과 병원 분원을 설치했다. 지역사회 의료공백을 최소화한다는 취지에서다. “최근에 충남 최초의 250병상 암센터를 기공했어요. 2021년 완공 예정인 암센터는 그동안 분산되었던 암 진료 기능을 통합해 암 예방과 연구, 환자 관리, 교육 기능을 선진화할 계획입니다.”

독립운동가 장형 선생이 세운 단국대, 올해 72주년


▎지난해 10월31일 만델라 탄생 100주년기념음악회가 끝난 뒤 장호성 총장이 글로리아 밤 주한 남아공대사에게 만델라 초상화를 전달하는 장면. / 사진:단국대학교
장 총장은 단국대의 민족정신도 강조했다. 단국대는 백범(白凡) 김구 선생과 함께 독립운동을 했던 독립운동가이자 장 총장의 조부인 범정(梵亭) 장형(1889~1964) 선생과 혜당(惠堂) 조희재 여사(1892~1947)가 1947년 설립한 민족대학이다. 장형 선생은 신민회 시절부터 독립운동에 투신한 인물이다. 신흥무관학교 학생 모집 특무공작을 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만주 독립군부대에 군자금을 제공하는 등 임시정부 국내 거점의 중심인물로 활동했다. 1945년 8월15일 광복 이후에도 백범과 함께 건국실천원 양성소를 운영하고 전국통일학생총연맹을 조직해 민족통일 운동에도 앞장섰다. 그런 연유로 대학을 세울 때 교명을 단군의 자손이라는 의미를 담아 ‘단국(檀國)’으로 지었다고 한다. 백범이 추진하던 통일운동의 열망과 시대정신을 담아 남북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시조 단군의 이름을 차용했다. 설립단계부터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하고 민족통일을 대학의 가치로 삼은 것이다.

장 총장은 남북체육 교류의 산증인이자 한반도 단일기를 성사시킨 장충식 단국대 이사장의 1남 3녀 중 맏이다. 장 이사장은 아들을 “자기 힘으로 살아가게 했다”고 했다. “자식을 학교로 들이지 않겠다”며 미국 유학을 다녀온 아들을 단국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들은 1994년부터 한양대에서 강사로 시작해 6년간 교수로 재직했다. 장 이사장은 이렇게 술회했다(월간중앙 2019년 1월호).

“아들이 미국서 공부하고 돌아와 한양대에 재직했다. 연구와 강의에만 몰두했다. 거기서 1등 교수로 인정받더라. 그러던 차에 한남동에서 죽전으로 캠퍼스를 옮기려고 하니까 학생들이 계란 세례를 했다. 서울 소재 대학이 캠퍼스를 옮긴 전례가 없고 국가 지원도 없으니 그럴 만했다. 하지만 주차도 할 수 없고 인프라도 부족한 서울캠퍼스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때 할 수 없이 아들을 데려온 것이다. 학사적인 측면보다는 개혁을 하라고 했다.”

아들은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할까?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다르셨어요. 할아버지는 무섭고 엄격하셨죠. 어린 시절 종로 내수동 집에서 항상 무릎 꿇고 앉았던 게 기억나네요. 늘 바쁘셔서 손주 안아주는 할아버지들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죠. 반면 아버지는 신식이셨어요. 자식들에게 자상했고, 부지런하고, 노력하는 스타일이죠. 물질적인 도움을 거의 주지 않으셔서 유학 시절에도 강의·연구 조교를 하며 등록금을 벌었어요. 자기 힘으로 살아가고 재물에 대한 욕심을 멀리하라는 훈육 방법이 남다르셨던 것 같아요.”

대학 체육 활성화 이끈 스포츠 애호가

장 총장은 스포츠를 좋아한다. 테니스와 스키 실력은 수준급이다. 대한민국 스포츠계의 거목인 아버지 못지않게 대외 스포츠 활동도 열정적이었다. 2005년 동계유니버시아드와 2011년 하계유니버시아드 단장을 역임했고,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 회장을 맡아 대학 스포츠 활성화에 앞장서 왔다. 최근에는 운동선수들이 학업도 충분히 병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고, 학내 8개 종목의 코치진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안정적으로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도록 했다. 단국대는 스포츠 투자를 통해 동·하계올림픽(금 13, 은 4, 동 1), 아시안게임(금 11, 은 10, 동 14), 세계선수권대회(금 27, 은 15, 동5)에서 모두 100개의 메달을 따냈다. 특히 겨울스포츠 불모지였던 빙상과 스키 종목 선수를 발굴하고 럭비와 조정 등 비인기 종목을 키워냈다.

총장직을 내려놓았으니 좋아하는 운동도 할 수 있겠습니다.

“예전에는 하루를 테니스로 시작할 정도였죠. 그런데 바쁘기도 하고 아킬레스건도 다쳐 잘하지 못했어요. 이제는 떨어진 체력도 보강할 겸 운동도 열심히 해야죠.”

장 총장은 박원순 서울시장과는 경기고 70회 동기다. 두 사람은 지난해 2월 신입생 입학식에서 ‘장호성, 박원순의 청춘에게 말하다’ 토크콘서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정작 둘은 고교 때는 잘 몰랐다고 한다. 박 시장은 문과, 장 총장은 이과여서 서로 마주칠 일이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서강대 전자공학과에 진학한 장 총장은 ROTC를 했다. “졸업 후 방위산업체에 갈 수 있었지만, 이왕 군대 갈 거면 장교로 가자는 생각을 했죠. 황준성 숭실대 총장과는 16기 동기입니다. 경기도 포천 5군단에서 복무한 뒤 유학을 갔는데 공부를 놓았던 터라 힘들었죠. 난관은 그때뿐, 도전하면 극복할 수 있어요. 미래 주인공인 청년들도 도전하고 도전하길 바랍니다.”

격동의 11년 총장직에서 물러난 장 총장은 “새 리더에게 바통을 넘겨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늘 책상을 깨끗하게 정리해 놓고 일했다”며 담담해 했다. “그간 못했던 개인사도 정리하려 합니다. 독서도 많이 하고 음악도 좀 하고요. 클라리넷은 두 달 배웠는데 혼자 연습하는 데는 한계가 있더군요. 문화센터를 물색 중입니다. 이젠 홀가분합니다.”


[박스기사] 장호성 총장 약력


■ 1955년 서울 출생
■ 1974년 경기고, 1978년 서강대 전자공학과 졸업
■ 1985년 미국 오리건주립대 공학석사, 1993년 공학박사
■ 1994~2000년 한양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 2000년 단국대 전자공학과 교수
■ 2002~2008년 기획부총장, 천안캠퍼스 부총장, 의무부총장
■ 2008년부터 제 15·16·17대 총장 역임
■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장, 아시아대학스포츠연맹 부회장, 2011 하계유니버시아드와 2010 세계청소년올림픽 한국선수단장
■ 십자공로 훈장(2016, 헝가리 정부), 북극성 훈장(2014, 몽골 정부)

※ 양영유 교육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 고려대 영어교육학과를 나와 한국외국어대에서 교육저널리즘으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9년부터 중앙일보 기자로 활동하며 교육데스크, 정책사회데스크, 사회1데스크, 행정국장, 사회 에디터를 거쳐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마음은 따뜻하고 시선은 엄정해야 한다는 저널리즘 소신을 갖고 있다. 공저[한국의 파워 엘리트]와 역서[멀티미디어 조직혁명]이 있다.

201907호 (2019.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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