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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현안기고(1)] 중국 경제 위기론의 실체 

“부채절감, 구조조정 없는 중국 신드롬은 허상” 

연평균 9% 지속 성장은 전례 없어… 中 인건비 상승으로 수익성 약화
지도부는 정치적 안정 위해 체질 개선 미뤄… 미국과의 패권 경쟁도 부담


▎중국 경제의 힘으로 세계는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 이번에는 중국이 위기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돈다.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걱정도 늘어났다. 우리 수출의 약 25%가 중국을 향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볼 때 염려는 당연하다. 1997년 외환위기로 어려움에 부닥친 한국 경제에 급부상하던 중국 경제는 단비 같은 존재였다. 중국 경제의 부상을 한국만큼 잘 활용한 국가는 찾기 힘들다.

문제는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번영 여부가 우리 능력 밖의 사안이라는 현실이다. 상황이 그러하기에 중국 경제의 근본 문제점, 그것을 극복하는 중국 자체의 방안, 그리고 현재도 지속하고 있는 미·중 경제 마찰의 전망 등을 예의 주시하며 우리의 대응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

중국 경제 불패론은 없다


▎12월 13일 중국 국무원이 심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타결 소식을 전하고 있다. / 사진:중국국무원 신문판공실
연평균 8% 이상의 초고속 성장은 지속 가능할까? 역사적으로 그런 위업을 달성한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초고속 성장의 대명사인 한국, 대만, 일본 그리고 소련 등 어느 국가도 특정 시점에서는 성장률이 꺾였다. 덩치가 큰 중국 경제의 고속 성장이 대단한 것은 사실이지만, 10년 단위 계산에서는 구소련의 성장률이 최고였다. 30년 단위로 보면 한국의 수치가 단연 돋보인다. 일본 경제의 경우 1990년대 초부터 성장률은 급격히 떨어졌고, 그 후 현재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1%를 넘지 않는다. 한국 역시 1997년 외환위기를 경험한 후 경제성장률은 가시적으로 추락했다. 1970년대 말부터 경제 부진에 시달리던 구소련은 끝내 출구를 찾지 못한 채 1990년대 초 국가 자체가 해체되는 비극을 맞았다. 대만 역시 한국의 추락과 비슷한 시기에 성장률이 가시적으로 하락했다.

지난 10여 년 우리를 감쌌던 중국 경제 대망론이 역사적으로는 근거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이 국가들이 비슷한 궤적을 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특정 국가의 전체 경제는 총공급과 총수요로 구분된다. 총공급은 1년 동안 한 국가가 생산한 모든 재화와 용역의 합을 의미하는데, 이를 국내총생산(GDP)이라고 부른다. 반면 대응 개념인 총수요는 네 분야로 나누어진다. 민간소비, 정부지출, 투자, 그리고 대외부문인 수출과 수입의 차이, 즉 순수출 등이 그것이다.

GDP가 성장한다는 것은 총수요의 네 항목 중 어느 하나라도 과거보다 팽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에서 소개한 고속 성장 국가들은 성장 이전까지 개인소득의 열세로 소비 부진에 시달렸다. 그렇다면 어떤 변수의 변화를 통해 경제성장을 촉진할 수 있었을까? 당연히 투자와 순수출(수출-수입)일 것이다. 투자를 위한 국내자본이 부족하면 외국에서 자금을 차입하든가 아니면 외국기업의 국내투자가 증가하면 된다. 투자 덕분에 생산이 증가하지만, 국내 소비 부진으로 생산품을 모두 흡수할 수 없으면 외국시장 판매라는 대안이 존재한다. 구소련은 무역부문의 활성화에 의존하지 않았지만, 투자가 급팽창한 점은 만국 공통이다. 국가들 모두가 투자와 수출에 목매는 이유를 알 수 있다. ‘투입(투자) 중심 수출주도형 경제성장 정책’이라는 용어는 이렇게 탄생했다.

연구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2000~2015년 중국 GDP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율의 평균치는 연간 48% 정도, 민간소비 비율은 35% 내외였다. 같은 기간 미국 경제는 투자의 경우 연평균 약 15%, 민간소비는 71% 안팎이라는 수치를 기록했다. 양국 모두 소비와 투자 비율이 GDP 대비 80%를 넘는 사실에 비춰 두 변수가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요인임을 알 수 있다. 놀라운 것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사실상 투자가 좌우했지만, 미국은 반대로 소비가 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경우 투자를 지속할 수 있다면, 지속적인 고성장 역시 가능하다는 점을 알려준다.

경제의 연착륙을 방해하는 정치 구조


▎리커창 중국 총리는 중국 경제의 구조개혁을 주장했지만 정치논리에 막혔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2008년 이전 중국 경제의 자본 투입 효과는 거의 최고 수준이어서, 100을 투자하는 경우 산출, 즉 GDP는 90 이상 증가했다. 그러던 것이 2013년에는 투입 대비 1/3만 산출됐고, 2018년에는 그 비율이 1/4로 떨어졌다. 즉 100을 투입하면 단지 25의 산출이 가능했다. 전문용어로는 자본의 한계효율 저하라고 부르는데, 2008년 이후 중국 경제가 이 덫에 걸렸음을 알 수 있다. 2008년 이전의 연평균 성장률 9%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18년 현재 2008년 대비 무려 4배의 자본이 투입돼야 한다. 그 많은 돈은 어디서 날까? 은행대출을 지속해서 늘리며 투자를 어느 수준으로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성장률은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중국의 부채가 급속도로 늘어난 배경이다.

2007년만 해도 중국 총부채는 GDP 대비 약 150%였으나, 2019년 현재는 300%를 상회하고 있다. 이 중 기업부채는 GDP 대비 200% 정도다. 국제결제은행이 2017년 추정한 GDP 대비 약 65% 수준의 숨은 빚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부채로 성장을 뒷받침해도 2019년 성장률은 중국 당국 통계에 근거해도 6% 정도 수준이다.

생산 요소비용의 상승이 주원인인데, 2008년 이후 10년 동안 특히 중국 평균임금이 약 300% 오른 것이 핵심 이유였다.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투자 대비 산출은 날이 갈수록 저조해지는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을까? 2013년 중국 경제 총수인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해결책을 제시한 적이 있다. 같은 해 6월 발표된 리 총리의 처방을 서방 전문가들은 ‘리커노믹스(Likonomics)’라고 부른다.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의도적인) 경기부양책 금지(no stimulus), (과도한 부채를 줄이는) 채무 절감(de leveraging) 그리고 구조 개혁(structural reform)’ 등이 핵심 내용이었다. 경기부양책 금지는 통화 및 재정 팽창을 통한 경기부양을 지양한다는 뜻이고, 채무 절감은 앞서 소개한 과도한 부채의 축소를, 구조개혁은 한계 기업과 은행의 정리를 의미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채 절감과 구조조정이었는데, 바로 여기서 경제는 정치와 만나게 된다.

부채 축소는 중국 경제의 빚에 의존한 성장 메커니즘에 비추어 경제성장률 저하를 감수해야 가능하다. 구조개혁은 한국의 외환위기 시 경험을 보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IMF 관리체제 아래에서 30대 대기업 중 절반이 문을 닫거나 통폐합됐다. 30대 시중은행의 반 정도가 같은 길을 걸었다. 한국은 위기가 닥친 후 강제로 구조조정을 했다는 특징이 있지만, 중국 역시 한계 기업과 은행을 정리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리커창 총리의 신경제정책 발표 후 얼마 안 가 리커노믹스는 사실상 폐기됐다. 2개월 후인 8월 리 총리 자신이 ‘성장률이 7%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조건에서 구조조정을 한다’고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당시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권력을 한창 강화할 시기였다. 구조조정을 하면 경제성장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실업 또한 가시적으로 늘어날 것이며, 가뜩이나 불안한 부동산 버블 역시 터질 가능성이 높다. 이때 정치·사회적 동요가 있다면 시진핑을 비롯한 집권층은 어려움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1989년 천안문 사태는 반면교사였다. 따라서 정권의 명운을 걸기 전에는 개혁이 쉽지 않았다. 2018년 초부터 과거와는 달리 총리가 경제정책과 상황을 주석에게 보고하는 것이 의무화됐다. 중국에서 구조조정과 부채축소가 정치화되는 이유와 과정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미·중 대결은 한쪽이 굴복해야 끝나

2018년 3월 미국이 전년 기준 3750억 달러를 기록한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2000억 달러 줄이라고 요구하며 미·중 경제 마찰이 시작됐다. 지속적인 관세 인상이 이어졌고, 2019년 말 기준 미국은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 추가 관세, 2000억 달러의 수입품에 대해서는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2000억 달러에 대한 관세를 2020년 1월 25%로 올리겠다’고 위협하는 가운데 2019년 9월 이후 양국의 협상이 개시돼 12월 1차 합의에 따라 추가 관세가 유예되기에 이르렀다. 중국 역시 보복을 감행, 현재까지 16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는 25%의 추가 관세를, 600억 달러어치에 대해서는 5~25%의 차별 관세를 부과했다.

관세 보복은 핵심 사안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자 미국의 요구가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 축소 쟁점을 넘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바람은 대단히 포괄적이다. ‘중국 제조 2025’를 위한 중국 정부의 대(對)기업 보조금 및 그 밖의 지원 중단, 지적재산권과 상업기밀 절취 금지, 외국기업과 투자자에 대한 중국 내 동등한 대우, 중국 금융의 자유화 및 개방을 포함한 서비스 시장개방 등, 중국 경제 구조 자체가 변하기 전까지 만족하게 하기 어려운 요구사항이 많다.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특성상, 중국기업은 8대 기간산업을 독점하고 있는 국유기업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보조금이나 금융 지원 등을 중단하라는 것은 국유기업의 존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전체 은행의 약 83%가 국유은행이어서 은행 역시 경쟁력이 있을 리 없다. 금융시장 개방은 그런 국유은행이 훈련 없이 새로운 게임에 임하는 상황을 상정한다. 기술 절취 중단은 앞서 소개한 자본효율 저하 상황의 핵심 타개책인 기술 향상에 치명적인 제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중국 경제의 구조조정, 즉 시장경제로의 전환으로 귀결된다.

미·중 경제 마찰 초기에는 무역문제가 타결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봤다. 중국 역시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고 여객기와 같은 미국의 수출품을 대량 구매하면 타협이 가능하리라고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쟁점은 구조조정을 넘어 인권 등 정치문제로 비화했다.

전문가들이 양국 갈등을 패권경쟁으로 간주하는 이유다. 공산당 일당 독재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중국과 민주주의 시장경제의 미국이 서로 다른 체제를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과거 공산주의 소련과 자유주의 미국의 경쟁이 소련 멸망 후 종식된 사례는 패권 경쟁의 속성을 보여준다. 결국 양국의 경제 마찰이 쉽게 해결되기 힘든 상황이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 경제 마찰에 따른 미국의 피해는 미미하다고 밝혀졌다. 중국 당국의 공식 자료 부재 때문에 중국의 피해 규모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다음의 충격은 분명해 보인다. 대미 수출이 중요한 중국 내 외국기업의 탈중국 가시화, 심리적 불안의 증폭으로 중국인과 외국인의 외화 반출 증가, 부동산 침체의 지속과 버블 붕괴 가능성 증대, 중국기업과 은행 부도율의 가시적 상승 등이 그것이다.

한국, ‘중국 만능주의’를 경계할 때

중국 경제의 근본 문제는 외부보다 내부에 있다. 자본의 한계효율 저하 현상에 기업 부채, 금융 부실, 부동산 거품 등 모든 사안이 엮여 있다. 해결책은 2013년 리커창 총리가 분명히 제시했다. 부채 축소와 구조조정 이외의 해결책은 없다는 점을 총리가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그것은 실행되지 않았고, 중국 정치의 모순이 실천 부재의 원인이었다. 한국을 위시한 어떤 국가도 중국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없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중국 경제에는 아직 위기가 닥치지 않았다. 중국 당국의 결단이 절실하다.

한국 수출의 중국시장 의존도가 높은 것은 양국 산업구조의 부산물이었다. 한국이 오래전부터 핵심 중간재를 일본에 의존해왔던 것과 비슷하게 중국 산업의 한국 부품, 소재, 기초 원료에 대한 의존도는 대단히 높다. 한국의 대중 수출품에서 일반소비재 비율이 2.5% 이하라는 통계는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중국 수출이 늘면 한국 중간재의 대중 수출 역시 증가하는 구조다. 중국 경제가 미국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팽창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추가되면서 한국인은 중국 신드롬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 기업과 한국인, 중국 경제와 관련이 있는 국내의 기업이나 기관 등 거의 모두는 중국 경제가 서서히 침하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삼성이 최근 중국 공장 중 큰 것을 폐쇄했고, 현대자동차가 철수를 고려하고 있다는 등의 소식이 보도된 적이 있다. 한국 기업 역시 중국 경제의 문제점에 대비하고 있는 셈이다. 대일 희토류 금수 조치 이후 일본은 중국에 대한 의존을 피하기 위해 수출 및 투자시장 다변화를 모색했다.

중국 경제가 부흥해서 우리에게 손해될 일은 논리상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드러나고 있기에 대비를 하자는 것이다. 중국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해소되면, 한국 사업가들에게는 더 큰 기회가 올 수 있다. 그렇기에 일방적인 장밋빛 전망을 버리고 문제가 해결되는지를 면밀히 관찰하며 사업을 하자는 것이다.

- 김기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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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호 (2019.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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