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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제11회 ‘홍진기 창조인상’ 영광의 얼굴 

시대 선도하는 창의성으로 대한민국의 힘과 긍지 펼치다 

특별상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과학기술부문 장혜식 서울대 교수, 문화예술부문 고선웅 연극 연출가 수상… 5월 1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이홍구 유민문화재단 이사장 등 참석한 가운데 개최

올해로 11회째를 맞는 ‘홍진기 창조인상’은 대한민국 건국과 산업 발전기에 정부·기업·언론 분야에서 창조적인 삶을 실천하는 데 힘을 쏟았던 고(故) 유민(維民) 홍진기(洪璡基, 1917~1986) 중앙일보 선대회장의 유지를 기리기 위해 2010년 제정됐다.


▎제11회 홍진기 창조인상 시상식에 참석한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고선웅 연극 연출가,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장혜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이홍구 유민문화재단 이사장(오른쪽부터). / 사진:유민문화재단
5월 1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1회 ‘홍진기 창조인상’의 영예는 이어령(86) 전 문화부 장관(특별상), 장혜식(40)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과학기술부문), 고선웅(52) 연극 연출가(문화예술부문) 등 3명에게 돌아갔다. 열한 번째 영예를 안은 올해 수상자들은 시대를 선도하는 혁신적 창의성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힘과 긍지를 펼치고 새 비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매년 과학기술·사회·문화예술 세 분야에서 창의적인 업적으로 미래 가능성이 열려 있는 40대 연령 안팎의 개인이나 단체를 발굴하는 ‘홍진기 창조인상’은 올해는 사회부문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았다. 대신 21세기 화두인 ‘창조’의 이론을 형성하고 실천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을 특별상에 선정했다. 아울러 올해 시상식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수상자만 참석하는 방식으로 축소해 진행됐다.

이들 수상자는 각 부문 저명인사와 교수로 구성된 창조인상위원회가 국내외 각계 전문가들과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후보자들을 추천받아 두 달 동안 엄격하고 공정한 심사를 거쳐 결정했다. 심사는 이홍구 전 총리, 송호근 포항공대 석좌교수, 김명자 (사)서울국제포럼 회장,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이건용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김은미 서울대 교수가 맡았다.

특별상에 선정된 이어령 전 장관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성인이다. 이 전 장관은 1956년 평론 ‘우상의 파괴’로 문단을 뒤흔들고 김동리·황순원·서정주 등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후 문화 예술의 자율성을 강조하며 문학이 사회 비판의 무기로 사용되는 것을 경계해 순수-참여 논쟁을 촉발했다. 이후 60여 년간 소설·문학비평·에세이 등으로 남긴 저작 130여 종은 한국인의 현재를 진단하며 문화적 실천 방안을 제시했다. 1988년에는 서울올림픽 개막식을 총지휘했으며 1990년 문화부 초대 장관으로 1991년까지 재직했다. 이 전 장관은 당시엔 흔하지 않은 ‘창조’라는 키워드를 오래전부터 강조했다. 2009년엔 각 분야 멘토들이 학생들을 온·오프라인에서 지도해주는 창조학교를 만들었다.

장혜식 교수는 촉망받는 생물정보학자다. 장 교수는 노벨상 후보로 손꼽히는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전체와 RNA 전사체를 모두 분석했다. 이를 생명공학 논문 사전 게재 사이트인 [바이오 아카이브(BioRxiv)]에 공개했다. 특히 조각 RNA까지 전부 해독하려면 보통 6개월이 걸리지만, 장 교수 연구팀은 이를 3주 만에 끝냈다. 최근 3년간 활용하던 나노포어 RNA 직접 서열 분석법(nanopore direct RNA sequencing)을 적용해 유전체와 전사체가 모두 RNA로 이루어진 코로나바이러스를 단시간에 분석했다. 향후 코로나19 진단 시약의 정확성을 높이고 치료제 개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예술부문 수상자인 고선웅 연출가는 2005년 극단 극공작소 마방진을 창단한 이래, 연극 [조씨 고아, 복수의 씨앗] [푸르른 날에],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 오페라 [1945]와 뮤지컬 [광화문 연가] [아리랑]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화제작을 잇달아 내놓았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춰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인기가 높다. 대한민국연극대상, 차범석 희극상, 이해랑 연극상을 두루 석권했으며, 2018년 평창 동계패럴림픽 개·폐회식의 총연출을 맡기도 했다.

‘한국에서 가장 바쁜 연출가’라는 수식어가 붙는 그는 한 해에 적어도 6개 이상의 작품을 무대에 올릴 만큼 다작하는 연출가로 꼽힌다. 원작을 비틀고 해체해 재탄생시키는 데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고 연출가는 작품을 통해 특유의 압축적 구성과 맛깔난 대사로 동시대적 메시지를 끌어내는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이번 홍진기 창조인상 수상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JTBC 다큐멘터리 [시대코드No.0 창조: 포스트 코로나 시대, 뉴노멀을 만들어가는 창조인들의 이야기](가제)는 5월 30일 오전 10시 10분부터 50분간 방영될 예정이다.

-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2006호 (2020.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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