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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다 다이사쿠 칼럼] 위기 대비해 ‘국제연대세(稅)’ 신설을! 

“교육의 빛은 누군가의 뒷받침 없으면 꺼지고 말아” 

분쟁·재해 탓 배울 기회 잃은 어린이·청소년 1억400만 명
남녀 평등하게 교육받으면 폭력·분쟁 발생 확률 37% 줄어


▎2008년 8월 일본 나가노 연수원에서 이케다 다이사쿠 SGI 회장(오른쪽)이 래리 히크먼 박사(왼쪽 첫째), 짐 개리슨 박사와 함께 인간교육을 주제로 대담했다. ‘존 듀이 협회’ 회장을 역임한 두 박사와 그 뒤에도 계속 대화해 대담집 [인간교육을 향한 새로운 흐름]을 발간했다. / 사진:SGI
유엔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이념으로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다’는 정신을 내건 가운데 교육에 관한 분야에서는 분쟁이나 재해 등의 영향으로 교육받을 기회를 잃은 어린이를 지원할 방법을 강화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교육의 권리 보장을 명기한 ‘아동권리협약’을 발효한 지 올해로 30주년을 맞습니다. 이 조약은 바야흐로 유엔 가맹국보다 많은 196개 국·지역이 참여해 전 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인 인권조약이 됐습니다. 이 조약을 발효할 당시에는 초등학교에 다닐 기회를 얻지 못한 어린이들의 비율이 약 20%였는데 지금은 10% 이하로 줄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진척이 있는 반면 분쟁이나 재해 영향을 받은 나라의 어린이들은 대부분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분쟁이 그치지 않는 중동 예멘에서는 어린이 240만 명이 학교에 다니지 못합니다. 또 학교 시설도 공격을 받아 심하게 파손됐거나 군사기지 또는 피난소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재해가 이어지는 방글라데시에서는 많은 가정이 가난이나 피난생활에 쫓겨 아이들의 건강이 위태롭고 교육 받을 기회를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 세계에는 이러한 분쟁이나 재해의 영향으로 교육 받을 기회를 잃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1억400만 명이나 되는데 인도적 지원금 중에서 교육에 분배되는 금액은 2%밖에 되지 않습니다. 식량이나 의약품 등 물자 지원과 비교해 ‘인명에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긴급사태가 일어난 직후뿐 아니라 복구가 시작된 이후에도 뒤로 밀리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유엔아동기금(Unicef)이 강조하듯 아이들에게 학교의 존재는 일상을 되돌리기 위한 소중한 공간입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분쟁이나 재해로 입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85억 달러 vs 1조8220억 달러


▎2019년 2월 미국 소카대학교 (創價大学校)에서 개최한 제15회 ‘창가교육 심포지엄’. 학생과 교직원을 비롯해 각국 지성이 참석해 유엔 SDGs의 달성을 위해 창가교육이 어떻게 공헌할 수 있는지를 탐구했다. / 사진:SGI
이러한 문제를 바탕으로 4년 전 ‘세계인도주의정상회의(World Humanitarian Summit)’에서 유엔아동기금이 주관하는 ‘ECW(Education Cannot Wait )기금’을 설립했습니다. 긴급 시에 사용할, 교육에 특화된 첫 기금으로, 지금까지 인도적 위기에 둘러싸인 190만 명 이상의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교육 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길을 열었습니다.

긴급 시에 이뤄지는 교육 지원은 인도적 위기가 길어질 경우 교육 지원과 함께 아이들이 안심과 희망을 되찾고 장래 희망을 꿈꾸며 앞으로 나아가는 데 더없이 소중한 기금일 뿐 아니라 지역이나 사회에도 평화와 안정을 가져오는 원천입니다.

야스민 셰리프 ECW기금 사무총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약 시민과 난민들이 읽고 쓰기를 못하고 논리적인 사고를 못해 교사나 변호사·의사가 없다면 어떻게 경제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사회를 구축할 수 있겠습니까?” “교육은 평화와 관용 그리고 상호 존중을 촉진하는 열쇠입니다.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평등하게 교육받을 경우 폭력이나 분쟁이 발생할 확률은 37%나 줄어듭니다.”

ECW 기금을 설립한 2016년에 추계한 바에 따르면 인도적 위기에 놓인 어린이 7500만 명에게 기초교육을 제공하는데 해마다 85억 달러가 필요하고 한 사람당 연간 113달러가 필요하다고 예측했습니다. 현재 그 대상 인원은 1억400만 명에 이르러 필요한 금액도 점점 늘어나지만 전 세계가 1년간 사용하는 군사비용인 1조8220억 달러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한 자금을 국제적인 지원 등으로 확보하면 어려운 상황에 놓인 많은 어린이가 희망찬 인생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안심하고 존엄하게 살 수 있는 지속가능한 지구사회를 구축하는 도전의 하나로 ECW 기금의 자금기반을 강화해 긴급 시에 필요한 교육 지원을 강력히 추진해야만 합니다.

일찍이 저는 2009년에 발표한 제언에서 유엔이 당시 추진한 ‘새천년개발목표(MDGs)’의 달성을 뒷받침하려면 국제연대세 등 혁신적인 자금조달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창했습니다. 그러한 체제는 SDGs를 추진하는 데 더욱 필요하기에 ‘교육을 위한 국제연대세(稅)’를 신설하고 더불어 자금 기반을 강화할 방법을 검토해야 합니다.

우리 SGI도 사회적인 활동 3가지로 평화와 문화 그리고 교육에 힘을 쏟아 ‘민중의, 민중에 의한, 민중을 위한 임파워먼트(내발적인 힘의 개화)’ 활동을 세계 192개 국·지역에서 펼치고 있습니다. 교육자인 마키구치 쓰네사부로(牧口常三郞) 초대 회장과 도다 조세이(戶田城聖) 제2대 회장이 지금으로부터 90년 전(1930년 11월 18일)에 발간한 [창가교육학체계] 판권에 그 정신의 원류를 상징하는 문양이 있습니다. 램프에 불이 환하게 켜진 모양으로 그 문양은 케이스와 책 표지에도 각인돼 있습니다.

“공부할 수 있는 지금이 가장 기쁩니다”


▎1930년 11월 18일에 발간한 [창가교육학체계] 제 1권. 책의 케이스에는 마키구치 초대 회장의 이름 밑에 램프 문양이 새겨 있다. 똑같은 문양이 판권에도 새겨져 있다. / 사진:SGI
사회가 큰 혼란이나 위협에 뒤덮이면 그 폭풍우에 가차 없이 떠내려가 거센 파도에 번롱(樊籠)당하는 대상이 특히 늘 아이들입니다. 그러한 상황을 마음 아파한 마키구치 회장은 교육의 제일선인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의 마음에 희망을 밝히는 일에 최대한 정열을 쏟았습니다. 그리고 행복한 인생을 여는 힘을 기르는 인간교육의 방법을 연구한 결정체가 바로[창가교육학체계]라는 위대한 저서입니다.

램프의 적절한 표현처럼 교육의 빛은 누군가의 뒷받침이 없으면 꺼지고 맙니다. 계속 정열을 쏟는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을 뒷받침하는 사회가 있어야 비로소 빛납니다. 유엔의 SDGs에서 ‘모든 어린이에게 양질의 교육을 보장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는데도 분쟁이나 재해의 영향을 받은 나라에 사는 어린이들이 ‘잃어버린 세대’로 방치되는 일이 결코 있으면 안 됩니다.

인도적 위기가 덮쳤을 때 피난처에서 교육 혜택을 받는 일이 어린이와 가족의 마음을 얼마나 희망으로 환하게 밝힐 수 있는지 그 사례를 유엔난민기구(UNHCR)가 소개했습니다. 중앙아메리카 니카라과에서 두 아이를 키운 한 여성은 정세 불안이 계속되자 이웃 나라 코스타리카로 피난을 갔습니다.

“학교를 그만두게 하고 피난을 가기란 참으로 괴로운 결단이었습니다. 하지만 더는 위험을 지켜볼 수 없었습니다.”

학교에 재학증명서를 받으러 가기도 위험한 상황에서 작은 가방 하나 둘러메고 간신히 피난해야 했기에 아이들이 피난처에서 학교에 다닐 수 있을지 마음을 졸였는데 코스타리카는 모든 어린이에게 무상으로 초등교육을 보장했습니다.

특히 피난민이 있는 코스타리카 북부 지역 초등학교는 대부분 공적인 서류가 없어도 입학할 수 있고, 피난 때문에 학습이 뒤처진 아이들을 위해 복습 등의 시스템까지 준비돼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두 아이도 교육받을 기회를 되찾았습니다. 눈을 반짝이며 “공부할 수 있는 지금이 가장 기쁩니다. 나중에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열네 살배기 오빠는 열 살 먹은 여동생의 손을 잡고 씩씩하게 학교에 다니게 됐습니다. 학교 교사들도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학교를 집처럼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맞이한다’고 합니다.

인도적 위기로 교육 받을 기회를 잃은 1억400만 명이나 되는 엄청난 수에는 아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가 있고 인생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러한 아이들에게도 교육받을 기회가 똑같이 확보되면 틀림없이 살아가는 희망을 되찾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발판이 될 것입니다.

※ 이케다 다이사쿠 - 1928년 1월 2일 도쿄 출생. 창가학회인터내셔널 회장. 소카대학교·소카학원·민주음악협회·도쿄후지미술관·동양철학연구소 등 설립. 유엔평화상·한국화관문화훈장 등 24개국으로부터 29개 훈장, 세계계관시인 등 수상 다수. 전 세계 대학으로부터 396개의 명예박사·명예교수 칭호 수여. 토인비 박사와 대담집 [21세기를 여는 대화]를 비롯한 저서 다수.

202007호 (202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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