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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미국의 중국 공산당 정권교체 전략 

미국은 중국 국민을 친구로 공산당을 적으로 대한다 

제1 목표는 화웨이 고사… 영국·프랑스·호주·뉴질랜드 등 화웨이와 결별
자유 진영만의 ‘경제 번영 네트워크’ 구축 및 반중 군사 블록 구성 박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연일 중국 때리기에 나서는 배경에는 중국 공산당 정권 교체 의지가 깔려 있다. / 사진:AP/연합뉴스
"중국 공산당은 마르크스·레닌주의 정당이며, 시진핑 총서기는 파산한 전체주의 이념의 진짜 신봉자임을 잊지 말고 명심해야 한다. 역대 미국 정부의 포용(engagement)정책은 중국을 변화시키지 못했다. 중국을 맹목적으로 포용하는 낡은 패러다임은 실패했다. 오늘날 중국은 자국 내에서는 점점 더 권위주의적이고, 다른 곳에서는 자유에 대한 적대감을 더욱 공격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미국 경제와 우리 삶의 방식을 지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자유 세계는 중국이라는 새로운 독재(a new tyranny)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중국 공산당을 바꾸는 것은 중국 국민들만의 사명(mission)이 아니다. 자유 세계가 공산주의 중국을 바꾸지 않는다면 공산주의 중국이 우리를 바꿀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올 7월 23일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닉슨도서관에서 ‘공산주의 중국과 자유 세계의 미래(Communist China and the Free World’s Future)’라는 제목으로 연설한 내용 중 일부다. 그는 28분간의 연설에서 시종일관 ‘중국 정부’ 대신 ‘중국 공산당(CCP·Chinese Communist Party)’이란 용어를 사용하면서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자유를 지키는 것이 우리 시대의 사명이며, 미국이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닉슨도서관에서 연설한 것은 리처드 닉슨(1913~1994) 전 대통령의 중국 방문으로 시작된 미국과 중국의 데탕트 시대가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닉슨 전 대통령부터 시작된 미국의 중국 포용 정책이 48년 만에 끝났고 새로운 대(對)중국 전략 추진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키신저 질서’ 종말 고한 트럼프 심복


▎1972년 중국을 방문해 마오쩌둥 당시 주석(오른쪽)과 대화하는 헨리 키신저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가운데는 저우언라이 총리. / 사진:미국 국립문서보관소
닉슨 전 대통령은 1972년 2월 중공(中共)을 방문해 당시 마오쩌둥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영토와 주권의 상호존중, 상호불가침, 내정불간섭, 평등호혜, 평화공존 등 평화 5원칙을 내용으로 하는 상하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국은 1978년 5월 연락 사무소를 상호 개설하고 1979년 1월 1일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양국 수교의 일등 공신은 헨리 키신저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다. 1971년 7월 당시 키신저 보좌관은 베이징을 비밀리에 방문해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와 만났다. 키신저 보좌관과 저우 총리는 1950년 6·25전쟁 이후 철천지원수로 지냈던 양국의 화해 방안을 논의했다. 미국의 전략은 중국과 소련이 국경 분쟁 등으로 대립하자 중국과 협력해 소련을 압박하려는 의도였다. 이후 소련 붕괴와 냉전체제의 종식은 미·중 수교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미국과 중국은 수교 이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협력 체제를 유지해왔다. 이를 두고 ‘키신저 질서(Kissinger Order)’라고 부른다. 미국이 주도하는 아·태 지역의 자본주의 분업체제의 틀 속에서 중국은 경제개발에 적극 나섰고, 중국은 그 대가로 이 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을 인정했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의 연설에서 보듯 앞으로 미·중 관계에서 ‘키신저 질서’는 끝났다 말할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의 동맹국과 중국 국민이 미국과 힘을 합해 중국 공산당의 변화를 견인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명시적으로 중국 공산당 정권 교체를 주장하지는 않았으나 중국 국민이 주도하는 공산당 개혁을 촉구했다. 이런 연설 내용은 중국 공산당 정권에 대한 비판을 넘어 이른바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 정권 교체)’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폼페이오 장관의 연설에 대해 미국이 중국 국민을 향해 정권 교체를 요청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 공산당은 그 어떤 외국 적보다도 중국 국민들의 솔직한 의견을 두려워한다”면서 “미국이 중국 국민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폼페이오 장관이 중국을 ‘새로운 전체주의 국가’로 지칭하면서 자유 세계 국가들의 단결을 촉구했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냉전 시대의 이념과 체제 대결을 소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옛 소련과의 군축 협상 당시 내건 ‘신뢰하라. 그러나 검증하라(trust, but verify)’는 구호도 꺼내 들면서 “중국에 대해선 ‘불신하라. 그리고 검증하라(distrust and verify)’는 입장을 보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그의 연설은 미국의 새로운 중국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닉슨도서관을 연설 장소로 선택한 것은 낡은 중국 정책이 사망했고, 새로운 중국 정책을 국내외에 제시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닉슨 전 대통령이 예전에 중국 공산당에 문호를 개방한 것이 프랑켄슈타인을 만든 것은 아닌지 두렵다고 말했는데, 지금이 그렇다”면서 “망해 가던 중국 경제를 다시 일으켜줬더니 베이징은 먹여주던 손을 물어뜯었다”고 비난했다. ‘먹여준 손을 문다(to bite a hand that fed it)’는 미국 속담으로, ‘배은망덕’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연설 장소에 1989년 톈안먼(天安門) 시위 주역인 왕단(王丹)과 중국의 반체제 인권운동가 웨이징성(魏京生)까지 초청했다.

게다가 폼페이오 장관은 시 주석을 ‘주석’ 대신 ‘총서기’라고 불렀다. 시 주석은 중국 공산당 총서기, 중국 국가주석,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겸하는 당·국가·군의 최고 지도자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중 갈등이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시 주석을 ‘주석’으로 칭했으나 2019년 하반기부터 미·중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하면서 시 주석을 ‘총서기’로 호칭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정부의 고위 관리들은 대부분 시 주석을 총서기라고 부르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의도는 시 주석 통치를 부당화하고 중국 공산당과 국민간의 틈을 벌리려는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中 출신 국무부 고문이 막후에서 아이디어 제공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올 7월 15일 “머셔(반려견 이름)와 좋아하는 장난감들”이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풍자에 이용되는 인형인 곰돌이 푸를 반려견이 갖고 놀고 있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 사진:폼페이오 트위터 캡처
그렇다면 폼페이오 장관이 ‘중국 때리기’에 앞장선 시기와 중국 공산당 정권 교체라는 아이디어는 누가 제공했을까. 미국 정치전문 주간지 [워싱턴 이그재미너(Washington Examiner)]는 지난해 4월 30일 자 ‘미국 국무부가 중국과의 문명충돌을 준비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이끄는 팀이 중국을 사실상 ‘문명의 적’으로 규정했다”면서 “미국이 대단히 다른 문명과의 싸움을 위한 전략을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이 잡지에 따르면 키론 스키너 국무부 정책기획국장은 폼페이오 장관이 중국 때리기 전략을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면서 이에 따라 국무부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기고문 X(Letter X)’에 준하는 중국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고문 X’는 1947년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실린 냉전 시대의 대(對)소련 전략으로 국무부 외교관 조지 케넌이 ‘X’라는 필명으로 작성한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해 6월 4일 톈안먼 민주화 운동 30주년 하루 전에 발표한 성명을 시작으로 중국 공산당 정권에 대한 본격적인 비판에 나섰다. 그는 당시 ‘6월 4일을 맞아 중국 국민의 영웅적인 저항 운동을 기린다’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1989년 6월 4일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톈안먼 광장으로 탱크를 보내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만연한 부패 종식을 요구하는 평화적인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수십 년간 중국이 국제 시스템으로 편입하면서 보다 개방적이고 관대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희망했지만, 이러한 희망은 내동댕이쳐졌다”면서 “일당 체제의 중국은 반대를 용인하지 않으며 그 이익에 부합하기만 하면 언제든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성명은 미국 역대 국무장관들의 성명보다 3배나 길고 내용도 중국 공산당 정권의 급소를 찌르는 것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의 새로운 중국 전략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중국 국민과 공산당 정권을 분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아이디어는 국무부 중국정책 수석 고문인 마일스위(중국명 위마오춘, 余茂春)에게서 나왔다. 중국 출신으로 미국에 귀화한 위 고문의 사무실은 폼페이오 장관 집무실에서 불과 몇 걸음 떨어져 있지 않다.

1962년 8월 중국 충칭에서 태어난 위 고문은 청소년기에 문화대혁명 10년을 겪은 뒤 1979년부터 83년까지 톈진의 난카이대에서 역사학을 공부했다. 1985년 미국으로 건너와 스와스모어 칼리지에서 석사 학위를, 캘리포니아대 버클리분교(UC버클리)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각각 취득한 후 해군 사관학교 교수로 활동해왔다. 트럼프 정부 출범 후 국무부 산하 정책기획실에서 근무하게 된 그는 지난 3년간 트럼프 정부의 중국 전략을 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온 숨은 참모였다.

새 대중국 전략 1번째 카드, 반(反)화웨이 네트워크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우리 팀의 핵심’이라 부르는 미 국무부 중국정책 수석 고문인 위마오춘(오른쪽). / 사진:워싱턴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그는 역대 미국 정부가 베이징과 수교 이후 미·중 관계를 자기 뜻대로 끌고 갈 수 있다고 과신한 게 잘못의 시작이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역대 미국 정부의 중국 정책 중 최대 착오는 중국 공산당과 국민을 구분하지 않은 것이라 본다. 다시 말해 물과 물고기를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오는 “공산당원이 물고기라면 국민은 물”이라면서 “물이 없으면 물고기가 살 수 없듯 공산당도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만 살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이런 이론에 입각해 그는 물과 물고기를 분리하는 것이 중국 공산당을 멸망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은 중국 국민을 친구로, 공산당을 적으로 각각 대하라는 것이다. 그는 또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전략적 동반자’에서 ‘전략적 경쟁자’로 정책을 바꾸도록 조언해 왔다.

이에 따라 미국은 중국의 도전을 저지하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갔다. 무엇보다 미국 정부가 제1 목표로 삼은 것은 중국의 첨단기술 육성책인 ‘중국 제조 2025’ 프로젝트의 상징이자 세계최대 통신 장비 회사인 화웨이를 고사시키는 것이다. 20세기는 철강·석탄·자동차·항공기·선박이 국력의 원천이었다면 21세기는 5G와 같은 최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까지 장악하는 것이 경제력과 국가 안보의 동력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중국 정부가 화웨이의 5G 통신 장비들을 이용해 스파이 행위를 할 수 있다면서 각국에 화웨이의 5G 제품을 쓰지 말라고 요청해왔다. 지난해 5월에는 화웨이와 114개 계열사를 ‘거래 제한 기업 리스트’에 올리고 인텔·퀄컴·브로드컴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거래를 금지했다. 미국 연방 통신위원회(FCC)는 올 6월 30일 화웨이와 통신업체 ZTE(중싱통신)를 미국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공식 지정했다. FCC는 화웨이와 ZTE가 중국 공산당과 연계돼 있으며 미국 통신망에 접속된 이들 업체의 장비나 기술이 미국인들을 사찰하거나 정보를 빼돌리는 등 국가 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오는 9월부터는 미국의 소프트웨어와 기술을 활용한 외국 반도체 제조업체의 경우 미국의 허가 없이 화웨이에 반도체 부품을 공급할 수 없다는 내용의 새롭게 개정된 수출규제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다.

화웨이에 대한 총공세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영국 정부는 7월 14일 국가안보회의에서 내년부터 5G 통신망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 장비 구입을 중단하고, 오는 2027년까지 기존 통신망에 이미 사용한 화웨이 장비를 전면 제거하기로 결정했다. 유선 광대역 인터넷망에서도 화웨이 장비 사용을 2년 내 중단하도록 했다. 영국은 호주·뉴질랜드·캐나다 등과 함께 정보 공동체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의 일원으로 민감한 정보를 공유해왔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이미 5G 통신망 구축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프랑스 정부는 올 7월 22일 화웨이의 5G 장비 면허를 갱신하지 않았다. 사실상 2028년까지 5G 통신망 구축사업에서 화웨이를 단계적으로 퇴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영국과 프랑스의 결정에 고무된 미국은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 회사들의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각국 기업 24곳을 ‘5G 클린 통신사(5G Clean Telecom Company)’로 선정하는 등 반(反)화웨이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미 국무부가 올 8월 1일 발표한 5G 클린 통신사들을 보면 ▷미국 버라이즌·스프린트·AT&T ▷일본 NTT 도코모·KDDI ▷대만 티스타·타이완모바일 ▷한국 SK텔레콤·KT 등이다. 명단 공개의 의도는 각국 정부는 물론 민간 기업들의 반화웨이 네트워크 동참을 적극 유도하려는 것이다. 특히 이 명단에 들지 못한 각국 통신사들은 미국에서 신뢰할 수 없는 기업으로 낙인찍혀 자칫 미국의 5G 시장 진출이 막힐 가능성이 높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 세계 통신회사와 화웨이의 거래가 사라지고 있다”면서 “체코·폴란드·스웨덴·에스토니아·루마니아·덴마크·라트비아·그리스 등이 5G 통신망 구축에 화웨이를 배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 제외한 글로벌 공급망 재구축 시동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7월 25일 “남중국해는 중국의 해양제국이 아니다”란 트윗을 날려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거세게 압박할 것을 예고했다. / 사진:폼페이오 트위터 캡처
이런 가운데 로버트 스트레이어 미국 국무부 사이버·국제통신정보정책 담당 부차관보는 올 7월 21일 뉴욕 포린 프레스 센터 주관으로 열린 미국의 5G 정책 브리핑에서 “한국의 KT나 SK는 5G 통신망에서 화웨이처럼 안보상 위험성이 높은 업체와는 거래하지 않고 있다”면서 “한국의 LGU+ 같은 기업들은 믿지 못할 업체에서 믿을 수 있는 업체로 공급처를 옮길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의 두 번째 전략은 ‘경제 번영 네트워크(EPN, Economic Prosperity Network)’라는 글로벌 공급망(GVC, Global Value Chain)을 새로 구축한다는 것이다. EPN 전략은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자유 진영의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중국은 그동안 의료용품을 비롯해 각종 제품을 독점적으로 생산하고 있어 ‘세계의 공장’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특히 미국을 비롯해 각국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정부가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등 전국을 봉쇄하자 글로벌 공급망 붕괴라는 악몽을 겪어야 했다. 세계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이 마스크조차 생산하지 못했던 것은 제조시설을 모두 중국에 옮겼기 때문이다. 중국 의존도가 높을수록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 미국 정부는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 적극 나서게 된 것이다.

미국 정부는 EPN은 법치·재산권·주권·인권의 존중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신뢰할 수 있는 국가 간의 연대라고 밝혔다. 이런 기준에 따라 미국 정부는 EPN의 대상국으로 한국·호주·뉴질랜드·인도·일본 등을 꼽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9월 개최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한국·호주·인도·러시아를 초청한 것도 EPN 전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의 의도는 반중(反中) 연합전선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한국·호주·인도는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EPN의 핵심 대상국이다. 러시아를 초청한 것은 중국과의 밀월 관계를 견제하려는 것이다. 키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은 EPN 구축과 관련한 한국의 역할 등에 대해 “한국은 미국의 훌륭한 동맹이며 두 나라가 깊고 포괄적인 관계를 갖고 있고 신뢰할만한 파트너십을 위한 공통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EPN의 핵심 가치는 자유진영 내에서 국민을 보호하는 공급망을 확대하고 다각화하는 것”이라며 “한국에도 훌륭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THAAD) 배치 이후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 조치를 단행한 것을 대표적인 피해 사례로 꼽으면서 중국에 맞서 EPN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 정부의 세 번째 전략은 반중 군사 블록을 구축하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우선 남중국해를 고리로 반중 국가들을 군사적으로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올 7월 13일 ‘남중국해 해양 권리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란 성명을 통해 “중국이 주장하는 남중국해 대부분의 해상 자원은 완전히 불법”이라면서 “미국은 중국이 통제하고 있는 남중국해 도서의 12해리 이외에 대해 중국의 어떠한 해양권리도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2016년 헤이그에 있는 국제분쟁 해결기구인 상설중재재판소가 중국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판결을 거론했다. 그는 “세계는 중국이 남중국해를 자신의 해상 제국처럼 다루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동남아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의 연안 자원 권리를 위해 함께 투쟁할 것이며, 국제법상 그들의 의무와 권리 역시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성명은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중국 정부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이 국제법에 반한다는 것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남중국해의 90%를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고 인공 섬들을 건설하며 동남아 국가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남중국해 향한 中 야욕에 군사 블록 대응


▎올 7월 21일(현지시간) 필리핀 해에서 벌어진 미국·호주·일본의 연합 해상 훈련. / 사진:미 해군
미국 정부는 올 7월 28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호주 정부와 외교·국방 장관(2+2)회담을 갖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최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행동들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면서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은 국제법적으로 유효하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양국은 호주 북부 다윈에서 군사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다윈은 호주에서 남중국해와 가장 가까운 항구 도시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의 공격으로 미국 극동사령부가 있던 필리핀에서 탈출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다윈에 사령부를 차리고 일본에 대한 반격을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미 정부는 해병대 병력을 순환 배치하고 있는 이곳에 연료 등을 공급할 수 있는 병참기지를 세울 계획이다.

호주 정부는 올 7월 23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부정하는 공식 문건을 송부하는 등 미국의 반중 군사 블록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올 8월 1일 중국을 견제하는 등 국방력 강화를 위해 앞으로 10년간 2700억 호주 달러(225조 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도 미국과 호주의 공동성명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남중국해를 놓고 중국이 광범위한 주권을 주장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스가 장관의 발언은 일본 정부가 앞으로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일 뿐만이 아니라 남중국해에서 합동 훈련 등 군사협력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동남아 국가들도 미국 정부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정부가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공식 서한을 보냈다. 중국과 견원지간인 베트남도 역시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이 반중 공동 연대에 적극 참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 세계의 민주주의 친구들이 자유에 가치를 두고 법의 지배(rule of law)에 근거한 경제적 번영이라는 우리 시대의 당면과제에 동참하기를 바란다”면서 한국을 거론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는 미국이나 중국을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독재와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무튼 미국 정부의 전략은 한마디로 말해 동맹국과 파트너들과 협력해 중국과의 신냉전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것이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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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호 (202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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