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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이슈] 의사 파업이 우리 사회에 남긴 과제 

인간 본연의 욕망 거스르지 않는 것이 좋은 정책 

강경 투쟁으로 국민 지지 얻지 못한 의사, 환자와 함께 한다는 점 분명히 했어야
대화·설득 없이 밀어붙인 정부여당… ‘절차의 민주주의’ 배제해선 안 돼


▎전국 의사 2차 총파업 첫날인 8월 26일 경기 아주대병원에서 전공의들이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올 7월, 정부·여당은 지역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의대 정원 한시적 증원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연간 3000명 정도 배출되는 의사를 해마다 400명씩 10년 동안 총 4000명을 증원하겠다는 것이었다. 증원 방식은 공공의대와 지역 의사 특별전형이다. 장학금을 받고 의사가 된 이들을 의료 취약지역에 10년간 복무하게 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이러한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 ▷우리나라 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보다 상당히 낮고 ▷특별히 지방에 의사가 부족하며 ▷소아외과·중증외상외과·흉부외과·감염내과 등의 특정 기피 전공 의사가 많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었다. 이에 의료계는 의견 수렴 과정 없는 일방적 정책이라며 반발했다. 이 정책이 의료 취약지역 및 기피 전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파업도 불사했다. 이렇게 올 8월 중순부터 시작된 의사 파업은 정부·여당과 의사협회의 극적인 타결로 9월 초 겨우 수습의 가닥을 잡았다.

합의안의 주요 골자는 코로나 사태가 안정화 될 때까지 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의료계와 정부 간 논의 채널을 만들자는 것이다. 앞으로 협상이 계속돼야 하기에,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그럼 이번 사태의 본질과 남겨진 과제들을 하나씩 짚어보자.

2019년 OECD 보건의료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임상 의사의 수는 인구 1000명당 2.3명으로 OECD 국가 평균 3.5명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연령 표준화 사망률 등 각종 보건 관련 지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노인 인구 늘어나면서 의사 수요도 증가 전망


의료 이용 지표 또한 매우 높다.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외래진료 횟수가 연간 16.9회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수술 대기시간도 짧은 편이다. 가령, 유럽의 경우 백내장 수술과 무릎관절 치환 수술의 대기시간은 각각 50일, 114일이다. 미국도 주요 수술 전문의를 만나기 위해서는 최소 1~3주가 소요된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17 의료서비스경험조사’에서 우리 국민이 전문의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은 불과 1.4일이다.

이 수치들은 우리나라 의사들의 노동 강도를 보여준다. 우리나라 의사의 노동시간은 이례적으로 길다. 상급종합병원은 물론이고, 1차 의료기관도 저녁 늦게까지 진료를 보는 곳이 수두룩하다. 외래 진료시간도 매우 짧다. ‘3분 진료’는 종합병원 진료의 대명사가 됐다. 더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초진 환자조차 평균 진료시간은 6.2분에 불과하다.

미래의 의사수요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노인 인구의 증가는 외래 및 입원 횟수를 끌어올릴 것이다. 양질의 의료 서비스에 대한 욕구도 경제 수준 상승에 따라 증가할 것이다. 충분한 외래진료시간을 원하게 된다는 말이다. 이 모두 의사 수요를 증가시킬 요인이다. 인공지능(AI)과 같은 기술 발전이 의사의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심스러운 예측이지만 결과적으로 의사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의사 수의 도·농간 격차는 어떠한가. 사실 도·농간 의사 수의 일정 수준 격차는 당연하다. 도시가 농촌에 비해 의료 수요가 더 많기 때문이다. OECD 통계(주요 국가의 도시 농촌별 의사 수의 차이)에서 볼 수 있듯이 모든 나라에서 인구당 의사 수는 도시가 농촌보다 많다. 우리나라는 그 격차가 일본과 더불어 가장 작은 나라이다.

그럼에도 도·농간의 의료 불균형 문제는 존재한다. 실제로 지방의료원에서는 응급환자와 중환자를 돌보는 의사를 구하기 쉽지 않다. 힘들게 구해도 수지가 맞지 않아 포기한다. 그 결과, 치료할 수 있는데 죽는 사람이 서울 강남 지역은 10만 명당 30명인데 반해 강원 양구 같은 지역은 100명에 이른다. 가령 뇌졸중 혹은 응급질환이 생겼을 때 사망에 이르는 정도도 3배가량 차이가 난다. 의료취약지역의 문제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적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 엄연히 존재하는 사실이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적은 수의 의사가 장시간 노동과 짧고 효율적인 외래 진료를 통해 국민에게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의사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의대 정원 증가는 고려해볼 만하다. 충분한 의사의 공급은 노동 강도 개선, 외래 진료 시간 증가에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정부가 이번에 추진한 4000명 증원은 2030년의 16만 명의 의사 수 대비 2.5%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라 위험부담도 적다. 더구나 증원된 의사의 상당수가 정책 목표대로 의료 취약 지역 근무 및 기피 전공을 한다면 그 효과는 클 것이다.

하지만 공공의대 및 지역 의사를 통해 의료취약지역 및 기피 전공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는 실패할 것이 자명해 보인다. 억지로 원치 않는 곳에서 일하는 의사는 그곳에 오래 남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열심히 일할 리 만무하다. 의사 중에 특별한 사명감을 가진 소수를 제외하고는 보통의 생활인이다. 특별한 봉사 정신이 있는 고등학생을 뽑는 일도 어려운 일이다. 그들도 대부분 의사로 활동할 때가 되면 더 나은 환경에서 살기 원하는 가족을 둔 보통사람이 될 것이다. 의무 복무 기간이 끝나기가 무섭게 도시로 이사하게 된다.

군 복무를 대신해 억지로 지방에 배치된 공중보건의를 통해 이러한 현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공중보건의들은 대개 크게 사고를 내지 않는 수준에서 적당히 일한다. 복무를 마치면 대다수 원래 자리인 대도시로 돌아온다. 예외는 있다. 복무를 마치고 그 지역에서 개원하겠다고 마음먹은 소수는 지역에서 만나는 환자가 미래 고객이다. 이들이 성의를 다해 치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공을 선택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원치 않는 전공을 강제할 수 없는 일이다. 의사가 부족한 전공은 그 직에 대한 열망이 강한 사람이 가도 버티기 힘든 곳이다. 수련을 마쳐도 받아줄 병원이 없다. 기피 전공을 강제할 것이 아니다. 먼저 이들이 인간답게 수련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 전문의가 돼서 그 수련에 맞는 진료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입학할 때부터 전공을 정하고, 지방 복무의 의무를 지우는 것은 인간의 본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취약지역에 길게 일할 수 있는 의사는 어떻게 찾아야 할까. 이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가 최근 경제학에서 가장 뛰어난 저널인 [아메리칸 이코노믹 리뷰(American Economic Review)]에 실렸다. 런던정경대의 경제학자 나바 아슈라프(NavaAshraf )와 재미교포 의사이자 경제학자인 스콧 리 등은 잠비아의 국가보건 요원을 선발하는 과정에 개입했다. 이들은 정부를 설득해 절반의 시·군·구에서는 ‘지역사회를 섬기는 보건 요원에 지원하라’고 선전했다. 나머지 절반에서는 ‘의사가 될 수 있는 자리에 지원해 커리어를 극대화하라’고 선전했다. 그 결과 전자에서는 사회봉사 정신이 높은 사람들이, 후자에서는 인생에서의 성취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선발됐다.

의료 취약지역에 자원할 수준의 인센티브·환경 제공해야


이들이 실제로 배치되고 나서 누가 더 일을 잘했을까? 답은 놀랍게도 후자다. 환자를 열심히 돌보고, 응급의료 상황에 빨리 대처하며, 아이들에게 필요한 백신을 접종하는 등의 모든 척도에서 자기 인생의 성취를 중시하는 사람이 사회봉사 정신이 높은 사람들을 압도했다.

이 연구는 아프리카에서 이뤄졌지만, 인간의 본성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더해 준다. 또 우리의 당면 문제에도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남을 위해 일하는 것보다, 나 자신을 위해 일할 때 더 열심히 하게 된다는 교훈은 20세기 공산주의 혁명의 실패를 통해서도 우리가 아프도록 배운 바가 아니던가. 사회봉사 정신이 높다 하는 사람을 선발해 강제로 배치하는 방식은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의사들이 취약지역에 스스로 갈 수 있는 다양한 인센티브를 도입하고, 기피 전공을 지원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면 되는 것이다.

정부는 지방의 의료기관에 ‘지역 가산 수가’를 도입해 수가를 보전하겠다고 했다. 금전적인 인센티브는 맞는 방향이다. 이에 더해 이런 의사들이 사회적 존경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비금전적인 인센티브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러면 그곳에서 인생의 성취를 이루고자 하는 의사들이 나타날 것이다. 바로 이들이 우리가 찾는 의료 취약지역에 오래 남아 변화를 일으킬 사람들이다. 좋은 정책은 인간 본연의 욕망을 있는 그대로 이용하면서 공공선을 창출해 낸다.

의사들이 파업하는 것은 단순히 의사 정원 확대에 반대해서가 아니다. 진짜 이유는 장기간 개선되지 않은 의료계의 산적한 문제들 때문이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의 흉부외과 교수 김준완이 40살이 넘어서도 집에 잘 가지 못하는 것은 오래된 현실이다. 의료 취약지역도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정부가 책임 있게 해결해 나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설픈 정책을 들고나오니 분노가 폭발하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해결책을 바꿔야 한다. 지역 의사 선발이나 공공의대보다 더 필요한 것은 의료 취약지역과 기피 전공에 대한 장기적 투자다. 취약지역 투자는 응급질환 및 산과 질환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면적이 작고 교통이 발달했다. 도시에서 치료할 수 있는 일반적 중증질환에 대한 투자는 어리석다. 의료 취약지역은 소위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지 않는 곳이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민간이 들어가지 못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손해를 감소하고 직접 병원을 운영하거나, 민간의 투자에 보조금을 지불하고 수가를 보전한다. 국민의 세금이 사용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한다.

의사 정원을 늘리고자 한다면 기존 의과대학 정원을 늘려야 한다. 그리고 공공의대는 카이스트(KAIST)에 세우는 것은 어떤가? 의과학자 양성에 특화된, 미래 산업 동력이 될 수 있는 곳에 의대를 세운다면 모두가 환영할만한 일이다.

지난 2000년에도 의사들은 의약분업에 반대하며 대규모 파업을 했었다. ‘의약분업 반대’라는 파업의 구호에 일반 국민은 동의할 수 없었다. 사실 의사들도 의약분업 자체에 대해서는 대부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의사들이 파업한 진짜 이유는 불만과 불안이었다. 의료보험 수가 및 전달 체계의 불합리성 때문에 이상한 진료행태를 강요당하고 있다는 불만이 있었다. 불확실한 의약분업 이후의 상황에 대한 불안도 있었다. 이것이 파업의 형태로 표출된 것이었다. 내막을 전부 이해하기 어려운 국민들은 이를 밥그릇 싸움으로만 이해했다. 이 과정에서 의사들이 국민을 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의사들이여, 국민의 편에 서자


▎9월 2일 부산참여연대 소속 한 회원이 부산시청 앞에서 의사들의 진료 거부 철회를 촉구하는 1인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이 점은 20년이 흐른 지금도 그렇다. 이번 정부 정책은 부실하며 졸속으로 추진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은 대체로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 왜 그럴까. ‘의사는 자기 이익에 급급하다’는 선입견 때문이다. 이런 선입견은 왜 생겼을까. 의사가 국민을 위하는 일에 목소리 내는 일을 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가령, 원격진료를 반대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편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안전성과 유효성 문제를 정부와 함께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전문 간호사와 문신사 등도 환자와 국민의 유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할 것이다. 여전히 여러 가지 요인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이 있다.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을 위해 정부보다 의사가 먼저 나선다면 국민의 마음은 달라질 수 있다.

의사가 국민의 편에 서려면, 먼저 일반 국민의 정서를 이해하고 보듬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2018년 강성우파의 정치색을 띤 최대집씨가 대한의사협회장에 당선되면서, 의사협회는 일반 국민들로부터 더욱 멀어져 갔다. 이번 파업 과정에서도 강경일변도의 투쟁은 피했어야 했다. 응급 질환, 분만, 중증환자 치료 등에 대해서는 환자를 절대 떠나지 않겠노라고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렸어야 했다. 그러고 나서 정부 정책의 부당함을 알려야 했다. 의사협회는 의사가 아닌 홍보·전략전문가 채용을 고민해볼 일이다.

의사협회는 직능단체로 의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동시에 전문가 집단으로 국민의 편에 서야 한다. 국민의 편에 서야 할 일들은 너무도 많다. 정부·여당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한 ‘문재인 케어’는 2018년 도입됐다. 이후 2017년까지 흑자로 운영되던 건강보험은 2018년부터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2019년 적자 규모는 무려 3조4000억원이었다. 무책임한 운영이다. 의료보험료를 대대적으로 올리지 않고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상급종합병원의 특진료도 없앴다. 환자들은 상급종합병원으로 몰려갔다. 2차 의료기관은 사라졌고, 1차 의료기관은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소위 빅5라 불리는 대형병원들은 몰려오는 환자가 감당이 안 될 지경이다. 가뜩이나 무너져 있는 의료전달체계는 붕괴 직전으로 가고 있다.

“괴물과 싸우는 자, 스스로 괴물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왼쪽)이 9월 4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과 서울 민주당사에서 정책협약 이행 합의서에 서명한 뒤 주먹을 맞대고 있다. / 사진:뉴시스
이뿐 아니다.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 약속은 오랫동안 지켜지지 않았다. 공공의료의 비중은 병상 수 기준 지난 10년간 전혀 증가하지 않았다. 지켜지지 않은 약속의 결과는 현재 진행형이다. 코로나19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었을 때 행정명령을 통해 예비병상을 신속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공공병원이다. 민간병원은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적극적이기 어렵다. 공공병원이 충분치 않으니 방역에 조그마한 구멍만 생겨도 병상 수가 모자란다고 아우성칠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향후 정부와의 협상 과정에서 의사 정원 증가는 의사협회가 수용할만한 것이다. 반대급부로 공공 병원, 기피 전공 환경개선에 대한 장기적 투자를 받아내야 한다. 그리고 ‘문재인 케어’ 개혁도, 의료전달체계 개선도 이루길 바란다. 그럴 수 있다면 이 모든 과정이 의사·국민·정부 모두에게 윈윈(Win-win)이다.

이번 사태는 정부 및 여당이 국회 177석의 힘을 과신한 것에서 시작했다. 대화와 설득 과정을 무시한 채 정책을 밀어붙였다. 공공의대에 대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공청회 한 번 개최한 적이 없었다. 의협 회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의견을 듣는 척이라도 해야 했었다. 정부·여당의 이러한 행태는 최근 부동산 3법 입법 과정 등 최근 정책 추진과정에서도 항상 지적된 바이다. 의석수가 많은 것을 자기가 절대적인 정의라고 착각하는 다수의 횡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여당은 당내의 다른 의견도 용납하지 않는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가 삼권 분립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로 당론에 반대한 모 의원은 엄청난 공격을 당했다. 결국 공천과정에서 밀려났다. 소수 의견을 이렇게 다루는 것이 과연 민주주의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의사협회도 민주주의의 부재를 보여준다. 의협 회장은 구성원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간단히 무시하고 혼자서 정부·여당과 합의안에 도장을 찍었다. 이후 전공의 협의회 등의 큰 반발이 있었다. 합의안은 하마터면 무산될 뻔했다.

권한을 위임받았으나 그 권한을 사려 깊게 쓰지 않는 것은 여당이나 의협이 별 차이가 없다. 우리가 목도하는 일련의 과정은 한국사회가 정치적 민주주의는 이루었지만, 절차의 민주주의는 아직 이루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이 아직 민주주의자는 길러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선악의 저편]에서 “괴물과 싸우는 자는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 모두에게 뼈아프게 다가오는 말이다.

※ 김현철 - 홍콩과기대 경제학과 및 코넬대학교 정책학과 교수. 2002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2004년 연세대 경제학과 석사과정을 마쳤다.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콜롬비아대학 경제학 박사과정을 밟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의사 경제학자로 사회 실험과 빅데이터 연구를 통해 다양한 인적자본(보건·교육·노동) 정책들을 연구하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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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호 (202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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