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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시대를 읽는 소설가’ 김진명이 바라본 대권의 조건 

“2022년 대선 시대정신은 상식의 복원” 

■ “소설 [고구려] 흥행은 민족의 자아 찾기와 탈(脫)중국 의지가 결합된 것”
■ “이재명의 ‘美 점령군 발언’, 본인의 역사관이자 대선 전략으로 봐야”
■ “사회가 정의로워지면 경제 좋아진다는 문재인의 경제관은 아마추어”
■ “윤석열은 재지 말고 당장 입당해야, 이준석의 ‘공정한 경쟁’은 착각”
■ “최재형 전 감사원장, 3년 반 동안 국정 전반 세밀하게 들여다봤을 것"


▎김진명 작가는 “고구려의 시대는 한민족이 중국을 앞섰던 거의 유일했던 시기”라고 말했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번영할수록 정체성 찾기 열망은 커질 것이라고 그는 믿는다.
이야기에는 힘이 있다. 누군가는 소설의 종말을 예견하지만, 매혹적인 서사는 여전히 사람들을 흡입한다. 김진명(63)은 논쟁적 작가다. 내놓는 작품마다 파급력을 발하는 배경에는 ‘시대정신과의 조응’이 있다. 가령 데뷔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1993년)는 북한 핵위기와 남북화해 무드를 예견했다. 소설의 테마인 핵무장론은 한국 사회에 여전히 내재돼 있다. [싸드(THAAD)](2014년)는 이후 2016년 미·중 패권전쟁 국면에서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를 수용한 여파로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보복을 받게 된 현실을 적중시켰다. 그리고 2021년 [고구려] 돌풍의 이면에는 우리 안의 반중정서 혹은 중국위협론이 자리한다. 갈수록 중화주의를 노골화하는 중국의 강대국화 기조 속에서 어떻게 한국민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을지에 관한 무의식적 공감대가 최근 [고구려] 흥행으로 표출된 셈이다. 김진명은 스스로 “2~3달에 한 작품씩 쓸 때도 있다”고 말할 정도로 다작에 능하지만 그가 ‘라이프워크’로 꼽는 [고구려]만은 예외다. 2011년 첫 출시 이후, 2013년까지 5권을 펴냈다. 그러나 6권(2016년 출간)이 나오기까지 3년이 걸렸다. 그리고 [고구려] 1부를 마무리하는 7권(2021년 출간)이 나오기까지 다시 5년이 더 걸렸다. [고구려] 7권은 코로나19로 지친 2021년 여름, 한국 소설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시간의 세례를 받으며 어느덧 스테디셀러(누적 판매부수 150만 부) 반열에 올라 출판계에 ‘[고구려] 현상’을 만들어냈다.

현실참여 작가인 김진명은 한국 정치의 현안에 대해서도 지속해서 발언해왔다. 2021년 여름,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고 다시 세상은 그의 인사이트를 듣고 싶어 한다. 폭염이 심했던 7월 5일 오후, 서울 서소문 중앙빌딩에서 김 작가와 만났다. 인터뷰는 당초 약속했던 시간을 훌쩍 넘겨 3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그는 [고구려]를 비롯한 작품세계 전반을 관통하는 민족주의에 대해 역설했다. 그리고 자연스레 화제는 한국의 현실정치로 옮겨갔다. 언어를 다루는 업(業)에 종사하는 사람답게 어떤 질문을 받아도 김 작가는 어휘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골라가며 답변했지만, 내용은 거리낌 없는 직설(直說)이었다.

고구려는 탈중국 모색하는 한국인의 정체성 통로

작가의 입장에서 [고구려]의 흥행을 예감했나?

“(단호하게) 그렇다. 두 가지 이유에서 [고구려]를 썼다. 소설이 죽고 있는 시대이지만, 고구려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국인들만큼 자아가 뚜렷한 민족도 찾기 힘들다. 그동안 (정체성을) 제대로 발현할 통로가 없었을 뿐이다. 앞으로 자아의 확립에 관심이 쏟아질 때가 올 것이고, 그때 ‘우리의 역사가 이랬다’는 증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미래 한국인들의 정체성 정립을 위한 하나의 거대통로를 세운다면, 반드시 우리 독자들이 호응해줄 것이라고 믿었다.”

나머지 하나의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의 과제는 탈(脫)중국이다. 오랜 역사 동안 중국에 문화와 교육이 지배당했다. 중국의 일관된 역사관은 ‘중국이 중심이고, 나머지는 변두리’라는 것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한국은 언제든지 의식적·문화적·현실적·물질적으로 중국의 지배를 받을 확률이 높다. 15억 명 인구를 데리고 올라가는 중국은 강한 나라다. 이런 식으로 가면 정신적으로 중국에 예속되지 않을 방법이 없다.”

[삼국지]를 읽기 전에 [고구려]를 먼저 읽어야 한다는 소망을 밝혔다.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삼국지]를 번역하고 또 번역한다. 중국의 삼국 시대는 우리의 고구려 시대다. 이 땅의 작가들이 고구려를 써야지, 중국 [삼국지]를 줄 서가며 번역하는 것은 아주 우습다. 이래서는 한국의 정체성을 지키기는커녕, 굳이 중국의 ‘동북공정’이 아니더라도 우리 역사를 헌납하는 꼴이나 다를 바 없다. 작가는 국민의 정신을 끌고 가야 한다. [삼국지]보다 더 재미있고, 의미 깊은 우리의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인들이 [삼국지]보다 [고구려]를 더 많이 읽는 날이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난 6월 엔터테인먼트 회사 아이오케이(IOK)는 “100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고구려]를 시즌제 드라마로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시대가 레트로(고전적 소설 읽기를 지칭)에서 픽처(드라마·영화·게임 등 영상물로 콘텐트 각색)로 넘어가 있다. 하나의 문명의 흐름으로 보기 때문에 좋다 나쁘다 비평할 것은 아니다. 중요한 점은 최대한 많은 우리 국민에게 고구려를 알리고자 쓴 것이기에 책을 통하든, 영상을 통하든 상관없다. 다만 쌍방울(SBW)그룹이 나에게 큰 위안을 줬다. 주변에 편당 1000권씩 6000권을 사서 주위에 나눠줬다고 했다. (SBW의 계열사 광림은 2020년 8월 아이오케를 인수했다). ‘정신은 역사에서 온다’는 것을 느끼는 사람이 있음을 보고, 아이오케이가 제작할 작품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고구려] 7권이 2021년 6월 중순에 나왔다. 공교롭게도 7월 1일 중국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를 개최하며 힘을 과시했다.

“우리가 반중의식을 갖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문제는 그 정서가 너무 크다는 데 있다. 이미 우리 안에 그 DNA가 들어가 있다. 한국 사회가 반미 데모는 많이 하지만, 반중 데모는 안 한다. 이미 반중의식이 너머 커서 내재화돼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중국에 의해 괴롭힘을 많이 당했다는 것인지라 비참하다. 중국이 너무 두려운 나머지 중국이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체념 상태다. 노예근성이 생긴 것이다. 더 무서운 점은 우리는 아이를 너무 안 낳고, 중국은 산아제한을 풀어서 더 낳는다. 앞으로 미래가 어떻게 되겠나. 인구가 적을수록 의식이 아주 중요하다. 의식의 끈을 놔버리면 바로 흡수되는 것이다.”

‘국뽕’은 자학사관이 낳은 약자의 언어


▎2021년 6월 28일 베이징 국민체육관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공연에 시진핑 주석이 등장했다. / 사진:AP연합뉴스
중국의 팽창주의와 한국 국민의 반중정서 사이에서 과거의 고구려 이야기가 현대의 우리들에게 건네는 메시지는?

“우리가 지난 5000년 동안 중국에 흡수되지 않은 것은 의식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물론 복속이 안 되고, 반도에서 사는 것은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 위험할 수도 있다. 그럴수록 우리는 의식을 더 강화해가야 하는데, 오히려 지금 우리는 의식을 없애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국가의식을 없애는, 진보 성향이 강한 쪽으로 가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나 같은 사람이라도 우리의 의식을 챙기고, 우리 역사에 이런 것이 있었음을 소개하고, 국민이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터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서 이 소설을 썼다.”

우리가 중국을 극복할 수 있을까?

“그런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우리나라가 과거에 중국을 극복하는 것이 근원적으로 불가능했던 이유는 전쟁에서 100% 지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그런 굴곡에서 헤어날 수 있다. 과학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미래의 무기는 과거의 대포와 같은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스타일일 수 있다. 군사력으로 문명을 평가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날이 올 때까지 우리는 [고구려] 같은 소설로 버텨야 한다.”

김 작가가 고구려를 부각한 의도를 뒤집어보면, 그 이후의 우리 역사는 고구려에 미치지 못한다고 봤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조선은 500년간 중국에 완전히 굴종하고 살았다. 나라 이름부터 중국에 물어서 결정했다. 500년 동안 외교와 학문, 교육에서 중국에 사실상 복속됐다. 사서삼경은 현실적·실질적 가치와 반대편에 서 있다. 사농공상의 악습과 폐습은 세계 발전과 거꾸로 갔다. 우리 문화나 문명, 정체성을 제대로 보지 못한 탓에 중국의 춘추사관에 매몰돼 우리의 역사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낯설고 어리석다고 생각해왔다. 스스로를 업신여길 줄만 알았지, 문화나 문명을 스스로 발굴하며 ‘이것이 한국이다’라고 내세우는 법을 몰랐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에도) 나라가 워낙 혼란을 겪고, 가난했다가 부를 맛보다 보니 경제적인 측면으로만 치달았다.”

이제 우리 안의 자학사관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는 뜻인가?

“역사를 보려면 반드시 시각이 있어야 한다. 마르크스 역사관, 헤겔 역사관 등 다 따로 본다. 우리는 자기 문명을 자기 눈으로 못 봤다. 중국 관점에서 공자 기준으로 봤다. 그러니까 역사를 배울수록 나라가 싫어지는 것이다. 우리 역사를 보면 금속활자, 한글, 반도체라는 엄청난 세 가지가 있다. 이들 자산의 공통점은 인류에게 지식과 정보를 공급하고 확대 시킨다는 점이다. 소수에서 다수에게로 동행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야말로 한국인의 정체성이다.”

세계화 시대의 민족주의

김진명의 소설은 가독성이 빼어나지만, ‘국뽕’이 심하다는 일각의 지적도 나온다.

“우리 한국인들은 자기비하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그런 것에 너무 길들여져 있어서 자기를 주장하면 ‘국뽕’이 되는 것이다. 자기를 표현하지 않을 때 편하게 여긴다. 약소국은 역사를 빼앗기게 돼 있다. 역사란 것은 기록하는 자의 권리다. 고구려만 해도 자체적 기록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글로벌라이제이션 시대에 민족주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수한 문명이 있고, 저열한 문명이 있지 않다. 문명은 다양성으로 평가돼야 한다. 글로벌라이제이션은 어떤 나라, 어떤 문명이 우수하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인류가 세계와 조금이라도 편하게 소통하자는 개념이다. 인간은 자기가 살아온 곳의 풍토에 따라 결정된다. 자기의 역사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민족주의다. 서구 사회에서는 게르만 민족주의의 영향으로 민족주의가 나쁜 의미로 많이 쓰였지만, 한국의 민족주의는 독특하다. 중국, 러시아, 일본 등 강한 나라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는데, 어떻게 남을 괴롭히는 민족주의가 성립할 수 있겠는가. 우리의 민족주의는 중국, 일본에 당하는 와중에도 우리의 정신을 잃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실 정치에서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역사관이 충돌했다. 특히 대한민국 건국을 “친일 세력과 미 점령군의 합작”이라고 묶은 이 지사의 역사인식을 놓고, ‘반일·반미를 선동하는 역사 포퓰리즘’이라고 보수 진영에서는 비판한다.

“역사라는 것은 밸런스를 잡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이 지사의 정확한 발언 맥락을 접하지 못했지만) 역사를 내가 좋아하는 부분만 발췌해서 그 시각으로만 보면 굉장히 파괴적일 수 있다.”

모두가 동의할 상식이 실종된 우리의 현실


▎김진명 작가는 이재명(오른쪽) 경기지사를 두고 민주당의 유력 후보이지만 확장성 부족과 문재인(왼쪽) 대통령의 경제 실정 탓에 험난한 길을 걸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보수 진영에서는 ‘이재명 지사가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흔든다’고 공격하지만, 정작 진보 진영에서는 이 지사의 역사관을 비판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역사관을 역공했다. 대한민국 현대사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대선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미칠 수도 있을 듯하다.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상식이 실종된 것이 이 시점 우리나라의 문제점이다. 이제까지 법과 도덕의 상식이 언급됐다면, 이제 역사관의 상식까지 나온 것이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격돌 끝에 소련이 붕괴했다. 미국은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나라가 됐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원조를 받은 나라들 가운데 가장 성공했다. ‘미국이 낳은 걸작’으로 보이기도 한다. 경제 관점의 역사에서 보면 미국 덕분에 이렇게 컸으니 은인일 수밖에 없다. 이것이 한국 사회의 기존 상식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다른 역사적 관점을 택하는 사람들은 ‘미국의 세계 전략은 겉으로는 민주주의이지만, 친미 정권을 만드는 데 우선해왔다. 정의롭지 못하다’고 봤고, 이를 채택하는 사람들도 많이 생겨났다. 다시 이재명의 ‘미 점령군’ 발언으로 돌아가면, 그것이 본인의 역사관일 수도 있고, 혹은 대선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반일정서나 반미정서를 자극한다면, 지지율에 실제 도움이 될까?

“선택은 국민의 몫이다. (계급적 구분에서) 한국의 중·상층부는 (이 지사 부류의 역사관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나 하층부는 다를 수 있다. 가령 경제적 측면에서 하층부는 나라의 재정이 남미처럼 될까봐 걱정하기보다 지금 당장 돈을 얼마 준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중요하다.”

2017년 대선에 출마했던 이 지사를 두고, 김 작가는 “우리나라 유권자는 극단적인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국민이 뽑는 큰 선출직은 더는 힘들 것 같다”고 평한 바 있다. 이 말은 지금도 유효한가?

“이재명은 자기의 주장들이 일관성 있도록 바꿔야 한다고 본다. 이재명은 득 되는 것이라면 전부 동원하는 기질이 있다. 이재명의 대선 포커스는 정확하다. ‘자신이 능력에 비해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잡고 있다. 사실 사람들 대다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미래의 청사진보다 당장의 하루하루가 중요한 사람들을 정확히 노리고 계속 두드리고 있다. 이러면 되게 많이 찍어줄 것 같지만, 한국 국민은 균형을 중시한다. 그런 면에서 2020년 4월 총선에서 민주당 등 범여권이 180석을 가져갔고,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싹 다 먹은 것은 여권이 역공당할 수 있는 구도다. 민주당의 ‘의회 독재’를 견제하기 위해 대선에서 국민 여론이 ‘대통령은 저쪽(야권)에서 뽑자’고 나올 수 있다. 우리나라 정치에서 여소야대가 많이 나온 배경이다.”

이재명 지사를 친문 진영에서 신뢰하지 못하는 정황이다.

“어쩔 수 없이 이재명으로 (후보가) 결정되면, 이들이 소극적으로 될 가능성이 크다. 이탈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재명으로 가면 안 찍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고, 다른 후보로 가려니 지역 대표가 없다’는 것이 민주당의 딜레마다. (대통령이 된) 노무현·문재인은 확장성이 있는 경남·부산 사람이다. 이재명은 경북 사람이지만, 영남 출신이라는 득을 못 본다. 호남 출신 후보가 나서면 영·호남 지역 구도로 갈리는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민주당 정권이 잘했으면 영남에서도 지지가 많겠지만,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가 그리 좋지만은 않다.”

“20대 대선, 국격이나 품격은 망가지고 진흙탕 싸움 될 것”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오른쪽) 전 검찰총장과 이준석(왼쪽) 국민의힘 대표는 입당 시점을 놓고 수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래도 이 지사가 가장 앞서가고 있다.

“민주당 경선은 ‘이재명 대 반(反)이재명’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우선 이재명은 ‘형수 욕설’이나 여배우 김부선 스캔들 의혹을 해결해야 한다. 형수 욕설이야 이미 한 것이니 어쩔 수 없지만, 경선 과정에서 김부선 관련 이야기가 집요하게 나오면 상당히 난처해질 수 있다. (이재명 지사는 민주당 예비경선 토론에서 이 의혹이 제기되자 ‘제가 바지 한 번 더 내릴까요?’라고 반응해 논란을 일으켰다.) 윤석열도 마찬가지다. 윤석열의 여러 자질은 괜찮지만, (X파일 구설에 휩싸인) 부인을 퍼스트레이디로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지금 대선이 갖고 있는 문제다. 국격이나 품격은 망가지고 진흙탕 싸움이 될 것이다.”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고전이 예상되는 데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자리한다. 김 작가는 2017년 2월 민주당 경선 시점부터 문재인 당선을 예견했다. 그로부터 4년 넘게 흐른 지금, 문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나?

“긍정적인 평가부터 말하겠다. 권력은 언제나 가진 자와 결탁해왔다. 문재인은 권력을 못 가진 자, 못 배운 자와 손을 잡았다. 이런 정신은 보수도 배워야 한다. (문재인 이전까지) 못 가진 자, 못 배운 자를 위한 정책은 없었다. 시장경제를 기준으로 삼았다. 그러나 시장에 맡기고 국가가 개입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밀려나는 사람이 많아진다. 부자들은 수요를 창출해야 하는 의무를 간과했고, 일을 안 해도 생기는 소득에 매달렸다. 사회에 대한 몰이해, 사람에 대한 애정 없음이다. (그런 탐욕의 결과 반(反)시장적이고, 부자에게 적대적인 정부를 맞이하게 됐다는 맥락으로 들렸다.)”

그러나 문 정부는 그 선의와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한 듯하다.

“모든 선진국 지도자의 최대 관심은 경제다. 경제력으로 전쟁도, 외교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의 머릿속엔 경제가 없다.(쓴웃음) ‘사회가 정의로워지면 경제가 좋아질 것’이 그의 ‘이상한’ 경제관이다. 일례로 ‘어려운 사람에게 이자를 낮춰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말을 했는데, 이러면 금융구조가 다 깨진다. 이런 아마추어가 가난한 자를 위해 정책을 펼치니 이렇게 되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두고, 김 작가는 “진보 진영에는 정책과 사람이 없다”고 일갈했다. 불행하게도 문 대통령도 이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듯하다.

“진보 진영을 향해 공천할 때 ‘변호사, 시민운동가, 환경운동가 출신으로 채우지 말라’고 조언한 적이 있다. 국회의원은 그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해야 한다. 보수당은 윤리 도덕은 조금 떨어져도 비교적 그런 사람을 공천한다. 하지만 진보는 평등과 정의 같은 이념적인 것들을 말하는 사람들이 자리를 꿰차니까 나라 운영을 모른다. 나라의 기본은 경제다. 경제가 곧 정의다. 가장 중요한 경제를 도외시하고 나라를 운영하겠다니 잘될 수가 있나. 가령 (문 정부 안에선) 아무도 직을 내걸며 탈원전을 말리는 사람이 없다.”

2021년 대선의 시대정신을 한 단어로 압축한다면?

“상식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common sense.” 정권을 탈환하려면 보수 야당의 퍼포먼스가 중요할 것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공정한 경쟁’을 깃발로 내건 36살 이준석을 당대표로 선출했다.

“이준석은 미국(하버드대)도 갔다 왔고 능력도 있다. 그런 사람이 ‘공정한 경쟁’을 꺼낸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 세상에는 개인이 항거하기 어려운 것들이 대단히 많다. 극소수만이 기회를 누릴 수 있는 구조로 변해가고 있다. 웬만한 사람들은 참여조차 할 수 없는 좁고 깊은 곳으로 돈이 쏠리고 있다. 능력이 있는 자에게는 굉장히 큰 소득이 가는 쪽으로 사회가 흘러가고 있다. 공정한 경쟁은 많은 사람에게 기회가 갈 때 성립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사람에게 기회 자체가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다. 구조적인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공정한 경쟁’은 성립하기 힘들다.”

최재형은 한국 정치판의 ‘똑같은 놈들’과 달라


▎2021년 7월 12일 정치 참여를 선언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국립 대전현충원을 찾아 연평도 포격전 전사자 묘비를 어루만졌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이준석 대표를 향한 시선이 대체로 우호적이다.

“이준석은 전체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배려를 가지고 말하는 것이 좋다. 본인은 온갖 프로그램에 나가 토론을 했으니 머리와 말은 빨라졌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공계 출신이기 때문에 ‘어떻게 잘 돌아가게 하느냐’는 데만 초점이 쏠려 있다. 이준석은 자신의 출신을 대변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자기보다 못한 계층을 대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잘 돌아가지 않는’ 부분도 신경 써야 할 것이다.”

공정의 표상처럼 이미지메이킹 됐던 검사 윤석열 말고, 대권주자 윤석열의 행보는 어떻게 평가하나?

“많이 모자라다. 국민의힘에 입당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쓸데없는 짓이다. 윤석열이 했어야 했을, 지금이라도 해야 할 가장 올바른 행보는 그냥 조용히 혼자 택시 타고 국민의힘 당사에 가서 입당 원서 쓰고 나오는 것이다. 윤석열은 (국민의힘에) 입당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제3지대와 같은 발상은 100% 실패할 우스운 행동이자 정권교체에 해를 끼칠 행동이다. 그리고 자신의 몸값이 가장 높을 때 (국민의힘에) 들어가겠다는 얄팍한 생각은 쪼잔한 정치꾼이나 따지는 것이다. 들어가는 길밖에 없는 상황에서 언제인지를 재면 미숙한 것이다.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대해선 이례적으로 극찬을 내놨다. 개인적인 인연이 작용했나?

“교분은 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낙후된 분야가 어디냐고 물으면 온 국민이 ‘정치’라고 답한다. 이번 대선도 또 ‘똑같은 놈들’끼리의 싸움이다. 국민은 정치가 가장 비뚤어진 것을 알면서도, 누구를(어느 차악을) 따라가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최재형이라는 인물은 현재 보여준 것만으로도 (차악을 뛰어넘는) 우량한 인물이다. 그렇다면 이런 사람에게 달려가는 것이 맞지 않나.”

문 대통령이 부여한 임기를 다 마치지 않고 대선에 참여하려는 행보는 최 전 감사원장에게 핸디캡이지 않을까?

“헌법 기관에 있었다고 폄훼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최재형은 감사원장으로서 3년 반 동안 국정 전반에 걸쳐서 아주 세밀하게 들여다봤을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재형 대망론’을 고리로 개헌 추진 세력이 결집할 것이라는 예상도 등장한다.

“개헌이라는 것은 정치꾼들이 하는 소리다.”

문재인 정부 출범을 바라보며 김 작가는 ‘남북관계에 관한 안보 불안은 문재인이 어느 정도 해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적중했다. 그러나 대북 저자세로 가져온 긴장 해소가 건강한 것이냐는 의문은 남는다.

“근본적으로 대한민국과 북한 사이에 안보 문제는 없다. 여기서 말하는 안보는 북한의 대형도발이나 전쟁을 이야기한다. 북한이 한국을 침공할 가능성에 대해서 나는 제로로 본다. 왜냐하면 북한에 전쟁을 치를 수 있는 경제력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제는 북의 핵무기다. 북핵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일본과 연결된 문제다.”

그렇다면 굳이 문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안보가 크게 흔들릴 일은 없었던 것 아닌가?

“문제는 미국이 북한을 때리려는 것이다. 만약 보수 진영에서 대통령이 나오면 미국과 같이 무언가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재인은 절대 북한을 공격하려 하지 않으니 오히려 안보 문제가 해결되는 형태다. 장기적으로는 우리도 핵무기를 가져야 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북한이 핵을 가지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 [타임] 인터뷰에서 문재인이 ‘김정은은 솔직하고 열정적이며 결단력이 강하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행태는 좋지 않다. 안보에 있어서 미국과 같이 가야 좋을 것이다.”

文, 김정은 구애보다 한·미·일 동맹에 주력해야


▎김진명 작가는 “경제가 곧 정의”라며 ‘사회가 정의로워야 경제가 잘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관과 선후 관계에서 차이를 뒀다.
왜 그렇게 판단하나?

“북한은 뒤에 중국이 있을 때 도발이 가능하다. 중국은 미국을 바로 공격하지 못할 때 북한을 통해서 한국을 칠 수 있다. 따라서 반드시 한국은 미국, 일본과 삼각 동맹으로 대처해야 한다. 중국이 주변국 모두와 영토분쟁 중인 점에서도 그렇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사면해야 한다는 견해인 것으로 알고 있다.

“반드시 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장 큰 착각은 전문경영인이 오너경영인보다 훨씬 잘할 것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 전문경영인은 당장 주주총회에서의 실적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탕발림만 자꾸 하려 든다. 종업원이 엄청 유능해서 잘된 식당은 없다. 식당은 처음부터 주인이 만든 것이다. 반도체 산업의 본질은 대형투자다. 대형투자의 시대에 이재용을 교도소에 잡아놓고 있는 것은 우리가 우리 목을 조르는 대단히 이상한 일이다.”

19대 대선 정국에서 지상파 방송사의 대선주자 국민면접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적극적으로 현실 참여 목소리를 냈다. 이번 대선 정국에도 기회가 오면 그럴 의향이 있나?

“그때 그 프로그램은 엉망이었다. 3~4번째 방송 이후부터는 내가 입을 닫고 말을 안 했다. 국민을 대신해 질문해야 하는데 아부하는 것처럼 흘러갔다. 제대로 된 프로그램에서 상식적으로 묻고 답하는 것이라면 참여할 용의는 있다.”

- 글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un.minkyu@joongang.co.kr / 녹취 정리 손준영 월간중앙 인턴기자

202108호 (2021.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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