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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특집] 변곡점에 선 2022년 부동산시장의 향방 

상승론 ‘공급 부족’ vs 하락론 ‘유동성 축소’ 팽팽, 대선 결과에 따라 정책 방향성 정해질 것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정부의 대출규제 이후 거래량 씨 말라, 강남 등 서울 아파트는 소폭 하락세
지역에 따른 집값 양극화·전세의 월세화 심화… 대선과 지자체 선거가 변수


▎2022년 부동산시장은 미세먼지 낀 서울 하늘처럼 시계 제로다.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의견과 많이 오른 만큼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퀴즈 하나. 부동산 폭등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순서대로 나열하시오. 보기는 1번 박원순, 2번 문재인, 3번 코로나19.

‘1번’은 수요·공급을 상징한다. 서울시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12년부터 2018년 사이에 해제한 정비사업 구역만 393곳에 달했다. 이렇게 사라진 서울시의 재개발·재건축 물량은 24만8893가구로 추정된다. 경기도 분당신도시의 2.6배에 달하는 공급량이 없어진 셈이다.

‘2번’은 정책을 상징한다. 가뜩이나 수급 균형이 무너진 상황에서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입안자인 김수현 전 정책실장, 김상조 전 정책실장,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은 임대사업자 특혜, 양도세 중과, 전·월세 임대차 3법 등을 내놓아 부동산시장 왜곡을 극한까지 치닫게 했다. 그리고 ‘3번’은 유동성을 상징한다. 코로나19 이후 초(超)저금리와 완화적 통화·재정 정책은 비단 한국만이 아닌 글로벌 현상이었다. 화폐가치가 급락하는 환경에서 부동산, 주식, 암호화폐는 시차를 두고 폭등했다.

‘3번’에 가중치를 높게 두는 사람일수록 2022년 부동산 하락 가능성을 높게 본다. 왜냐하면 미국 연준의 테이퍼링 종료와 양적긴축(QT)이 임박한 상황이야말로 유동성 장세의 종언을 알리는 확실한 시그널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비해 한국은행도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려놓았고,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다.

‘2번’에 가중치를 높게 두는 사람은 3월 9일 대통령 선거가 갈림길이 될 것이라고 본다. “문재인이 아무 정책도 안 내놓으니까 부동산이 안 오른다”라는 반문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반응에는 조롱이 섞였지만 아주 틀린 말도 아니라는 시각이다. 이런 맥락에서 새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나오느냐, 국민의힘에서 나오느냐가 부동산의 방향성을 결정할 중대 요소라고 여기고, 일단 관망하는 포지셔닝이다.

반면 ‘1번’에 가중치를 높게 두는 사람일수록 2022년 부동산시장은 일시적 조정을 딛고 결국 상승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 상승론자들이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한 금리나 정책은 부수적 요소일 뿐이라는 생각이다. 이들의 뇌리 속에는 이제 정부가 더는 부동산시장을 컨트롤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일시적 조정장인가, 대세 하락장의 서막인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매파’로 분류되는 고승범(오른쪽 둘째) 금융위원장을 내세워 은행의 대출 규제를 압박하고 있다.
부동산시장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마포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새해 들어 내가 중개한 물건이라곤 법인이 급매로 내놓은 30평대 아파트 1채뿐”이라며 “동네에 부동산이 40곳 있었는데 최근 아홉 군데가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의 체감지표 중 하나가 아파트 경매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 통계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낙찰가율은 2022년 1월 97.1%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12월(100.6%)에 비해 3.5%p나 낮아진 수치다. 낙찰가율은 4개월 연속 하락 중이다. 낙찰가율이 90%로 떨어진 것은 2020년 12월 이후 13개월 만이다. 낙찰가율이 100% 이하로 내려왔다는 것은 물건의 감정가보다 실제 낙찰가가 더 낮았다는 의미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거래는 1월 11일 경매에서 낙찰된 마포구 롯데캐슬프레지던트 전용면적 191㎡ 주상복합이다. 공덕 역세권이라는 프리미엄을 갖춘 이 물건의 낙찰가는 21억3000만원이었다. 감정가 21억4200만원을 밑돌았다. 일부 언론은 같은 면적의 호가가 33억원인 점을 지목하며 ‘10억 넘게 떨어졌다’는 자극적 헤드라인을 달기도 했다. 이 주상복합의 직전 실거래는 2021년 5월의 24억원이었다. 정상적 거래보다 리스크가 훨씬 높기 때문에 경매 물건은 더 싸게 가격이 책정될 수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3억원가량 금액이 내려갔다는 것은 시장 상황이 냉각됐음을 뜻한다.

비슷한 시기 또 하나 회자된 ‘사건’은 2월 10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이었다. 강남구·서초구·송파구·강동구 등 소위 ‘강남4구’의 아파트 가격이 1년 8개월 만에 하락 전환한 것이다. 전주 대비 0.01% 하락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비록 하락 폭은 미미해도 강남 집값이 고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다는 이미지가 전파됐다. 대표적으로 2021년 10월 25억2000만원(24층)에 매매된 송파구 파크리오 84.9㎡는 2022년 1월 24일 21억6000만원(30층)에 거래됐다.

물론 정부 공인 부동산 통계 전담기관인 한국부동산원의 자료는 KB국민은행 시세와 격차가 있다. ‘정부 입맛에 맞는 통계만 내놓는다’는 시장의 불신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지적을 일부 인정하더라도 한국부동산원이 가리키는 추세 자체를 아예 무시할 순 없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전체 아파트값 하락이 강남보다 먼저 나타났다. 1월 27일에 이미 노원구·도봉구·강북구·성북구·은평구 등 서울 외곽부터 가격 하락이 발생했다. 2020년 5월 20일 이후 20개월 만이었다.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22년 1월 부동산·경제 전문가 8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1.3%가 ‘2022년 주택 매매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합 의견은 18.3%였고, 상승은 30.4%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하락 요인으로 주택 매매가격 고점 인식과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을 가장 많이(31.7%) 뽑았다. 금리 인상(28.5%)과 금융 규제(19.3%), 주택 관련 세제 강화(17.6%)가 뒤를 이었다. 상승 요인으로는 신규 공급 입주 물량 부족(29.5%)이 1위로 나왔다. 이 밖에 투자 대체재 부족과 풍부한 유동성(24.5%), 세제 강화에 따른 매물 감소(21.9%), 임대차 3법 시행 2년이 지나며 전셋값 상승 및 갭투자 증가(19.0%)도 거론됐다.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거래 절벽’


2021년 추석 이후부터 2022년 2월까지 부동산시장의 가장 큰 특징으로 거래 절벽을 꼽을 수 있다. KDI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은 2020년 대비 9.9% 상승했다. 이는 15년 만의 초(超)강세장이었다. 주목할 부분은 2021년 4분기 집값 상승폭(1.8%)이 현격히 둔화한 지점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지난해 9월 추석 직후 대출 규제를 강화한 시점과 일치한다. 그 결과 7월 4703건을 기록했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9~10월 2000건대, 11~12월 1000건대로 계속 내려갔다. 2022년 1월에는 1000건 아래까지 내려갔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래 가장 낮은 거래량이다. 종전 최저 기록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쳤던 2008년 11월의 1163건이었다.

40대 은행원 우민우씨(가명)는 약 1년 전 서울 성북구 구축 아파트에서 길음 뉴타운 신축 아파트로 갈아타기를 감행했다. 지난해 추석 전까지만 해도 그의 기분은 날아갈 것 같았다. 새로 매입한 집값은 치솟고, 아직 팔지 않은 구축 아파트도 못지않게 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정대상지역 기준으로 신규 주택 취득자는 1년 이내에 기존 주택을 양도해야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서울 집값은 오늘이 가장 싸다고 확신한 우씨는 ‘1년 이내’ 시한을 최대한 늦추기로 결심했다. 비과세 데드라인인 1월 말까지 버티기로 했다. 하지만 추석을 기점으로 거래량이 실종됐다. 연말부터 구축 아파트를 내놨지만 보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속이 타들어가자 호가를 계속 내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직전 거래보다 1억5000만원이나 싸게 내놓은 뒤에야 겨우 팔 수 있었다. 그는 “지금 아파트 매물이 쌓여가는 상황을 보면, 그렇게라도 판 내가 행운아”라고 애써 자위했다.

우씨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거래 가뭄 상황에서 그나마 계약이 성사되는 것은 가격을 할인한 것이 상당수다. 양도세 혜택을 얻기 위한 일시적 1가구 2주택이나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한 법인 매물, 증여 등 가족 간 거래가 이에 해당한다. 이런 물건 외에는 파는 쪽에서 가격을 낮출 의향이 없다. 극도로 감소한 거래량은 ‘패닉 셀’이 벌어지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다.

실제 회원 수 180만 명을 거느린 네이버 카페 ‘부동산 스터디’에서 화제가 된 대치동 2주택자의 사연은 서울 요지 아파트 가격 하락 가능성이 왜 낮을 수밖에 없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그녀는 남편의 연봉 1억원을 모조리 세금으로 부담하고 있지만, 한 채를 팔고 1주택자가 되는 것은 선택지에 없다. 자신의 수입만으로 아이 둘을 키우며 쪼들려도 버티겠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비단 이는 강남 유주택자만의 정서가 아니다. 30대 직장인인 박화영씨(가명)는 경기도 외곽지역에 2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자신과 남편은 서울 직장에서 가까운 청량리에 전세를 살고 있다. 서울 집값이 폭등하며 그녀는 서울에 ‘똘똘한 한 채’를 마련하겠다는 기대를 거의 접었다. 그럴수록 경기도 아파트를 팔 필요가 없어졌다. 집 자체가 그리 고가가 아닐뿐더러, 전세나 월세로 전가하면 되기 때문에 세금 문제는 큰 변수가 되지 않는다.

표면적으로는 부동산시장을 위협할 요인이 흘러넘치고 있음에도, ‘대세하락장의 초입’이라는 의견과 ‘일시적 조정장’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다만 하락론자와 상승론자 공히 인정하는 교집합이 존재한다. 바로 극단적 양극화 심화가 그것이다. 역대급 거래 절벽 속에서도 정작 집값 상승의 본진으로 꼽히는 강남에서는 신고가가 간헐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2030 ‘영끌’ 집값은 떨어지고, 강남은 신고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선거 포스터. 두 후보 모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염두에 둔 문구를 강조했다. / 사진:민주당·국민의힘
대표적 사례로 서초구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129.96㎡(10층)는 2022년 1월 51억원이라는 신고가를 찍었다. 다른 타입의 전용면적 129.92㎡ 물건(34층)은 2021년 11월 60억2000만원이라는 역대급 매매가 성사됐다. 월간중앙은 2018년 10월호에서 아크로리버파크가 평당 1억원을 돌파한 현상을 커버스토리로 다룬 바 있다. 당시 문 정부에서 고강도 9·13대책을 내놨는데도 제 갈 길을 가고 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당시 월간중앙 기사는 어느 부동산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제목을 뽑았다. “평당 1억이 비싸다고요? 앞으로 2억까지 갈 겁니다.” 그로부터 불과 3년 반 후, 그때의 예상이 허황된 과장이 아니었음이 생각보다 빠르게 입증되고 있다. 이미 평당 1억5000만원을 넘어선 것이다. 재건축 아파트에 해당하는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가장 먼저 평당 2억원 천장을 뚫을 것이란 전망이 비등하다.

반면 강남 이외 지역은 상대적으로 보합 혹은 하락 추세가 완연하다. 주로 15억원 이하 아파트 가격이 흔들리고 있다. 2019년 12월 16일, 문재인 정부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15억원을 초과하는 주택 매입 시 주택담보대출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대책을 내놓은 여파다. 12·16대책 이후 2년 동안 펼쳐진 ‘패닉 바잉’ 상황에서 소위 ‘영끌’ 투자자들은 대부분 대출을 끼고 15억원 이하 집들을 구입했다. 이들 다수는 2030 젊은 세대다. 실제 2021년 서울 아파트 매수자 중 42%가 2030세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주로 대출이 가능한 지역과 가격의 중소형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전세 낀 집을 매입하는 갭투자에도 뛰어들었다. 그 결과 2030세대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LTI)이 40대 이상 연령층보다 더 높아지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비(非)강남 서울 지역과 수도권 등 2030세대가 ‘영끌’한 지역부터 집값이 타격을 받고 있다. 게다가 금리가 오를수록 부담은 가중된다. 금리 인상이 집값 양극화를 가속화하는 셈이다. 강남이나 마·용·성 등 서울 요지, 부산과 대구 등 지방 대도시의 상급지는 어차피 대출 없이 집을 산 이들이 다수라 금리 인상 영향권에서 비교적 초연하다. 반면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 비(非)핵심 지역 혹은 지방일수록 금리 인상 공포에 떨 수밖에 없다.

일례로 집값 하락세가 가장 뚜렷이 나타나는 지역이 대구다. 그러나 정작 대구의 노른자 입지로 인정받는 수성구는 집값이 버텨주고 있다. 부산 역시 공급이 쏟아질 예정이지만 ‘빅3’로 꼽히는 해(해운대구)·수(수영구)·동(동래구) 집값은 흔들림이 거의 없다. 이에 대해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같은 지역 내에서도 대장 아파트와 그 나머지 아파트의 가격 상승 폭이 달라지는 양극화의 세분화 현상이 더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의 임대차법이 불러온 ‘월세 시대’

‘사는 곳이 곧 계급’이 되는,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양극화와 더불어 또 하나 도래할 대한민국 부동산의 미래는 ‘전세의 월세화’다. 전세가 멸종되고, 반전세나 월세로 대체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금리가 오를수록 거액의 전세자금 대출을 일으킨 뒤 은행에 이자를 지출하는 쪽보다 매달 집주인에게 월세를 내는 편이 세입자에게 차라리 유리하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공시가격이 매년 올라가며 보유세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월세를 받는 편이 합리적이다.

게다가 문 정부가 전·월세 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도입한 부작용으로 ‘무심코 전세를 내줬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공포감이 집주인들 사이에서 팽배해 있다. 독일인과 결혼해 현재 영국에 거주하고 있는 교민 김초롱씨는 “임대차법의 여파로 독일에서는 집을 빌려줄 때, 집주인이 면접까지 본다”고 소개했다. 이제 전·월세를 구하려고 집주인에게 이력서를 제출하는 절차를 남의 나라 일로 치부할 수 없게 됐다.

심지어 정부 정책도 월세를 유도하고 있다. 무주택 세대주로서 총급여액이 7000만원 이하인 근로자가 전용면적 85㎡ 이하 또는 기준 시가 3억원 이하 주택을 임차하면, 연말정산 때 월세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전세와 달리 월세는 국민총생산(GDP)에 포함된다. “문 정부는 ‘월세주도성장’으로 국민의 부를 키우려 한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배경이다.

2월 8일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이 매매가 상승률을 역전했다. 전세 물건 품귀가 빚어지고 있고, 올해 7월 말이면 임대차법 시행 2년이 돌아온다. 이러면 전·월세 상한제나 갱신청구권에 묶여 있던 물량이 리셋된다. 이는 전·월세 가격 인상과 직결될 수 있다. 전세가가 오르면 그만큼 갭투자 공간이 확대된다.

물론 전세의 월세화가 완성되는 날이 언젠가 온다면, 갭투자도 전세자금 대출도 사라질 것이다. 어쩌면 민주당이 내심 바라는 시나리오일지도 모른다. 실제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임대차법 국회 통과 직후인 2020년 8월 1일 페이스북에 “전세는 사라지고 월세로 전환되는 건 매우 정상이다. 국민 누구나 월세 사는 세상이 나쁜 현상이 아니”라며 “전세가 소멸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과거 개발 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저금리 시대에 서민 입장에서는 월세가 전세보다 손쉬운 주택 임차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부(富)의 사다리는 사실상 끊어지게 된다. 월급을 모아 전셋집을 거쳐 내 집을 마련하는 루트는 무력화되고, 미국·유럽처럼 소득의 상당 부분을 렌트비로 지출하는 삶이 남을 뿐이다. 이미 2월 14일 서울부동산정보 광장은 ‘월세가 낀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가 2021년 7만1080건(전체 임대차 계약의 37.4%)’이라고 공개했다. 이는 역대 최대 기록이며 2년 전보다 40%가량 급증한 수치다. 이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임대가격은 매매가격에 후행한다. 전세가 억 단위로 오르니 (고소득이 아닌) 일반인은 2년 안에 (그 가격을) 맞춰줄 방법이 없다. 게다가 정부가 전세자금 대출도 조이고 있다”며 “선택지는 더 싼 곳으로 이사하는 것이지만, 아이들 교육이 걸려 있으면 복잡해진다. 이런 사람들은 월세 전환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위 상급지일수록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할 개연성이 높은 것이다.

집값이 관망세를 띠는 주된 요인 중 하나는 대선 결과를 보고 포지셔닝을 정하겠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음미할 만한 대목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부동산 공약이 꽤 흡사한데도 시장은 달리 바라보고 있는 지점이다. 중장기적으로 이 후보 당선은 집값 상승 재료, 윤 후보 당선은 집값 하락 재료로 받아들이는 것이 정설이다. 익명의 부동산 전문가는 “두 후보가 똑같이 공급 확대, 세제 완화를 외치지만, 그 맥락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기본주택과 같은 공공 위주의 공급에 방점이 찍히고, 윤 후보는 재건축·재개발 같은 민간 위주 공급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 소득을 불로소득으로 규정하는 민주당의 철학은 분양가상한제, 초과이익환수제, 소셜믹스 등의 정책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누가 대통령 돼도 정책으론 집값 못 잡는다?

양도세 완화에 대해서도 이 후보는 ‘일시적’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다시 말해 정해진 시한이 지나면 다시 조이겠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결국 시장 참여자들이 원하는 공급이 아닌 한 뒤틀려진 수급은 더 악화할 것이고, 그럴수록 상승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가 기본소득 등 정책을 현실화하려면 세금이 더 필요하다. 결국 부동산 가격을 더 올리는 정책을 펼 것”이라고도 바라본다.

그렇다고 윤 후보가 집권한다고 집값이 바로 잡힐지에 대해서도 시장은 회의적이다. 한 전문가는 “GTX를 깐다, 재건축을 해주겠다는 것만큼 부동산시장을 자극할 재료가 어디 있나?”라고 반문했다. 6월 1일 재선에 도전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윤 후보의 부동산 정책에 어디까지 보조를 맞출지도 관심사다. 재건축을 한꺼번에 풀다간 자칫 멸실로 인한 전셋값 폭등을 불러올 수 있다. 전셋값 상승분에 비례해 집값은 치솟을 것이다.

당장 2022년 서울에는 신축 공급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다. 3기 신도시가 구체화할 때까지 공급은 매우 희소하다. 반면 투자심리는 일단 얼어붙었다. 부동산시장은 현재 균형이 팽팽한 저울과 같다. 머지않아 어느 한쪽으로 기울 것이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2203호 (202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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