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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 큰 코인판 떠나는 2030…그래도 재테크 포기 못하는 이유 

 

이민준 월간중앙 인턴기자
■ 청년들 “근로소득만으론 도저히 내 집 마련 어려워”
■ 전문가 “가상자산 시장 규모 커지며 20대 흥미 잃어”


▎암호화폐의 가장 큰 특징인 변동성은 위험요소인 동시에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매력이었다. 그러나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변동성이 작아져 이전과 같은 폭발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1월 10일 큰 낙폭을 보인 비트코인 가격 그래프. 연합뉴스
가상자산 사업자를 이용하는 국내 총이용자 비중에서 30대와 40대가 각각 1,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암호화폐 시장의 돌풍을 이끌었다고 평가받는 20대의 비중이 3위를 기록하며 투자 양상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월 2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에서 발표한 ‘21년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 계좌를 개설한 인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대는 30대로 31%를 차지했다. 40대는 27%로 2위를 기록했으며, 20대는 24%로 3위에 자리했다. 지나치게 큰 변동성 탓에 붐이 일었던 암호화폐 투자지만, 가장 영향력 있는 투자 세력으로 알려졌던 20대를 시작으로 관심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가상자산 사업자의 실제 이용자 수도 명목 이용자 수에 비해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위원회 조사 결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 등록된 이용자 수는 1525만 명이나, 고객확인의무(KYC)를 이행한 거래 가능 이용자 수는 558만 명이다. 이는 등록 이용자 수 대비 36.6%에 불과한 수치다. 아울러 이용자의 56%인 313만 명이 100만원 이하의 암호화폐를 보유한 것으로 밝혀지며 투자자들의 가상자산 비중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3월 2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에서 발표한 가상자산 실제 이용자 558만 명의 연령대별 비중. 그래픽 이민준 인턴기자
2030 “암호화폐는 도박”… 주식·ETF로 눈 돌려

가상자산에 대한 선호가 떨어졌지만 여전히 재테크에 대한 2030의 관심은 높다. 투자자들은 암호화폐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주식 투자로 되돌아오는 모양새다. 지난해 10월 법인보험대리점 리치앤코에서 오픈서베이에 의뢰한 설문조사 결과, 수도권에 거주 중인 2030 직장인 1000명 중 83%가 주식·부동산·암호화폐 등에 투자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주식 직접 투자를 선호하는 이는 88.2%로, 34.8%를 기록한 암호화폐 투자를 크게 앞질렀다.

2020년 11월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한 대학원생 A(26)씨는 월간중앙 전화 통화에서 “매우 만족할 만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고 전했다. A씨는 “아버지가 주식으로 고수익을 거두는 것을 보고 주식 투자를 결심했다”며 “군생활 동안 모은 적금을 갖고 투자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2021년 상반기 암호화폐 열풍이 불었을 때 투자를 고민하기도 했지만, 운에 맡기는 도박이라는 생각에 접었다”고 덧붙였다.

미국 등 해외국가 주식도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10년째 재테크 포트폴리오를 운영 중인 B(30)씨는 현재 해외 상장지수펀드(ETF)에 40%를 할애하고 있다. B씨는 월간중앙에 “2018년 처음 암호화폐 붐이 일었을 때 투자했으나 변동성이 너무 커 차트를 종일 들여다보고 있어야 했다”며 “필요한 노력에 비해 수익이 크지 않다고 생각해 더는 암호화폐에 투자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암호화폐 중 하나인 도지코인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수많은 2차 창작물을 양산했다. 트위터 캡처
“암호화폐 혁신 이미지 잃으며 20대 이탈” 분석도

전문가들은 2030의 암호화폐 투자 시장 이탈 원인으로 “더 이상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제시한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월간중앙 전화 통화에서 “2030 청년층, 특히 20대를 암호화폐 시장으로 이끈 것은 큰 변동성과 그로 인한 높은 수익률에 대한 기대”라며 “시장이 55조원 규모로 커진 만큼 변동성이 자연스럽게 낮아지면서 수익률에 대한 기대도 작아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암호화폐가 혁신적 이미지를 잃었다는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홍 교수는 “암호화폐 투자는 혁신적·미래지향적이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청년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했었다”며 “20대에게 수익보다도 중요한 것은 재미”라고 분석했다. 이어 홍 교수는 “지금은 노골적인 돈 놓고 돈 먹기 식의 시장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청년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이민준 월간중앙 인턴기자 19g297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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