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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포엠] 가을, 인지적 부조화 

 

이병국

▎남산의 가을 / 사진:박종근 비주얼실장
층층이 펼쳐진 빛의 이름을 구분할 수 없었다.

비스듬한 나무로부터 뻗어 나온 가지가
허방을 짚는 손이
짓물러 흐르는 일이란

한쪽 끝과 다른 쪽 끝을 잇는 낭떠러지였기에
비틀거리기에 충분하다.

같은 방향으로 비치는 그늘에
발이 걸려 넘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사위가 짙고
꿈을 꾸던 낙엽들이 쌓이고

아무런 소란도 일지 않는다.
태연한 이들이 기분을 들고 서성인다.

저마다의 표정으로 자신을 가로지르는 계절처럼
그저 하던 일을 하기로 한다.

※ 이병국 - 1980년 인천 강화 출생. 인하대 대학원 박사 수료. 201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2017년 [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 평론 등단. 시집으로 [이곳의 안녕], [내일은 어디쯤인가요] 등이 있음. 내일의 한국작가상 수상.

202211호 (202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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