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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기획] 사진으로 돌아본 2022년 10대 사건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2022년은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고도로 네트워크화된 ‘초연결 사회’에서 단발적인 사건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2월에 발생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 세계가 물류로 연결된 글로벌 유통망을 붕괴시키며 세계적 경제 침체를 불러왔다. 그 여진은 도미노처럼 세계 각국에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고 몇몇 나라는 70%가 넘는 살인적 인플레이션을 겪기도 했다. 이에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가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4차례나 대폭 인상하면서 한국 경제 또한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에 따른 시련을 겪고 있다. 사건의 연속성은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고 앞으로 일어날 사건들의 ‘결’을 더듬어 찾아갈 수 있게 한다. 월간중앙이 2022년을 돌아보며 10대 사건을 선정한 이유다. 사건이 가지는 폭발성과 해당 사안이 앞으로 대한민국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고려했다.
1. 제20대 대통령에 검찰 출신 윤석열 당선


3월 10일 치러진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24만7077표(0.73%p) 차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는 혹평도 있었지만, 윤 대통령은 1987년 이후 정치 경험 없는 검찰 출신으로서 5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첫 대통령이 됐다. 6·1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여당 국민의힘은 ‘윤심(尹心)’을 업고 압승을 거뒀지만 이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축출 과정에서 이 전 대표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이 대립하며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2. 글로벌 유통망 망가뜨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월 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토의 동진을 막고 우크라이나 내 나치 세력을 정화한다는 명분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개전 초기 승패가 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전쟁은 장기화하며 다른 양상을 맞았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구권의 지원이 확대되며 전쟁은 미국을 위시한 제1세계와 러시아의 대리전 양상을 띤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글로벌 유통망에 심각한 타격을 주며 세계 경제에 복합적 위기를 초래했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이에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는 연달아 금리를 인상했다. 달러화 강세로 각국 환율 하락이 이어졌고 한국 역시 IMF 금융위기 이후 최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국내 경제활동 여건이 악화했다.

3. 이태원 ‘핼러윈 참사’, 행정력 부재 속 아비규환


10월 29일 이태원 해밀톤호텔 인근 골목에서 압사 사고가 일어나 158명이 사망하고 197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3년 만의 ‘노마스크 핼러윈’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날 이태원에만 10만 명(경찰 추산) 인파가 몰렸다. 명확한 사고 경위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는 경찰 신고 대응 미비 등 행정력 부재가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112 신고 기록에는 사고 당일 18시 34분경부터 신고가 접수됐음에도 대처는 미온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자정 12시까지 보고를 받지 못했고,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관할 지역 내 행사에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은 채 출타 중이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사고 이튿날 ‘이태원 사고 관련 긴급 브리핑’에서 “예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었다”며 “경찰과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고 설명해 국민의 비판을 받았다.

4.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한국도 우주강국 대열에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II) 발사 성공으로 대한민국이 우주강국으로 우뚝 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6월 21일 전라남도 고흥에서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누리호 2차 발사에 성공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1t급 이상 인공위성을 우주 발사체에 실어 자체 기술로 쏘아 올린 나라가 됐다.

국내 첫 달 탐사선 ‘다누리(KPLO)’ 또한 달을 향한 긴 여정을 떠났다. 다누리호는 8월 5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미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사의 팰컨9 발사체에 실려 하늘로 쏘아올려졌다. 발사 약 1시간 반 만에 다누리와 지상국의 첫 교신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오태석과기부 1차관은 “달을 향한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며 “태양전지판이 제대로 펼쳐져 전력 생산을 시작했고, 장치 간 통신 등이 정상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5. 시진핑 3연임… ‘차이나 리스크’에 세계는 기함?


중국이 10월 22일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통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1인 천하’ 장기 집권 체제를 열었다. 중국 공산당 최고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 중 시 주석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을 ‘시자쥔(習家軍·시진핑의 측근 그룹)’으로 채우며 전례 없는 최고 지도자 중심의 ‘원팀’ 지도부를 구성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이 강제로 퇴장당하는 모습은 견제 없는 권력 출범의 상징적인 장면으로 보여졌다.

‘차이나 리스크’에 세계 금융시장은 기함했다.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폐막 후 미국 증시에서 중국 주요 IT 기업의 주가가 급락하며 지난 10월 24일(현지시간) 하루에만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 105조원이 사라졌다. 이는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경제통이 중국 지도부에서 전멸했기 때문이다. 새 지도부의 면면을 살펴보면 사회주의 시장 경제에서 마오쩌뚱 시대 계획경제로의 퇴보까지 걱정할 상황이다.

6. 미 연준 4연속 ‘자이언트 스텝’… 한국도 고금리 여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1월 2일(현지시간) 올해에만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 금리 0.75%p 인상)을 단행했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기존 3.0~3.25%에서 3.75~4.0%로 뛰었고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최대 1%p 차가 됐다. 원화 환율은 9~10월 두 달간 1달러 대비 1400원대를 넘어섰으며 당분간 강달러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거침없는 연준의 긴축적 통화정책 방침에 한국은행(총재 이창용)은 딜레마에 빠졌다. 양국의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 하락을 자극해 물가 상승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급격한 금리 인상은 무역 적자 등 지표상 뚜렷한 성장 둔화와 함께 가계·기업이 내야하는 이자가 늘기 때문에 부담이 있다.

7. 우영우, 오겜 등 K콘텐트 글로벌 시장서 맹위


2022년에는 K콘텐트의 약진이 돋보였다. 신생 채널 ENA가 론칭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연출 유인식, 각본 문지원)는 국내는 물론 ‘넷플릭스(NETFLIX)’ 비영어국가권 작품에서 5주가 넘도록 글로벌 1위를 기록하며 전 세계적으로 흥행했다. [오징어 게임](연출·각본 황동혁)은 9월 13일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상인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남우주연상을 비롯해 6관왕에 오르며 비영어권 드라마의 새역사를 썼다. 앞서 [오징어 게임]은 2021년 9월 23일부터 11월 7일까지 46일 연속 넷플릭스 전 세계 순위 1위를 차지하며 사상 최장 1위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수리남] 등 한국 드라마에 해외 팬들이 매료되고 있다.

8. 아베 전 일본 총리 피살과 자민당 과반 의석 확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총리가 7월 8일 일본 참의원 선거를 3일 앞두고 피격당해 숨졌다. 가해자는 야마가미 데쓰야(山上徹也)라는 이름의 전직 해상 자위대원으로 어머니가 통일교에 빠져 재산을 탕진한 것과 아베 전 총리가 관련 있다고 생각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알려졌다. 참의원 선거에서는 3년마다 전체 248석 중 절반을 뽑는데, 일본 극우 정치인의 거두였던 아베 전 총리가 사망하면서 보수 진영이 결집한 탓에 자유민주당(자민당)이 63석,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13석을 차지해 과반이 넘는 의석을 확보했다. 아베 사후 일본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내각 지지율이 하락한 가운데 한·일 관계도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이 ‘전쟁 가능한 국가’로 거듭나는 평화헌법 개정에 돌입할지도 주목된다.

9. 경제계 우려 속 ‘중대재해처벌법’ 전격 시행


1월 27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시행됐다. 안전보건 확립 의무를 지키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는 것이 골자다. 법에서 지정한 ‘중대산업재해’란 산업재해 중 사망자 1명 이상,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인한 직업성 질병자(대통령령 위임) 3명 이상 발생할 경우를 말한다.

법 시행 후 이틀 만인 1월 29일, 경기도 양주시 삼표산업(대표 이종신) 채석장에서 토사가 무너져 내려 근로자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이종신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노동당국의 수사를 받았고 6월 13일 고용노동부는 이 대표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로써 삼표산업은 해당 법 적용을 받은 ‘1호 기업’이 됐다.

10. 데이터센터 화재로 3일 동안 카카오 셧다운


10월 15일 광교 SK C&C에서 발생한 화재로 카카오톡 서비스가 먹통이 되며 온 국민의 일상이 멈췄다. 카카오페이, 카카오T(택시 서비스) 등 각종 생활 관련 서비스가 멈추며 시민의 불편이 야기된 것은 물론, 카카오톡으로 업무를 보던 생업 종사자들이 큰 피해를 봤다. 이 때문에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카카오 대란’을 통해 유사시 사이버안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대통령실은 사이버안보TF를 출범시키고 범정부 대비태세를 점검했다.

16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사이버안보기본법 제정을 둘러싼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lee.seunghoon1@joongang.co.kr

202212호 (202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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