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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러-우크라이나 전쟁 예견한 동유럽의 작가 밀란 쿤테라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우리는 당시 내가 살고 있었던 구시가 광장 쪽으로 걸었고, 끝없는 고독을, 허탈감을, 문화가 천천히 사라지고 있는 유럽이라는 공간의 빈자리를 느꼈다.” 이 책은 유럽 문화 예술사에서 중앙 유럽이 가지는 중요성을 꾸준히 옹호해온 작가 밀란 쿤데라의 사상적 원점을 보여준다. 그는 러시아의 서진 욕망에 의해 중앙 유럽 국가들이 그 존재를 위협받고 있다고 말한다. 러시아는 계속해서 서쪽으로 영토를 확장해 나가려고 하고 문화적으로 끈끈하게 연결돼 있던 서유럽의 문화 정체성이 옅어지며 중앙 유럽 국가들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처럼 중앙 유럽이 유럽의 정치, 사회, 문화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간과해 서유럽 자체가 사라질 위험에 처한 상황을 일컫는다.

쿤데라의 두 편의 에세이를 엮은 이 책은 1967년 체코슬로바키아 작가 대회에서의 연설문 ‘문학과 약소 민족들’과 프랑스 잡지 [데바 Le Debat]에 실린 후 전 유럽에 번역돼 퍼진 시론 ‘납치된 서유럽_혹은 중앙 유럽의 비극’을 포함하고 있다. 이 글들은 발표 이후 한 번도 쿤데라의 단행본에 포함된 적이 없다가 2021년 11월에 프랑스 갈리마르의 ‘데바 총서’로 출간됐는데, 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일어나 유럽 정세를 예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202212호 (202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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