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북한.국제

Home>월간중앙>정치.사회.북한.국제

[배종찬의 민심 뚫어보기(6)] 여론조사로 보는 국민의힘 당권 향배 

“尹의 ‘법과 원칙’ 기조에 보조 맞출 인물은 누구?” 

주호영의 한남동 관저 회동 이후 내건 ‘수도권·MZ세대 지지’ 조건에 한동훈 차출설까지
친윤계 의원 71명 ‘국민공감’ 조직… 차기 당대표는 결국 친윤 눈치 볼 수밖에 없는 구조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거에 윤심이 절대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윤심’을 품은 후보가 누구일지에 촉각이 실린다. /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3년 2월 말 또는 3월 초로 예상되는 국민의힘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우뚝 서게 되는 인물이 누구일지 여의도 정치판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가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당원권 정지 중징계로 물러난 이후 발족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는 3월 초가 되면 임기를 종료하고 물러나야 한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계속 비대위 체제에 머물러 있는 것도 정상적이진 않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 시작 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계속해서 꼬이고 지지율이 낮았던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당과 대통령실 사이의 알력(軋轢) 때문이었다.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친윤 조직이 이 전 대표 리더십에 반기를 들었고 결국 친윤 비대위가 구성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원하고 2024년 총선을 대비하는 데 있어 비대위 조직은 제한적이다. 빨리 전당대회를 통해 차기 지도부를 출범해야만 안정적인 집권여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 차기 당대표 손에 다음 총선 공천권이 걸려 있고 선거 결과에 따라 윤 정부의 운명이 좌우될 것이다.

당대표 후보로 여러 이름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은 완연한 윤곽이 드러나지는 않았다. 울산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김기현 의원이 일찌감치 출마 의향을 드러내고 있고, 안철수 의원도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 역시 나름 높은 인지도와 함께 각종 당대표 여론조사에 이름을 올리며 경쟁력을 보인다. 그 외에 윤상현, 권성동, 주호영, 조경태 의원 등이 출마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여론조사에 이름이 올라가고 있지는 않지만 권영세 통일부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거론된다. 특이한 인물도 등장한다. 바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을 한남동 관저에서 만나고 난 이후 ‘수도권과 MZ세대로부터 지지를 받는 당대표가 필요하고 지금 거론되는 후보들은 성에 차지 않는다’는 발언을 하면서 한 장관이 당대표 후보감으로 주목받았다. 급기야 윤 대통령이 ‘한 장관이 당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장관직 수행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일단락되는 상태다. 점점 더 오리무중이 되어가고 있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과연 어떤 인물들로 대진표가 짜여질까.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관련 키워드에는 ‘MZ세대’와 ‘수도권’,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의 복심 한동훈 법무부 장관까지 언급되고 있다. / 사진:썸트렌드
여론조사는 인지도순… 가장 중요한 건 ‘윤심’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여론조사 결과에 나타난 권력 지형은 어떤 모습일까? [뉴시스]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2월 4~6일 실시한 조사에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전체 응답자에서 유승민 전 의원이 33.6%로 가장 높았다. 그다음으로 나경원 12.5%, 안철수 10.3%, 김기현 4.9%, 주호영 의원 4.8%, 황교안 전 대표 2.3%, 권성동 1.9%, 조경태 1.9%, 윤상현 의원 1%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유 전 의원이 높았지만 대부분 민주당 지지층이나 진보층에서 유 전 의원의 손을 들어준 결과다. 일종의 ‘역선택’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이렇다 보니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전당대회 룰을 기존의 당원 70%, 국민 여론조사 30%에서 당원 90%나 100%로 바꾸자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유 전 의원을 향하는 여론과 또 다른 반란표를 사전에 원천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실제로 전체 결과에서는 유 전 의원이 가장 높았지만 국민의힘 지지층 사정은 달랐다. 당 지지층에서는 나경원이 22.9%로 가장 높고, 그다음으로 안철수 15%, 유승민 13.9%, 주호영 원내대표 10.1%, 김기현 의원 9.8% 순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다른 조사 결과들도 거의 비슷한 추세로 나오고 있다. 나 전 의원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높게 나오는 이유는 인지도가 상당히 높고 서울시장 선거 출마 경력과 원내대표로서의 활약, 전당대회에도 출마했던 전력이 있는 만큼 국민의힘 지지층 내에서 입지가 튼튼한 것으로 이해된다. 다만 당내 친윤 그룹에서 나 전 의원을 지지하거나 당대표감으로 적임자라는 의견은 별로 나오지 않고 있다. 결국은 여론조사 결과와 별개로 국민의힘 당대표 자격은 윤 대통령의 의중, 이른바 윤심(尹心)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차기 당대표, 국정 지원에 총선 승리 리더십 있어야

기본적으로 당대표에 대해 윤 대통령의 의중을 알 수 있는 부분은 이준석 전 대표처럼 독자적인 정치 방향을 가지고 있는 인물에 대해 완강히 거부한다는 점이다. 대선에서는 이 전 대표와 힘을 합했지만 결국 국정 운영에 함께하지 못했다. 유 전 의원과도 선거 단계에서는 어느 정도 협력했지만 그 외에 경기지사로 가는 길이나 그 이후 국정 운영에서는 협력하는 모습이 존재하지 않았다. 윤심을 품은 당대표란 대통령과 철학을 함께하며 국정과 당정을 일치해서 이끌고 갈 수 있는 인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가 가장 먼저 힘써야 하는 역할은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계속해서 지지율이 하락했고 민주당의 정치적인 공세로 임기 6개월 동안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기회가 없었다. 여기에 지난 10월 29일 전대미문의 ‘이태원 참사’가 벌어지면서 국정 운영은 큰 난관에 봉착했다. 참사 진상 규명과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가 실시될 예정이지만 이태원 참사는 앞으로도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지속해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은 조금씩 올라가는 추세로 나타나 드디어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는 모양새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는지 아니면 잘못하고 있는지’ 물어봤다. 가장 최근인 12월 6~8일 조사에서는 윤 대통령의 긍정 지지율은 33%, 부정 평가는 59%로 나타났다. 여전히 부정이 긍정보다 훨씬 더 높은 상태지만 직전 조사와 비교하면 계속해서 상승 추세로 나오고 있다. 조사 방식에 따라 대통령의 지지율에 대한 수치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자동응답조사에서는 40%를 넘긴 결과도 있을 정도다. 11월 중순 이후부터는 윤 대통령 지지율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는 중이다. 화물연대 파업 등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노동계 파업에 대해 ‘강경하고 단호한 대응’ 그리고 ‘법과 원칙’을 강조한 점이 지지층을 결집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계 및 개별 기업에 주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업무개시명령’을 선언하며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처럼 노조 파업에 대해 ‘단호한 대응’을 한 것에 대해 국민의 지지도가 올라간 것이다. 결국 차기 국민의힘 당대표는 윤 대통령의 ‘법과 원칙’ 국정 운영에 보조를 맞출 준비가 되어 있는 인물이라야 한다.


차기 당대표, 친윤 조직 주도할 수 있어야


▎국민의힘 내 다양한 인물이 당대표 하마평에 오르고 있지만 누구 하나 적임자라는 평을 받고 있지 않다. 사진은 당권주자로 분류되는 김기현(오른쪽에서부터) 의원, 나경원 전 의원, 권성동 의원. / 사진:연합뉴스
선거에서 국회의원들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대목은 공천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다. 차기 당권을 노리는 이라면 당 소속 의원들의 눈치 또한 안 볼 수 없다. 최근 친윤계 의원들은 ‘국민공감’이라는 모임을 발족시키고 세력을 과시하고 있다. 무려 의원 71명이 참여했다고 하니 의원총회를 방불케 하는 머릿수다. ‘국민공감’의 마음을 얻어야 당대표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당대표가 되어서도 이 사조직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결국 차기 당대표의 조건은 윤 대통령의 ‘법과 원칙’ 기조와 더불어 당 차원에서는 친윤 조직을 잘 아우르고 이끌고 나갈 인물이라야 한다. 거론되고 있는 김기현, 안철수, 나경원, 권성동, 윤상현, 권영세, 원희룡 중 친윤 조직의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사람은 누구인가. 여기에 당내 분란을 최소화하려면 공천에 대해 공정한 기준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그 외에 더 중요한 역할은 당의 지지율을 지속적으로 견인하는 것이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조사에서 최근 12월 6~8일 조사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본 결과 국민의힘 36%, 더불어민주당 32%로 나타났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오차 범위 내 국민의힘이 앞서는 결과다. 차기 당대표는 총선 전까지 민주당과 지지율 격차를 더 벌리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 즉, 대중적인 영향력까지 요구된다.


완벽한 후보 없어도 기존 인물 중 최선 선택해야

그렇다면 빅데이터는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에 대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를 통해 12월 1~8일 ‘국민의힘 당대표’를 키워드로 연관어와 감성 연관어를 분석해봤다. 연관되는 인물로 ‘윤석열’, ‘김건희’, ‘주호영’, ‘안철수’, ‘한동훈’, ‘유승민’이 등장하고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강신업 변호사까지 나왔다. 강 변호사는 김건희 여사의 팬카페인 ‘건희사랑’의 회장직을 맡았었던 인물이다. 인물 연관어 외에 주호영 원내대표가 한때 당대표감으로 ‘수도권’과 ‘MZ세대’를 강조했는데 이를 반증하듯 연관어로 올라 있다.

이번에는 감성 연관어를 살펴봤다. 국민의힘 당대표를 입력했을 때 가장 비중 있는 감성 연관어로 ‘최선을 다하다’가 올랐고 그 외에 ‘유능하다’는 조건이 강조돼 있다. ‘갈등’과 ‘배신’이라는 감성 연관어가 있어 당대표 성격에 있어 ‘윤심’이나 ‘친윤’과 배치되진 않을지 우려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기술된 당대표 조건을 종합해본다면 문제는 차기 국민의힘 당대표로 거론된 인물 중에서는 조건에 맞는 인물이 단 한 명도 없다는 데 있다. 외부에서 영입되거나 기존에 주목받지 못했던 누군가가 혜성처럼 등장한다면 몰라도 말이다. 결국 기존 인물 중에서 최선의 선택지가 무엇인지 가려내는 방법밖에는 없다.

조건은 분명해졌다. 첫째, 대통령과 ‘법과 원칙’의 철학을 공유할 수 있고 둘째, ‘친윤 조직’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후보여야 한다. 셋째로 당의 지지율을 견인하고 야당인 민주당과 대결 구도에서 밀리지 않는 전투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넷째로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는 데 있어 갈등이나 충돌을 최소화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적어도 당의 중진급으로 산정해볼 수 있다. 대선후보로 출마 가능한 당대표 후보자라면 다른 대선후보들의 견제와 대결이 예상되므로 가급적 대통령 선거 후보와 무관한 인물이어야 하는 점도 조건에 추가된다. 이쯤 되면 떠오르는 인물이 없지는 않다. 누구일까.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관련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 중 부정어에 ‘성 차지 않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한남동 관저에서 만나고 난 이후 유사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 배종찬 - 정치컨설턴트이자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연세대 정치외교학 학사, 서울대 국제대학원을 석사로 졸업하고 고려대 행정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길리서치 연구팀장,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을 지내고 인사이트케이 연구소를 설립했다. 현재 종편 및 보도전문채널의 패널로 주로 출연하고 있다.

202301호 (2022.12.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