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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인터뷰] 이기식 병무청장의 ‘공정(公正) 병무행정’ 향한 생각 

“병역이행자가 예우받는 사회 만들어갈 것”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인구감소 시대에 병역자원 적기 충원과 병역의무자 중심의 서비스 개선에 주력
약속 지킨 BTS 멤버 진 입대에 박수… 예술·체육요원 축소는 국민여론 수렴해 결정


▎이기식 병무청장은 해군 출신 첫 병무청장이다. 이 청장의 소명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병무행정’이다.
방탄소년단(이하 BTS) 멤버 ‘진’이 12월 13일 현역 입대했다. CNN 등 외신들이 경기도 연천군 소재 제5사단 신병교육대를 찾아올 정도로 글로벌 이슈였다. 그다음 날 이기식(66) 병무청장을 인터뷰하려고 정부대전청사로 향했다.

1981년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이 청장은 해군본부 인사참모부장, 해군 제2함대사령관, 국방정보본부 해외정보부장, 해군사관학교장, 합동참모본부 군사지원본부장을 거쳐 해군 작전사령관까지 올라갔다. 이 청장은 “(2016년 10월 전역하기까지) 36년 동안 군에서 복무했다. 사관학교 생활까지 합치면 40년을 국가가 키워주고 먹여주고 재워줬다”며 “또다시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 기회란 2022년 5월 임명된 윤석열 정부의 초대 병무청장직을 의미한다.

“병력 지원은 전쟁의 승패와 직결”


▎2022년 12월 13일 방탄소년단의 맏형 진(가운데)이 멤버들의 배웅 속에 입대했다.
병무청은 전국에 지역별로 14개 지방청을 포함해 18개 소속기관이 있다. 이 청장은 취임 후 두 달 만에 이곳을 전부 찾아갔다. “현장에 가봐야 답이 있다”는 지론을 관철한 것이다. 이 청장은 병무청의 행정 역량을 제도와 민원 서비스 개선에 집중할 방침임을 밝혔다. 이에 수반하는 궁극의 목표는 병역 의무에 관한 명예심을 확충하는 데 있다.

BTS 멤버 ‘진’이 입대하는 장면을 보며 어떤 감정이 들었나?

“BTS가 거둔 성과는 우리 국익에 큰 도움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 국민도 세계에 한류를 전파한 BTS를 통해 자긍심을 가질 수 있었다. 군 복무와 관련해 BTS 그 누구도 ‘군에 가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이슈가 됐었는지 모르겠다. BTS는 자신들의 약속을 지켰고, 정말 멋진 모습으로 군에 갔다. 맏형 진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또 군 복무 기간 열심히 할 수 있도록 격려를 보내고 싶다.”

취임 후 병무청의 서비스 마인드를 강조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민원 중에서도 병무 민원은 특히 힘들다. 군 입대 여부, 판정 등급, 시기 등에 관한 민원 상담을 병무청 포털 서비스에 올리면 1년 365일 24시간 응답해줄 수 있는 ‘챗봇’이라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구축했다. 내가 오기 전부터 있던 서비스인데 고도화 과정에 있다. 또 병적증명서나 각종 통지서를 모바일 앱으로 발급받아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e병무지갑’ 서비스도 도입했다.”

부임 직후 병무청에 와서 어떤 인상을 받았나?

“어떻게 하면 공정하게 병무 행정을 처리할 것인지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감명받았다. 우리 직원들은 프로다. 민원인에 대한 응답도 최선을 다해 성의 있게 한다고 느꼈다.”

청장으로서 가장 역점을 두는 사안은 무엇인가?

“병무청 임무 중 가장 중요한 일은 평시와 전시에 병력 자원을 각 군에서 요구하는 만큼 적기에 들여보내주는 것이다. 이는 전쟁의 승패와 직결된다. 지난 8월 을지연습은 전시 동원 체계에 대해 전반적으로 훑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도 병무청은 AI·과학기술 강군 중심의 ‘국방혁신 4.0’에 맞춰 군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과 역량을 갖춘 우수 병역자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의 대책을 마련하겠다.”

인구감소 시대에 병역자원 감소는 필연적이다. 이에 대처하기 위한 병무청의 솔루션은 무엇일까?

“현역병 확보 대책을 위해 병무청은 의무경찰 등으로의 전환복무제도를 폐지했다. 과거 병역자원이 많았을 때는 군에서 필요한 최정예 자원을 선발하려는 차원에서 신체검사 기준을 많이 높였다. 그러나 이제는 그 기준을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 물론 임의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군에서 요구하는 체력 수준까지 낮출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회복무요원의 현역 입대가 늘어나겠다.

“병역 잉여 자원이 많았던 시절 공익 목적에 필요한 사회서비스 분야 지원을 위해 도입됐지만 사회복무 요원도 이제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 신경정신과적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복무기관의 부담을 경감해주도록 과감하게 5급 판정을 내려 사회복무요원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예비군 훈련 가면 결강 처리해서야…”


▎2022년 12월 이기식(왼쪽) 병무청장이 경기도 김포의 해병대를 방문해 조영수 제2사단장에게 병역 이행을 응원하는 국민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 청장은 병역이행자에 대한 예우를 중시하는 듯하다. ‘병역명문가 선양산업’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아이디어 같은데?

“3대에 걸쳐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는 것은 국가에 대한 큰 헌신이다. 이분들을 병역명문가로 선정해서 국민이 이분들을 존경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 분위기 형성은 물론 국립 시설 입장료 할인, 병원 치료비 감면, 은행 우대금리 등 피부에 와닿는 혜택을 줄 수 있다면 자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병역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역점 사업이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 병역 의무를 당연시하는 풍조가 짙어졌다.

“병역을 이행한 사람들에 대한 합당한 예우가 부족하다는 인식을 많이 가지고 있다. 심지어 일부 대학에서는 예비군 훈련 받느라 부득이하게 강의에 결석한 학생에게 불이익을 주려고 했다. 병무청이 (그런 행태를 보이는) 대학교수와 일일이 상대할 순 없다. 다만 대학 측과 이야기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무관심이다. ‘예비군 훈련을 가느라 결강합니다’라고 하면 ‘참 수고하러 갔네’라는 인식이 있어야 하는데, 자기 강의 빼먹었다고 결강 처리하는 일이 더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미군이 저렇게 강한 힘을 가질 수 있는 배경에는 ‘당신이 국가를 위해 싸우다 다치거나 전사하면 그 뒤는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미국 국민의 예우와 존경이 있다. 미국은 6·25전쟁 때 전사한 미군 유해를 끝까지 찾아내 가족에게 돌려보낸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군 복무를 했던 사람, 하고 있는 사람, 예비군 훈련을 받는 사람들도 다 존중받을 것이다.”

2022년 5월 13일 윤 정부 초대 병무청장으로 임명됐다. 어떤 소명의식을 가지고 있나?

“국방부 연습통제단장을 할 때 병무청과 연계된 일들이 있었다. 그런 경험이 병무청장 업무 수행에 많은 도움이 된다. 대통령께서 제일 먼저 제시했던 가치가 공정사회다. 신체검사부터 판정, 군에 보내는 시기 등에서 공정이 훼손된다면 청년들에게 굉장히 큰 상실감을 줄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원칙인 국익·실용·공정·상식에 바탕을 두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병무 행정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싶다.”

자주국방이 안 된 나라치고 번영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

“자기 나라를 자기 국민의 손으로 지키지 못한다면 그 나라의 존재 가치는 없어지는 것이다. 국방력이 갖춰져야지 국력이 다른 데로 결집돼 경제 부흥 등을 해나갈 수 있다. 국방이 안 되면 다른 걸 할 수 없다. 다만 우리나라는 혼자 힘으로 하는 것보다 한·미 동맹을 통해서 시너지 효과를 만들 수 있다.”

2023년 병무 행정에 있어서 주력하는 부분이 있다면?

“병무청의 기본이자 핵심 업무인 우수자원 적기충원 외에도 미래환경 변화에 대한 선제적·능동적 대응체계 구축, 복잡하고 다양한 국민 요구 충족, 병역 의무자 중심 맞춤형 병역이행 체계로의 변화가 있다. 이 가운데 4번째에 해당하는 입영판정 검사를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병무청에서 병역판정 검사를 해서 군에 보낸다. 그러면 군에서 입영한 사람들 대상으로 또 신체검사를 새로 한다. 여기서 군이 원하는 수준에 미달되면 돌려보낸다. 그러다 보니 ‘군대 가려고 준비해 왔는데 돌아가야 되는’ 문제가 생긴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2025년까지 병무청이 입영하는 모든 인원들에 대해 입영판정 검사를 할 것이다. 즉 입영하기 전에 병무청에서 미리 검사를 해서 병역의무자 중 신체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군에 가서 귀가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확인해 자신의 계획을 변경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병무청 입장에서는 현재의 병역판정 검사에 비해 거의 배로 일이 불어나기 때문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 그래도 해야 한다는 것이 병무청 구성원들의 생각이다.”

국적이나 신체상의 이유로 병역 의무를 짊어지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중에 병역 의지를 가진 이가 있다면, 입대를 열어주는 시스템은 있나?

“3급 판정받은 사람까지 현역으로 갈 수 있다. 4급 판정은 사회복무요원으로 보낸다. 사회복무요원으로 가는 사람 중에서 ‘현역으로 가고 싶다’고 하면 우리가 확인을 해서 현역으로 보내준다. 그런 분들이 적잖이 있다.”

병역의무자 중심의 맞춤형 병역이행 체계


▎이기식 병무청장은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병역 제도를 들여다보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BTS 병역 이슈를 계기로 예술·체육요원을 축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예술 분야의 경우 국내대회 수상, 체육 분야의 경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병역특례는 과도하다는 의견이 비등하다.

“제도 개정과 정비는 국민의 동의와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특히 병역은 매우 민감한 부분이다. 예술·체육요원 제도에 대해서도 이를 고려하면서 보충역 전반의 큰 틀에서 검토할 계획이다. 관계부처 간 신중한 협의와 국민여론 등을 충분히 수렴한 후 최선의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

사회복무요원 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

“현재 약 6만 명 사회복무요원이 장애학생 돌봄 특수학교, 노인요양시설, 지하철역 등에서 사회안전망 구축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회적 밀알 역할에 비해 충분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병무청은 사회복무요원에게 필요한 사기진작과 재정지원 확대를 위해 장애학생 지원분야 사회복무요원의 특별휴가 확대, 대학 원격강좌 수강 및 수강료 지원, 사회복무 경험의 학점인정 대학 확대 등을 실시한다. 또 2023년 상반기부터 건강보험료를 전액 지원한다.”

“천안함 유가족들의 애국심에 감사”

일반 국민에게 이 청장은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당시 브리핑을 도맡았던 군인으로 기억된다. 그로부터 세월이 꽤 흘렀지만 여전히 당시의 아픔은 각별하게 다가올 듯하다.

“천안함 사건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난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평시에 잠수함을 이용해 상대방 군함을 어뢰로 쏘는’, 있을 수 없는 짓을 하지 않는다. 참 불행한 사건이었다. 천안함 유가족분들에게 늘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어떤 면에서 그런가?

“처음에는 자기 아버지, 남편, 아들이 전사했으니 굉장히 흥분하셨다. 하지만 결국에는 모든 분이 이성적으로 접근하면서 오히려 뭉치시더라. 지금은 이분들이 천안함 생존자 중에서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들이나 해군 장병들 중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계신다. 사회복지재단에서 천안함 유가족을 돕겠다고 해서 꽤 많은 성금이 모였었다. 이 돈을 나눠 갖지 않고, ‘천안함 재단’으로 만들어 이런 일들을 해오고 있다. 그분들의 국가관이나 애국심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천안함 사건을 거치며 우리의 안보관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육상에서 어떤 문제가 터지면 눈으로 보면서 우리가 판단하고 대책을 강구할 수 있다. 하지만 천안함은 어뢰에 맞는 순간 침몰했다. 그렇다 보니 천안함을 인양하기 전까지 별의별 이야기들이 있었다. 어떤 사람은 피로골절에 의해서 부러졌고, 어떤 이는 옛날에 설치했던 기뢰에 의해 이렇게 됐다 등등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모두가 전문가인 상황이 돼버렸다. 당시 천안함 사건을 이용해 온갖 헛소문을 퍼뜨리려고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도 일부에서는 ‘좌초’라고 하던데 이는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아직까지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해군의 한 사람으로서, 어떨 때는 울분이 치솟는다.”

이 청장은 해군 가족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집안 배경이 군인으로서 살아오는 데 어떤 영향을 주었나?

“부친(이흥섭 전 대령)과 배우자(김태숙 전 대령) 그리고 아들까지 모두 해군에서 복무했다. 동생(이기남 전 해병대 중령)도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해병대에서 복무했다. 특히 군 복무 중 부친으로부터 ‘정직한 삶을 살아가면서 올바르게 국가에 충성하고 부하들을 잘 보살피라’는 말씀을 들었다. 이 말씀이 군 생활을 하는 데 방향타 같은 역할을 했다. 천안함 피격 사건 발생 이후 임시 대변인 역할을 맡았을 때도 이런 자세를 가질 수 있었기에 많은 사람과 소통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 글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 사진 김성태 객원기자 / 녹취 정리 최소라 월간중앙 인턴기자

202301호 (202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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