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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은 인천도시공사 검단신도시 공사 수주전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 입찰 전 골프회동 의혹 불거졌는데도 수천억원대 공사 수주
■ 경찰이 수사 중인데도 인천도시공사는 낙찰자와 계약 강행


▎인천도시공사는 입찰 방해 의혹에도 불구하고 D건설 컨소시엄과 계약 체결을 강행하면서 논란을 증폭시켰다. 사진 인천도시공사
대형 건설업체들이 공기업에서 발주하는 공사를 따내고자 사활을 건 로비전을 벌여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인천광역시에서는 입찰비리 의혹이 제기돼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도 공기업이 낙찰을 강행한 사례가 발생해 업계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건설 부패는 민간 주택시장의 난개발과 입주민들의 고분양가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의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인천도시공사(사장 이승우)는 2021년 5월 발주한 검단신도시 공동주택용지 ‘AA29BL’ 공구 계약과 관련해 D건설을 낙찰자로 결정했다. 검단신도시 공동주택용지 ‘AA29BL’ 공구는 기술력이나 사업 이행능력과 상관없이 로비와 특혜에 의해 낙찰자가 결정됐다는 의혹을 받아 2021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질타의 대상이 될 만큼 건설업계에서 논란이 됐던 사업이다. 고발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지만 최근 도시공사가 외부에 알리지 않은 채 낙찰을 강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인천도시공사 관계자는 “입찰 문제와 관련해 내부 조사를 거쳤고, 법무실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월간중앙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도시공사의 판단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게 건설업계의 반응이다. 입찰이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은 정황들이 많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공사 입찰 전에 인천도시공사 관계자와 낙찰받은 건설업체 간부가 만남을 가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재 인천서부경찰서 수사2과는 인천도시공사의 해당 사업 공모 담당자인 박모 부장과 D건설 컨소시엄에 속한 E개발의 안모 대표 등을 입찰방해죄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이들은 해당 사업이 공고된 지 5일 만에 골프장에서 회동을 가진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로 경찰이 통신영장을 집행해 조사한 결과 이들과 함께 E개발 모 직원과 감정평가사 김모씨 등 총 4명이 인천 송도의 한 골프클럽에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계 정보에 밝은 한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 간부는 건설업계 로비의 주된 대상이다. 업계에서 이들과 운동을 하고 친분을 다지며 공사 수주 정보를 사전에 주고받는 일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경찰, 통신기록 통해 골프장 회동 정황 포착


▎D건설 컨소시엄 측과 인천도시공사 관계자는 사업 공고가 난 지 닷새 만에 인천 송도 한 골프클럽에서 회동을 가진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사진 인천 송도의 한 골프클럽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이들이 인천시 건설 파트에 몸담은 전·현직 공직자란 점에 주목하고 있다. E개발 안 대표는 인천시 동구·서구청 건설과 등에서 20년을 근무했을 만큼 건설업계 사정에 잔뼈가 굵은 인물로 퇴직 후에도 인천도시공사 발주 사업을 여러 건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와 함께 골프장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지는 감정평가사 김씨도 2017년까지 인천도시공사에서 근무하다 감정평가사로 전직한 인물로 알려졌다. 안 대표는 경찰 조사에서 “직원들을 데리고 골프장에 갔을 뿐 인천도시공사 박 부장을 만난 사실은 없다”며 혐의를 적극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역시 “만남 자체를 알지 못하며 경찰 조사를 받은 일 역시 없다”는 입장을 월간중앙에 전해왔다.

골프장 회동 후 인천도시공사가 심사위원을 구성하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흘러나왔다. 당시 입찰 응모에 참여했던 건설업체의 한 관계자는 “심사평가가 원래 잡혀 있던 날짜에서 일주일 정도 연기됐다. 당시 인천도시공사에서 심사위원 후보 추가 모집과 관련한 부정적인 이슈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전했다. 당시 인천도시공사는 심사위원 후보를 추가 모집한다는 사실을 경쟁 건설업체에 알리지 않았고, 충원한 심사위원 후보마저 비밀에 부친 것으로 전해진다. 심사위원 후보 명부는 사전 공개가 원칙이다. 인천도시공사는 이와 관련해 “3개 공구를 동시에 발주하다 보니 심사위원 후보를 추가로 모집해야 했고, 각 지방공사에 공문을 보냈다. 비밀리에 진행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심사에서 차순위로 밀려난 업체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심사에서 탈락한 K건설 관계자는 월간중앙에 “심사위원 후보를 충원한 사실을 모르는 채 후보 명부가 경쟁 업체로 넘어갔다면 당연히 골프장 회동과 관련돼 있지 않겠는가”라며 심사 과정의 공정성 문제를 지적했다.

수천억원 향방 달라질 수 있지만 수사는 답보상태

이처럼 주택건설과 관련한 비리 의혹은 여전하지만 경찰이 수사에 들어가도 업계 관행이라는 이유로 시일만 끌다 면죄부를 받거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번 사건은 수사 결과에 따라 수천억원대 공사비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지방 일선서인 서부경찰서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 공사비가 3700억원에 달하는 이 사업의 낙찰자로 선정된 D건설 컨소시엄과 차순위 K건설 컨소시엄 간의 점수 차는 45점이다. 입찰방해 혐의가 인정될 경우 두 업체의 처지는 단번에 뒤바뀐다.

이와 관련해 인천 서부서 수사 담당자는 “통신기록에 골프장에 같이 있었다는 정황이 나왔지만 통신기록이라고 해도 위칫값에 최소 30m 이상 오차가 발생한다. 심증은 가지만 확실한 증거 확보를 위해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천지역사회와 건설업계는 경찰이 8개월째 수사 결론을 미루고 있는 데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이들이 많다.

-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ahn.deokk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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