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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의 평양리포트] 무인기로 진화하는 북한의 입체 도발 

서울 휘저은 드론 5대에 대한민국 농락당했다 

첨단 무력 과시 일변도에서 교란용 드론으로 도발 전술 변화
미사일 중심 대공 무기체계에 소형 무인기 방어체계도 갖춰야


▎새해가 시작되면서 북한의 도발 전술에 변화가 나타난다. 기존의 핵과 미사일 중심에서 소형 무인기를 이용한 교란 작전으로 입체화했다. 북한의 입체 도발에 대응해 무인기 대공 방어체계 수립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엄동설한 속에서 북한의 무인기 공격은 다시 한반도 안보정세를 요동치게 했다. 지난해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동북아를 충격에 빠트리더니 이어서 드론으로 서울 하늘까지 휘젓고 사라져버렸다. 격추를 위해 이륙한 우리 공군의 KA-1 경공격기가 원주 비행장에서 추락하는 등 부실 대응 사례까지 발생하며 군은 이래저래 스타일을 구겨버렸다.

처음에는 서울 용산 영공이 안 뚫렸다던 국방부의 주장은 무인기 항적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수도방위사령부 방공여단의 국지 방공 레이더에 정체불명의 항적이 잡혔고, 항적 위치는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반경 3.7㎞의 비행금지구역인 P-73의 북쪽 끝 지점이었다. 용산 영공까지 무인기가 침범했을 것이라는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장을 둘러싸고 ‘북한 내통설’까지 등장하는 등 무인기 5대에 연말연시 대한민국 안보가 완전히 농락당한 기분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무인기 침범 다음 날인 12월 27일 지난 5년간 대공 무기체계인 ‘비호(飛虎) 복합’의 운용력이 저하되고 무인기 격추 훈련을 군이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듣고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질책했다. 이어 북한이 한 대를 보내면 두세 대를 북쪽에 보내 대응하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북한 도발에 대해 가장 강경한 반응이었다. 윤 대통령은 서울 하늘이 북한 드론에 의해 완전히 유린당했다는 언론의 지적에 대해 격노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기울어진 남북관계를 바로잡는 동시에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비례적 대응 방침을 지시했던 윤 대통령 입장에서 싸구려 드론이 5대나 5시간 이상 서울 영공을 활공했는데 한 대도 격추시키지 못한 데 대해 대로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윤 대통령은 이어 이어 우리나라 무기 개발의 산실인 대전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전격 방문해 배석한 3군 참모총장 등 지휘관들에게 압도적 전력에 의한 대응체계 구축을 지시했다. 이후에도 화가 가시지 않았는지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ADD 등으로부터 무인기 대응 전력에 대한 보고를 받고 “북한이 다시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는 “감시, 정찰과 전자전 등 다목적 임무를 수행하는 합동 드론부대를 창설하고 탐지가 어려운 소형 드론을 연내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라”고 지시했다.

백주대낮에 벌어진 초유의 무인기 도발

군은 북한이 앞으로 무인기를 보내 우리 영공을 침범할 경우 도발 수준에 비례해 우리 무인기들을 북측 지역으로 보내 정찰 활동을 벌일 방침을 수립했다. 특히 스텔스 무인기 개발을 서둘러 평양은 물론, 장거리 로켓 발사 및 ICBM 엔진 시험 등을 해온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까지 보내 촬영한 뒤 사진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소극적이고 수세적이었던 대북 무인기 대응 작전이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것으로 크게 바뀌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2014년 북한 소형 무인기 사건 이후 무인기 요격 능력을 포함해 2015년 이후 배치한 대공 무기체계인 비호 복합의 허술함도 이번에 드러났다. 비호 복합은 레이더로 최대 20㎞ 밖에서 무인기를 탐지하고 3㎞ 내 무인기는 격추할 수 있는 대공 무기체계다. 하지만 이런 첨단 장비를 배치해놓고도 지난 5년간 제대로 운용 훈련을 하지 않아 북한 무인기가 서울까지 내려오고 다시 북으로 돌아가는 5시간 내내 사용을 못했다는 것이 용산 안보실의 평가다.

반면 문재인 전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의 안보 대응 능력이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1월 3일 양산 사저에서 신년인사차 방문한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지난 정부에선 이스라엘에서 감시 레이더를 들여오는 등 준비를 모두 마쳤다”고 했다. 여당은 지난 정부를 비판하고 야당은 반발하면서 무인기 도발 사태는 남남 갈등으로 비화했다. 야당 입장에선 무인기가 정치공학적으로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안이 아닐 수 있다. 이번에 북한 무인기를 가장 먼저 포착한 ‘국지방공레이더’는 노무현 정부 때 개발을 시작해 이명박 정부를 거쳐 2020년부터 양산 및 배치됐다.

북한 입장에선 저비용 도발에 남측이 고비용으로 대응해 가성비가 높았던 도발로 평가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수십억원이 소요되는 미사일보다 수백만원에 불과한 무인기가 남측을 흔드는 데 효과적인 현실을 보고 대한민국 안보의 아킬레스건을 확실히 파악했다고 희희낙락했을 것이다. 특히 남측이 조악하다고 깎아내렸던 북한 정찰위성 사진 소동에 대응해 염가의 무인기가 확실하게 남측 영공을 무력화했으니 통쾌하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다만 향후 스텔스 기능을 갖춘 남측 첨단 무인기가 날아오는 데 대해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9·19 군사합의 효력이 정지되고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이 이뤄지면 북한에 반드시 유리하다고 할 수 없다.

정찰위성 수준 평가절하에 北 “곧 보면 알아”


무인기의 전모를 파악하기 전에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무인항공기와 드론의 개념을 구분하면 이렇다. 무인항공기는 조종사 없이 자율 또는 원격조종에 의해 비행하는 동력 비행체를 말한다. 이를 무인항공기 체계(UAV: Unmanned Aerial Vehicle System) 또는 드론이라고 한다. 사용하는 현실과 관련 규정을 보면 드론과 무인기는 구분된다. 항공법과 국가기술표준원의 국가표준을 보면 자체 중량 150㎏ 이하는 무인동력비행장치이고, 150㎏ 이상 자율 또는 원격으로 조종하는 항공기가 무인항공기이다. 무인동력비행장치는 무인비행기, 무인헬리콥터, 무인멀티콥터 등이 있는데, 국내에서 말하는 드론은 일반적으로 무인멀티콥터를 가리킨다. 드론은 무인동력비행장치이고, 무인항공기는 150㎏ 이상으로 조종사 없이 비행하는 항공기를 의미한다. 이 같은 법적인 구분은 민간에서 안전을 고려해 구분하지만, 살상을 목적으로 한 전투에서는 의미가 없어진다.

무인기를 드론이라 부르게 된 계기는 명확지 않지만, 영국에서 1935년에 훈련용 복합기인 ‘타이거모스(Tiger moth)’를 원격조종 무인비행기로 개조하면서 ‘여왕벌(Queen Bee)’이라는 별명을 붙였다가 영국 여왕이 연상된다고 해 수벌을 뜻하는 드론(drone)이란 단어로 바꿨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 1936년 미국에서 나온 원격조종 비행기에 대한 연구 자료에는 드론이란 명칭이 최초로 등장한다.

김정은이 갑자기 무인기로 도발한 의도는 무엇일까? 첫째, 지난해 12월 18일 북한이 실시한 정찰위성 시험 결과를 둘러싼 남북 간 갈등부터 살펴보자. 북한은 경사 궤도를 830초 동안 날며 야심 차게 촬영한 서울 도심과 인천 항구에 대한 정찰위성 사진을 남측이 평가절하한 데 발끈했다. 김여정 노동당부부장은 정찰위성 개발 최종 단계의 중요한 시험을 두고 남측이 ‘조악한 수준’이라고 지적하자 비속어를 써가며 발끈했다. “개나발들 작작하라”, “악청을 타고 오는 주둥이”, “개 짖는 소리” 같은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김여정이 “곧 해보면 될 일이고, 곧 보면 알게 될 일이 아니겠는가”라고 한 지 일주일 만에 무인기 도발이 벌어졌다. 북한이 공개한 정찰 위성 사진은 20년 전 수준에 불과하고 구글 위성사진에도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김정은은 첨단 정찰 위성이 아니더라도 간단하게 드론으로 용산과 남산 등을 정밀 촬영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했다. 남측의 과소평가를 무인기 5대로 확실히 무력화한 셈이다.

둘째, 입체적 도발의 예고편이다. 지난해 12월 27일 북한 매체들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곤란 속에서 모든 것을 인내하며 실제적 전진을 이룩한 사실을 소중한 바탕으로 해 더욱 격앙되고 확신성 있는 투쟁 방략(전략)을 세울 것”이라는 김정은의 지시를 강조했다. ‘강 대 강’ 구도로 한미동맹에 대응하겠다고 주장하지만 ‘돈 문제’ 때문에 쉽지 않다. 과거 1970~80년대 미·소 냉전 시대에 전략무기 경쟁으로 소련이 거덜 났던 전례를 북한도 모르지 않는다. 신(新)물망초(forget-me-not) 전략으로 일본열도를 지나가는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ICBM 정상 발사를 공언하지만, 본질적인 한계는 재원 조달이다. 사이버 해킹과 텅스텐 등 광물자원 수출 등으로 충당하더라도 여의치 않다.

무조건 강공 전략 대신 가끔은 번트 전략으로 득점을 올리는 입체적 전술 개발에 주력하지 않을 수 없다. 다양한 역량 강화 전략이 필요한 배경이다. 북한의 드론 무기화 전략은 이미 201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은 김정은 집권 이후 과학기술 중시 정책을 추진하며 드론 개발을 본격화했다. 2016년 노동당 대회에서 IT 발전 전략을 강조하며 드론 개발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드론 모형의 하드웨어 제조보다 영상정보와 위성을 통한 드론 제어기술, 군집비행 운용기술 등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에 주력했다. 각종 방송 프로그램과 열병식 중계 및 뉴스에 드론을 영상촬영 장비로 이용했다. 지난 2020년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이어 2021년 신년맞이 행사에서 급변하는 북한의 모습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영상 제작에 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모형 항공기 ‘스포츠’로 위장하고 은밀히 개발

주목할 만한 점은 군사용 드론 전략이다. 북한의 무인기 개발은 다른 무기와 달리 극비리에 추진됐다. 김정은은 집권 첫해인 2012년 1월 당시 군부 핵심 인사들과 함께 서부지구 항공구락부를 방문했다. 김정은이 참관했던 훈련이 프로펠러형 무인기 조종경기였다. 집권 후 첫 군사훈련 참관지로 무인기 부대를 택했을 만큼 무인기 개발에 공을 들였다. 김정은은 1년여 뒤인 2013년 3월에도 ‘초정밀 자폭형 무인타격기’ 훈련을 참관했다. 그리고 “남반부 작전지대의 적(敵) 대상물 좌표들을 빠짐없이 장악해 무인 타격 수단들에 입력시켜놓으라”고 지시했다. 북한은 10년 넘게 준비한 무인기 개발 프로젝트를 철저히 은폐해왔다. 북한군이 보낸 무인기는 국내에서 2014년 처음 발견됐다. 명백한 북한의 무인기였음에도 북한은 당시 남조선의 자작극이라고 발뺌했다. 북한의 대외용 선전매체는 2015년 11월 사실상의 무인기 타격 실험을 ‘무선조종(RC) 모형 항공기’ 경기라며 인기 스포츠 종목으로 포장하기도 했다.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국방력 강화 5개년 계획’을 채택하며 공개한 무력 관련 5대 핵심 과제에도 드론은 빠지지 않았다. ▷극초음속 미사일 ▷고체연료 추진 ICBM ▷정찰위성 ▷핵추진 잠수함 및 수중발사 전략 핵무기 이외에 마지막이 무인정찰기 개발이다. 북한이 무인기를 실제로 투입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우크라이나 전쟁이었다. 우크라이나군이 민간 무인기 전문가를 모아 ‘아에로로즈비드카(공중 정찰)’라는 항공 정찰부대를 만들어 정찰뿐 아니라 공격 작전까지 성공시키면서 무인기가 사실상 게임체인저(game changer)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비교적 열세에 있던 우크라이나 군대는 무인기를 이용해 러시아 장갑차 부대를 상대로 크고 작은 승리를 거뒀다. 러시아도 자폭 무인기로 대응했다. 전투기가 수행해야 할 임무를 드론으로 저렴하게 대체하는 사례에 공군력이 부실한 북한이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북한은 1980년대 후반 중국산 D-4(ASN-104) 무인기를 최초로 입수했고, 이를 토대로 1990년대 초반부터 ‘방현-Ⅰ’과 ‘방현-Ⅱ’ 등 평안북도 구성시 방현 지역의 이름을 딴 방현 시리즈 무인기를 자체개발 및 생산했다. 최근 들어 방현에서는 북한이 대형 무인기를 개발하는 정황도 포착됐다. 미국 방위산업 전문매체는 최근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평안북도 구성시 방현 공군기지에서 중국산 무인공격기 차이훙(CH)-4와 흡사한 장거리 체공형 무인기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중국, 러시아, 이란, 시리아에서 관련 기술을 획득해 무인기 개발을 지속해왔다. 군 당국은 북한이 현재 300∼400대에서 최대 1000대의 무인기를 운용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또한 상업용 드론을 군사용으로 전용한 정황도 드러났다. 인도 언론에 따르면 파키스탄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인도의 잠무-카슈미르 지역 경찰은 지난해 5월 자석이 포함된 폭발물을 탑재한 멀티로 터형 상용 드론을 격추했는데, 격추한 드론이 북한제라고 발표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남북 대치 상황의 새로운 프레임 구축 전략이다. 평양 입장에서는 적에게 주는 공포감의 위력에 관심이 많다. 대남 위협에서 미사일과 핵무기의 하드웨어 공격도 필요하지만 무인기 공격의 소프트웨어도 필수적이다. 킬러용과 자폭용으로 구분되는 무인기는 앞으로 AI 기술을 접목하면 더욱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하늘을 저공비행하는 무인기는 삽시간에 교통과 통신을 마비시키고 혼란을 증폭할 수 있다. 5대의 무인기에 인천과 김포공항의 항공기 이착륙이 한 시간이나 중단됐다. 지난해 카카오 먹통 사태도 드론 공격으로 재발할 수 있다. 소형 폭탄을 싣고 날아다니는 드론은 요격이 용이하지 않다. 특히 도심 상공을 비행할 경우 전투기로 대응하기도 어렵다. 설사 격추하더라도 탑재한 폭탄 파편 등이 도심에 낙하할 경우 시민들이 입을 피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도심지 상공서 드론 격추 시 민간 피해 딜레마


▎북한은 김정은 집권 이후 은밀하게 무인기를 개발해왔다. 2012년 4월 열병식에서 공개한 무인타격기.
실제로 이번 무인기 도발 대응 과정에서도 이 같은 고민이 드러났다. 출격한 우리 공군의 KA-1 경공격기는 육안으로 보일 정도까지 북한 무인기에 접근해 격추할 기회가 있었다. 조종사는 기총 사격을 할까 말까 고심했다고 한다. 통수권자는 확전을 각오했다지만, 조종간을 잡은 파일럿은 민간인 피해 가능성 때문에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총탄 수백 발이 서울 한복판 지상으로 떨어졌을 때 어떤 사태가 발생할지 가늠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소형 무인기 격추는 미사일 요격보다 어려운 임무다. 레이더는 통상적으로 비행체의 반사 단면적이 2㎡ 이상인 표적을 탐지할 수 있다. 소형 무인기는 레이더 반사 단면적이 0.01~0.08㎡에 불과해 탐지 및 격추가 어렵다. 레이더에 10㎝ 이내로 식별되니 육안으로도 어렵다. 무인기 침범 다음 날 군이 인천 쪽에서 새떼를 무인기로 오인한 것도 그런 한계 때문이다.

현재 우리 군은 벌컨, 천마, 비호, 비호 복합 등 다양한 대공화기로 무장했다. 성능이 뛰어나다는 비호 복합도 소형 무인기의 경우 1~2㎞ 안으로 들어와야 요격할 수 있다. 이번 무인기처럼 작고, 고도 2~3㎞ 상공으로 비행하면 대공화기로 타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전투기, 공격헬기 등 항공전력의 격추수단은 주로 기관총인데 총탄이 커서 자칫 대형 민간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 전시가 아닌 이상 항공전력으로 격추하기가 쉽지 않다.

레이저와 고출력 마이크로웨이브 무기, 전파 교란 장비 같은 신무기가 나오면 민간 피해 없이 격추할 수 있겠지만, 신무기 전력화는 몇 년이 소요될 예정이다. 북한 무인기에 맞설 우리 군 대책의 주요 내용은 각종 레이더로 무인기를 일찍 포착해 지상 대공화기와 항공기 기관총 등으로 주저 없이 격추하는 적극적 전술이지만, 이 역시 시간이 필요하다.

국방부는 사후 약방문이지만 실효적인 무인기 대응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2023~2027 국방중기 계획’에 북한 무인기 위협에 대응한 탐지 자산과 ‘소프트킬’, ‘하드킬’ 무기체계 사업 등 5년간 56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포함시켰다. 또한 현재 시험평가 단계인 레이저 대공 무기 블록1 연구개발 사업을 2026년에 끝내고 2027년부터 전력화를 시작하기로 계획했다. 하지만 이 대공 무기는 2017년 북한 무인기가 발견되자 추가적인 보강전력 확보를 가속하겠다며 제시한 대안과 유사하다.

민심 교란용 ‘소프트테러’ 대응책 마련 서둘러야

5년 전에도 북한 소형 무인기를 격추할 수 있는 신형 대공포와 레이저 대공 무기를 조기 전력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방부는 안티 드론 통합체계를 2027년까지 개발한다고 했다. 방위사업청은 이미 지난해 6월 레이더로 탐지 식별하고 방해 전파를 쏴 초소형 드론을 잡는 무기체계를 군에서 시범 운용한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당시 방사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이라고 자랑했지만, 현재 군에는 이 체계가 없다.

윤 대통령이 지시한 드론부대 창설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육군 지상작전사령부에 드론대대 2개(중대 4개)가 운영 중이며, 중기계획에는 3개 중대를 창설하는 계획이 반영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지시는 창설을 앞당겨 드론부대를 확대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무인기의 대남 정찰·공격에 맞서 한국도 북한 지역을 무인기로 정찰·공격하겠다는 것이다. ‘공격이 최고의 방어’란 발상이다.

투자 대비 효과의 가성비가 높아 AI 시대에 대세인 드론 무기화 전략은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군사 트렌드다. 윤 대통령의 지적대로 드론은 군사적 가치보다는 민심을 교란해 우리의 국가적 시스템 작동을 방해하기 위한 일종의 ‘소프트 테러’다. 4차 산업혁명의 첨단 기술이 군사 분야에도 급속하게 적용되고 있다. 인류 역사에서 전쟁이 기술 발전의 동기가 됐던 사례는 수없이 많다. 소수의 인명을 살상하는 중화기도 치명적이지만, 다수를 공포에 사로잡히게 하는 전력 개발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하드웨어 무기와 소프트웨어 무기를 구분하고 효율적으로 개발 및 관리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현재 국방부가 추진 중인 ‘국방혁신 4.0’이 지나치게 기술지상주의를 강조한다는 지적이 있으나, 무인기를 잡지 못하는 이상 기술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시대적 트렌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위해서는 군 수뇌부의 유연한 사고와 첨단 기술에 대한 절대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특히 평소 땀 흘려 훈련하지 않으면 실제 전투에서 피를 흘린다는 손자병법의 교훈을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군의 지휘관들은 명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평화가 70년 이상 지속하면서 무너져버린 상무(尙武)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소를 잃고 나서라도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는 외양간마저 빼앗길지도 모를 일이다.

202302호 (202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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