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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북유럽과 일본은 어떻게 ‘연금 고갈 위기’에서 벗어났나 

100년 후 연금 플랜 짠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보험료율 올려야 

취약계층의 연금 성실 가입 유도한 독일 사례 벤치마킹 필요
저소득층 연금 보장에 집중하고, 수급 기간과 금액 조절해야


▎인구 구조가 빠르게 악화하는 현실 속에서 국민연금에 내재된 재정 불안정이 매우 심각한 상태다. 한국은 북유럽 국가나 일본 등 복지 선진국의 연금 운용 방식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 사진:연합뉴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0년 발간한 ‘한국경제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회원국 대다수의 향후 노인 부양 비율이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할 전망이다. 경제활동인구에 비해 연금 수급자 비율이 지나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얘기다. 주목할 대목은 OECD 회원국 중에서도 한국의 상황이 가장 좋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OECD 평균 노인 부양률은 2020년 28.6%에서 2060년 53.0%로 높아질 전망이다. 반면 2020년 22.0%로 OECD 평균보다 낮았던 한국의 노인 부양률은 2060년이 되면 OECD 평균보다 30.1%p나 높은 83.1%로 치솟을 전망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1988년 3.0%로 시작한 한국의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현재 소득의 9.0%로 OECD 평균 수준인 20.0%의 절반에 불과하다. 인구 구조가 빠르게 악화하는 현실에도 1999년 이후 25년 동안 보험료율을 단 1%p도 인상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에 내재된 재정 불안정이 매우 심각한 상태다.

OECD 주요 국가들은 제한된 정부의 재정 여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기여 방식 연금 제도의 재정적 지속 가능성을 높여주는 연금 정책과 취약 계층에게 재정을 집중 투입하는 사회 정책을 구분해 접근하고 있다. 연금 제도를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개혁하되 노후 빈곤 예방 조치의 일환으로, 정부 재정으로 재원을 조달하는 ‘최저소득 보장 제도’를 도입했다.

연금 수급 조정 장치 마련한 핀란드와 일본


▎기대수명 증가와 인구 절벽으로 인해 한국의 경제활동인구와 연금 수급자 비율은 향후 40년간 기형적인 비대칭성을 보인다. 한국의 노인 부양률은 2020년 22.0%로 OECD 평균보다 낮았던 반면, 2060년이 되면 83.1%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사회 정책적 속성의 최저소득 보장 연금 제도는 잘 조준된 방식으로 대상자를 선정한다. 과거 보편적으로 운영하던 기초연금 제도는 폐지 또는 축소하되 저소득층 대상의 보장연금(Guarantee pension)을 도입해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기본적인 노후 소득 보장을 달성하고 있다.

1998년(연금법 의회 통과 기준) 스웨덴 연금 개혁의 핵심은 그동안 연금 제도에 혼재됐던 연금 정책과 사회 정책을 투명하게 분리시킨 것이다. 소득 비례 연금을 명목 확정 기여(NDC) 방식으로 전환시켜 제도 개편 이후부터는 더 이상 미적립 부채(Unfunded accrued liability)가 늘지 않도록 운영하고 있다. 미적립 부채란 국민에게 이미 지급하기로 약속한 연금액 중 현재 시점에서 부족한 금액을 의미한다. 주요국의 자동 안정 장치는 개혁 이후 시점부터는 더 이상 미적립 부채가 늘어나지 않도록 연금 제도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OECD 주요 회원국의 연금 자동 조정 장치를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우리가 비교하기 좋아하는 스칸디나비아 복지 국가와 일본 등 OECD 회원국의 70%가 이미 다양한 형태의 자동 조정 장치를 도입하고 있다. OECD 주요 회원국의 자동 조정 장치 도입 현황에 대한 이해 차원에서 관련 용어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필요하다. ‘적립식 DC’는 적립식 확정기여형 제도다. 가입 기간 동안 자신이 기여한 만큼만 연금액을 지급함으로써 연금 재정 안정이 자동으로 달성된다.

반면 명목 확정 기여형 제도로 불리는 ‘NDC’는 1999년 스웨덴이 세계 최초로 도입한 제도다. 과거의 부과 방식 제도를 바꾸는 과정에서 제도 이행의 수월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안됐다. 부과 방식 제도란 연금 보험료 납부자가 많고 연금 수급자는 적던 시절에 당해 지출되는 연금액만큼만 재원을 조달하던 방식이다. 향후 지급할 연금액의 상당 부분을 적게 걷어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재정 운영방식이다. 당장 국가가 보유한 돈이 없더라도 가입자가 기여한 만큼의 원금과 이자 수입을 개인 계정에 가상(명목적)으로 넣어주는 형태다.

‘확정급여형 DB’ 또는 ‘포인트 제도’는 보험료 부담 수준과 관계없이 사전에 얼마의 연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제도이다 보니, 수명이 늘어 연금 받는 기간이 길어지면 연금 재정의 불안정이 초래된다. 핀란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금 수급 연령과 기대 수명을 연계했다. 일본은 저성장·저출산·평균수명 증가로 연금 재정이 악화할 경우, 연금액을 자동으로 축소하는 조정 장치를 도입했다.

북유럽은 기초연금 제한하고 저소득층 지원 집중


▎일본 국민연금은 한국(9%)의 두 배가 넘는 18.3%의 보험료를 부담케 하고, 소요 재원의 50%를 세금으로 조달하면서도 소득 대체율은 50%대를 보인다. 40%대 소득대체율을 보장하는 한국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 이유다.
외국의 연금개혁 동향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복지국가의 대명사로 불리는 노르딕 4개국(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의 연금 제도 변화를 중점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덴마크를 제외한 노르딕 국가는 보편적 기초연금을 폐지하고, 저소득층 대상 최저 보장 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기초연금을 완전히 폐지하면서 최저 보장 연금 제도를 도입했다. 소득비례연금을 확정급여(Defined benefit, DB) 방식에서 확정기여(Defined contribution, DC) 방식으로 변경해 부담한 만큼만 연금액을 지급한다.

한편 핀란드는 과거 이원화돼 있던 기초연금(모든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 균등 부분과,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기초연금 부분)에서 균등 부분은 폐지하고,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기초연금만 운영한다. 1990년대 초까지 65세 이상 노인 93%에게 ‘만액기초연금(full basic pension)’을 지급했지만, 현재는 65세 이상 노인의 약 45% 미만에 대해서만 지급한다. 그것도 소득비례연금액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한국으로 치면 기초연금 월 32만원에 해당하는 핀란드의 만액기초연금 수급자 비율은 전체 노인 중 8% 미만으로 대폭 축소됐다. 기초연금을 유지하지만, 저소득층 노인 위주로 선택과 집중해 운영하는 셈이다.

반면 덴마크는 기초연금을 전체 노인에게 지급하고는 있지만, 노후 소득 상당 부분을 기업연금에 의존하는 측면에서 공적연금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로 분류된다. 한국으로 치면 기초연금만 있고, 국민연금은 없는 방식으로 운영한다고 볼 수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가 넘는 국부펀드를 운영하는 노르웨이 역시 취약층 노인을 중심으로 집중 운영한다. 2010년까지는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했지만, 2011년부터는 보장연금 제도를 도입해 저소득 노인만 보호하고 있다.

한국은 길어지고 있는 국민 예상 수명에 비례해 매년 지급 연금액을 삭감하는 ‘기대 여명계수(Lifeexpectancy coefficient)’를 도입한 핀란드 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생애 전체로 보면 동일한 액수의 연금을 지급하지만, 연금 받는 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매년 지급액을 삭감하는 준(準)자동 안전장치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수명이 길어지는 만큼 더 일하게 해 실제로 매년 지급되는 연금액이 삭감되지 않도록 운용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70%에게 동일한 액수의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한국의 기초연금 개선 방향 측면에서 핀란드 사례는 적지 않은 시사점이 있다. 핀란드는 소득비례연금 액수가 증가함에 따라 기초연금을 차등·부분적으로 지급하면서 중간 이하 저소득층에게 주택 수당(housing allowance)을 추가로 지급한다.

노인 빈곤율을 줄이는 방편으로도 활용 가능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등 정치권에서는 연금개혁 방향성을 설정하기 위한 숙의를 거치고 있다. 해외 선진국의 우수 개혁 사례를 본받으면서 동시에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세대를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핀란드 운영 사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책적 함의는 한국도 기초연금에 한해선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을 정도의 현금만 지급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중간 이하 저소득층의 국민연금 가입 유인을 약화시키지 않기 위해서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현금 지급액 비중은 최소화하면서 현물 속성의 주택 수당과 의료 급여를 추가 지급해 취약 계층의 안정적 노후 생활을 보장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을 채택할 경우, 한국의 높은 노인 빈곤율을 낮출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국 노인 상당수가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핀란드가 지급하는 주택 수당의 대체재로 보면 그만큼 추가 소득이 있다고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들의 가처분소득이 적을지라도 소유 주택을 주택 수당 개념으로 접근하면 노인 빈곤율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참고로 필자 연구에 따르면 노인 빈곤율 산정에 사용하는 가처분소득 대신 노인이 소유한 주택 등을 고려한 다차원 관점에서 분석하면, 노인 빈곤율이 20% 초반으로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독일은 2004년 개혁 이후 출산율·평균수명·경제성장률이 연금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매년 평가한다. 지속 불가능한 수준의 변화가 발생하면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하도록 연금 수급자를 포함해 연금액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장치를 운영하고 있다. 독일은 이러한 개혁 조치로 인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연금액 하락이 불가피하다 보니 취약 노인의 소득 보장을 위해 취약 계층(저소득 노인과 장애인) 대상 기초연금을 도입했다. 정부 재정으로 재원을 조달하는 사회 정책 속성의 연금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독일은 최근 저소득 연금 가입자를 위한 추가 보호 장치를 도입했다. 법정기여형 연금 제도에 35년 이상 가입했음에도 안정적 노후 생활에 부족한 연금액이 예상되는 저소득층에게 기여형 연금 제도를 통해 추가 연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저소득층에게 정부 재정으로 조달하는 기초연금보다 더 높은 수준의 최저연금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한국 역시 취약 계층의 국민연금 성실 가입을 유도하고 적정 노후 소득을 확보하도록 하는 차원에서, 최근 독일이 도입한 기여형 연금 제도를 바탕으로 한 최저 소득 보장 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자동 안정 장치와 함께 최저 소득 보장 제도를 동시에 도입했다. 2004년 개혁 당시 ‘100년 뒤 연말(2023년 기준으로는 2123년 말)에 가서도 1년 치 이상의 연금 지급액 확보’를 재정 안정 목표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지금으로부터 100년 뒤에도 지급할 돈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연금 급여액 하락이 불가피하지만, 부부 기준으로 최소 50%의 소득 대체율은 보장하겠다는 것이 일본 자동 안정 장치와 최저 소득 보장의 핵심이다.

우리보다 두 배 넘게 보험료 내고 있는 일본

일본은 2019년을 기준으로 기초연금인 국민연금의 소득 대체율(부부 2인 지급액 기준) 36.4%와 소득비례연금인 후생연금의 소득 대체율 25.3%를 합한 61.7%의 소득 대체율로 지급하고 있다. 2019년 일본 정부의 재정 검증 결과에 따르면 자동 안정 장치 작동으로 2044년이 되면 기초연금인 국민연금 소득 대체율 26.7∼26.2%와 소득비례연금인 후생연금의 소득 대체율 25.2∼24.6%를 합한 총 51.9∼50.8%의 소득 대체율을 지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한국 국민연금 9% 보험료율의 두 배가 넘는 18.3%의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다. 기초연금인 국민연금 소요재원의 50%를 세금으로 조달하고 있음에도 이 정도로 낮은 수준의 소득 대체율 지급이 예상된다. 개인 기준으로 평가하는 한국 소득 대체율과 달리 부부 2인 기준으로 50% 수준을 지급하는 소득 대체율이라서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보험료는 일본의 절반도 채 부담하지 않으면서 받는 연금액은 일본보다 높은 게 한국의 현실이다. 한국 연금 제도의 지속 가능성이 현저하게 떨어지게 된 이유다. 2차 베이비붐 세대(1968~1974년생)가 노동시장에서 떠나기 전, 매년 보험료를 0.5%p씩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smy1985@kihasa.re.kr

202304호 (202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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