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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의 민심 뚫어보기(9)] 민주당, 이재명 리스크 해법 찾기 고심 

국민은 이재명과 민주당 동일시… 총선서 ‘민심 호랑이’ 맞닥뜨릴 것 

민심 반영하는 정당 아니라 몸집 이기지 못하고 뒤뚱거리는 천덕꾸러기로
민주당 향한 서울 민심 ‘최악’… 서울 거주 10명 중 6명 “李 사퇴해야” 여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표가 138표에 그쳤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에서 대량 이탈표가 나타났다고 분석하며 내부 분열이 가시화됐다는 말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 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이후 정치적 파장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이 대표를 성남시장 시절과 경기지사 재임 시 수족처럼 따랐던 전형수 전 비서실장이 3월 9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언론은 이 대표의 사법적 의혹과 연루된 다섯 번째 사망자라고 보도하고 있다. 이 대표와 관련된 리스크가 대선 이후 가라앉기는커녕 계속 확대되는 형국이다. 지난 2월 검찰에서 청구된 구속 영장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된 사건을 정면으로 조준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위례지구 개발과 관련된 의혹은 물론, 성남시 산하 축구단인 성남FC가 관내 기업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의혹이 구속 영장에 포함돼 있다. 내용인즉슨 위례 지구와 대장동 개발에 있어 정상적이지 않은 업체 선정과 계약 조건으로 인해 성남시가 얻었어야 할 마땅한 대가를 확보하지 못했고, 김만배·유동규·남욱 등 대장동 일당과 작당해 민간업자의 배를 불렸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여기에 더해 적지 않은 부동산 수익을 편취해 대선 자금 등 정치적인 이익에 전용했다는 혐의다. 이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월 27일 국회에서 구속 영장 청구 및 체포 동의안 국회 제출에 대한 배경 설명을 했다. 한 장관은 이 자리에서 ‘한 건만으로도 중대 범죄’라고 강조했고 휴대폰을 예로 들며 ‘100만원을 받아야 할 휴대폰을 10만원에 팔아 90만원을 손해 본 사례’라며 대장동 개발 특혜 범죄임을 분명히 했다.

이 대표는 여러 차례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없애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정작 자신의 체포 동의안에 대해서는 ‘방탄 국회’라는 혹평을 받으면서도 그 특권을 내려놓지 않았다. 체포 동의안 부결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부정적인 가운데 그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찬성이 139표로 부결표보다 한 명이 더 많았다. 기권표 9표와 무효표 11표까지 합하면 민주당 소속 의원들로부터 ‘무더기 이탈표’가 나온 셈이다. 이 대표의 체포 동의안 부결이 단순히 한 번의 정치적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불과 얼마 전에 있었던 노웅래 민주당 의원의 체포 동의안 부결이 161표였던 것과 비교하면 이재명 체포 동의안 부결의 나비 효과는 사방으로 퍼지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 청구, 그리고 국회 체포 동의안 부결 이후 첫 번째 나비 효과는 이 대표 자신을 향하고 있는 ‘대표직 사퇴 여론’이다. 나비 효과는 나비의 작은 날갯짓처럼 미세한 변화, 사소한 사건이 추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나 파장으로 이어지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 대표가 정치적 부담을 해소하지 않으면 그것이 쌓이고 쌓여 핵심 기반이 다 무너져 내리는 꼴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체포 동의안 부결 후 대표직 사퇴 여론 더 높아져


이 대표 체포 동의안 부결은 더욱 혹독한 당대표직 사퇴 여론으로 몰아치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KBS의 의뢰를 받아 3월 5~7일 실시한 조사에서 ‘검찰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당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하는지 아니면 물러날 필요가 없는지’ 물어봤다. ‘당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절반이 넘는 53.8%로 나타났다. 물러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40.7%로 나왔다. 세부적인 응답자 특성별로 분석해 보면 20대(만18세 이상)는 52.1%, 내년 총선에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는 서울은 10명 중 6명 정도가 이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특히 투표율이 높고 집단적인 투표 성격이 강한 주부층은 무려 61.2%가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진영 대결 속에서 사실상 여론 평가를 결정짓는 유권자는 무당층이다. 이들은 중도층보다 진영 간 대결 구도 속에서 더욱 중차대한 평가 잣대가 되는 응답자층이다. 무당층에서 이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은 51.7%로 나타나 물러날 필요가 없다는 응답보다 15%p 이상 더 많다.

심지어 일부 보도에 의하면 이 대표의 측근 중 측근으로 분류되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마저 어느 시점쯤이면 이 대표의 사퇴가 불가피한 상황이 될 터이고 그때까지만 이 대표 중심으로 결집해야 하지 않느냐고 이야기를 할 정도로 이 대표의 사퇴에 대한 요구는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번지고 있다. 구속 영장에 대한 국회의 체포 동의안 부결이 가져온 나비 효과다. 체포 동의한 표결 이전보다 이 대표를 향한 당대표직 사퇴 요구는 더욱 빗발치고 있다. 돌이켜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다. 결국 그의 비움은 4년 뒤 새정치국민회의란 이름으로 복귀 터전을 만들었고 대통령 자리에 오르는 원동력이 됐다. 그런 자기 자신을 향한 긍정의 나비 효과가 이 대표에게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가 민주당으로 그대로 전이


국회의 체포 동의안 부결이 불러온 첫 번째 나비 효과가 이재명 대표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면, 두 번째는 민주당으로 번지는 나비 효과다. 민주당은 지난 2020년 총선에서 180명의 당선자를 만들어낸 집권 여당이었고 현재도 국회 다수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지난해 대선에서 석패했고 곧 이어진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2016년 국회의원 선거를 시작으로 2020년 21대 총선까지 5년간 민주당은 단 한번도 전국 단위 선거에서 패하지 않았다. 그러나 2021년 보궐 선거부터 지난해 지방선거까지 민주당은 단 한번도 이기지 못하는 정당으로 전락했다. 거대한 공룡 정당은 더 이상 민심을 반영하는 매력적인 정당이 아니라 몸집을 이기지 못하고 뒤뚱거리는 천덕꾸러기가 돼버렸다. 이렇게 된 배경은 국민의힘이 정말로 매력적이어서가 아니라 민주당 내부의 몰락으로 봐야 한다. 한때 유럽을 호령했던 로마 제국은 외부의 침입이 아니라 내부의 분열과 부패로 침몰했다. 여전히 많은 의원 수를 가지고 있지만 국민은 민주당의 의정 활동을 인상적으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결국 체포 동의안 방탄 부결로 이어졌다.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로 이 대표와 민주당의 감성 연관어와 긍·부정 감성 비율을 도출해 봤다. 지난 3월 1~9일까지 분석해 본 결과 이재명에 대한 감성 연관어는 ‘체포’가 가장 큰 비중으로 등장했고 그 외에 ‘혐의’, ‘비판’, ‘의혹’, ‘갈등’, ‘범죄’, ‘허위사실’, ‘논란’, ‘위기’, ‘허위’로 나타났다. 민주당 감성 연관어 역시 ‘체포’가 가장 비중 있게 나타났고 ‘혐의’, ‘비판’, ‘의혹’, ‘갈등’, ‘범죄’, ‘허위사실’, ‘논란’, ‘위기’, ‘허위’ 등이 추가로 올라왔다. 놀라운 점은 이 대표의 감성 연관어와 당의 감성 연관어가 그대로 일치한다는 점이다. 이 대표의 리스크가 그대로 당으로 이전됐고 민주당 역시 현재 상황이 이 대표와 비슷해졌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빅데이터 긍·부정 감성 비율은 이 대표가 긍정 14%, 부정 84%로 나왔는데 민주당은 긍정 12%, 부정 86%로 나타나 더욱 좋지 않은 상태이다.

이재명 리스크가 당으로 이전된 나비 효과는 결과가 고약하다. 이 대표보다 당의 빅데이터 평가가 더 열악하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당시 민주당대표는 선거 승리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자리를 김종인 비대위원장에게 비워줬다. 적어도 선당후사를 실천한 모습이다. 효과를 보는 나비 효과였다. 이 대표의 리스크가 당으로 이전된 모습과 천양지차다.

민주당, 승부처 서울에서 여당에 지지율 뒤져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이재명 대표의 리스크가 곧 당의 문제라고 여론이 인식한다는 점이다. / 사진:썸트렌드
이 대표 체포 동의안 부결의 나비 효과, 즉 나비의 최종 안착지는 어디일까? 다름 아닌 제22대 총선이다. 내년 치러질 총선은 사실상 윤석열 정부와 이 대표의 민주당 사이 운명을 결정짓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국회 체포 동의안 부결로 이 대표 자신을 향한 사법 리스크는 더욱 커지고 있고. 당으로 전염된 리스크는 거대 공룡 정당의 기능까지 마비시켜 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사의 마지막 절차인 대법원 선고 이전에 총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대표에 대한 국민의 정치적 평가가 내년 총선에서 펼쳐질 것이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은 내년 총선까지 개혁다운 개혁을 제대로 하기는 어렵다. 집권 여당이지만 소수 정당인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대통령의 개혁 법안을 통과시킬 힘이 없어서다.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는 내년 선거에서 누가 뭐래도 가장 중요성이 강조되는 지역은 서울이다. 지난 2020년 총선에서는 지역구 49개가 걸려 있는 서울에서 민주당이 41곳을 싹쓸이했다.

4개 조사 기관(케이스탯리서치, 엠브레인퍼블릭,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한국리서치)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NBS 여론조사에서 ‘어느 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봤다. NBS가 지난 대통령 선거 직전인 2022년 2월 21~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6%로 국민의힘과 같았다. 그러나 최근인 올해 2월 13~15일 조사에서 서울 지역 민주당 지지율은 27%로 국민의힘 40%보다 13%p 뒤처져 있다. 가장 나중인 2월 27일~3월 1일 실시한 조사에서 민주당 서울 지지율은 26%로 더 떨어졌다. 민주당 최고위원인 정청래·고민정·장경태 의원은 모두 서울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같은 수도권인 인천이 지역구이다.

이 대표 체포 동의안 나비 효과의 파장이 심상치 않다. 자신을 겨누고 있는 당대표 사퇴 요구를 비롯해 민주당의 무너지고 있는 경쟁력, 그리고 총선 영향까지 체포 동의안 부결로 시작된 나비 효과는 더 이상 나비가 아니라 민심 호랑이가 돼가고 있다.

※ 배종찬 - 정치컨설턴트이자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연세대 정치외교학 학사, 서울대 국제대학원을 석사로 졸업하고 고려대 행정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길리서치 연구팀장,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을 지내고 인사이트케이 연구소를 설립했다. 현재 종편 및 보도전문채널의 패널로 주로 출연하고 있다.

202304호 (202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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