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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취재] BIE 실사단 극찬 이끌어낸 부산의 엑스포 신드롬 

시민의식과 결합한 ‘부산 이니셔티브’로 대동단결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대한민국의 성장 경험과 기술 활용해 글로벌 솔루션 모색하는 유치 전략
실사단 환영인파만 5만5000명… 친환경 해양도시 부각하는 콘텐트 눈길


▎2023년 4월 4일 부산역에 도착한 BIE 실사단은 광장을 가득 메운 부산 시민들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팝스타가 된 기분이다.” 2023년 4월 4일 KTX 부산역에 내린 세계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무려 5500명의 시민들이 실사단을 열렬히 환영하기 위해 역 앞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평일 낮에 이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박은하 ㈔부산월드엑스포 범시민유치위원회(이하 유치위) 집행위원장은 “부산시와 유치위의 노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부산시민들과 시민단체들의 애향심 덕분”이라고 해석했다. 인위적으로 동원할 필요가 없었다는 뜻이다. 부산역 집결에 동참하고 싶다는 신청자만 1만 명 이상 쇄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혹시 모를 안전 문제를 고려해 숫자를 5000명 이내로 제한했지만, 그래도 5500명이 자발적으로 모였다. 덕분에 부산시와 유치위는 인원을 끌어모으는 것이 아니라 구(區)와 단체에 따라 안배하는 것이 일이 됐다. 박 위원장은 “국가적 행사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부산시민의 의식을 피부로 실감했다”고 말했다.

부산 엑스포 유치전은 세 축으로 가동되고 있다. 부산시와 중앙정부 등 관(官)이 한 축을 이루고 있고, 대한상의를 필두로 기업들이 다른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한 축이 엑스포 개최 여론을 형성하는 시민(民)의 열기다.

닻 올린 더 나은 미래 향한 항해


▎2023년 4월 6일 BIE 실사단은 유엔기념공원을 찾았다. 전쟁 폐허에서 글로벌 해양도시로 변모한 부산의 성공 스토리를 체험시키려는 의도였다. / 사진:연합뉴스
이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부산 엑스포의 테마가 ‘부산 이니셔티브’다. 부산 이니셔티브가 작동하며 유치전을 관통하는 일관된 유치 전략을 공유할 수 있는 셈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022년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3차 프레젠테이션(PT)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부산 이니셔티브 프로그램이 공개됐다. 한 총리는 “부산 엑스포의 대(大)주제는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다. 그리고 ‘자연과 지속가능한 삶’, ‘인류를 위한 기술’, ‘돌봄과 나눔의 장’이라는 세 가지 소(小)주제를 통해 이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며 “한국은 부산 이니셔티브를 통해 독특한 성장 경험을 공유하고, 전 세계가 직면한 문제들을 함께 극복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부산 이니셔티브’는 부산의 엑스포 유치 전략의 가장 중심에 위치한 개념이다. 부산시 엑스포 유치 총괄팀 관계자는 “각 국가가 직면하고 있는 물, 식량, 에너지, 기후변화, 보건·의료 등의 문제에 관해 대한민국의 성장 경험과 기술을 활용해 해법을 모색하는 작업”이라고 정의했다. 부산 엑스포를 일종의 ‘솔루션 플랫폼’으로 설정한 발상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디지털 불평등 ▷기후 변화 ▷교육기회 부족 ▷글로벌 보건 격차 ▷식량 불안 등을 단일 국가가 해결하기 어렵기에 국제적 공동 대응이 필요한 분야로 봤다. 이 지점에서 부산 이니셔티브를 장착한 부산 엑스포가 전 세계에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BIE 실사단 방문 기간 부산이 준비한 콘텐트들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준비됐다. 실사단은 부산 도착날인 4일 사하구 을숙도 생태공원을 찾았다. 낙동강 하구에 위치한 이곳 에코센터에서 PT를 받고 생태 탐방로를 돌아봤다. ‘자연과 지속가능한 삶’이라는 부산 엑스포의 지향성을 도심 속 생태공원을 통해 보여준 것이다. 이는 기술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겠다는 부산시의 의지와도 맥이 닿는다.

이어 5일 실사단은 동구 부산항컨벤션센터로 이동해 엑스포 기간 중 행사장과 부산의 교통거점을 이어줄 도심항공교통(UAM)을 체험했다. 실제 실사단은 UAM에 직접 타서 VR(가상현실) 고글을 착용하고 비행 체험을 만끽했다. 대한민국이 성취한 ICT 능력을 발휘하면, 기술로써 인류에 기여할 수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사실상의 실사 마지막 날인 6일 실사단은 남구의 유엔 기념공원을 방문했다. 전쟁을 겪은 최빈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한 여정은 곧 국제협력과 연대의 필연성을 보여준 증거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부산은 그 과정을 거치며 피란민의 도시에서 글로벌 해양도시로 거듭났다. 부산의 성공 경험은 곧 나눔과 배려를 갈망하는 개발도상국에 교육, 국제 보건, 식량 등의 분야에서 벤치마킹 롤모델이 될 수 있다.

부산시는 “우리는 BIE 개별 회원국 모두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체결해 실천적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2305호 (202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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