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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늘 인류의 미래를 전망하면서 ‘의사소통’이라는 주제만큼 의의가 있는 중요한 과제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현대는 의사소통의 수단이나 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마음과 마음을 맺는 ‘대화’가 여전히 결핍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17세기 철학자 파스칼은 이렇게 썼습니다.“한 줄기의 강이 가로막는 가소로운 정의여! 피레네산맥 이편에서는 진리, 저편에서는 오류”지리적인 경계가 사람들을 갈라놓는 이 ‘기묘함’을 과연 현대인은 ‘옛날이야기’로만 웃어넘길 수 있을까요. 현대 세계에서 사람들을 갈라놓는 ‘물리적거리’는 유례가 없을 만큼 줄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립이나 분쟁은 심각하게 소용돌이치고 있습니다. 오히려 다른 ‘민족’이나 ‘종교’를 향한 증오가, 인터넷을 통해 눈 깜짝할 사이에 전 세계로 널리 퍼져 사회적 긴장을 높이는 경우마저 늘었습니다.세계는 실로 가시두더지가 서로 다가갈수록 가시로 상처를 내는 듯한 모순과 초조함을 내포한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2006년 11월, 저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만났습니다. 그때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이 지적하신 말씀이 마음속 깊이 남아 있습니다.“우리는 저마다 ‘차이’만을 강조하고 ‘공통점’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언제나 ‘우리’와 ‘그들’이라고 구분을 짓고 사물을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그렇다면 어떻게 인간으로서 서로 ‘공통점’을 찾아낼 것인가. 어떻게 서로의 ‘차이’를 ‘다양성’으로 인정하고 배워 자신을 풍요롭게 만들 것인가. 여기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진지하게 마주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닙니다.그래서 오늘은 새로운 ‘의사소통’의 방식과 요건을 둘러싸고 ▷가치창조의 원천으로서 문명 간 교류 ▷내발적 정신을 바탕으로 한 열린 대화 ▷교육으로 ‘평화문화’를 창출, 이 세 가지 관점에서 제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① 가치창조의 원천으로서 문명 간 교류우선 맨 처음에 강조하고 싶은 것은 ‘가치창조의 원천’으로서 문명 간 교류의 의의입니다.“시칠리아에 모든 것을 푸는 열쇠가 있다.”너무나도 유명한 괴테의 이 말처럼 저는 이전부터 시칠리아 천지야말로 문명 간 교류의 의의를 논하기에 적합한 장소라고 생각했습니다. 시칠리아는 역사적으로 문명과 문명이 만나, 다양한 민족이 장대한 교류를 엮어낸 인류 문명의 ‘미(美)의 유산’이 가득한 보고(寶庫)입니다.
최첨단의 지성과 문화의 발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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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과 응전’의 기로에 선 인류글로벌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현대에서 다른 문화와 문명의 만남을 반드시 평화와 공생의 방향으로, 창조적인 방향으로 향하게 해야 합니다. 토인비 박사와 일치한 의견도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현대 인류가 봉착한 중대한 과제입니다.그렇지만 ‘문화의 교류’도 ‘문명의 대화’도 모든 것은 인간과 인간이 나누는 ‘일대일의 의사소통’에서 시작하는 법입니다. 제 은사인 도다 조세이(戶田城聖) 창가학회 제2대 회장은 일본의 군국주의에 맞서 싸운 ‘세계주의자’였습니다. 도다 제2대 회장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일찍이 ‘지구민족주의(地球民族主義)’를 제창하고 민중이 평화를 위해 불법(佛法)을 기조로 한 대화운동의 전개를 개시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일대일의 대화’를 기축으로 삼으면서, 민중이 마음을 맺고 풀뿌리 연대를 확대하는 투쟁이었습니다.그리고 그러한 착실한 축적 속에서 청년들에게 지구를 자신의 향토로 여기고, 다양한 민족과 마음을 맺는 ‘열린 세계정신’을 키웠던 것입니다. (8월호에서 계속)
※ 이케다 다이사쿠 - 1928년 1월 2일 도쿄 출생. 창가학회인터내셔널 회장. 소카대학교·소카학원·민주음악협회·도쿄후지미술관·동양철학연구소 등 설립. 유엔평화상·대한민국 화관문화훈장 등 24개국 훈장, 세계계관 시인 등 수상 다수. 전 세계 대학으로부터 403개의 명예박사·명예교수 칭호 수여. 토인비 박사와의 대담집 [21세기를 여는 대화]를 비롯한 저서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