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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다 다이사쿠 칼럼] 이케다 다이사쿠 SGI 회장의 이탈리아 팔레르모대학교 기념강연 

문명은 대화로부터 꽃 피운다(上) 

팔레르모大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에서 ‘대화’ 중요성 강조
‘차이’를 ‘다양성’으로 인정하는 데서 문명의 교류 시작돼


▎현대는 의사소통 수단과 기술의 눈부신 발달로 물리적 거리는 가까워졌지만, 인간의 마음과 마음을 맺는 ‘대화’는 오히려 더욱 결핍돼 있다. 대화의 단절은 문명·문화의 충돌을 야기하고 인류의 공생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빠르게 격동하는 세계에서 지금만큼 ‘대화’의 중요성이 요구되는 때는 없다. 이케다 다이사쿠(池田大作) SGI 회장은 2007년에 이탈리아 국립 팔레르모대학교 교육학부가 수여하는 명예박사 학위를 받고, ‘문명의 십자로에서 인간문화의 흥륭을’이라는 제목으로 기념 강연을 발표했다. 이케다 회장은 강연에서 ‘대화’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 강연 전문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주]

저는 늘 인류의 미래를 전망하면서 ‘의사소통’이라는 주제만큼 의의가 있는 중요한 과제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현대는 의사소통의 수단이나 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마음과 마음을 맺는 ‘대화’가 여전히 결핍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17세기 철학자 파스칼은 이렇게 썼습니다.

“한 줄기의 강이 가로막는 가소로운 정의여! 피레네산맥 이편에서는 진리, 저편에서는 오류”

지리적인 경계가 사람들을 갈라놓는 이 ‘기묘함’을 과연 현대인은 ‘옛날이야기’로만 웃어넘길 수 있을까요. 현대 세계에서 사람들을 갈라놓는 ‘물리적거리’는 유례가 없을 만큼 줄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립이나 분쟁은 심각하게 소용돌이치고 있습니다. 오히려 다른 ‘민족’이나 ‘종교’를 향한 증오가, 인터넷을 통해 눈 깜짝할 사이에 전 세계로 널리 퍼져 사회적 긴장을 높이는 경우마저 늘었습니다.

세계는 실로 가시두더지가 서로 다가갈수록 가시로 상처를 내는 듯한 모순과 초조함을 내포한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2006년 11월, 저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만났습니다. 그때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이 지적하신 말씀이 마음속 깊이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차이’만을 강조하고 ‘공통점’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언제나 ‘우리’와 ‘그들’이라고 구분을 짓고 사물을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인간으로서 서로 ‘공통점’을 찾아낼 것인가. 어떻게 서로의 ‘차이’를 ‘다양성’으로 인정하고 배워 자신을 풍요롭게 만들 것인가. 여기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진지하게 마주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오늘은 새로운 ‘의사소통’의 방식과 요건을 둘러싸고 ▷가치창조의 원천으로서 문명 간 교류 ▷내발적 정신을 바탕으로 한 열린 대화 ▷교육으로 ‘평화문화’를 창출, 이 세 가지 관점에서 제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① 가치창조의 원천으로서 문명 간 교류

우선 맨 처음에 강조하고 싶은 것은 ‘가치창조의 원천’으로서 문명 간 교류의 의의입니다.

“시칠리아에 모든 것을 푸는 열쇠가 있다.”

너무나도 유명한 괴테의 이 말처럼 저는 이전부터 시칠리아 천지야말로 문명 간 교류의 의의를 논하기에 적합한 장소라고 생각했습니다. 시칠리아는 역사적으로 문명과 문명이 만나, 다양한 민족이 장대한 교류를 엮어낸 인류 문명의 ‘미(美)의 유산’이 가득한 보고(寶庫)입니다.

최첨단의 지성과 문화의 발신지


▎2007년 이탈리아 국립 팔레르모대학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뒤 열린 이케다 다이사쿠 SGI 회장의 기념 강연. / 사진:ⓒSeikyo Shimbun
시칠리아가 빛을 발하는 유구한 역사 가운데 한층 더 이목을 끄는 것이, 노르만 시칠리아왕국이 ‘12세기 르네상스’라고 불리는 대문화운동에 이바지한 역할입니다. 저도 이전에 소카대학교에서 강연했을 때 논한 바가 있는데, 중세 유럽은 ‘암흑기’가 아니었습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개화에 앞서서 그 맹아(萌芽)가 되는 학문과 예술 등이 이미 깊숙이 발전한 사실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역사입니다.

당시 왕궁이 있던 팔레르모에는 그리스, 비잔틴, 이슬람의 철학, 수학, 천문학 등에 관한 수많은 귀중한 문헌이 라틴어로 번역됐습니다. 그리고 보석과 같은 그 지식들이 이윽고 유럽 각지로 전해져 확산됐습니다. 실로 팔레르모는 세계 최첨단의 지성과 문화의 중심으로 유례 없는 광채에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그 빛나는 정신의 전통은 현존하는 팔레르모의 수많은 건축물에 지금도 그 자취가 남아 있습니다. 현재 시칠리아주 의회당이 된 팔레르모왕궁은 아랍인이 성(城)으로 지어 놓은 것을 노르만인이 궁전으로 개축했고, 스페인 사람이 화려한 장식을 덧붙인 뛰어난 건축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세계의 보배와 같은 궁전입니다. 다른 문명을 수용하고 융합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그 풍부한 결실을 세계로 발신하는, 세계적인 도시로서의 진가를 지극히 상징적으로 체현한 곳입니다.

시칠리아왕국은 이곳 팔레르모를 도읍으로 삼아 서구 근대국가의 요람이 됐습니다. 그것은 다른 문명과의 창조적인 대화와 교류가 가져오는 역동성을, 실로 웅변해 줍니다. 기독교를 비롯해 유대교, 이슬람교, 대승불교, 세계 주요 종교는 모두 ‘문명의 십자로’에서 탄생했습니다.

기원후 2세기경, 카니슈카왕의 치세(治世)로 전성기를 맞은 고대 인도의 쿠샨왕조는 인도양과 페르시아만의 바닷길과 오아시스의 교역로를 통해 페르시아, 로마제국 더 나아가 중국과도 이어져 교류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촉발과 융합 속에서 유명한 ‘간다라미술’이 탄생하고, ‘대승불교’가 꽃을 피웠습니다. 대승불교의 발흥(勃興)은 이 장대한 교류 없이는 있을 수 없었다는 것이 최근 연구에서도 명확히 밝혀졌습니다.

참으로 문명의 교류는 더 풍요로운 인간문화로 흥륭하게 만들어 시대의 막을 크게 여는 새로운 사상을 키웠습니다.

물론 역사상, 다른 문명의 만남과 접촉이 예기치 못한 사태를 초래하고 또 많은 대립과 분쟁의 비극을 낳은 것도 사실입니다.

일찍이 저와 함께 대담집을 발간한 역사가 아널드 토인비 박사는 인류문명의 성쇠(盛衰)에 관한 역사를 ‘도전과 응전’의 개념으로 분석하고 고찰했습니다. 단적으로 말씀드리면 ‘다른 문명과의 만남’이라는 ‘도전’에 어떻게 ‘응전’하여 적응할 것인가, 바로 이것이 ‘발전하느냐 쇠퇴하느냐’ 하는 커다란 기로가 된다는 역사관입니다.

‘도전과 응전’의 기로에 선 인류

글로벌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현대에서 다른 문화와 문명의 만남을 반드시 평화와 공생의 방향으로, 창조적인 방향으로 향하게 해야 합니다. 토인비 박사와 일치한 의견도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현대 인류가 봉착한 중대한 과제입니다.

그렇지만 ‘문화의 교류’도 ‘문명의 대화’도 모든 것은 인간과 인간이 나누는 ‘일대일의 의사소통’에서 시작하는 법입니다. 제 은사인 도다 조세이(戶田城聖) 창가학회 제2대 회장은 일본의 군국주의에 맞서 싸운 ‘세계주의자’였습니다. 도다 제2대 회장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일찍이 ‘지구민족주의(地球民族主義)’를 제창하고 민중이 평화를 위해 불법(佛法)을 기조로 한 대화운동의 전개를 개시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일대일의 대화’를 기축으로 삼으면서, 민중이 마음을 맺고 풀뿌리 연대를 확대하는 투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착실한 축적 속에서 청년들에게 지구를 자신의 향토로 여기고, 다양한 민족과 마음을 맺는 ‘열린 세계정신’을 키웠던 것입니다. (8월호에서 계속)

※ 이케다 다이사쿠 - 1928년 1월 2일 도쿄 출생. 창가학회인터내셔널 회장. 소카대학교·소카학원·민주음악협회·도쿄후지미술관·동양철학연구소 등 설립. 유엔평화상·대한민국 화관문화훈장 등 24개국 훈장, 세계계관 시인 등 수상 다수. 전 세계 대학으로부터 403개의 명예박사·명예교수 칭호 수여. 토인비 박사와의 대담집 [21세기를 여는 대화]를 비롯한 저서 다수.

202306호 (2023.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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