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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부산엑스포 유치 A to Z (6)] 한국의 글로벌 영향력 증명하는 엑스포 유치전 

“부산 세계박람회는 세계시민과 미래세대를 위한 대한민국의 약속” 

채인택 전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여성 억압적 리야드와 파시즘 지향하는 로마와 달리 부산은 ‘다양성의 정신’ 세계에 전파
윤 대통령과 한 총리, 파리 PT 참석은 물론 우크라이나·동남아·카리브해·아프리카까지 방문


▎2023년 6월 20일 윤석열 대통령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 (BIE) 총회 4차 프레젠테이션을 영어로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미래와 연대를 화두로 제시했다. / 사진:연합뉴스
2030 세계박람회 개최지는 오는 11월 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릴 제173차 세계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표결로 결정된다. 이를 앞두고 대한민국의 부산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가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제 179개 회원국(BIE 홈페이지 기준)의 3분의 2 참석에 최종적으로 3분의 2 이상을 득표하는 과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한때 경쟁에 나섰던 우크라이나의 유서 깊은 다문화 도시 오데사는 아무래도 전쟁이 부담이 됐는지 유치 신청을 철회했다. 우크라이나는 윤석열 대통령의 7월 15일 전격 방문으로 BIE 총회 표결에서 한국을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

이 가운데 사우디는 오일달러를 바탕으로 13개국으로 이뤄진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중동·아프리카의 아랍연맹 22개국을 중심으로 하는 이슬람권의 표를 기대한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오만·바레인·카타르·쿠웨이트 등 아라비아 반도의 6개 군주국이 결성한 걸프협력회의(GCC)의 지지도 업고 있다.

하지만 사우디는 엄격한 와하비즘 국가로서 6개 월간에 걸쳐 열리는 국제 행사인 세계박람회를 개최하는 데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와하비즘은 이슬람의 타락과 형식주의를 비판하며 이슬람 경전인 쿠란의 가르침대로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슬람 수니파 내부의 종교 운동이다. 살라피즘이라고도 한다. 18세기 이슬람 지도자 무함마드 이븐 아브달 와하브가 제창하고 오늘날 사우디 왕실인 알사우드 가문이 후원한 종교운동이다. 역사적으로 와하비즘 운동은 후원자인 알사우드 가문의 근거지인 리야드를 중심으로 벌어졌다. 2030 세계박람회 개최 희망지인 리야드가 아라비아 반도를 통일한 사우디의 수도가 된 이유다.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빈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왕세자가 주도한 개혁으로 사우디에서 많은 변화가 생긴 건 사실이다. 2019년 전자 관광비자를 도입하면서 자국에 거주하거나 여행하는 외국인 여성에게는 얼굴과 손발을 제외하고 전신을 가리는 전통 가운인 ‘아바야’의 착용 의무를 면제했다. 사우디는 쿠란에 ‘여성은 자신과 관련 없는 사람에게 아름다움이나 장신구를 보이지 말라’고 했다는 이유로 여성들에게 온몸을 덮는 아바야와 머리를 가리는 히잡,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얼굴을 가리는 니캅 착용을 강제해왔다.

사우디 빈살만과 이탈리아 멜로니의 ‘정치 리스크'

다만 무릎과 어깨는 덮는 복장을 반드시 하도록 했다. 달리 말하면 미니스커트나 반바지를 비롯한 짧은 하의나 소매 없는 셔츠, 헐렁한 상의, 크롭(길이가 짧은 상의) 등은 여전히 금지 대상이다. 모스크(이슬람사원)나 마스지드(학교가 딸린 이슬람사원)에 입장할 때는 자국민은 물론 외국인 거주자나 관광객도 아바야를 반드시 입어야 한다. 수도 리야드를 비롯한 특정 장소에서는 머리 스카프를 반드시 착용하도록 의무화했다.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과 관련한 인권 문제도 문제지만, 이러한 복장 규제가 있는 나라에서 열리는 국제 행사는 아무래도 위화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유럽연합(EU)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이탈리아는 아무래도 유럽과 서방을 중심으로 득표전을 전개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과 유치전 대상국이 겹칠 수 있다. 오랫동안 서구 문화의 중심지로 오늘날에도 미식과 문화를 즐기러 오는 관광객이 줄을 잇는 이탈리아의 로마는 매력적인 개최 후보지다. 하지만 지금도 1년 내내 도시 전체가 관광객으로 붐비고 교통체증이 대단한 대도시이자 인기 관광지다.

게다가 복잡하고 분열적인 이탈리아 정치 상황을 보면 로마 세계박람회가 범정부적인 지원을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의 개최 의지나 지원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선 가장 미지근한 개최 후보지가 로마일 것이다. 지난해 9월 총선에서 승리해 총리에 오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반이민을 앞세운 극우 성향의 정치인으로 유럽 주류에서 달가워하지 않는다. 사실 46세의 엄마 정치인인 멜로니는 기존의 전투적인 극우 정치인과는 거리가 있다. 군복을 입지도, 파시즘을 앞세우지도 않으며, 공공연히 러시아를 편들거나 유럽연합(EU)에 대한 회의주의나 탈퇴를 강조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비난하고 EU를 옹호한다.

하지만 그의 정책은 일관되게 파시즘을 지향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반(反)이민 기조는 물론이고, 지중해를 거쳐 이탈리아로 건너오는 이주민을 막기 위해 해상을 봉쇄하자는 과격한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에 반이민 장벽을 쌓은 것과 흡사하다. 마테오 살비니의 ‘동맹’과 지난 6월 세상을 떠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전진이탈리아’ 등 극우나 강경 우파 성향 정치인들과 연정을 이뤘다는 점도 우려를 자아낸다.

멜로니가 이끄는 정당인 ‘이탈리아 형제들(FdI)’은 2012년 베를루스코니의 ‘자유의 민중(PdL)’에서 극우 세력이 분리해 나와 만든 정당이다. 2009년 PdL과 통합한 뉴파시즘 정당인 국민연합(AN)의 정치적 주장을 이어받고 있다. 게다가 AN은 무솔리니의 국가파시스트당(1921~1943년)과 공화국 파시스트 정당(1943~1945년)의 당원들이 전후 결성한 네오파시스트 정당인 이탈리아 사회주의 운동(MSI)의 맥을 잇는 것으로 평가된다. 언제 본색을 드러낼지 알 수 없다는 우려를 자아낸다.

카리콤 정상회의 처음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


▎2023년 5월 카리브국가연합 각료회의에 참석한 박진(오른쪽) 외교통상부 장관이 엑스포 유치 경쟁국인 이탈리아와 사우디 외교부 고위 인사와 자리를 함께 했다. / 사진: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전 세계를 상대로 대한민국 브랜드를 앞세운 득표 전략을 짜야 한다. 표결에선 현실적으로 국력이나 국가 브랜드와 무관하게 1개 국이 1표를 행사하는 만큼 숫자가 많은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를 공략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라는 나라에 호감을 갖고, 한국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희망을 찾으며, 한류 문화에 환호하는 전 세계의 크고 작은 국가를 상대로 득표 전략을 펼쳐야 한다.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한덕수 국무총리의 2030 부산 세계 박람회 유치전이다. 한 총리는 다양한 지역에 대한 세심한 관심으로 글로벌 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네트워크를 강화하면서 유치 외교에 나서고 있다. 한 총리는 7월 3일 중미 카리브해의 섬나라 트리니다드토바고의 수도 포트오브스페인에서 개막한 제45차 카리브공동체(CARICOM·카리콤) 정상회의에 참석해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외교를 펼쳤다. 카리콤은 한국에는 생소하지만 BIE 표 대결에선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다. 딱 50년 전인 1973년 창설된 카리콤에는 앤티가 바부다, 바하마, 바베이도스, 벨리즈(섬나라 아님), 도미니카연방, 그레나다, 가이아나, 아이티, 자메이카, 세인트키츠네비스, 세인트루시아, 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 수리남, 트리니다드토바고 등 14개 주권국가와 영국 해외영토인 몬트세랫이 회원국이다. 이 가운데 가이아나와 수리남을 제외하고는 모두 섬나라다. 주권국 중 트리니다드토바고 외에는 모두 세계 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이어서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11월 표결에서 총 13표를 행사한다.

뿐만 아니라 여기에 더해 카리콤에는 중남미 지역 국가나 해외령으로 이뤄진 5개 준회원국과 8개 참관국도 있어 지역 협력의 촘촘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준회원국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미국령 버진아일랜드와는 별개), 터크스 케이커스 제도, 앵귈라, 케이맨 제도, 버뮤다 등으로 모두 영국의 해외 영토다. 8개 참관국에는 미국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와 ‘네덜란드 왕국의 자치권을 가진 구성국’인 아루바·퀴라소·신트마르턴과 주권국가인 도미니카 공화국(개별 섬나라인 도미니카 연방과는 별개로 아이티와 함께 히스파니올라섬을 반분), 그리고 섬나라가 아닌 중미 국가인 콜롬비아·멕시코·베네수엘라 등이 있다.

중요한 점은 한국의 최고위급 인사가 카리콤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 카리콤 회원국을 방문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는 사실이다. 이번 카리콤 총회에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참석해 연설했다. 총리실 측은 “카리콤은 유엔 등 국제기구 투표나 국제 표결에서 전통적으로 집단 투표 성향을 보여왔다”며 “여수엑스포 당시 단체로 한국을 지지했다”고 방문 이유를 밝혔다. 한마디로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외교를 위해 한덕수 국무총리가 직접 이 지역을 찾았다는 설명이다. 좁게 보면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외교 활동이지만, 넓게 보면 유치 외교를 계기로 한국의 외교·국제협력·통상 네트워크가 그만큼 촘촘해진 셈이다. 유치 과정에도 이 정도인데, 앞으로 유치가 이뤄지면 한국 글로벌 활동의 지평은 더욱 넓어질 수밖에 없다. 엑스포의 글로벌·미래 효과다.

대통령이 국제 행사 유치 PT에 나선 것은 처음


▎2023년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 총회에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상징하는 가수 싸이가 연사로 가세해 부산 엑스포 유치를 호소했다. /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총리실에 따르면 한 총리는 현지에서 구테흐스 사무총장과 만나 유엔에 대한 협력과 북핵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와 함께 카리콤과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2024~2025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된 한국이 이를 통해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방법 등을 논의했다. 한국이 유엔 등 국제기구와 한반도 문제와 북한 문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수준을 넘어 전 세계의 각 지역 현안과 글로벌 공통의 문제, 국제 협력 문제를 논의하면서 위상과 브랜드를 높이는 모습이다.

한덕수 총리는 지난해 11월 BIE 141차 총회에서 열린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3차 경쟁 PT에 직접 나선 데 이어 기업인들과 함께 아프리카 국가인 모잠비크·가나 등도 순방했다. 한국 고위급 인사의 모잠비크 방문은 10년 만이며, 가나 방문은 수교 45년 만에 처음이다. 한 총리는 2019년 5월 공식 출범한 회원국 54개국에 역내 인구가 12억5000만 명에 이르는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의 사무총장과도 면담했다. AfCFTA의 본부는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에 있다.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활동을 계기로 이처럼 한국의 대아프리카 외교의 지평도 넓어지고 있다. 과거 패권국가나 부유하고 과학기술에 앞섰던 선진국, 산유국이나 자원대국, 시장 규모가 큰 대국에 치중했던 한국의 정치·경제 외교가 다양성과 공존을 앞세워 다양한 세계에 고루 관심을 가지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이 유치 외교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유치 활동에 전력투구하도록 각 부처를 독려하는 것은 물론 본인이 직접 나서서 활발한 유치 외교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것만큼 유치 활동에 큰 힘이 실어주는 것은 없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19~24일 프랑스와 베트남을 국빈 방문하면서 같은 시기인 20~21일 파리에서 열린 제172차 BIE 총회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20일 BIE 총회에서 현장과 영상 발표 및 홍보 영상으로 30분간 이어진 프레젠테이션에 마지막 연사로 직접 나서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의지와 당위성을 영어로 발표했다. 해당 분야 담당자나 실무 책임자가 아닌 대통령이 직접 국제 행사 유치 PT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 해외 순방은 곧 엑스포 유세 현장


▎2023년 7월 한덕수(오른쪽 넷째) 국무총리는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수도 포트오브스페인에서 열린 카리콤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 사진:국무총리실
이날 프레젠테이션에선 가수 싸이와 학계·스타트업 인사의 현장 발표와 함께 걸그룹 에스파의 카리나, 성악가 조수미씨의 영상 발표가 이어졌다. 지난 3차 프레젠테이션에서의 한 총리에 이어 4차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면서 한국은 대통령과 총리가 모두 직접 PT를 한 유일한 나라가 됐다.

부산 국제 세계박람회 유치의 최대 경쟁국으로 통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도 파리에 미리 도착해 19일 리셉션을 여는 등 유치 활동을 폈지만 프레젠테이션에 나서지는 못했다. 국제사회에서 여성 차별 등 인권과 관련한 지적을 의식한 듯 사우디는 프레젠테이션에 여성을 대거 내세웠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총리를 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이날 경쟁 프레젠테이션에서 ‘세계 시민과 미래세대를 위한 대한민국의 약속’을 주제로 한 영어 연설은 부산 세계박람회의 당위성을 특히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6·25전쟁 이후 국제사회의 원조와 함께 피나는 노력으로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이 이제는 원조 받는 나라에서 원조 하는 나라로 바뀌어 1200건이 넘는 국제협력 사업을 한다는 사실을 앞세웠다. 개발도상국에서 과학기술과 문화 강국으로 올라선 한국이 이제는 국제협력으로 그 노하우를 공유하고 함께 잘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강조했다. 6·25 이후 한국을 도와줬던 수많은 국가는 물론 국제협력을 통한 경제·사회 발전으로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는 개발도상국들을 향해 “함께 가자”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해외문화홍보원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대한민국은 이미 충분한 경험을 축적했고 역사상 가장 완벽한 세계박람회를 만들 것”이라며 강력한 개최 의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부산 엑스포는 인류가 당면한 복합 위기에 대응하는 솔루션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첨단 디지털 기술이 환상적인 교류의 공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한국만의 차별성을 부각하고 부산 세계박람회 개최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준비된 후보국임을 강조하면서 “대한민국은 최고 엑스포를 준비하기 위해 완벽하게 투자해왔고 중앙정부, 지방정부, 기업, 시민, 모든 정당, 그리고 세계 각지의 750만 재외동포가 모두 한마음으로 부산 엑스포를 열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은 준비됐습니다. 2030년 부산에서 만납시다”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강한 울림으로 남았다.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이번 PT는 2021년 12월 14일의 1차, 2022년 6월 21일의 2차, 11월 29일의 3차에 이은 4차다. 마지막 5차 PT는 표결 직전인 11월 28일로 예정됐다.

윤 대통령은 이어 6월 22~24일 베트남을 방문해 보 반 트엉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총서기, 판 민 찐 총리, 브엉 딩 후에 국회의장과도 연쇄 회담을 했다. 그러면서 양국 관계를 지난해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서 올해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한 단계 격상했다.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외교를 동남아시아로 확대한 셈이다.

한국 대통령 최초의 전쟁 지역 방문


▎2023년 7월 15일 윤석열(왼쪽)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해 수도 키이우의 성소피아 성당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났다. /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국제사회를 이끄는 서방을 상대로도 외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7월 11~12일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참가국 국가 원수나 정부 수반에게 핵심 의제인 안보 문제를 논의한 것은 물론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지지 외교도 활발하게 펼쳤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올해 정상회의 주최국인 리투아니아의 타나스 나우세다 대통령은 물론 11일 환영 만찬장에서 함께 앉은 페트로 파벨 체코 대통령 부부,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야코브 밀라토비치 몬테네그로 대통령에게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지지를 당부했다. 만찬장에서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 등과도 환담하면서 지지를 부탁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한국·일본·호주와 나란히 아시아·태평양 4대 파트너국(AP4) 자격으로 나토 정상회의에 초청받은 뉴질랜드의 크리스 힙킨스 총리에게도 유치 외교를 펼쳤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12~14일 폴란드 방문에서도 국제안보협력 및 공급망 강화와 함께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외교 활동을 활발하게 펼쳤다. 폴란드 국가원수인 안제이 두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물론 실질적인 행정권한을 갖고 있는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총리와 상·하원 의장을 포함한 10개 이상의 양자회담을 했다.

윤 대통령 부부는 이어 15일엔 전쟁이 한창인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를 방문했다. 한국 대통령의 전쟁 지역 방문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통해 한국이 서방 세계의 일원이자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적극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국가이며 국제사회에 기여할 잠재력이 큰 나라임을 밝힌 것이나 진배없다.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전은 이처럼 총력 외교전으로 전개되고 있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와 관련해 국민을 상대로 하는 설득전도 필요하다. 부산 시민은 물론 한국 국민이 세계 박람회 유치의 필요성을 절감할 수 있도록 정부와 재개, 그리고 유치위원회가 설득전을 펼쳐야 내부 협력을 기대할 수 있다. 내부의 열기는 외부 유치 외교와 득표전에도 결정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다행히도 정부와 경제계를 중심으로 유치 작업이 가속도를 붙여가고 있다.

최태원, “엑스포는 세계시장 파악할 기회”


▎2023년 7월 12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부산 엑스포 로고가 새겨진 목발을 짚고 제주포럼에 참석했다. / 사진:대한상의
기업인의 중심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있다. 최 회장은 7월 12일 제주 해비치 호텔&리조트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 개회사에서 “엑스포와 기업인은 숙명적인 하나의 운명의 결합”이라며 2030년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의 중요성을 앞세웠다. 1974년 시작된 대한상의 제주포럼은 매년 여름 전국 기업인을 초청해 여는 행사로, 올해는 최 회장과 전국 기업인 550여 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미·중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러 지정학적 문제로 시장이 쪼개지기 시작했고 정치·안보 논리까지 들어와서 이제는 대체할 시장이 많이 필요하게 됐다”며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 변화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2030년에 (부산에서) 엑스포를 열면 모든 나라의 시장이 어떻게 생겼고 우리나라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 회장은 “엑스포를 유치한다는 것은 전 세계 시장과 인연을 맺고 그 시장 안에서 대한민국이 위치해 설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그동안) 미국과 중국에 기댔던 것을 (다양한 지역과 국가에) 분산시킬 수 있고, 이는 경제 안보의 중요한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란 주제로 첫 강연을 맡아 기업을 둘러싼 패러다임 변화와 대응 방안, 한국경제의 반등을 위한 대응 방안을 소개했다. 13일엔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기후위기, 온실가스 감축 압박이란 어려운 여건 속에서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의 기회를 만들기 위한 ‘정부의 환경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최근 테크와 경제 분야는 물론 인류 미래를 좌우할 주제로 떠오른 인공지능(AI)과 관련해 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과 김성훈 홍콩과기대 교수가 다각도로 인사이트를 제시했다. 14일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글로벌 경제 동향과 기업의 대응방안을 설명하고,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가 글로벌 경제패권의 대이동과 한국의 국가전략을 제시했다. 15일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경제성장을 이끄는 법무행정과 기업의 역할’ 강연을, ‘K패션의 세계화’를 이끄는 김창수 F&F 회장의 경영 사례가 소개됐다. 아울러 포럼이 열리는 동안 대한상의 신기업가정신협의회(ERT)와 제주상의(회장 양문석)가 손잡고 해양환경 정화 행사를 펼쳤다.

이러한 행사 내용으로 볼 때 최 회장의 개회사는 2030 부산 국제박람회 유치가 글로벌 경제의 패러다임 변화와 시장 다각화, 경제패권 이동과 경제 안보, 그리고 한국 경제의 반등을 비롯한 주요 현안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후위기 극복과 녹색성장의 기회, AI와 인류 등 기술과 관련한 글로벌 아이템도 부산 세계박람회와 관련이 크다.

기후위기·기술격차·AI시대의 솔루션을 찾아서

결국 최 회장의 개회사는 세계 박람회가 한국과 글로벌의 문제를 동시에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는 의미와 가치가 큰 열쇠임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부산 세계박람회가 한국 경제를 대전환 시대를 맞은 글로벌 경제 속에서 새롭게 자리 잡게 하며, 보다 넓은 세계와 더욱 밀접한 경제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해주고, 기후위기·기술격차·AI 시대 등 인류의 과제를 다 함께 고민하고 협력해서 풀어나가는 장이라는 사실을 적시한 것이다.

2030 부산 세계박람회는 일회성·전시성 행사가 아니라 한국과 글로벌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행사라는 이야기다. 앞으로의 경제 발전은 수많은 지역과 국가와의 협력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글로벌 행사인 세계박람회가 일깨워 줄 것이라는 통찰이기도 하다.

- 채인택 전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tzschaeit@gmail.com

202308호 (2023.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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