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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 지방 소멸… 고향사랑기부제가 답이다(6)] 충북 옥천군의 ‘행복드림 옥천’ 전략 

고향에 기부하면 마을 어르신들에 효도잔치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기부제 시행 초기 관심 식자 기부제 활성화 위해 새 전략 수립
고액 기부자 맞춤형 답례품 내놓고 지역 공헌형 기금사업 발굴


▎‘아름다운 자전거길’로 손꼽히는 충북 옥천군 향수 100리 자전거길은 옥천 출신 정지용 시인의 대표 시 ‘향수’에서 이름을 따왔다. 옥천군은 고향사랑기부 답례품의 하나로, 기부에 참여한 사람이 자전거를 빌려 옥천군을 일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 사진:옥천군
고향사랑기부제를 시행한 지 6개월이 지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은 반년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올해 하반기 새로운 전략을 짜는 데 골몰하고 있다. 시행 초기 주목을 받으면서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관심이 식으면서 기부에 참여하는 이도 감소세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내세우는 답례품은 육류나 농특산물로 차별화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충북 옥천군은 고액 기부자들을 타깃으로 한 참신한 답례품 아이디어로 관심을 끌고 있다.

옥천군은 지난 5월 초 기부금 1억원을 돌파했다. 5월 8일 기준 497명이 참여해 1억40만원을 기부했다. 100만원 이상 고액 기부자는 25명이었다. 하지만 이후 모금액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6월 말까지 1억2183만원이 모였는데 1억원을 돌파한 이후 두 달 가까이 모금액이 채 2000만원에 못 미친다. 옥천군의 올해 목표액은 2억2500만원이다. 이런 추세라면 목표액을 채우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옥천군은 상반기 고향사랑기부제 운영 상황을 돌아보고 새로운 전략을 마련했다. 지난 6월 옥천군의 고향사랑기부제 운영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옥천군은 독창적인 기금사업과 다양한 답례품의 내실화를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 조건으로 꼽았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기부제를 홍보하면서 기금 사용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아직 사업 별로 지정 기부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여서 당장 효과를 보기 어려워서다.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고량사랑기부제 플랫폼 ‘고향사랑e음’에 올라와 있는 각 지자체의 기부금 사용처는 천편일률적으로 ‘주민 복리증진’에 쓰인다고만 돼 있다.

옥천군은 기금사업을 발굴해 홍보하는 게 기부자의 자발적 기부문화를 조성하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전 국민을 상대로 온라인에서 진행한 옥천고향 사랑 기금사업 아이디어 공모전과 주민·공무원 의견을 수렴해 기금사업으로 추진할 아이디어를 추렸다.

옥천군이 선정한 기금사업 중에는 ▷반값학원을 통한 사교육 걱정 없는 옥천 만들기 ▷촌스테이(체험마을 활성화) ▷무연고 사망자 유류품 정리 지원 ▷전입가구 ‘드림박스’ 지원사업 ▷저소득 가정 생활개선 ▷아동 컵과일 지원 ▷3대 가족 장수 사진 촬영권 ▷에너지 취약계층 연탄 보릿고개 지원 ▷청소년 독서통신교육 ▷생애 최초 자동차보험료 지원 등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한다.

연탄 보릿고개·컵과일 지원 등 기금사업 다양화


▎옥천군은 고향사랑기부제 고도화 전략을 수립해 다양한 기금사업을 발굴했다. 그 일환으로 관내 아이들에게 컵과일을 정기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을 마련했다.
‘반값학원’의 경우 도시보다 교육 여건이 열악한 군의 학습 소외계층 학생에게 학원비 절반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학생을 가르치는 강사는 지역의 경력 단절 여성이나 귀촌인 위주로 선발해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군은 판단했다.

촌스테이 사업은 방학 기간에 농촌-도시 학생이 어울리는 촌스테이를 운영하는 사업이다. 인근 도시 학생을 대상으로 참여자를 선발해 방학 기간 중 옥천군에 거주하는 학생의 집이나 체험마을에 머물러 명소 탐방, 읍내 투어, 농촌활동 등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옥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학생의 가족까지 참여할 수 있어 관계 인구 유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금쪽이를 위한 생활개선 사업’은 저소득가구나 다자녀가구에 노후화된 가전제품을 교체해주는 사업이다. 두 자녀 이상 양육 가구나 보호 종료 아동, 조손 가정, 한부모 가정 등을 대상으로 한다. 15년 이상 된 세탁기나 냉장고 등 생활에 꼭 필요한 가전제품을 교체해주는 데 기부금을 사용하겠다는 취지다. 일종의 틈새복지다.

아동 컵과일 지원의 경우는 ‘천원의 밥상’을 벤치마킹했다. 서울 시내 일부 대학에서 아침 식사를 거르는 학생들을 위해 1000원에 아침밥을 제공하는 사업에서 착안했다. 옥천군 내 유치원생·초등학생들에게 양질의 컵과일 간식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아이들의 건강 증진을 도모할 수 있고, 지역 과수 농가의 안정적 수익도 보장돼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에너지 빈곤층을 위한 연탄 보릿고개 지원 사업도 눈에 띈다. 연탄 보릿고개는 겨울철 이후 사회적 관심이 줄어드는 시기를 말한다. 겨울이 지났어도 여전히 난방이 필요한 시기지만, 이웃돕기 모금과 봉사가 연말연시에 집중되는 터라 에너지 빈곤층에게는 곤혹스러운 시기다. 옥천군은 기부금으로 관내 에너지 취약계층에게 연탄과 전기장판, 난방유 등 에너지 용품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지역 내 청년층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으로 ‘생애 최초 자동차보험료 지원’도 구체화할 사업 목록에 포함했다. 지역에 주민등록을 두고 실제 거주하는 청년들이 생애 최초로 차량을 구입하면 자동차보험료 일부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반응이 좋을 경우 저소득층이나 다자녀 가구 등으로 대상을 넓히는 것도 가능하다.

지역 문화와 결합한 랜드마크 조성도 기금사업의 하나다. 이른바 ‘꿈엔들’ 도서관 건립 사업이다. 대청호를 품은 옥천군의 자연환경과 [향수]로 잘 알려진 정지용 시인의 고향이란 점에서 착안했다. 실제 국내외에서도 특색 있는 도서관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핫플레이스로 뜨는 경우가 많다. 서울 한남동 카오스 북파크, 파주출판도시 지혜의 숲, 국립세종도서관, 서울도서관 등이 대표적이다. 대청호 인근에 도서관을 지어 독서와 휴식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도서관에는 체험형 키즈 북카페와 카페는 물론 작가의 창작을 지원하는 공간도 만들어 국내 대표 문학의 메카로 자리매김한다는 기대를 품었다.

마을효도잔치, 자전거 투어 등 이색 답례품 눈길


기금사업이 많아질 경우 지자체 행정력으로는 사업을 모두 관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 문제는 주민과의 협업을 대안으로 내놨다. 기금사업을 제안한 단체가 직접 사업을 기획해 추진하면 행정력을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또 기금사업 제안·접수체계를 상시화해 지역 현실이 반영된 사업들이 수시로 발굴될 수 있도록 했다.

농·축·수산물 일색인 답례품도 좀 더 다양화했다. 답례품에도 사회적 가치를 담아낸 게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다. 현행 고향사랑기부제는 기부금의 30%를 답례품으로 제공하는데, 사회적 가치형 답례품으로 ‘재기부’에 참여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선 첫 시도다.

특히 고액 기부자를 자극하는 답례품이 돋보인다. 고향사랑e음에 새로 게시된 옥천군 답례품 중 ‘찾아가는 고향마을 축제·자원봉사’가 있는데, 포인트 가격이 무려 150만 포인트다. 500만원을 기부해야 선택할 수 있는 특별한 품목이다. 기부자가 원하는 동네를 지정하면 해당 마을에서 축제를 열거나 다양한 자원봉사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출향인사가 고향 어르신들에게 ‘효도잔치’를 베푸는 것과 비슷하다. 고향을 떠나 안정적인 삶을 누리는 고액 기부자들이 대상이다.

옥천군의 주요 명소를 택시로 투어하는 답례품도 내놨다. 30만 포인트짜리인 이 상품은 약 6시간에 걸쳐 택시를 타고 지역의 주요 명소를 탐방하고 맛집에서 미식을 즐길 수 있는 코스로 구성했다. 지역 사정에 밝은 택시 기사가 문화 해설도 맡는다. 하루 동안 자전거를 빌려 지역을 여행할 수 있는 ‘옥천투어 자전거 임대’ 상품도 특색 있는 답례품이다. 대여 대수에 따라 3만~7만 포인트로 다양하다. 자전거길로 옥천을 둘러보는 투어코스도 마련했다.

옥천군 관계자는 “고향사랑기부제 고도화를 통해 민과 협력을 강화하고 지역 문제를 발굴해 해소하는 자치역량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함께 도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특히 관계 인구를 늘려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는 게 옥천군 고향사랑기부 전략의 목표”라고 말했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202308호 (2023.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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