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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발목 잡혀 ‘민생’ 한 걸음도 못 뗀 이재명의 ‘1년’ 

 

유길용 기자
취임 후 1년간 검찰 수사 대응하느라 민생정당 구상 실천 못 해
총선 다가올수록 거세지는 외풍에 당내선 ‘사수론’ ‘대안론’ 충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1년째인 8월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박광온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로 취임 1년을 맞았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77.77%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취임한 이 대표의 1년 노정은 순탄치 않았다. 개인에게 씌워진 여러 부정 연루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밖으로는 검찰과 싸우고, 안으로는 비(非) 이재명계와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취임과 함께 내놨던 ‘민생 대안 정당’의 슬로건은 빛이 바랬다.

이 대표의 지지율은 1년 새 10%p 가까이 빠졌다. 취임 직후인 지난해 9월 둘째 주 전국지표조사(NBS)에서 31%를 나타냈던 민주당 지지율은 최근 조사(8월 14~16일)에서 23%로 떨어졌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임기 1년 내내 이재명 대표 발목 잡은 검찰


▎이재명 대표 취임 후 1년간 지지율 변화
임기 내내 이 대표의 발목을 잡은 건 ‘사법리스크’였다. 검찰은 이 대표가 당선한 지 4일 만(지난해 9월 1일)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소환조사를 통보했다. 대선 후보 때 대장동 개발 특혜와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에 대해 허위 발언했다는 혐의다. 검찰은 공직선거법 위반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하루 전날(지난해 9월 8일)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어진 검찰 수사는 이 대표 주변으로 범위를 넓히며 그를 압박했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복심(腹心)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대장동 개발 편의를 봐주고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했다. 민주당사와 국회 본청의 정무조정실장실도 압수수색했다.

올해 들어서도 검찰의 압박은 더 강해졌다. 지난 1~2월에는 성남FC 후원금 및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세 차례 검찰에 출석했다. 이 대표가 검찰과 싸우는 동안 민주당은 장외에서 이 대표를 엄호했다. 원내에선 방탄국회에 벌어졌다. 지난해 말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부결하더니 지난 6월에는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연루된 윤관석, 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

내재된 친명-비명 갈등, ‘이재명 방탄’에 폭발


▎8월 2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의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역 사무실 앞에서 ‘이재명과 개혁시민행동’과 ‘민주당혁명결사대’ 등이 ‘수박 윤영찬 규탄 집회’를 하는 모습. 사진 윤영찬 의원 페이스북
하지만 ‘이재명 방탄’은 또 다른 갈등을 몰고 왔다. 지난 2월 27일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민주당 소속 의원 30여 명이 찬성‧기권‧무효표를 던졌다. 가까스로 가결은 막았지만, 민주당 내에서 이 대표 체제에 대한 불만이 표면으로 나타난 상징적 사건이었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친명계와비명계의 갈등은 더 깊어지는 양상이다. 친명계는 이 대표에 대한 광폭 수사를 ‘검찰 권력의 횡포’로 규정하고 결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검찰의 횡포를 국민에게 알려 우호 여론을 키우자는 것이다. 총선 승리를 위해 이 대표 외에 대안이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비명계에선 이 대표 체제가 총선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우선 다음 달 정기국회 도중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올 경우 민주당은 자중지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친명계에선 체포동의안 표결을 보이콧하자는 주장마저 나온다. 비명계에선 이를 반대하고 있다.

최근 이 대표가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문제를 대정부 압박 이슈로 활용하면서 대오를 재정비하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검찰 발 흔들기가 단일대오의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현재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 등이 수사 중인 이 대표 관련 사건은 기존 사건들 외에도 대장동 개발 특혜 관련 ‘428억 뇌물 약정설’, 쌍방울그룹 변호사비 대납 의혹, 정자동 호텔 개발 특혜 의혹, 배우자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이 있다.

만약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돼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할 경우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 사퇴 요구를 포함한 대안론이 급부상할 수밖에 없다. 이 대표 스스로 사퇴설을 “전망이 아니라 기대일 것”이라며 평가절하하고 있지만, 아직 친명계의 당 장악력이 안심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민주당 안팎의 평가다. 친명계인 박찬대 최고위원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영장이 발부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플랜B’에 대한 고민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언급한 부분에서 친명계의 고민을 읽을 수 있다. 한편 이 대표는 오는 31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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