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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산림청 공동기획] 숲으로 잘사는 대한민국(1) | 목재 친화 

“산림은 자연이자 자원이다. 나무는 보호하고 목재는 활용하자”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산림경영 마인드에서 비롯된 산림르네상스 캠페인, 벌목에 대한 선입견 바꾸는 데서 시작
전국 지자체 대상으로 목재친화도시 조성 사업… 목재 소비는 지구를 구하는 ‘친환경 활동’


▎대전 중구에 위치한 목재문화체험장의 나무상상놀이터. 산림청은 목재가 우리 삶에 스며들도록 바꿔나가기 위해 목재친화 도시 조성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산림청
산림청 홈페이지(https://www.forest.go.kr)에 접속해본 적이 있나요? 그곳을 방문해서 ‘비전 및 목표’를 클릭하면, 가장 먼저 시야에 꽂히는 문장이 있습니다.

“일자리가 나오는 경제산림. 모두가 누리는 복지산림. 사람과 자연의 생태산림.”

예상을 깨고 ‘생태산림’보다 ‘경제산림’이 먼저 등장합니다. 일자리, 경제 같은 가치를 산림청에서 이토록 내세우고 있는 줄 미처 몰랐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건강한 산림을 자원순환경제의 플랫폼으로 활용하여,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직·간접적으로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도록, 산림을 지속가능하게 관리하는 사람 중심의 정책방향”이라는 설명이 이어집니다.

요약하면 ‘나무는 나무고, 목재는 목재다’쯤으로 해석될 수 있을 터입니다. 나무는 보호해야 할 것이고, 목재는 활용해야 할 것이라는 산림청의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2022년 5월 13일 취임한 남성현 산림청장의 취임사 일부를 들여다볼까요. “앞으로 글로벌 이슈와 메가트렌드인 지속가능한 산림경영(Sustainable Forest Management)을 통하여 산림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 환경적, 사회·문화적 기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하면서 임업인과 국민에게 행복을 드리는 ‘산림르네상스 시대’를 열어 가겠습니다.”

역시나 ‘산림경영’, ‘산림의 경제적 기능’을 가장 앞에 내세웠습니다. 실제 남 청장은 취임 후 첫 달이 지나기도 전에 임업단체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경제임업을 적극 추진해서 산림산업, 목재산업, 산림생명(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산림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고 역설했습니다.

산림청이 설정한 ‘산림르네상스’란 무슨 뜻일까요? 남 청장은 꽤 간결하게 압축합니다.

①돈이 되는 산림 ②일자리가 있는 산림 ③경제를 살리는 산림 ④행복한 숲 ⑤건강한 숲. 이 가운데 ④번과 ⑤번은 1967년 산림청이 처음 태동했을 무렵의 보편적 가치와 대동소이합니다. 결국 돈, 일자리, 경제야말로 산림청이 새로이 추구하는 패러다임 시프트의 본질에 해당합니다.

해마다 7조원의 외화가 유출된다고요?


▎산림은 국민의 건강뿐 아니라 민생 경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 사진:산림청
남 청장은 2023년 5월호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임업의 기초는 나무를 베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벌목을 사갈시하는 우리나라 정서에서 산림정책의 수장이자 1978년부터 40년 이상 산림청에서만 커리어를 쌓은 전문가가 꺼낸 작심발언은 음미할 구석이 적지 않습니다.

“원래 전 세계 산림 부서의 전통적 미션은 ‘목재를 생산해서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게 하라’는 것이다. (…) 일본만 해도 41%(2021년 기준)를 자기 나라 목재로 쓴다. 반면 우리나라는 15%다. 백두대간 등 ‘내추럴 포레스트(naturalforest)’는 손대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 외의 산림은 ‘커머셜 포레스트(commercial forest)’로서 돈 되는 산림으로 활용해야 한다. (…) 오히려 안 자르면 큰일 나는 것이다. 펄프, 종이까지 합치면 우리나라 연간 목재 수요는 3000만㎥에 달한다. 하지만 매년 이 중 85%는 7조원의 외화를 지불하면서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산림청이 싸우는 상대는 손에 잡히지 않는 우리 안의 고정관념입니다. 오죽하면 산림청의 한 관계자는 “나무라고 하면 베면 안 될 것 같은 어감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커머셜 포레스트에 한해선) 나무 대신 목재라는 말을 썼으면 좋겠다”는 토로까지 합니다. 심리학적으로 인간의 뇌리 속에 일단 한 번 닻을 내린 생각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고 합니다. 설령 그 선입견이 ‘팩트’와 어긋나는 것일지라도 말입니다. 결국 산림르네상스 시대를 열기 위해 돌파해야 할 첫 번째 관문은 ‘코페르니쿠스적 인식의 전환’을 끌어낼 수 있느냐 여부일 것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 2023년 5월 산림청이 <숲과 함께 365일>이라는 책을 펴낸 사정이 담겨 있습니다. 산림청의 정책 취지를 일반 국민에게 전파하겠다는 남 청장의 의지가 탑재돼 있습니다. 249쪽에 달하는 책의 내용은 일관되게 ‘산림은 자연이자 자원이다’라는 메시지를 발산합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산림청은 목재편, 정책편, 산림재난편으로 나눠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기 위한 Q&A 자료까지 제작했습니다. 특히 목재편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화두는 ‘왜 국산 목재를 써야 하나요’입니다. 물음에 대한 답변은 이렇습니다. “수입목재는 국가 간 이동 과정에서 많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우리 산에 있는 나무를 쓰자는 것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실천을 위해서라도 벨 나무는 베는 것이 오히려 친환경이라는 뜻입니다.

지구촌에서 1년간 소비하는 목재량은 연간 약 40억㎥에 달합니다. 이렇게 시장이 광활하지만, 정작 우리는 숟가락도 못 얹고 있는 실정입니다. 목재자급률이 낮은 이유로는 기계, 전문인력 등 인프라 부족 탓에 생산비가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된 근본 배경은 나무를 베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바닥에 깔려 있어서겠지요. 그 결과 산림청 집계 자료에 의하면 2022년 기준 목재 수요는 2868만3000㎥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국산 목재는 430만9000㎥밖에 공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1년 목재 자급률 41%(일본 임야청 통계)를 돌파하는 등 지속적 우상향 추세를 띠는 일본과 달리 우리는 2019년 고점(16.6%)을 찍은 뒤 오히려 자급률이 떨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콘크리트 도시, 이제 목재친화 도시로!


▎한木 브랜드 제품들. 우리 목재로 제작됐다. / 사진:산림청
목재친화 비즈니스를 궤도에 진입시키기 위해 산림청이 내놓은 대표적 정책이 ‘목재친화 도시’ 조성 프로젝트입니다. ‘콘크리트 도시를 목재친화 도시’로 전환하겠다는 발상입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산림청의 1차적 공략 포인트는 지자체입니다. 총 50억원의 예산을 들여 일단 눈으로 보여줄 수 있는 성공 사례를 만들겠다는 전략입니다. 먼저 2022년 신규 선정된 5개 지자체에서 ‘목재친화 도시’ 기본계획 수립 및 설계에 돌입했습니다. 산림청 관계자는 “2023년에도 신규 4곳의 지자체를 추가 선정하여 확대,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공공 부문에서도 선도적인 목조건축 조성을 위해 야외공연장(강원도 춘천), 탄소순환센터(충북 괴산)가 진행 중입니다. 여기서 반향이 생기면 어린이 이용시설이나 숙박을 할 수 있는 다중시설의 목재화 사업으로 확장될 수 있겠지요. 이러다 보면, 도시 곳곳에서 목재 건축물을 볼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목재친화 도시 조성 프로젝트에 발맞춰 목조건축으로 지역의 브랜드를 각인시키겠다는 지자체가 있습니다. 경남 진주를 비롯해 충남 공주, 전북 전주, 경남 하동, 서울 종로구, 대전 유성구 등이 모범사례에 해당합니다.

한옥마을이라는 랜드마크를 보유한 전주시는 전북대학교(정문·도서관·법학전문대학원 등)를 한옥형 캠퍼스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정문헌 서울 종로구청장도 “2024년 목재친화도시 종로”를 선언하며 신문로에 국내 최고층(12층) 목조 공공건축물 건설을 추진 중입니다.

목재친화 프로젝트와 관련해 산림청에서 특히 주목하는 지자체는 경남 진주시입니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숲속의 도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앞세워 “탄소중립시대에 사람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목조건축도시 공간”을 선언했습니다. 진주시 소재 월아산(山)은 목재친화 프로젝트의 상징과 같은 공간입니다. 진주시는 ‘숲속의 진주’라는 네이밍을 짓고, △월아산 우드랜드(목재문화체험장, 숲속어린이도서관) △자연휴양림 △달빛정원 △산림레포츠단지 등을 2018년 4월부터 순차적으로 조성했습니다. 2024년 6월에는 ‘치유의 숲’이 들어설 계획입니다. 또 진양호(湖)에도 2022년 1월 진양호 우드랜드를 만들었습니다. 진양호 우드랜드는 공공분야 목조건축 우수사례에서 최우수 기관상을 수상했습니다.

2019년 공공건축가 제도 도입 이래 진주시에 건설된 47개 공공건축물 중 40%가 목조건축입니다. 진주 물빛나루 쉼터는 2022년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대상을 받았습니다. 또 캐나다 ‘우드 디자인&빌딩 어워즈’에서 아너(Honor)를 수상했습니다. ‘숲속의 진주팀’ 실무를 맡고 있는 임숙조 진주시청 산림과 팀장은 “재선 기간 동안 조 시장이 일관되게 목재친화사업의 당위성을 강조해왔다”며 “향후 산림청과의 협력 공간이 발생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합니다.

국산 목재제품 브랜드 ‘한木’을 아시나요?


▎‘I LOVE WOOD’ 챌린지에 참여한 남성현 산림청장. 꾸준히 SNS에서 산림에 관한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 사진:산림청
산림청 차원에서도 일찌감치 ‘한木’이라는 브랜드를 출시해 특허청에 등록했습니다. 마윤호 산림청 목재산업과 주무관은 “돼지고기의 ‘한돈’처럼, 국산 목재제품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합니다.

국민적 인식을 바꾸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산림청은 ‘I LOVE WOOD’ 캠페인을 2012년부터 추진해 왔으며, 2023년 6월부터 ‘I LOVE WOOD CHANGE’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배우 유해진, 음악가 금난새 등 대중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인사들이 캠페인에 참여했습니다.

‘I LOVE WOOD’ 캠페인은 이웃나라 일본의 ‘WOOD CHANGE’와 비슷한 개념의 캠페인입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이커머스 회사인 라쿠텐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일본산 목재 제품을 선택하는 행위는 인간과 사회와 지역과 지구를 배려하는 행동”이라는 소개 글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홈페이지 아래로 내려가면 ‘일본산 목재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리스트가 이어집니다.

우리 산림청이 지난 8월 대한민국 목재산업박람회를 개최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다가옵니다. 이 자리에서 남성현 산림청장은 “목조 건축물은 화석연료를 대체하고 탄소를 저장하는 ‘생활 속의 숲’”이라고 역설하며 “산림청 및 산하 공공기관이 조성하는 건축물을 ‘목조건축’으로 조성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를 위해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행정 인프라 개선을 위해 산림청과 국토교통부는 목조건축 높이(18m)와 규모(3000㎡)에 관한 규제를 완화(2020년 11월)하는 성과를 이룬 바 있습니다. 정철호 산림청 대변인은 “적어도 목재친화에 관해선 국회에서도 여야 정파를 초월해 협조적”이라고 말합니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2310호 (2023.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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