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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특집] 화제의 전시 ‘우리 어머니’ 글과 사진전 

나를 만들어낸 고귀한 희생… 어머니! 이제야 당신을 봅니다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어머니의 조건 없는 사랑 느끼며 감동과 회복의 경험 선사
10년간 국내서 73회 순회전시에 각계에서 찬사 쏟아져


▎‘서울관악 하나님의 교회’에서 열리고 있는 ‘우리 어머니’ 글과 사진전을 찾은 시민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 사진:김상선 기자
2008년 5월 중국 쓰촨성을 덮친 대지진 현장. 구조대원들이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숨져 있던 한 여성을 발견했다. 그 여인의 몸은 쏟아진 건물 잔해로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었다. 그런데 엎드려 있는 그 여성 밑에서 담요로 여러 겹 감싼 아기가 발견됐다. 기적적으로 상처 하나도 없이 곤히 자고 있었다. 척추가 부러지는 고통을 참으며 견뎌낸 그 어머니의 희생 덕분이었다. 담요 안에서 나온 휴대전화에 메모가 있었다. ‘너무 사랑스러운 아가, 만약 네가 살게 된다면 이것만은 기억해주렴. 엄마는 너를 사랑했단다.

자식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어주는 어머니의 희생은 그 어떤 서사보다 짙은 여운을 남긴다. 건물 한 개 층을 어머니의 삶으로 채운 전시회에서 그 감동을 이어갈 수 있다. 어머니의 희생적인 삶 전체를 들여다보며 추억하는 ‘우리 어머니’ 글과 사진전(이하 어머니전)이다.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가 주최하고 (주)멜기세덱출판사가 주관한다.

현재 대구 동구와 전북 전주 호성동에서 전시회가 개관 중이며 ‘서울관악 하나님의 교회’에서도 새롭게 열려 관람객을 맞고 있다. 허형만, 문병란, 김초혜 등 기성작가들의 작품과 문학 동호인, 관람객 등이 투고한 글, 사진, 소품 등 229점이 골고루 전시되어 있다. 기존 5개 테마관에 신규 작품과 소품존 5곳을 더해 전시가 한층 풍성해졌다.

2013년 6월 서울 강남에서 첫선을 보인 어머니전은 지난 10년 동안 73회에 걸쳐 전국을 돌며 진행됐다. 누적 관람객만 86만 명에 달한다. 해외에서도 13회 순회 전시를 통해 가족애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는 호평을 받았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잠시 중단됐다가 3년 만에 재개관했다.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엄마의 사계절’


▎옛 어머니들이 실제로 썼던 생활용품으로 옛집 부엌을 재현해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 사진:하나님의 교회
그 파노라마 속으로 들어가 보자. 계절이 네 번 바뀌듯 어머니의 인생도 ▷엄마 ▷그녀 ▷다시, 엄마 ▷“그래도 괜찮다”의 4개 테마로 나뉜다. 여기에 성경 속 어머니를 주제로 한 테마존이 추가된다. 테마존과 함께 5개의 소품존(▷밥 내음 맡으며 ▷그녀의 청춘 ▷어머니의 사계 ▷재봉틀 소리 ▷기억 보관소)은 일반인들이 출품한 다양한 소품들로 어머니의 삶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표주박·풀비·다식판(A존), 옥비녀·분첩·고교 시절 명찰·월급봉투(B존), 골무함·반짇고리(C존), 모자수첩·딸랑이·애착인형 등 160여 점의 소품이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관람객과 만난다.

작품마다 어머니의 손때와 체취가 곳곳에 묻어 있다. 집안 곳곳에서 흔히 봤을 법한 생활용품에 추억이 더해져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마치 어릴 적 보았던 엄마의 방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생생하다. 오래된 재봉틀과 다듬잇방망이, 빳빳하게 풀 먹인 고운 한복과 늘 새것 같은 양장이 들어 있는 작은 옷장. 모처럼 옛 추억에 잠긴 관람객들도 한껏 들뜬 표정들이다. 딸과 함께 전시장을 찾은 한 중년 여성은 오래된 소품을 생소해 하는 딸에게 “할머니도 저거 쓰셨어”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치매 앓는 어머니가 꾹꾹 눌러 쓴 편지


▎결혼해 어머니의 삶을 살아가기 전 꿈 많던 소녀의 추억이 서린 여러 소품들. / 사진:김상선 기자
엄마가 아닌 한 여자로서 삶을 보여주는 ‘그녀의 청춘’ 소품존에는 꿈 많은 소녀 시절에 썼던 일기장, 검정 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해맑게 웃는 학창시절의 사진 등이 관람객을 반긴다. 첫 개관부터 수차례 전시회를 관람했다는 지성숙(50대)씨는 “전시장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엄마로부터 생명이 탄생하고, 성장하고, 나이를 먹어가는 과정이 담겨 있어 어머니 사랑이 더 깊게 와 닿았다”고 말했다.

관람객의 시선은 다시 ‘엄마’를 향한다. 제법 성장해 어른의 눈으로 바라본 어머니의 모습은 그리움과 회한의 눈물을 왈칵 쏟게 한다. 삶의 무게에 방황하며 힘들어하는 자녀 뒤에 서서 남몰래 눈물 흘리며 기도하던 어머니의 모습을 왜 그때 몰랐을까?

자녀의 탄생과 사춘기, 군입대, 결혼과 출산을 곁에서 지켜보며 용기를 북돋는 어머니의 편지는 담담해서 더 절절하다.

“알을 낳아 가슴으로 따뜻하게 품었더니 어느새 새끼 되어 알을 깨고 나왔구나. 어느새 가버리고 빈 둥지에 아빠 엄마새 두 마리만 남았구나.”(‘자식들을 출가시킨 어머니의 일기’ 중)

사춘기 딸의 변덕과 고집에도 어머니의 시선은 늘 한결같다. 기분에 따라 엄마와의 거리가 가까웠다 멀어지길 반복하는 딸의 일기 옆에 놓인 엄마의 일기에는 기쁠 때나 속상할 때나 한결같이 “우리 예쁜딸과의 거리는 언제나 0㎝”다. 소박한 밥상 앞에서 웃음 짓는 노모를 촬영한 ‘어머니의 성찬’ 사진 앞에서 한 중년 남성(법무사)은 “부산에서 홀로 식사하실 아흔 살 어머니를 생각하니 너무 죄스럽고 가슴이 아프다”며 눈물을 훔쳤다.

‘기억 보관소’에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물건들이 관람객들의 추억을 소환한다. 털실로 직접 짠 딸의 원피스를 한 올 한 올 풀어서 다시 짠 손주의 뜨개옷, 한 땀 한 땀 바느질한 새하얀 배냇저고리는 마치 방금 지은 것처럼 구김이 없다. 어머니의 행복했던 기억들은 그렇게 곳곳에 새겨져 있다.

어머니의 물건에 담긴 사랑을 발견한 순간 그리움은 파도처럼 밀려든다. 전시장 곳곳에 걸려 있는 시와 수필에 깃든 사연을 읽다 보면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진다. 치매를 앓는 어머니가 일기장에 꾹꾹 눌러 삼 남매에게 쓴 편지에는 기억의 끝자락을 붙들고 있는 어머니의 절박함이 관객의 가슴으로 전이된다.

금지옥엽 큰 별아
어릴 적 널 잃었다가 찾았을 때
세상 모든 것을 다 얻은 것 같았던
어미 마음을 아느냐
무사히 커줘서 가정을 이루니
고맙고 고맙구나.

늘 미안하기만 한
나의 작은 별아
둘째라 어찌 컸는지
많이 마음 써주지 못했구나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어디 있더냐

곁에 두고 싶었던 아기별아
순리에 따라 출가했어도
가까이 있기를 바랐건만
타국에 있는 아기별 안부 목소리에
어미는 그리움만 더 커져
눈물이 나는구나.
(이미숙 ‘큰 별, 작은 별, 그리고 아기별’ 중)

국경을 초월한 감동, 해외 개관 확대 예정


▎그날의 기분에 따라 엄마와의 거리가 들쑥날쑥한 딸과 달리 엄마에게 사랑하는 딸과의 거리는 언제나 ‘0㎝’다. / 사진:김상선 기자
전시가 막바지에 다다르자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는 소리가 공간을 채운다. 관람을 마치고 나온 이들의 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다. 어머니의 삶을 바로 보는 것만으로 관람객들은 놀라운 회복을 경험한다. “여러 번 관람했는데도 볼 때마다 눈물을 참을 수 없다”던 한 중년 여성은 전시장을 나오자마자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인의 소개로 제자들과 전시장을 찾은 서울대 교수는 “지난 1월 작고하신 어머니 생각이 났다”고 했다. 그의 제자들도 “조만간 어머니를 모시고 다시 와보고 싶다”고 했다.

전시회를 관람한 뒤 가족애를 회복한 경험담도 주최 측에 답지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할머니 손에 자란 김현희씨는 “친정엄마와 함께 어머니전을 관람한 뒤 수십 년의 아픔이 치유되는 경험을 했다”고 했다. 그녀의 마음의 벽을 허문 건 관람을 마친 뒤 엄마가 눈물 흘리며 건넨 한마디였다. “우리 현희한테 정말 미안하다.”

주금란 씨는 어린 시절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느라 대화할 시간조차 부족했던 어머니가 자신을 싫어해서 함께하지 않는다고 여겼던 오해를 전시회 관람 후 풀었다고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건넨 ‘사랑해’라는 고백을 들은 어머니는 수화기 너머로 소리 없이 우셨다. 어머니전이,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줬다”고 그녀는 털어놨다.

어머니의 사랑은 인종과 국경을 뛰어넘어 누구에게나 가슴 절절한 감동을 준다. 세계인들도 해외에서 열린 어머니전에 찬사를 쏟아냈다. 두베를리 로드리게스 티네오 전 페루 대법원장은 “이 땅에서 가장 존귀한 일에 종사하시는 분은 어머니”라며 “어머니전은 어머니의 희생에 자녀들이 어떻게 감사드려야 하는지를 알려준다”고 호평했다. 움베르토 슈페네거 칠레 정부 종무국장은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모태로 돌아가게 하는 것 같다. 어머니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가족 관계를 시적으로 표현한 아름다운 전시회”라며 극찬했다.

세계 곳곳에서 어머니 사랑의 감동 전파


▎딸이 태어난 순간부터 출가한 이후까지 어머니가 꾹꾹 눌러쓴 편지와 일기장에는 딸에 대한 한결같은 그리움과 사랑이 묻어난다. / 사진:김상선 기자
해외 어머니전은 2014년 미국 뉴욕을 시작으로 13회에 걸쳐 미국 맨해튼·덴버·샌디에이고, 칠레 산티아고, 페루 포셋 등을 순회하며 열렸다. 지난 8월 6일에는 해발 3000m 고산지대인 페루 우앙카요에서도 어머니전이 열렸다. 전시장을 채운 130여 점의 작품 속에는 현지 어머니들의 이야기가 투영됐다.

빵 굽는 냄새가 진동할 것 같은 화덕 앞에 선 어머니의 사진, 어머니가 직접 만든 천연 버터로 식사를 준비할 때 쓰던 바탄(냄비), 정글 지역 대표 음식인 ‘타카초(Tacacho)’를 만들 때 쓰던 절구 등 친숙한 물건에서 관람객들은 어머니의 정성을 오롯이 느꼈다. 10남매의 유년시절을 보살핀 ‘요케 나무(Lloque, 해발 2300m 이상에서 자라는 나무)’로 만든 60년 된 요람, 해발 3500m가 넘는 우앙카벨리카의 외딴 마을에서 자녀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사연을 담은 그림 에세이 등을 통해 관람객들은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인 어머니들을 마주했다.

페루 우앙카요 전시장에는 입소문을 타고 여전히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1호 관람객인 소시모 카르데나스 무헤 후닌 주지사는 “생명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돌아볼 수 있었다. 이런 행사에 대해 극찬하고 싶다”고 호평했다. 함께 관람한 밀라그로스 인체 아리아스 부주지사도 “정말 놀라운 전시회”라며 “어머니의 가치는 유일하기에 나도 여자로서 행복을 느낀다”고 소회를 밝혔다.

전시가 큰 화제가 되면서 국내외 곳곳에서 어머니전을 준비한 하나님의 교회에 사의(謝意)를 표했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 자치구는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많은 이들의 삶을 향상시키며 감동을 준 공로를 높이 사 표창장을 수여했다. 에릭 L. 아담스 구청장은 “무조건적인 어머니 사랑을 돌아보고 회상할 수 있는 예술적 공간을 제공한 하나님의 교회에 박수를 보낸다”고 칭찬했다. 하나님의 교회가 국내외 지자체와 문화예술계 단체 등에게서 받은 표창과 감사패는 30회에 이른다.

전시장이 된 교회는 언제나 문을 활짝 열고 지역사회의 문화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한다. 앞서 8개월간 어머니전을 성황리에 마친 ‘의정부낙양 하나님의 교회’는 소상공인과 특수 계통 직업군을 위해 관람 시간을 야간까지 연장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영업장을 운영하거나 교대 근무 등으로 평소 문화 행사를 누릴 기회가 적은 이들을 위한 배려다. 28년째 군 부사관으로 복무 중인 50대 남성은 “가슴이 뭉클했다. 교회에서 이렇게 전시를 관람할 기회를 준 것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분식점을 운영하는 이민정씨는 “요즘 경기가 안 좋아 지치고 힘들었는데 큰 위로를 얻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아버지전과 어머니전은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각박한 세상을 선한 마음으로 물들인다. 이웃은 물론 가족과도 단절된 사회 분위기가 일상이 된 상황에서 두 전시의 의미는 남다르다. “핵가족화로 자신밖에 모르는 시대에 가족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최윤정), “바쁜 일상을 핑계로 가족에게 무심한 척 지냈던 나를 반성하는 시간이었다”(홍지영)

가족애 소중함 일깨워 사회에 선한 영향력


▎학생들이 ‘엄마와의 거리’ 작품을 보면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사진:하나님의 교회
각계 인사들도 전시회가 선한 영향력으로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한다. 아버지전과 어머니전을 모두 관람한 서울시의 한 구청장은 “많은 국민이 봤으면 좋겠다. 그러면 이 나라가 살기 좋은 나라, 행복한 나라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고, 중앙행정기관의 전직 차관은 “이런 전시야말로 나라를 살리고 사회를 풍요롭게 한다”고 평했다.

전시를 주최한 하나님의 교회가 세계 175개국 7500여 지역을 중심으로 전 지구적 봉사활동을 펼치는 것도 그 근간에 인류를 ‘한 가족’으로 여기는 선한 마음이 깔렸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버지전과 어머니전은 지역민의 정서를 함양하고 가족애 회복에 기여하는 사회 공헌 활동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버지전과 어머니전은 ‘광역별 거점 전시’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아버지전 관람 후에는 어머니전을, 어머니전 관람 후에는 아버지전을 보고 싶다는 관람객들의 꾸준한 요청에 따른 것이다. 서울·경기권에는 서울 관악구와 성남 분당구에서, 경상권에는 대구 동구와 창원 의창구에서, 전라권에는 전북 전주에서 각각 어머니전과 아버지전이 열리고 있다. 11월부터는 강원도 원주시에서 아버지전을 관람할 수 있다. 화요일과 토요일은 휴관일이다. 상세 일정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202310호 (2023.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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