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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제21회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 

4년 만에 울려 퍼진 행복 하모니, 희망의 메아리 되다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11월 29일 잠실 학생체육관에 세계 외교 사절 비롯한 약 6000명 운집
■‘클린월드운동’, ‘맘스가든’ 등 봉사활동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 열어
■30년 가까이 지구촌 재난 현장에서 따뜻한 어머니 손길


▎새생명어린이 합창단부터 정수라까지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 출연진이 무대에 올라 객석과 함께 ‘아! 대한민국’을 열창했다. / 사진: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지난 11월 29일 오후 6시.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서울특별시교육청 학생체육관)은 환희와 감동의 현장이었다. 1층 플로어는 물론 360도로 배치된 2·3층 관중석까지 인파들로 가득 찼다. 중앙무대를 스크린으로 봐야 하는 뒤편 좌석까지 채울 정도였다. 무대에 선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관객들의 목소리와 율동이 하나로 모였다.

“함께 외쳐요. 위! 러브! 유!” “위! 러브! 유!”

커다란 함성과 함께 휴대폰 플래시 조명이 체육관 안을 화려하게 수놓으며 축제 분위기를 만들어가자 참석자들의 얼굴에는 너도 나도 웃음꽃이 만발했다. 국제 복지단체 (재)국제위러브유와 (사)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회장 장길자, 이하 위러브유)가 개최한 사랑나눔 자선콘서트인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 현장이다.

“그 누구도 외롭지 않은 삶을 살게 하자”


▎2부 콘서트에 앞서 국내·외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성금 전달식을 가졌다. 가운데가 장길자 위러브유 회장. / 사진: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이날 잠실 학생체육관은 콘서트 시작보다 훨씬 이른 시각부터 관객들이 줄지어 서서 입장을 기다렸다. 영하권으로 기온이 내려가 눈발이 날리는 매서운 날씨도 그들의 ‘오픈런’을 막지 못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4년 만에 열리는 21회 콘서트에 대한 관객의 기대가 고스란히 전달되는 순간이었다.

대기줄 맨 앞에서 있던 조현아(53·서울) 씨는 “코로나19로 어렵던 때도 겨울이 오면 콘서트가 생각나고, 추위에 어려움이 더해질 이웃들을 떠올렸다”며 “여럿이 함께하니 더 도움이 되겠다 싶어 즐거운 마음으로 참석했다”고 미소 지었다.

콘서트장 밖에서 만난 봉사자 김영우 씨는 “사랑의 콘서트는 나에게 ‘붕어빵’ 같다. 겨울마다 돌아오는 따뜻한 붕어빵처럼 겨울이면 따뜻한 사랑 나눔으로 찾아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함께 안전관리봉사에 동참한 육일두 씨는 “관객들이 끝까지 어머니 품처럼 따뜻하고 편안하게 관람하셨으면 한다”며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위러브유 관계자는 “2000년 시작했던 따뜻한 사랑의 마음 그대로 21회를 맞았다. 회차가 더해질수록 변함없는 사랑으로 가족을 돌보는 어머니의 마음을 더 깊이 느끼게 된다”고 소회했다.

배우 겸 가수 김성환의 사회로 진행된 1부 행사는 장길자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회장의 개회사로 막이 올랐다. 무대 중앙 연단에 오른 장 회장은 청중들을 향해 “‘그 누구도 외롭지 않은 삶을 살게 하자, 어머니의 사랑으로’ 이 슬로건이 위러브유가 존재하는 이유”라며 “여러분의 따뜻한 사랑과 온정의 손길이 국내와 해외 지구촌 이웃들에게 다시 일어서는 힘이 되고 희망이 됐다”고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고단하고 힘들어도 오늘 사랑의 노래로 많은 위로를 받고 힘내시라”고 용기를 북돋웠다.

콘서트 현장은 민간외교의 장을 방불케 했다. 송칸 루앙무닌턴 라오스 대사, 안드레이 체르네츠키 벨라루스 대사, 어용바타르 작닥 몽골 대리대사, 모함마드 알문타페키 이라크 대사대리를 비롯해 에콰도르·리비아·네팔·방글라데시·튀르키예·시에라리온·앙골라 주한 외교관과 가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정·재계, 교육계, 문화·예술계, 법조계 등 각계각층과 회원, 수혜자, 시민 약 6000명이 좌석을 가득 메웠다. 위러브유는 이번 행사를 통해 국내 다문화·복지소외가정 141세대와 해외 모로코 지진 이재민, 리비아 수재민, 기후위기 도서국 통가·투발루·동티모르·바누아투·사모아 등 총 7개국에 20만 달러(2억6000만원) 지원을 약속했다.

축사에 나선 어용바타르 작닥 몽골 대리대사는 지구촌에 사랑을 전하는 위러브유에 감사를 전하며 “재난, 질병, 빈곤 같은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이 평화롭고 존중받으며 살 수 있도록 돕는 위러브유의 활동을 환영한다”고 지지를 표했다. 아셈 압델말릭 리비아 참사관은 “강력한 사랑의 힘이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리라 믿는다”며 “위러브유가 우리 국민을 돌아보고 위로해주니 감사하다”고 축사했다.

영상축사를 전한 빌리아미 바잉가 톤 유엔 주재 통가 대사는 이번 지원에 대한 인사와 함께 “기후 인식과 행동 측면에서 리더십을 보여준 위러브유와 지속적인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도 테비 유엔 주재 바누아투 대사도 감사와 더불어 “함께 사회를 변화시키기를 희망한다”고 협력 의사를 내비쳤다.

현장에 함께한 안드레이 체르네츠키 주한 벨라루스 대사는 “먼 나라 사람들까지 돕는 위러브유의 역할은 지구온난화 대응에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아그네스 음바요 시에라리온 일등서기관은 “위러브유의 물·위생 보장 지원이 아프리카에 특히 중요하다”며 추후 활동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배려와 화합으로 지구촌 응원


▎제21회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에 참석한 각국 대사와 외교관, 각계 인사들이 다채로운 무대를 즐겁게 관람하고 있다. / 사진: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김병찬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2부 콘서트는 성악과 대중가요가 어우러져 다채로운 무대를 선사했다. 첫 순서로 아기자기한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오른 새생명어린이합창단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깜찍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등 세계 3대 테너와 협연한 소프라노 박미혜 서울대 교수와 소프라노 강민성, 바리톤 오유석, 테너 윤승환이 ‘그리운 금강산’, ‘볼라레(Volare)’, ‘축배의 노래’ 등을 솔로·듀엣·콰르텟 구성으로 들려줘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회원들의 마음이 지구촌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박 교수는 “함께 행복해지는 날까지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전했다. 소프라노 강민성은 “지구촌에는 재난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한 분들이 아직도 많다. 앞으로도 이런 활동으로 더 많은 사랑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가수들의 열정적인 공연에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졌다. 가수 이용은 ‘서울’, ‘잊혀진 계절’을 부르며 객석과 호흡했고, 김성환도 ‘묻지 마세요’, ‘밥 한번 먹자’로 흥을 돋웠다. 가수 이승훈은 서정적인 기타 선율에 맞춰 ‘비 오는 거리’와 신곡 ‘오늘날이 참 좋다’를 불러 관객들의 마음을 적셨다. 1회 콘서트부터 꾸준히 함께하고 있는 이승훈은 “노래 들려주는 행복을 깨닫는다”며 “‘오늘 날이 참 좋다 이런 날도 있구나’라는 신곡의 가사처럼 모두에게 분명히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응원했다.

가수 김종환, 리아킴 부녀(父女)는 ‘바램’, ‘위대한 약속’ 등 솔로곡은 물론 듀엣곡 ‘가족을 위한 노래’로 환상적인 호흡을 선보였다. “사랑의 콘서트로 오히려 응원과 에너지를 받아간다”는 리아킴은 “봉사는 누군가를 안타깝게 생각해 돕는 게 아니라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라며 “회원들의 모습에서도 그런 따뜻한 마음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등장한 가수 윤태규는 ‘마이웨이’,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로 관객들의 떼창을 얻어냈다.

한마음으로 ‘아! 대한민국’ 열창


▎ 사진: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피날레 무대는 가수 정수라가 장식했다. 온 국민이 아는 정수라의 히트곡 ‘환희’ 전주가 흘러나오자 관객석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어 ‘난 너에게’, ‘아! 대한민국’으로 폭발적인 성량과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자 좌석이 흔들릴 정도로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객석에서는 앙코르가 쏟아졌고, 새생명어린이합창단부터 정수라까지 출연진이 무대에 올라 객석과 함께 ‘아! 대한민국’을 열창하는 것으로 이날 행사가 마무리됐다.

“한 해를 마감하는 연말에 나 자신과 이웃을 돌아보며 남을 돕는 시간으로 채울 수 있다는 건 삶의 기쁨이요, 인생 최고의 소중한 시간일 것입니다.” 장길자 회장이 건넨 따뜻한 희망의 말처럼 콘서트에 모인 이들은 지구촌 가족들에게 삶의 용기와 새 힘을 선물하며 ‘최고로 소중한 순간’을 보냈다.

사랑의 콘서트는 2000년 겨울, 서울 정동 이벤트 홀에서 처음 열렸다. ‘새생명 사랑 가족걷기대회’와 더불어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을 돕는 위러브유의 연례 복지행사다. 지난 20회 콘서트까지 연인원 17만3500여 명이 참석해 지구촌 가족을 위한 노래를 함께 불렀다. 이와 함께 희망도 번져나가 요르단·칠레·모잠비크·캄보디아 등 물부족·빈곤·재해로 고통받는 22개 국가를 도왔다. 이뿐만 아니라 국내·외 다문화·복지소외가정 2만1774세대에 생계비를 지원해 든든한 디딤돌 역할을 했고, 심장병·난치병 및 기타 질병으로 생명이 위태로운 어린이 132명에게 의료비를 지원했다.

사회복지 업무를 담당하며 8년 가까이 위러브유를 지켜본 서울시 관계자는 “행사 속에 항상 수혜자 가족이 함께하는 것이 위러브유만의 특징”이라며 “소외계층을 위한 지원은 앞만 보고 달려가느라 지쳐 있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한 박자 쉬어가는 좋은 기회가 된다. 어쩌면 무너져 사그라질 수 있는 한 생명을 구하는 것과도 같다”고 말했다.

행사장을 나와 삼삼오오 집으로 향하는 이들의 얼굴에는 짙은 감동의 여운이 어려 있었다. 관객들은 어머니 마음으로 지구촌 가족을 보듬는 일에 동참할 수 있어 기쁘다고 입을 모았다. 위러브유의 콘서트에 처음 와본다는 이동하(47·서울) 씨는 “큰 감동과 위로를 받고 간다”며 “오늘 함께 부른 노래들이 모두 용기를 북돋는 곡들이었다. 그 노래처럼 지구촌 가족들이 어려움을 잘 극복하시길 응원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지속 가능한 지구환경 만들어요”


▎행사장은 1층 플로어부터 2·3층 관중석까지 약 6000명의 관객이 들어 찼다. / 사진: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어머니의 사랑을 온 세상에’는 이번 콘서트를 개최한 위러브유의 슬로건이다. 65개국 15만5000여 회원이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이 마음으로 세계 각국에서 재난구호, 난민지원, 물·위생보장, 빈곤·기아 해소, 건강·보건, 교육 지원, 환경보전 등 4300회에 달하는 활동을 전개해왔다. 이는 2015년 유엔과 193개국 정상급 대표가 한데 모여 만장일치로 출범시킨 지속가능발전목표(SDGs)가 기치로 내건 ‘누구도 소외되지 않게 한다(Leave no one behind)’와 맥락이 닿아 있다.

유엔 DGC(공보국) 협력단체인 위러브유의 ‘클린월드운동’은 지구환경을 지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어가는 대표적인 활동이다. 2008년부터 15년간 국내를 비롯해 세계 각처에서 펼쳐온 이 활동은 쾌적한 환경으로 행복한 삶을 선사하는 환경복지운동이다. 지난해만 해도 북미·남미·아시아·오세아니아·아프리카 등지에서 80회가 넘는 활동을 펼쳤다. 국내도 서울과 부산·대전·대구·울산·전주 등 전국에서 있었다.

지난달 19일에는 인천의 관문 연안부두와 종합어시장 일대에서 각계각층 500여 명이 참여해 600㎏에 달하는 쓰레기를 치우기도 했다. 종합어시장 상인 김성남(60) 씨는 “바다에서 난 것을 먹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지키려는 사람도 있다고 실감했다”며 “이렇게 해야 후세대도 잘 살 수 있는 것”이라고 위러브유 활동을 응원했다. 해양 부문 연구직에 근무한다는 김태현(30) 씨는 “해양 쓰레기가 어선 운항에 많은 어려움을 준다. 육상에서 떠밀려오는 쓰레기가 많을 뿐 아니라 매년 증가한다”며 “직접 봉사에 참여하니 방치된 쓰레기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이번 활동이 해양 쓰레기 방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소감을 전했다. 초등 4학년 아들과 같이 왔다는 방해연(36) 씨는 “아이가 살아가는 세상에 좀 더 깨끗하고 좋은 환경이 조성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 11월까지 한국, 미국, 영국, 페루,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각국에서 개최한 클린월드운동만 2102회다. 연인원 32만 명이 참여했다. 2018년 집계 이래 정화한 거리는 3825㎞이며, 수거한 쓰레기는 72만8900㎏에 육박한다.

매달 다양한 챌린지로 일상에서 즐겁게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클린액션 캠페인’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여기에 더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감축으로 푸른 지구를 만들어가는 ‘맘스가든(Mom’s Garden)’ 프로젝트로 전 세계에 묘목 3만1130그루를 심기도 했다. 이 외에도 지속 가능한 환경보전을 위해 세계 각국 대학생 봉사자들을 환경 리더로 위촉하는 활동도 이어오고 있다. 위러브유는 현재까지 44개국 대학생 437명을 차세대 환경 리더로 위촉했다.

지구촌 보듬는 나눔과 봉사


▎위러브유 인천권 회원 500여 명이 연안부두와 어시장 일대에서 클린월드운동을 펼쳤다. 참가자들이 정화 활동 후 상트페테르부르크 광장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 사진: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이처럼 위러브유의 이타적인 행보는 국내·외에서 다각적으로 진행된다. 지난해만도 설과 추석을 맞아 이불 1510채(8000만원 상당)와 식료품 1500세트(7500만원 상당)를 전국 취약계층에 지원했다. 동시에 다문화가족과 함께하는 명절 행사를 열어 국내 거주 이주외국인 700여 명에게 따뜻한 어머니의 정을 나눴다. 튀르키예 지진 이재민과 에콰도르 수재민 원조, 국내 산불 이재민 성금 지원 등 세계인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는 열악한 학교시설 개·보수와 교육기기·학용품 지원 등을 펼치며 양질의 교육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당시부터 이어온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디지털기기 지원을 비롯해 학기가 시작하는 8~9월에는 뉴욕·캘리포니아·콜로라도·조지아·뉴저지 등지의 초등학교에 책가방과 학용품 세트를 전달했다.

생명 나눔의 고귀한 가치를 전파해온 ‘헌혈하나둘운동’은 지난 11월까지 64개국에서 653회를 개최해 총 11만5179명이 참여했다. 이 중 5만989명이 2039만5600㎖ 혈액을 기증했다. 1명의 헌혈로 3명을 살리는 헌혈의 특성상 전 세계 15만2967명을 살린 셈이다. 코로나19 당시에도 위러브유는 헌혈 행사를 이어가며 범세계적 혈액 부족 사태 완화에 크게 기여했다. 더불어 한국을 포함한 29개국에 방역품·식료품·생필품을 지원하며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위러브유는 지속 가능한 복지라는 목표를 위해 세계 14개국 16개 기관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국제문제 해소에 힘써왔다. 2017년부터 각국 대사와 외교관이 참여하는 ‘글로벌 복지교류 간담회’를 개최하는가 하면, 긴급구호·생명구호를 주제로 한 ‘세이브더월드 국제포럼’을 주최해 실천 방안을 모색했다. 미국·온두라스·에콰도르·네팔·모잠비크 등 각국의 재해 현장에서 적극적인 구호활동을 펼쳤고, 분쟁과 내전으로 내몰린 시리아 난민과 이라크 국내 실향민, 기후재난으로 고통받는 기후난민을 도왔다. 국내에서도 포항 지진(2017), 세월호 침몰(2014), 대구 지하철 화재(2003), 삼풍백화점 붕괴(1995) 등 국가적 재난에 맞서 힘과 용기를 북돋고 조속한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국제사회도 위러브유 봉사 지지


▎장길자 회장이 설맞이 다문화가족 초청행사에서 떡국을 담아주며 덕담을 전하고 있다. 19개국 다문화가족과 이주외국인 등 350여 명이 참석한 이 행사에서 위러브유는 이불과 선물세트, 한국 명절 음식을 마련해 나누고, 전통놀이 체험 등으로 위로와 응원을 전했다. / 사진: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훈장(체육훈장 맹호장)을 비롯해 미국 대통령 자원봉사상 금상(8회)과 라이프타임상, 캄보디아 국왕 훈장, 에콰도르 국회 훈장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이처럼 국제사회도위러브유의 진심 어린 봉사의 가치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2018년에는 국제환경상인 ‘그린애플상(Green Apple Awards)’을 받기도 했다.

위러브유 봉사자들의 활동은 ‘어머니의 손길’을 연상시킨다. 감기라도 걸리는 날이면 밤새 곁을 지켜주던, 어딘가 다쳐서 오면 어루만져주던 어머니의 손길처럼 따스한 정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는 일평생 나눔과 봉사에 전념해온 장길자 회장의 행보가 주효했다. 한국전쟁 후 누구나 어렵던 시절에도 어려운 이웃에게 된장찌개 한 그릇이라도 나누던 장 회장의 손길이 어느새 15만5000명 회원의 손길로 퍼져 재난·빈곤·기아·질병 등으로 고통받는 세계인을 어루만지는 약손이 됐다.

복지(福祉)란 ‘행복한 삶’이다. 긍정심리학에 따르면 삶을 행복하게 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가 타인을 위한 봉사다. 봉사를 통해 얻는 기쁨과 자부심 등이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타인의 봉사를 통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과 용기, 희망을 얻게 되는 것도 봉사의 또 다른 측면이다. 이에 위러브유 회원들이 전하는 ‘어머니의 사랑’은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함께 행복한 ‘사랑의 선순환’을 이루고 있다.

[박스기사] 세상을 향한 새생명어린이합창단 ‘앞으로!'


▎새생명어린이합창단의 마스코트 어린이 양들의 공연 모습. / 사진: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세계 전통의상, 깜찍한 율동에 각국 대사들 엄지척 언니 동생들과 어울려 “존중과 배려, 화합 배워요”

2부사랑의 콘서트는 여느 때와 같이 새생명어린이합창단의 무대로 시작됐다. 합창단은 ‘세계로’, ‘패스 오버(Pass over, 넘어가요)’, ‘잠보 브와나(Jambo Bwana, 안녕하세요 선생님)’, ‘요를레이’, ‘앞으로’ 등을 메들리로 엮어 관객들을 동심의 세계로 안내했다. 이들의 깜찍한 군무에 관객들은 “너무 귀엽다!”라며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여러 나라 전통의상과 국기를 활용한 복장, 활기찬 노래, 사랑스러운 모습에 각국 대사와 외교관들도 미소를 지으며 몰입했다. 노래에 맞춰 연신 휴대폰 플래시를 흔들거나 영상으로 합창단의 모습을 담아내던 외교관들은 “신선한 무대였다”며 즐거워했다.

메들리송 중에서 ‘잠보 브와나’에 참여한 조아인(11) 학생은 “아프리카 음악에 맞춰 율동을 하다 보니 ‘아프리카 사람들은 정말 에너지가 넘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들을 직접 만난 건 아니지만 옷과 음악, 율동만으로도 아프리카 사람들과 친해진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지구촌의 또래 친구들에게 “힘들고 어려운 일이 많지만, 희망을 갖길 바란다. 우리 노래와 율동으로 조금이나마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나면 좋겠다”는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라오스 전통의상을 입고 무대에 섰다는 초등학교 2학년 김남경(7) 학생은 “예전에는 나라 이름만 알았는데 이번에 좀 더 알게 됐다”며 지구촌의 어려운 친구들에게 “너희들의 꿈을 응원할게. 힘내”라고 힘줘 말했다.

이번 콘서트가 첫 무대였다는 김평강(12) 학생은 “친구들과 함께 연습할 때 너무 즐거웠다. 세계 각국 의상을 입은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지구촌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산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이웃들을 돕기 위해 이번 무대를 열심히 준비했다는 김평강 학생은 “봉사에 관심이 있었는데 합창단 무대로 도울 수 있어 좋았다. 남을 돕는다는 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깨닫게 됐고,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하고 싶다”고 의젓하게 포부를 밝혔다.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에 학부모 만족도 높아

합창단 활동은 아이들이 존중과 배려, 화합을 체득하는 배움터가 되기도 한다. 조아인 학생은 “언니들이 율동을 도와주고 ‘잘할 수 있다’고 응원도 해준다. 재미있는 이야기로 기분을 좋게 해주기도 한다”며 “합창단 활동으로 언니 동생들과 친해지고 많은 것을 배운 것 같다. 덕분에 학교 친구들과 관계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합창단원 학부모들의 뿌듯함도 크다. 김영미(50) 씨는 합창단 활동에 대해 ‘몸과 마음으로 먹는 좋은 영양제’라고 표현했다. “성장기 어린이로서 음악을 함께하며 정서적으로 도움이 되고 몸을 움직이면서 운동도 된다”는 것이다. 이어 “맡은 부분에 대한 책임감과 친구에 대한 이해심도 좋아졌다.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화되고 마음의 그릇이 커진 것 같다”고 기뻐했다. 오랫동안 위러브유 회원으로 활동해온 김 씨는 아이와 함께 클린월드운동 같은 봉사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합창단 활동으로 아이와 대화하는 시간이 늘었다는 김혜진(48) 씨는 “부끄러움 많던 아이가 금세 자신감을 갖고 열심히 하더라. 아이가 부쩍 큰 것 같아 기특했다”며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는 대견한 모습도 보면서 아이를 통해 내가 배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진아(38)씨는 “위러브유 활동을 통해 지구온난화 문제, 지구촌의 복지소외가정 등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 자신이 누리는 행복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우리가 사는 지구환경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깨우친다”고 했다.

막내아들이 합창단 활동을 했었다는 장순향(49) 씨는 “아이들에게 바른 생활, 남을 배려하고 돕는 것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게 참 어려운데 함께 여러 활동에 동참하며 자연스럽게 배운다”며 “위러브유 활동이 아이들 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평했다.

“어려운 이웃 도우며 행복 전해요”

합창단 활동의 준비 과정은 매우 체계적이고 세심하게 진행된다. 각 분야 회원들은 노래와 율동, 의상과 소품 제작, 식사와 인솔, 안전, 위생 등 다방면에서 재능 기부하며 합창단을 돕는다. 어머니 손길 같은 이들의 정성과 사랑 덕분에 합창단원들은 후배들에게도 겸손과 배려, 나눔을 본보이며 실천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합창단을 총괄하는 장희숙 위러브유 이사는 “수년 동안 함께 연습하고 지구촌 이웃들을 돕기 위한 무대에 서면서 아이들도 나눔의 행복, 봉사를 통한 기쁨을 느낀다”며 소감을 전했다.

20년 전 합창단 초창기부터 활동했던 아이들은 어느새 성인이 돼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봉사가 몸에 밴 이들은 성인이 돼서도 남을 돕고 베푸는 삶을 살아간다. 이들 중에는 무대에 올랐던 소질을 살려 악기나 노래, 성악, 무용 등을 전공하는 학생들도 많다. 음악적 재능을 살린 봉사에도 꾸준히 참여한다. 해외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와서 활동하는 연주자, 현직 예술고 교사도 있다. 장 이사는 “봉사의 가치를 알고 참여해주는 어린이들에게 고맙다”며 “아픈 데 없이 건강하게 자라서, 봉사를 포함해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즐겁게 하는 어른이 되길 바란다. 아이들이 감사와 기쁨이 넘치는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애정이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202401호 (202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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