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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련의 지구촌 인문기행(7)] 음악과 축제의 도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트의, 모차르트에 의한, 모차르트를 위한 곳 

음악 신동 모차르트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효과로 관광객 발길 끊이지 않아
아름다운 정원 품은 미라벨 궁전, 잘츠부르크 대성당 거닐며 로맨틱한 감정 체감


▎2020년 8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100주년을 맞았다. 잘츠부르크는 우리가 음악을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도시다. / 사진:메가박스
인구 15만의 잘츠부르크는 아담하지만 매혹적이다. 웅혼한 자태의 신비로운 알프스 산자락을 배경 삼아 앞쪽으로는 잘자흐 강이 흐르는 천상의 풍경, 이를 찬미하듯 각종 예술축제가 줄기차게 열린다. 그 천혜의 자연 속에서 불세출의 천재,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가 들려주는 전설적인 음악과 서사는 전 세계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마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에 더해 잘츠부르크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유쾌한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지는 곳이기도 하니 더욱 그렇다.

유럽 대륙 중앙에 꽂혀있는 영세중립국, 오스트리아 공화국의 수도인 빈(Vienna)에서 기차로 3시간 거리에 있는 잘츠부르크는 230여 년 전 죽은 모차르트와 여전히 함께 생존하고 있다. 그를 빼놓고 잘츠부르크를 얘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세계 여행객들은 불과 35세의 젊은 나이에 천상으로 가버린 ‘비운의 천재’를 그리워하며 세기가 바뀌어도 꾸준히 작지만 어여쁜 소도시로 몰려들고 있다. 마력적인 모차르트의 영혼에 사로잡혀 각기 제 나라에 살면서도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그의 음악과 함께 하던 사람들이다.

영화 '아마데우스'와 살리에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인 미라벨 정원과 궁전은 바로크 양식을 담고 있다. / 사진:고혜련
잘츠부르크는 ‘소금’이라는 뜻의 Salz와 ‘성(城)’이라는 뜻의 Burg가 합친 말이다. 까마득한 옛날, 바다가 융기한 곳으로 추측되는 내륙지역에서 질 좋은 소금이 쏟아져 나와 이곳에 막대한 부를 축적해줬던 ‘소금성’이라는 이름이 지금은 ‘음악의 도시’로 거듭난 것이다. 물론 모차르트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알프스의 해발 400m의 고지대에 자리한 잘츠부르크를 흐르는 잘자흐 강은 이 도시를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로 자연스레 구분해 준다. 중간에 걸쳐놓은 다리들을 통해 두 지역은 상호 교통한다. 이 다리를 건너 구시가지의 번화가인 게트라이데 거리로 가는 목적은 이 도시 관광의 시발점인 모차르트 광장으로 가기 위함이다.

게트라이데 거리 한복판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모차르트가 태어난 샛노란 5층 건물이다. 건물 정면에 모차르트 생가(Mozart Geburtshaus)라고 크게 쓰여 있다. 빨갛고 하얀 줄무늬의 오스트리아 국기가 건물 3층 길이로 매달려 펄럭이고 있고 관광객들이 운집해있으니 그냥 지나치기 힘들다. 이곳에서 태어난 모차르트는 어려서부터 유럽 순회공연을 다녔다고 전해진다. 이곳에서 17년 동안 작곡을 병행하면서 말이다. 전 인생의 반을 살아낸 곳이니 이곳은 ‘모차르트 음악의 성지’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의 생가는 현재 박물관으로 만들어져 그의 초상화, 그가 쓰던 악보와 악기, 친족들과 나눈 편지들이 유품으로 보관돼 있다. 곳곳의 방에서는 오래 전 세상을 떠났어도, 그를 주인공으로 세운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제멋에 겨워 오만방자하게 깔깔대던 철없던 소년, 모차르트의 웃음소리가 마치 현실인 양 들려오는 듯했다. 230여 년 전에 떠난 그 어린 천재가 황제 앞에서 보인 무엄하고 저돌적인 자태도 떠오른다.

모차르트라는 천재적 인간을 조명한 영화, [아마데우스]는 특히 그를 이해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좋든 싫든, 맞든 틀리든 말이다. 1985년 미국에서 상영돼 그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남우주연상·감독상 등 8개 부문을 휩쓸어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이 전설적인 영화는 피터 세퍼의 희곡을 바탕으로 밀로스 포먼이 감독한 작품이다.

모차르트의 막강한 실력과 천재성을 질투한 당시의 궁정악장 안토니오 살리에리(Antonio Salieri 1750~1825)와의 갈등 관계를 통해 모차르트의 인간성과 결혼생활, 오만함을 드러낸다. 이로 인해 기회를 잃은 모차르트가 생활고에 시달리며 결국 방탕한 소비와 음주 등으로 비참한 생애를 마감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특히 죽기 얼마 전에는 생계비를 벌기 위해 누군가가 작곡 의뢰한 진혼곡을 쓰다 쓰러져 결국 자신을 위한 진혼곡으로 사용하게 됐다는 이야기는 보는 이들에게 안타까움을 던져준다. 당시의 궁정 중심 음악계에서 작곡자이며 지휘자로 영향력이 컸던 살리에리 역시 쟁쟁한 실력은 뒷전이고 오로지 시기심으로 모차르트를 음해한 사람으로만 이미지가 고착화됐으니 죽어서도 억울하리라. 흔히 2인자 콤플렉스를 거론할 때 쓰이는 ‘살리에리증후군’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졌으니 말이다.

연 4000회 공연 열리는 축제의 도시


▎모차르트 생가에는 세월이 쌓일수록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온다. / 사진:고혜련
모차르트는 걸음마를 겨우 뗀 다음부터 음악적 재능을 보여 4세 때에는 건반 지도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불과 1년 만에 작은 소곡들을 작곡하면서 천재의 싹을 보이기 시작했다. 역시 궁정 음악가였던 그의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는 아들의 절대음감과 재능을 널리 알리기 위해 여섯 살부터 아들이 궁정을 드나들며 연주하게 만들었다. 빈에 가서는 여황제 마리아 테레지아 앞에서도 연주했다는 일화가 있다. 8살 때는 파리, 런던 등을 돌며 해외 순회공연도 해 유럽에 이름을 떨쳤다. 10살이 넘어서는 이미 오페라 작곡과 상연을 의뢰받아 이탈리아 공연을 성공리에 마쳤다니 일반인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들 지경이다.

15세부터는 잘츠부르크의 궁정음악가로 10년 정도 재직했다. 하지만 새로 부임한 잘츠부르크 대주교와의 갈등으로 다른 직장을 얻으려다 실패해 생애 마지막에는 생활고와 방탕한 생활, 가족 간의 불화를 겪는 것으로 여기저기 기록돼 있다.

‘신이 내린 천재’, 모차르트는 여러 장르의 수없이 많은, 그러나 하나같이 주옥같은 음악작품 626곡을 내놓았다. 그의 작품 가운데 특히 교향곡·오페라·피아노협주곡·현악 사중주와 현악 오중주의 작품들이 유명하다. 그는 또한 다양한 형태의 실내악·미사곡 및 종교음악과 무곡 등도 작곡해 현세까지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신출귀몰한 존재임이 드러난다. 대표작 목록에는 30~31세에 발표한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1786)], [돈 조반니(1787)]와 작고하기 얼마 전에 내놓은 오페라 [마적(1791)] 등의 작품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잘츠부르크는 ‘음악의 도시’이자 ‘축제의 도시’다. 1년 내내 모차르트 음악뿐만 아니라 각종 음악, 재즈, 연극, 무용 등 기타 예술 분야의 크고 작은 축제가 빈번하게 열린다. 그중 잘츠부르크 축제는 매년 여름에 가장 큰 규모로 열려 전 세계 음악 애호가들과 해외 관광객들을 끌어모은다. 오페라와 관현악 공연만이 아니라 독주회·실내악·연극공연 등을 다채롭게 소화하는 종합축제의 성격을 띤다. 한여름 한 달여에 걸쳐 계속되는 이 축제는 잘츠부르크 내 30~40곳, 200~300회의 공연을 이끌어내 축제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곳 축제의 명성에 힘입어 이제는 계절과 무관하게 음악 외 다양한 공연들도 잘츠부르크의 이름을 안고 4000여 개나 개최돼 그야말로 ‘축제의 도시’가 됐다. 여러 공연장에서 경쟁적으로 개최되는 소규모 음악회 한곳을 골라 참여할 경우, 입장료는 2023년 기준 40유로, 점심과 음악회 함께는 80~95유로, 저녁과 음악회를 같이 하면 95~120유로 정도 든다. 모차르트 음악 중 세레나데 13번으로 경쾌한 ‘아이네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바이올린 협주곡’ ‘클라비어 협주곡’ ‘잘츠부르크 심포니’, ‘클라리넷 5중주’ 등이 단골로 연주된다. 드보르자크와 슈베르트, 요한 슈트라우스의 음악들도 간간이 곁들여진다. 운 좋은 날은, 실력이 만만치 않은 무명 유럽 연주가들이 길거리에서 그랜드 피아노까지 끌어다 연주하는 거리음악회도 즐길 수 있다.

생가 건너편에는 모차르트가 수시로 드나들며 커피를 마셨다는 300여 년 된 커피숍 ‘토마셀리 카페’가 자리하고 있어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300여 년 전부터 다양한 종류의 커피와 빵을 판매해 왔다는 이곳은 꽤 넓지만, 빈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에스프레소 한 잔에 3.8유로, 카푸치노 한 잔에는 4.8유로를 받고 있다. 거리 주변에는 ‘모차르트’라는 이름의 상표를 붙인 컵이나 인형, 차임벨 등 선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그의 이름이 붙은 포장지가 최고 유인책이다. 모차르트 초콜릿의 원조 격으로 모차르트 얼굴 모습을 담은 청색 포장의 초콜릿은 1890년 이후 전통적인 수작업으로 제조되고 있다.

성에서 열리는 ‘모차르트 요새 콘서트’


▎잘츠부르크 성당은 이 도시의 랜드마크와 같은 위상을 지닌다. / 사진:고혜련
게트라이데가세 쇼핑가는 카페, 레스토랑은 물론 향수상점 ,식료품점, 앤틱 제품과 최신 의류점 등으로 가득 차 있다. 문맹자를 고려해, 당초 그림이나 모형으로 상점의 내용을 알렸다는 철제 간판들의 모습이 독특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됐다. 모차르트가 생가에서 벗어나 8년여간 거주했던 미라벨 공원 근처에도 ‘모차르트의 집’이 있어 공통입장권으로 양쪽을 다 구경할 수 있게 했다.

잘츠부르크의 주요 관광지와 문화 유물들, 대중교통 수단 등을 두루 이용할 수 있고 콘서트 등 문화행사의 입장권 할인까지 받을 수 있는 잘츠부르크 카드(1~3일권)는 여타 지역에 비해 매우 가성비가 높은 편이다. 24~72시간 사용할 수 있는 카드 가격이 장당 27~45유로 정도다. 두세 곳을 따로 입장해도 그 정도는 필요하니 이곳에선 카드 구입이 필수다.

구시가지 안으로 들어가면 잘츠부르크 대성당이 나온다. 서기 774년에 건립된 이곳엔 유럽에서 가장 큰, 6000개의 파이프로 구성된 오르간이 있다. 모차르트가 유아 세례를 받은 곳이기도 하다. 또 그가 23세부터 한동안 이곳에서 오르간을 연주했다고 전해진다. 이 성당은 잘츠부르크 관광의 랜드마크이며 중심지다. 여러 개의 우아하고 둥근 녹청색 돔 지붕에 고딕식 첨탑, 건물 요소요소에 자리 잡은 인물 석상과 시계탑들로 장식된 자태가 고고하고 신비롭다.

성당을 지나 올라가는 호엔 잘츠부르크성은 로마 교황과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가 서로 대립할 당시 독일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 1077년 건립된 곳이다. 542m 산 위에 자리한 성채 안 높은 전망대에서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가 있다. 또 다른 전망대에서는 멀리 눈 덮인 알프스산맥의 멋진 풍광도 감상할 수 있다.

900여 년의 연륜이 눈부신 백색의 이 요새는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을 배경으로 서 있는 웅장하고 멋진 자태가 범접하기 힘든 성스러운 천상의 어느 황궁을 연상케 한다. 중부유럽 최대의 성채이면서 완벽하게 보존된 요새로 잘츠부르크의 위세와 아름다움을 만방에 알리는데 선두 역할을 하고 있다. 1892년에 도입된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푸니쿨라를 이용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중세의 건물과 방들, 그 안에 담긴 컬렉션, 내부의 뜰, 소금 창고·전망 타워·요새 박물관, 귀여운 꼭두각시 모음 박물관 등을 엿볼 수 있다. 이곳 골든홀에서 거의 매일 열리는 모차르트 요새 콘서트가 단연 인기다. 매년 여름에는 세계의 아티스트들이 국제 여름 아카데미(International Summer Academy)에 참석하기 위해 몰려든다.

성탄 캐럴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의 탄생지


▎현재 박물관이 된 생가 안에 걸린 모차르트 사진. 오른쪽 사진은 그의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 / 사진:고혜련
모차르트 생가에서 도보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소문난 미라벨 궁전과 정원은 영화와 뮤지컬로 만들어진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지다. 다양한 장미 수십여 종을 포함한 각종 화사한 꽃들로 가득 수놓은 듯 화려하고 아름다운 정원은 탄성을 자아낸다. 바로크풍의 궁전 앞뜰에는 여러 조각과 분수대들, 더 할 수 없이 현란한 꽃밭들이 작심하고 부귀영화의 전형을 과시하는 듯하다. 바로크 양식을 도입한 이 궁전의 대리석 방은 모차르트가 대주교 가족을 위해 자주 연주회를 마련했던 곳이기도 해 더욱 관광객의 관심을 끄는 곳이다.

이 궁전은 1606년 당시의 대주교 볼트 디트리히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지은 곳이다. 그 안에서 머무는 동안 무려 15명의 아이를 출산해 길러냈다니 당시 주교의 위세와 배짱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가늠케 한다. 1818년 화재로 소실된 것을 지금의 모습으로 새롭게 복원했고 현재는 시청사로 쓰인다. ‘꽃 대궐’의 뜰에서는 강 건너 저편 산정에 우뚝 서 장엄한 위용을 자랑하는 호엔 잘츠부르크 요새의 멋진 모습도 병풍인 양 동시에 감상할 수 있어 그야말로 금상첨화며 절경이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50여 년 전에 상영됐던 영화지만 각국에서 재상영을 자주 한 덕분인지 이곳 현지 여행사들은 아직도 ‘사운드 오브 뮤직 투어 코스’ 상품을 팔고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매우 쾌활하며 음악을 사랑하는 견습 수녀가 수녀원장의 권유로 한 명문가에 가정교사로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온갖 고초 끝에 엄마와 사별했던 일곱 자녀의 마음을 얻는다. 좀처럼 다가가기 힘든 아이들에게 즐거운 음악과 율동을 지극정성으로 가르치면서 자연스레 교감을 쌓은 것이다. 아이들의 완고한 아버지, 폰트랩 해군 대령의 마음까지 움직이게 해 결국 새엄마가 된 그녀가 아이들과 유럽 연주여행을 떠나는 등 행복한 가정을 이룬다는 로맨스다. 그녀가 아이들과 즐겁게 웃고 노래하며 춤추는 배경 장소 중 가장 핵심적인 곳이 바로 미라벨 궁전이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마리아 폰 트랩의 자서전을 원작으로 한 [사운드 오브 뮤직]의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뮤지컬 작품은 1950년 초연된 이후 수많은 장르의 제작과 재연이 이뤄졌다. 무려 15년 후인 1965년 줄리 앤드루스와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주연을 맡은 영화 뮤지컬로 개작되면서 [에델바이스] [도레미 송] [내가 좋아하는 것들] [사운드 오브 뮤직] 등의 노래들이 전 세계 애호가들을 강타했다. 이 영화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감독상 등 5개 부문을 휩쓰는가 하면 미국 작가조합상, 골든글로브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및 미국 감독조합상 등을 거머쥐었다.

시내 한쪽에는 잘츠부르크 출신으로 35년간 베를린 필 하모니의 종신 예술감독이며 상임 지휘자로 세계적 명성을 구가했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Herbert Von Karajan 1908~1989)이 거주했던 집이 그의 동상과 함께 음악애호가들의 발길을 모은다. 그는 죽는 그 해까지 잘츠부르크 음악제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다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했다.

또 잘츠부르크 근교의 작은 마을 오베른도르프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캐럴,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의 탄생지다. 잘츠부르크 출신의 성당 신부 요제프 모로의 시와 오르간 연주자 프란츠 그루버의 작곡으로 만들어져 1818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이곳 니콜라스 교회에서 처음으로 공연된 이후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됐으니 역시 ‘음악의 도시’에 한몫하고 있다.

불빛에 잠기면 더 황홀하게 탈바꿈하는 도시

여행 중 좀 느슨한 분위기 속에서 편히 풀어지고 싶다면 중심지인 게트라이데 거리에서 20여 분 정도 걸어 벗어나 보자.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아우구스티너 브로이 양조장을 방문, 시원하고 쌉쌀한 맥주 맛을 즐길 수 있다. 400년간 유지돼 온 양조비법을 자랑한다는 이곳은 1000석이 넘는 대형 야외좌석이 구비돼 있어 시끌벅적하면서도 흥겨운 분위기에 젖어 들 수 있다.

잘츠부르크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양분하는 잘자흐강에는 7개의 다리가 있다. 그중 인도교인 마카르트 다리는 시내의 야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어 저녁이면 관광객이 모여든다. 불빛에 잠겨 황홀하게 탈바꿈한 도시는 또 다른 마음속 풍경 안으로 사람들을 이끈다. 이 다리 곳곳에는 연인들이 묶어놓은 다양하고 수많은 자물쇠가 눈길을 끈다. 온갖 만사에서 훌훌 벗어나기 위해 낯선 길 위에 나선 여행 중에도 사람들은 그렇게 서로 견고하고 끈끈하게 묶이고 싶어 이제나저제나 간절히 사랑을 염원하고 있다.

※ 고혜련 - 칼럼니스트. 자연과 함께하기, 온 세상 여행하기가 요즘 주요 관심사다. 중앙일보 등 국내외 주요 일간지에서 기자·문화부장·런던특파원을 지냈다. [어머니, 당신은 내 운명], [힘내! 이제 다시 시작이야] 등 7권의 저서가 있다. 이화여대를 거쳐 미국 뉴저지주립대, 영국 런던대 대학원에서 국제정치·저널리즘을 전공했다. 현재 출판사(주)제이커뮤니케이션 대표로 일한다.

202401호 (202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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