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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산림청 공동기획] 숲으로 잘사는 대한민국(5)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사업 

“드론과 지상방제로 국민의 ‘최애’(最愛) 소나무 지킨다”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고사율 100% 소나무재선충병. 한국은 제주도에서 안정화하는 등 위기관리 성공
예방 위해 과학적 방제와 집약적 관리 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적 관심과 신고


▎소나무재선충병은 자연재해이지만 인간의 노력으로 막아낼 수 있다. 산림청 직원들의 헌신과 첨단 장비의 위력도 필요하지만 국민적 관심이 필수다. / 사진:산림청
언젠가부터 ‘산림재난’이라는 말이 생소하지 않게 들립니다. 산림재난이라면 우리는 흔히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 산사태 등을 떠올립니다. 2023년 1월 산림청은 ‘산림재난으로부터 안전한 한 해’를 다짐하며 반드시 막아내야 할 또 하나의 산림재난으로 ‘소나무재선충병’을 꼽았습니다. 일반 국민에게는 생소하지만 소나무재선충병은 3대 산림재난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소나무재선충은 소나무에 기생하는 선충(1㎜ 이하 크기)의 일종으로, 나무 조직 내 수분·양분의 이동 통로를 막아 소나무를 말라 죽이는 해충입니다. 소나무재선충은 너무 작아서 스스로 나무를 옮겨 다니지 못하기 때문에 ‘매개충’이라 불리는 곤충에 의해 다른 나무에 침투합니다. 매개충은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나무재선충은 번식력이 매우 강해서 암수 1쌍이 20일 후 20만 마리까지 번식합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겨울철 가뭄과 봄철 고온 현상으로 소나무의 건강이 쇠약해지고, 매개충의 우화(羽化) 시기가 앞당겨져 매개충의 밀도는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최근 10년간 소나무재선충 매개충의 우화 초일과 봄철 기온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북방수염하늘소와 솔수염하늘소 모두 봄철(3~5월) 기온이 증가함에 따라 우화 초일이 10일 정도 앞당겨지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매개충 활동 시기가 빨라지는 지역이 점차 확대될 것이며, 재선충병 발생 위험도 역시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전 국토의 62.7%가 산림입니다. OECD 국가 중 4위에 해당합니다. 그 구성을 자세하게 살펴보면 침엽수가 36.9%로 가장 많습니다. 그 다음이 활엽수(31.8%), 혼합림(31.3%) 순서입니다. 여기서 비중이 압도적인 수종(樹種)이 침엽수 중 소나무입니다. 침엽수의 무려 68%가 소나무(해송 포함)입니다. 면적 기준으로 봐도 소나무는 전체 산림 면적의 약 25.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약 16억 그루가 소나무로 채워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놓치지 않아야 할 사실은 소나무의 94%가 자연적으로 조성된 천연림 혹은 자연림이라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소나무를 병으로부터 지켜야 할 책무는 온전히 우리의 몫인 것입니다.

소나무재선충병이 무서운 이유는 한번 감염되면 말라 죽을 확률이 100%라는 데 있습니다. 소나무, 곰솔, 잣나무가 특히 치명적입니다. 치료 약은 현 시점에서 없습니다. 게다가 전염성이 강합니다. 겨울철 가뭄과 봄철 고온 때 유독 기승을 부립니다. 이 시기에 매개충의 활동 시기가 빨라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소나무재선충병의 피해를 받은 일본은 문화재 구역 등 중요지역을 제외하곤 사실상 소나무가 절멸된 상태입니다. 이에 관해 후타이 가즈요시 일본 교토대 교수는 “소나무재선충병을 방제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향후 10년 안에 78%의 소나무가 고사할 것”이라는 암울한 예언을 남겼습니다.

“재선충병 방치하면 10년 내 소나무 78% 고사”


▎1.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작업에 들어가기 전의 전남 여수 지역의 산. / 2. 방제 작업 후 녹색을 되찾았다. / 사진:산림청
소나무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향토 수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국 어디서나 잘 자란다는 것부터 우리 토양이나 기후와 잘 맞습니다. 실제 지역별로 소나무 분포를 찾아보면 경북 29%, 경남 17%, 강원 16% 등 전국적으로 고르게 분포해 있습니다. 능선부와 암반지대 등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는 성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소나무를 우리 국민은 유독 사랑합니다. 일례로 2019년 한국갤럽 조사에서 소나무는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 투표에서 과반수(51%)의 압도적 1위를 차지했습니다.

주로 소나무·곰솔·잣나무 등으로 이뤄진 소나무림은 우리나라 산림의 약 2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산림청 자료에 의하면 2021년 기준 소나무림은 연간 약 71조원의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또 목재, 조경수, 송이, 잣 등 임산물 생산액은 연간 2539억원에 달합니다. 소나무는 경제·문화·역사·휴양 자원으로서 엄청난 가치를 지닌 자산인 것입니다.

하지만 소나무가 많을수록 소나무재선충병이 번성할 위험성도 비례해 올라갑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권은 물론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럽에서도 창궐한 바 있습니다. 유럽위원회에서는 ‘유럽연합 내 소나무재선충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 조치안’을 마련해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과 감염목으로부터 반경 500m 이내에 있는 수목을 벌목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포르투갈은 EU 가이드라인에 따라 가을과 겨울에는 예찰·진단 및 쇠약목 제거에 집중하고, 매개충 활동기인 여름에는 매개충을 포획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재선충병 방제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산림청과 지자체, 재선충병 확산 방지 체계 구축


▎유전자 진단키트 도입 후 소나무재선충병 진단 시간은 3일에서 30분으로 단축됐다. / 사진:산림청
그나마 소나무재선충병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소나무가 절멸 위기에 처했던 제주도만 해도 집중 방제의 성과로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안정화됐습니다. 충북 영동군, 대구 남구, 전남 곡성군, 경북 울진군도 재선충병이 재발하지 않은 청정지역으로 회복됐습니다. 2023년 8월 시점에 산림청이 전수조사해 공개한 소나무재선충병 피해 현황도를 들여다보면 경북 안동시·포항시·경주시, 경남 밀양시를 제외한 국토의 모든 지역이 ‘극심’(5만 그루 이상 감염) 상태에서 벗어난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남성현 산림청장의 페이스북을 보면, 거의 해마다 빠지지 않고 소나무재선충병과의 전쟁에 관한 결의가 등장합니다.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를 위해 남 청장은 스스로 ‘중앙 본부장’을 맡으며 각 지자체 시·도지사, 시장·군수로 구성된 ‘지역 본부장’과 협업해 방제대책본부를 설치했습니다. 2022년 10월 남 청장은 “전염을 차단하기 위해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피해목을 조기에 발견해 파쇄하거나 훈증 처리하고,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예방나무주사를 놓고 있다”며 “산림청과 지자체가 협력해 ‘소나무류 이동 합동 단속’을 실시하고, ‘유전자진단키트’를 도입해 진단 시간을 3일에서 30분으로 단축하겠다”고 알렸습니다.

이어 2023년 2월에는 소나무재선충병 ‘항공방제’를 중지하고 정밀드론과 ‘지상방제’로의 전환을 선언했습니다. 남 청장은 “항공방제에 사용되는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약제에 대한 국제적 규제와 환경 논란이 제기되면서, 전문가와 환경단체 인사들의 의견을 수령해 항공방제 중지 결정을 내렸다”며 “그 대안으로 2023년 3월부터 드론·지상방제 사전 적정성 검토를 도입해 검증 과정을 거쳐 사업을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2023년 3월에는 재선충병 피해를 확신하는 주된 원인이 되는 감염목의 무단 이동을 예방하는 ‘소나무류 이동 특별단속’을 실시했습니다. 조경업체 3000개소, 화목 사용 농가 3만8000개소, 목재생산업 7000개소를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이렇듯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는 적합한 방제기술과 꼼꼼한 방제작업, 그리고 적절한 규모의 예산 투입을 통해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방제예산이 집중 투입될 때 소나무재선충병이 감소하는 패턴을 보입니다. 다만 유념할 점은 2014년 소나무재선충병이 크게 확산할 때 집중방제가 이뤄졌지만, 가시적인 효과는 그로부터 5년 후에 나타났습니다. 재선충병이 안정세를 보인다고 방제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까닭입니다.

산림청은 정밀드론을 통해 감염목이 포착되면 ‘영상 분석으로 좌표값을 취득하고, 감염목에 QR코드 정보를 입력하여 검경(檢鏡)부터 방제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리’합니다. 특히 2024년부터는 재선충병이 집단적으로 발생한 지역을 ‘특별방제구역’으로 지정해 솎아베기 등 임업적 기술과 예방나무주사를 접목한 ‘복합방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방제 현장의 사업품질을 높이기 위해 ‘책임방제구역 평가제도’도 도입했습니다.

집중방제 기간 동안 산림청은 지자체와 긴밀히 협력하고 방제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2주마다 방제 상황을 점검하는 대책회의를 갖고 있습니다. 남 청장은 “재선충병의 확산을 막으려면 매년 지속적으로 방제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며 “지자체 차원에서도 방제품질을 높이기 위한 현장관리와 지자체장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합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예방나무주사가 인체에 해롭다는 주장에 대해 남 청장은 산림 분야 최고 권위자답게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 결과를 토대 삼아 과학적으로 반박합니다. “(예방나무주사에 사용되는 약제인) 송홧가루는 크기가 커서 인체 흡입 가능성이 매우 낮다. 강우에 의한 송홧가루의 파편화는 극히 예외적 사례로 일반화하기 매우 어렵다. 심지어 송홧가루를 최대로 흡입한다고 가정해도, 1일 섭취 허용량의 100만분의 1 이하로 위해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소나무재선충병 예방나무주사 약제는 농약관리법에 따라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등에서 철저하게 검증해 안전성이 확보된 것만 사용한다.”

산림청은 2023년 10월부터 2024년 4월을 소나무재선충병 집중 방제 기간으로 설정했습니다. 이를 위해 예찰·진단, 지역별 맞춤 방제, 예방 관리라는 삼중의 전략을 마련했습니다. 이 기간 산림청이 준비한 3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는 수행해야 할 전술이 촘촘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붉게 변해 죽어가는 소나무 보면 1588-3249로”

산림청 관계자는 “산림병해충·산불·산사태는 산림 3대 재난으로, 산림병해충 방제 사업은 사후 조치가 아닌 예방하는 선제적 조치”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2022년 밀양 산불 발생 당시 방제되지 못한 피해고사목, 훈증 더미로 인해 대형 산불로 확산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캐나다에서 터진 최악의 산불 원인도 “병해충에 의한 소나무 고사 면적 증가와 가뭄”이라고 캐나다 산림청은 발표한 바 있습니다.

소나무재선충병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물론 과학적 방제와 집약적 관리가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남 청장은 여기에 한 가지 필수 요소가 더해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국민의 관심이 그것입니다. 그가 페이스북 말미에 “주변에 붉게 변했거나 말라 죽어가는 소나무를 발견하시면 1588-3249로 신속하게 신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당부하는 이유입니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2403호 (202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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