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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대학으로 가는 길] 경남 동부 거점대학, 인제대학교 

3인 4각(대학-지자체-혁신기관) ‘올 시티 거버넌스’로 혁신 돌풍 일으킨다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김해 도심에 ‘허브캠퍼스’ 개소, 교육·연구·산학협력 실무 역량 키워
‘김해인재양성재단’ 출범 눈앞, 의사결정 핵심 주체들 상시 모여 뒷받침


▎인제대학교는 교육부의 지역대학 육성 프로젝트인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재도전한다. 지난해 예비지정을 통과한 인제대는 올해 마지막 관문인 본지정으로 직행하게 된다. / 사진:인제대
2월 7일 오후 2시 30분, 분성산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인제대학교 김해캠퍼스에 오르니 주변 지형이 한눈에 들어왔다. 특히 눈에 띄었던 건 주변 학교들이었다. 삼방초, 신어중, 영운고 등 6~7개 초·중·고교가 인제대 주변 1㎞ 내외에 자리하고 있었다. 캠퍼스 인근에는 교복 차림의 학생들이 많았다. 인제대 정문 앞 인제 삼거리에서 친구들을 기다리던 한일여고 학생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는 인제대 진학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재작년 말에 인제대에서 반도체 관련 체험 프로그램을 들었던 적이 있는데 다들 친절하고 설명도 잘 해주셨어요. 경상남도에서 인지도가 높고 집과 가깝기도 해서 제 주변에도 인제대에 가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올해 교육부 글로컬대학 본지정 목표로!

교육부의 지역대학 육성 프로젝트인 ‘글로컬대학 30’은 지역 거점대학 30여 곳을 지정해 5년간 최대 1000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2023년부터 총 3차에 걸쳐 진행되는데, 지난해 10개 대학이 최종 선정됐다. 교육부는 올해도 10곳의 글로컬대학을 선정한다는 계획이며, 2025년과 2026년에 각각 5개 대학을 선정한다.

인제대학교(총장 전민현)는 지난해 108개 대학과 경쟁해 15개 예비지정 대학에 선정됐다. 부산·경남 사립대 가운데 예비지정을 통과한 건 인제대가 유일하다. 글로컬대학 선정은 예비지정과 본지정 2단계 평가 과정을 거친다. 인제대는 최종 관문인 본지정에서 탈락했다. “‘올 시티 캠퍼스(All-City Campus)’ 모델 등 혁신적인 밑그림을 그렸지만,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몇 가지 보완할 점이 있다”는 것이다.

올 시티 캠퍼스는 캠퍼스의 기능을 도시 전체로 확장하는 개념이다. 이는 교육, 연구, 산학협력이 대학 캠퍼스 내에서만 이뤄진다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부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를 들어 게임 관련 학과 재학생과 교수가 인제대 캠퍼스가 아닌 김해시 문화진흥단지 내 관련 기업에 가서 현장 실습을 하는 것이다. 교육부가 글로컬대학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대학과 지역이 공존하는 구조를 만들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함이다. 인제대의 올 시티 캠퍼스는 이러한 글로컬대학의 본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절치부심한 인제대는 올해 재도전에 나선다. 최근 교육부는 “인제대를 포함해 본지정에서 탈락한 5개 예비지정 대학이 혁신 계획 방향을 크게 바꾸지 않을 경우 올해에 한해 예비지정 지위를 인정해 줄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3월부터 예비지정 신청을 해야 하는 다른 대학과 달리 인제대는 오는 7월로 예정된 본지정 단계로 직행한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올해 인제대를 포함한 각 지역 주요 사립대의 약진을 예상한다. 지난해 지정된 글로컬대학 10곳 가운데 7곳이 국립대학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한 사립대 관계자는 “전국 대학가운데 사립대가 약 86%를 차지한다”며 “고등교육의 상당 부분을 사립대가 담당하고 있는 만큼 올해는 사립대에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김해, 밀양, 양산 등 경남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글로컬대학에 대한 염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경남에서 유일하게 글로컬대학으로 지정된 경상국립대(경남 진주)는 경남 서부에 위치해 있다. 이에 동부권에 지역 혁신의 허브 역할을 할 글로컬대학이 나와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경남 전체 인구가 325만 명(지난해 12월 기준)인 가운데 경남 동부 인구는 110만 명(김해 55만, 양산 40만, 밀양 15만)에 이른다. 그런데도 이 지역 4년제 대학은 인제대가 유일하다. 사립대지만, 지역 기여도는 웬만한 국립대를 넘어선다. 전민현 인제대 총장은 “경남 동부의 중심대학으로서 지역과 대학이 상생하는 구조를 반드시 만들어 내겠다”고 힘줘 말했다.

경남 동부 지역의 주요 기관장들이 인제대의 글로컬대학 지정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1월 22일 김해시청 브리핑룸에는 인제대의 글로컬대학 구상인 올 시티 캠퍼스 실현을 위해 홍태용 김해시장을 포함해 인제대, 가야대, 김해대, 김해상공회의소 핵심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홍 시장은 이 자리에서 “지역과 대학이 공동의 목표 아래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며 “대학을 책임지는 도시, 도시를 책임지는 대학인 올 시티 캠퍼스가 그 해답이다. 글로컬대학 지정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말했다.

인제대 학생들도 “대학 당국과 함께 뛰겠다”


▎지난 1월 29일 인제대학교는 글로컬대학 혁신전략수립을 위한 워크숍을 개최하고 구성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 사진:인제대
글로컬대학 지정은 대학 재학생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월간중앙이 만난 인제대 전자it기계자동차공학부 4학년 천희찬(25) 씨는 인제대 총학생회장이다. 그는 인제대의 재도전에 대해 “총학생회는 그 어느 때보다 인제대의 글로컬대학 지정을 바라고 또 응원한다”고 말했다. 재정적 지원으로 학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 환경이 지원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는 “모든 행사나 사업을 구상하고 실행하는 데 한 단체만 노력해서는 절대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대학의 모든 구성원과 김해시의 많은 분들이 함께 글로컬대학 지정을 위해 힘써 주시는 만큼, 총학생회 역시 부지런히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이며 학생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앞서 5개월여 전인 지난해 9월, 교육부 본지정 심사를 앞두고 김해시청 프레스센터에는 인제대, 가야대, 김해대 총학생회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인 적이 있다. 당시 그들은 “대학과 지역이 함께 발전해야 학생이 성장하고 자연스레 일할 터전이 구축된다. 젊은이가 머무는 혁신적 교육·산업 생태계 조성에 동참하겠다. 이번 선언은 학생이 함께 올 시티 캠퍼스를 만드는 첫걸음이고 최종 선정까지 함께 노력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천희찬 총학생회장은 인제대의 글로컬대학 지정은 한 대학 이상의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제대 학생뿐만 아니라 주변 대학 학생들의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대학 학생들뿐만 아니라 인근 김해대, 가야대 학생들과 함께 교육 환경을 공유할 수 있기에 더 좋은 환경에서 학업할 수 있을 것”이라며 “3개 대학이 가깝게 지내며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자주 만나려고 한다. 올해 역시 공동 지지를 선언할 것이고, 3개 대학 연합 행사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한데 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도 덧붙였다.

인제대의 항해는 이미 시작됐다. 인제대 의공학과, 반도체공학과 등이 김해시 주촌면에 있는 김해 의생명융합지원센터에 진출해 있다. 기업이 먼저 “교수와 학생들이 현장으로 와 함께 연구할 수 있도록 캠퍼스를 옮겨 달라”고 요청해 왔다고 한다. 이에 강의시설을 완비해 언제든 학생들을 맞을 채비를 갖췄는데, 올 시티 캠퍼스의 현장 캠퍼스 개념이 여기서 유래됐다. 전민현 총장은 “이런 곳이 김해시에 몇 군데 있다.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처럼 올 시티 캠퍼스는 빠른 속도로 김해시에 연착륙하고 있다. 2월 14일 김해시 아이스퀘어몰 파이낸스센터에서는 ‘허브캠퍼스’ 개소식이 열렸다. 접근성이 뛰어난 도심 캠퍼스인 허브캠퍼스는 글로컬대학 사업 시범 운영과 연구 공간으로 활용된다.

허브캠퍼스·김해인재양성재단 등 실행 힘써


▎전민현 인제대학교 총장이 인제대 백인제기념도서관 이태석 신부 기념실에서 열린 고 이태석 신부의 선종 14주기 추모행사에 참석해 방명록에 이름을 남기고 있다. ‘아프리카 남수단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이태석 신부는 인제대 의대(3회) 졸업생이다. / 사진:인제대
올 시티 캠퍼스가 밑그림이라면 허브캠퍼스는 올 시티 캠퍼스 실현을 위한 신호탄이다. 이는 3단계로 나뉜다. 아이스퀘어몰이 1단계라면, 2단계는 김해지식산업센터(2026년 하반기 완공 예정)로 이전해 김해시 특화 산업인 의생명과 인제대의 바이오헬스를 연계한 전략적 산업 거점으로 삼을 방침이다. 3단계는 김해시 풍유동 일원에 조성할 동남권 디지털혁신밸리 내로 이전해 교육·연구·산업·정주 복합단지를 구현할 계획이다. 이는 김해시의 역점 추진사업인 동북아 물류플랫폼 조성사업과 연계된다.

전민현 인제대 총장은 “허브캠퍼스는 올 시티 캠퍼스 실현의 초석”이라며 “앞으로도 ‘대학을 책임지는 도시, 도시를 책임지는 대학’이라는 글로컬대학 비전이 차질 없이 실현되도록 교육 혁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인제대는 올 시티 거버넌스(All-City Governance)를 꿈꾸고 있다. 올 시티 거버넌스는 김해시와 관련한 모든 의사결정 주체가 한자리에 모이는 ‘김해인재양성재단’을 설립해 행정적 효율을 최고로 높이는 개념이다. 허브캠퍼스 내 시민 참여·소통시설, 공용교육시설, 개방형 지원시설 등 공용 인프라를 구축해 지역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열린 소통 공간으로 이용된다.

대학 입장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거쳐야 하는 행정 절차가 많은 게 사실이다. 무수히 많은 의사결정자를 만나다 보면 혁신의 골든타임을 놓치기 일쑤다. 그래서 인제대와 김해시는 대학뿐만 아니라 상공회의소, 시청 등 의사결정 주체를 한자리에 모으는 지역인재양성 재단을 만들기로 했다. 재단 안에서 지역의 문제를 같이 의논해 불필요한 낭비를 줄인다는 것이다. 재단에는 대학뿐만 아니라 김해시, 김해상공회의소, 시민사회단체까지 모두 참여하기 때문에 사학의 공공성과 예산 사용의 투명성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대학-지자체-혁신기관이 함께 설립해 지역 혁신을 주도할 김해인재양성재단 본부는 인제대가 글로컬대학으로 본지정되면 그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이우경 인제대 기획처장은 “올해는 계획의 구체성을 높이고 몇몇 부분은 실행에 옮겨 실현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하겠다”며 “이를 발판으로 경남을 넘어 인제대가 글로벌로 뻗어 나가게 하겠다”고 말했다.

-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202403호 (202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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