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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특집] ‘저출생 극복’ 김영환 충북지사의 비책 

“파격적인 정책 펼치니 사람이 늘더라”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전국 최초로 임산부 예우 조례 추진, 과감한 드라이브로 난제 극복
발의 1년 만에 중부내륙지원 특별법 통과, 속도감 있는 혁신 눈길


▎김영환 충북지사는 3월 5일 “현재의 출생아 수 증가세를 견인하기 위해 더욱 과감한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 사진:충북도
"충북만 늘었다”

지난 2월 흥미로운 소식이 발표됐다. 2023년 통계청 인구 동향(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 자치단체 가운데 충청북도만 출생아·합계 출산율이 늘었다는 것이다. 전국 합계 출산율이 연일 역대 최저를 기록하며 수직 낙하하는 상황이기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정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충북도를 방문해 관련 극복 정책을 살펴보는 등 관심을 보였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다자녀 지원, 임산부 우대 등 충북형 저출생 극복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3월 5일 김영환 충북지사로부터 출산육아수당, 의료비후불제 등은 물론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중부내륙시대 개막과 같은 대(大)구상까지 들어봤다.

임산부 패스트트랙 눈길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 1월 4일 충북도청에서 충북 인구증가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충북도
지난해 충북은 출생아 수가 증가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출산육아수당 등 파격적인 출산·돌봄 장려정책 효과와 ▷반도체·바이오·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이 다수 포진한 국토의 중심이라는 지리적 이점이 크게 기여했다. 또한 인구전담부서 신설, 인구위기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 등을 통해 저출생 대응사업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전국 최초 임산부 예우 조례 제정 추진도 출생아 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 밖에도 2022년도 결혼증가율 전국 1위(5.2%), 25~31세 여성인구 증가, 투자유치 최단기간 최고실적(민선 8기 41조원), 실질 경제성장률 전국 1위(6.86%, 세종시 제외) 등도 한몫했다.”

올해 새롭게 추진하는 충북만의 저출생 극복 대책이 있다면?

“현재의 출생아 수 증가세를 견인하기 위해선 더 과감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에 임산부를 국가유공자처럼 대우하기 위해 ‘임산부 예우조례’를 전국 최초로 시행하고, 난임 시술비 소득제한 폐지, 난자 냉동 시술 지원사업 확대, 냉동 난자 보존생식술 지원 등 난임 극복을 위한 정책을 대폭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 밖에 임산부 산후조리비 지원(50만원)과 함께 군(郡)지역 임산부에 대한 교통비 지원(50만원), 인구 감소지역 임산부의 태교 패키지 지원(40만원), 주요 관광·문화시설 임산부 입장료 감면, 민원처리 우선 창구 확대 등 임산부 패스트트랙도 본격적으로 발굴·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구체적인 추진방안을 검토 중인 반값 아파트 공급과 출산양육비 무이자 대출 지원사업 등 파격적인 정책도 펼쳐나가겠다.”

‘충북 레이크파크 르네상스’가 의미하는 바는?

“유휴자원의 발굴과 기존사업과의 연계, 업사이클링을 통해 그동안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던 충북의 잠재력을 폭발시키기 위한 기폭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간 변방에 머물던 충북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반세기 동안 충북의 발전 가능성을 억누르고 있던 해묵은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정을 집중했다. 그 결과, 발의 1년 만에 중부내륙지원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등 값진 성과들을 일궈냈다.”

‘충북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는 민선 8기 대표 공약이다. 총 359개 과제, 사업비 9조9000억원 규모로 추진되는 충북 레이크파크 비전 및 추진전략은 레이크파크·마운틴파크·시티파크 등 3대 분야별 전략사업과 대청호권·충주호권·괴산호권으로 분류되는 3대 권역별 중점사업으로 구성됐다.

구체적인 사업 추진 방향을 말해달라.

“역사와 환경을 아우르면서도 새로운 문화와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업사이클링을 핵심적 실행화 방안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50년 만에 일반인에 개방한 당산 ‘생각의 벙커’를 시작으로, 도청 본관-구(舊) 산업장려관-당산공원-청주향교-충북문화관을 한데 묶어 ‘문화의 바다’ 조성 사업에 착수하겠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오송역 선하공간, 구(舊) 청풍교, 청남대 무인도, 농촌 유휴시설(빈집·폐교) 등 발전 가능성 있는 유휴자원의 가치 제고 방안을 지속해서 발굴해 나가겠다.”

충북 ‘문화의 바다’ 공간 조성 사업은 충북도청을 중심으로 기존 관광자원과 새로운 랜드마크 건립을 통해 도보관광공간을 조성하는 지역관광개발 사업이다.

중부내륙지원 특별법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나?

“중부내륙지역에 대한 지원과 규제 개혁을 국가의 책무로 규정한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각 부 장관으로 하여금 발전·이용·관리 대책을 수립하고, 지방교부세 등도 추가로 특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각종 인·허가에 의제 처리가 가능해짐에 따라, 중부내륙연계발전사업이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다.”

유휴자원의 가치 제고 힘써


▎2023년 12월 19일 베트남 빈푹성을 방문한 김영환 충북지사가 베트남 현지 대학과 충북형 K유학생 사업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K유학생 사업은 충북지역 대학에 유학하는 외국인 학생에게 도가 장·단기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유학생 스스로 학비를 마련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업이다. / 사진:연합뉴스
특별법의 구체적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선 법 개정과 시행령 제정이 필요한데….

“우선 제22대 총선 공약에 채택되도록 각 정당에 건의하고, 중부내륙 8개 시·도와 각 지역 국회의원과의 연대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법 개정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또 행정안전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이른 시일 내에 시행령을 제정하겠다. 충북도민을 비롯한 중부내륙 주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힘을 모아주시기를 당부드린다.”

올해를 교통인프라 확충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다. 특히 청주국제공항 민간 전용 활주로 신설에 도정의 모든 힘을 집중하겠다고 했는데, 이유는?

“인천국제공항을 가기 위해 길게는 6시간씩 걸린다. 항공물류의 99.6%가 인천국제공항에 집중돼 천문학적인 물류비용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를 한 방에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안이 바로 ‘국토의 중심’에 있는 청주국제공항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로드맵이 어떻게 되는지?

“정부 제7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에 반영하기 위해 3월부터 자체 용역을 추진해 구체적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아울러, 지난해 12월 출범한 민·관·정 공동위원회를 비롯해 인접 지자체와 연대해 대대적인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제22대 총선 공약에 반영되도록 하겠다.”

국내 최초로 도입한 ‘의료비 후불제’가 시행된 지도 1년이 지났다.

“도민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다. 선례가 없어 시행까지 많은 어려움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3월 기준 총 560명의 도민이 사업 참여를 희망했으며, 대출이 실행된 480명 중 연체자는 단 3명(상환율 99.3%)에 불과할 정도로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참여 의료기관도 사업 초기 80개소에서 현재 230개소(종합병원 13, 일반병원 14, 의원 203)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보장 대상과 범위는 물론 참여 의료기관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데 힘쓰겠다.”

도시농부와 도시근로자라는 충북형 일자리 사업도 새롭게 도입했다.

“도내 농촌과 산업현장은 인력난이 심각한 반면, 도시는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남아도는 실정이다. 이에 우리 충북도는 전국 최초로 도시의 유휴인력을 도시농부와 도시근로자로 육성하는 혁신적 일자리 모델을 만들었다. 지난해 도시농부에 6만5532명, 2만17개 농가가 참여하며 농가와 참여자 모두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지난해 11월 ‘지방자치 경영대전 대통령상(대상)’을 받기도 했다. 올해는 업종 확대, 근로시간 탄력 운영, 교통비 현실화 등을 개선해 도시근로자 10만 명을 달성하겠다.”

“새로운 상품 지속적으로 발굴할 것”


▎김영환 충북지사는 2023년 10월 23일 충북도청에서 내년에 못난이 농산물 제품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 사진:충북도
2022년 가을 배추가격 폭락으로 판로에 어려움을 겪는 배추 농가를 돕기 위해 시작된 충북 ‘어쩌다 못난이 김치’가 인기다. 지난 2월 기준 328톤 11억7000만원의 판매 성적을 기록하며 충북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어쩌다 못난이’ 사업이 앞으로 어떻게 확장될지 궁금하다.

“김치뿐만 아니라 사과·고추·감자 등 다양한 품목으로 확대되며, 농가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대표적으로 버려지는 끝물 고추를 가공한 ‘어쩌다 못난이 고추’ 시리즈를 출시해 농가소득을 올리는 데 한몫했다. 앞으로도 도내 고품질 명품 농산물 홍보·판매와 더불어, 못난이 농산물의 업사이클링으로 새로운 상품을 지속해서 발굴해 농업인 소득을 향상시키겠다.”

지난 1월 충북보건과학대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뿌리산업 외국인 기술인력 양성대학’에 선정됐다. 박용석 총장은 “이번 ‘뿌리산업 외국인 기술인력 양성대학’ 선정을 통해 충북도가 지향하고 있는 충북형 K유학생 프로젝트에 동참해 시너지를 낼 수 있게 돼 매우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앞서 소멸해가는 지역과 대학을 살리는 묘안으로 K유학생 1만 명 유치 사업을 제시했다.

“충북도의 K유학생 사업은 우리 민족의 사상적 뿌리인 ‘홍익인간’과 맞닿아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유학생들이 학업과 근로를 병행할 수 있도록 일자리와 교육기회를 동시에 제공하는 정책이다. 먼저, 유학생 입국 장벽의 첫 관문인 비자 발급을 위한 재정보증 해결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입학 이후에는 유학생이 학업과 근로를 병행하고 졸업 후에는 도내 기업과의 취업 연계를 통해 안정적으로 정착하거나, 본국으로 돌아가 취·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들 유학생은 미래에 충북과 대한민국을 홍보하는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충북형 시니어자원봉사대’(가칭)는 어떤 사업인가?

“광복과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주역인 어르신들이 최근 저출생·고령화, 청년들의 노인 부양 가중 등으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에 충북도는 노인들이 하루 1시간씩 자원봉사(소정의 활동비 지급)를 통해 즐겁고 활력 있는 삶을 살고, 지역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시범사업으로 도내 경로당 6곳, 60명의 어르신이 ‘충북형 시니어자원봉사대’를 출범할 예정이다. 어르신들의 작은 봉사가 숭고한 가치로 존중받고, 지역의 생산적 활동에 기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봉사활동으로 정착·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202404호 (202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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