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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2024 올림픽 경기장으로 변한 파리 명소들(1) 

백 년 만에 개최하는 올림픽 준비로 들썩 

마스코트는 프랑스 혁명 상징 들라크루아 명화 빨간 모자에서 영감
에펠탑 배경으로 비치 발리볼… 문화강국답게 혁신과 창의성 돋보여


▎녹색 잔디밭 ‘샹 드 마르스’에 우뚝 선 에펠탑. 뒤에 트로카데로 광장의 건물이 보인다.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을 배경으로 비치발리볼과 5인제 축구경기가 열린다.
파리시는 지금 비상이다. 7월 26일부터 8월 14일까지 개최되는 제33회 하계올림픽 기간 동안 교통체증을 막기 위해 “일하지 말고 휴가를 떠나라, 재택근무를 하라, 단거리는 걸어가라, 자동차로 시내 들어오지 말고 자전거를 이용하라, 파리 외곽 순환도로와 파리시로 들어오는 고속도로는 이용을 삼가라, 인터넷 구매나 택배를 지양해달라, 이사하지 마라” 등등 파리 시민들에게 불편한 사항들을 쏟아냈고 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에펠탑을 배경으로 펼쳐질 비치발리볼 경기 상상도.
으레 여름 바캉스 철이 오면 파리지앵들은 파리시를 비우고 휴양지로 떠나지만 올해는 수많은 관광객들로 인하여 시끄럽고 혼란스럽다고 더 많이 떠날 것 같다. 반면에 올림픽을 두 눈으로 지켜보려고 파리를 떠나지 않을 파리지앵들도 많을 것이다. 때문에 올림픽 기간에 파리를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몇몇 주요 관광 명소가 경기장으로 연계되어 있어 출입제한이 있을 수 있으니 미리 확인할 것을 권한다. 또한 이들 경기장과 가까운 지하철역도 이용에 제한이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1호선과 13호선이 지나는 샹젤리제 클레망소역, 1호선과 8호선, 12호선이 함께 지나는 콩코르드역, 그리고 1호선의 튈르리역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파리의 숙박업계는 이미 예약이 거의 다 끝난 상태이며, 호텔 및 에어비앤비 등 파리의 모든 숙박 시설에서의 체류 비용이 두 배 이상 올랐다고 한다. 파리는 매년 2700만 명이 찾는 관광도시다. 특히 올해는 1924년 제8회 하계 올림픽을 파리에서 개최한 이후 실로 백 년 만에 다시 올림픽을 개최하기에 파리시로서는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에펠탑 배경 잔디공원 ‘샹 드 마르스’에 경기장 만들어


▎들라크루아의 명화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빨간 점선 안에 있는 모자가 ‘프리주’로 2024 파리올림픽 마스코트다.
이번 파리 올림픽은 문화강국 프랑스답게 혁신과 창의성이 돋보이는 장면들도 많다. 기존의 올림픽 마스코트는 대부분 주최국을 상징하는 동물을 의인화하였지만 이번 파리 올림픽은 프리주(Phryges)라는 빨간 모자가 마스코트다. 낭만주의 화가 들라크루아(1798∼1863)가 1830년의 프랑스혁명(현대사에 프랑스혁명은 세 번 있었는데 1789년 혁명을 프랑스 대혁명이라고 한다)을 배경으로 그린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에서 프랑스 국기를 들고 선두에 선 여성이 머리에 쓴 그 빨간 모자에서 영감을 받았다. 자유와 평등을 부르짖은 프랑스혁명의 정신을 이번 올림픽에 투영시켜 인류애로 확산시키자는 의도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장은 파리시 전체를 올림픽파크로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파리의 주요 관광 명소를 올림픽 경기 장소로 만들었다. 이를 위해 파리의 야외 공간을 최대한 경기장으로 활용했다. 파리시가 어떤 관광 명소를 어느 올림픽 경기 종목의 장소로 연계시켰는지 알아보자.

먼저 에펠탑이 위치한 곳에서 남쪽으로 펼쳐진 잔디공원 ‘샹 드 마르스(Champs de Mars)’에서는 지붕이 없는 조립식 간이 경기장을 만들어 비치발리볼 경기와 5인제 축구 경기를 개최한다. 프랑스혁명 100주년을 기념하고 동시에 파리 만국박람회를 위하여 기념비적인 조형물을 만든 것이 에펠탑이다. 원래 에펠탑은 에펠이 고안하지 않았다. 그의 조수들인 에밀 누기에와 모리스 쾨클랭이 이 철탑 구조물에 대하여 아이디어를 내고 기본 디자인을 했으나 에펠은 관심이 없었다. 당시 예술부 장관이면서 박람회 행정 위원장이던 앙토냉 프루스트가 탑의 시안을 보고 크게 흥분하면서 즉시 이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하라는 말에 에펠은 조수들에게서 탑의 특허권을 샀다. 미국으로 선물한 ‘자유의 여신상’ 내부 골조를 비롯한 대형 철골 구조물을 몇 개 만든 업적이 있었던 에펠은 그와 경쟁하던 당대 최고의 석조물 건축가 쥘 부르데의 거대한 5층짜리 석조물 응모안을 물리치고 1886년 6월에 공모전에서 최종 당선되었다. 탑의 하단 첫째 층에는 건설에 기여한 72명의 프랑스 과학자, 엔지니어, 수학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렇지만 모파상 같은 작가는 흉물 같은 에펠탑이 보기 싫다고 에펠탑 안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그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파리에서 에펠탑이 안 보이는 곳은 역설적이게도 에펠탑 내부이기 때문이다.

샹 드 마르스는 1765년 루이 15세의 왕립 건축가 가브리엘이 이곳에 군사학교를 짓고 군사작전기지로 활용하면서 퍼레이드 장소로도 쓰였다. 마르스(Mars)는 로마신화에서 전쟁의 신이며 샹(Champ)은 들판이라는 뜻이다. 길이 1.3㎞ 너비 130m 내외되는 이곳은 파리에서 녹지 공간이 가장 큰 지역이기도 하며, 역사적으로 프랑스의 국가적인 행사가 여기서 많이 개최되었다. 1790년 7월 14일 바스티유 기습 1주년 행사인 ‘연맹 축제’가 이곳에서 개최되었는데 약 50만 명이 운집했다. 1937년을 포함하여 다섯 번의 파리 만국박람회도 모두 여기서 개최되었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에펠탑 경기장이라고 하지만 실제 비치발리볼 경기는 여기 잔디 공원 샹드 마르스에서 치러지며 이곳은 파리 7구에 속한다.

근처 가볼 만한 곳은 단연 케 브랑리 박물관(Musée du Quai Branly)이 꼽힌다. 아프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 아메리카의 예술과 문화와 관련된 100만 개 이상의 유물(민족지학적 유물, 사진, 문서 등)과 소장품이 보관되어 있다. 트로카데로 정원(Jardins du Trocadéro)과 광장도 가볼 만하다. 에펠탑 다리 밑 센강 쪽으로 나가면 이에나(Iéna) 다리가 나온다. 이 다리를 건너면 바로 대포 분수가 쏟아지는 트로카데로 정원이 있는데, 여기서 수많은 관광객들과 파리 시민들이 휴식을 즐긴다. 올림픽 입장식 때 센강을 따라 대형 보트를 타고 들어오는 각국의 선수단이 이에나 다리의 선착장에서 하선하여 이 정원에 도열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조금 올라가면 트로카데로 광장이 나오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에펠탑을 바라보고 사진을 찍는 핫플레이스다. 비르아켐 다리도 유명하다. 센강 이에나 다리에서 서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전동차가 달리는 2층 철골구조의 다리가 있는데, 1905년에 완성된 이 다리에서도 에펠탑 전체를 볼 수 있다. 최근에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 포토 존으로 각광받고있다. 유명한 파리 수족관도 인근에 있다.

‘앵발리드’는 양궁과 마라톤 결승 지점


▎황금빛 돔 모양을 한 ‘앵발리드’와 녹색광장. 양궁과 마라톤 결승 지점이다.
‘앵발리드(invalide)’는 양궁과 마라톤 결승 지점이다. 앵발리드는 지체부자유·상이군인이라는 뜻으로, 본래 상이군인들을 위한 병원으로 건립된 것이 군사박물관으로 변하여 총 9개의 박물관과 전시관·기념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1670년에 루이 14세는 파리의 부랑자로 전락해가는 상이군인 문제를 해결할 겸 이들을 돌볼 병원과 요양소 건립을 지시했다. 이에 망사르와 브뤼앙 두 건축가가 클래식과 바로크 건축 양식이 혼합된 건물을 완성했다. 건물의 정 중앙은 망사르의 설계에 의하여 1073의 황금빛 돔의 중후하고 아름다운 성당으로 건축되었다. 돔 성당 안에는 천장이 개방된 지하층에 육중하고도 장엄한 모양의 붉은 규암으로 만든 석관이 있으니 나폴레옹이 잠든 곳이다. 지하층 원형의 대리석 바닥에는 승리를 상징하는 월계수 문양이 토성의 띠처럼 만들어진 공간에 촘촘히 새겨져 있으며 그 가운데 나폴레옹 석관이 놓여 있고 그 주위 팔방으로 그가 승리했던 전쟁의 지명이 새겨져 있다. 나폴레옹의 형제와 친지들, 그의 휘하에 있던 주요 장군들, 그리고 1, 2차 세계대전 때의 총사령관, 주요 장성 등의 시신도 이곳에 안치되어 있다. 그래서 이곳을 군인들의 팡테옹(Pantheon: 파리 5구에 있는 프랑스 위인들의 영묘)이라고도 한다. 앵발리드 건물 앞으로 잔디밭이 뻗어 있는 녹지 공간이 앵발리드 광장(Esplanade des Invalides)이다. 여기서 양궁 경기가 열리며 마라톤의 마지막 결승 지점이기도 하다.

앵발리드 근처의 가볼 만한 곳으로는 로댕 미술관이 꼽힌다. 로댕이 말년에 작업했던 집을 미술관으로 만들어서 1910년 개관했다. 잘 꾸며진 야외 정원에 로댕의 대표작 ‘생각하는 사람’, ‘칼레의 시민’ 등이 있고 내부 전시장에는 ‘키스’ 등 많은 조각품이 있다.

‘그랑 팔레’에서는 태권도 경기 열려


▎파리 중심부의 샹젤리제 거리에 위치한 ‘그랑 팔레’. 태권도 경기가 열린다.
파리 중심부의 샹젤리제 거리에 위치한 ‘그랑 팔레(Grand Palais)’에서는 태권도 경기가 열린다. 그랑 팔레는 1900년 만국박람회를 위해 알렉상드르 3세 다리와 함께 건설되었다. ‘프랑스 공화국이 프랑스 예술의 영광을 위해’ 헌정한 이 건물은 2000년에 역사적인 기념물로 지정되었다. 보자르 건축양식에 따라 디자인된 이 건물의 정면은 화려한 이오니아식 기둥이 배열된 석조로 되어 있으며, 천장은 거대한 유리 돔을 철과 경강 프레임으로 떠받치는 구조로 당시 시대적 혁신을 나타냈다. 근래에는 문화 예술 행사와 패션쇼도 여기서 자주 열리며 연간 200만 명이 방문한다. 1986년에 한·불 수교 100주년 기념행사도 여기에서 열렸다.

근처 가볼 만한 곳으로는 프티 팔레(Petit Palais)가 꼽힌다. 작은 궁전이라는 뜻의 이 건물은 그랑 팔레를 건축할 때 같이 지은 건물로, 그랑 팔레 맞은편에 있다. 여러 행사 및 미술 전시장으로 사용된다. 파리를 상징하는 샹젤리제 대로와 개선문도 근처에 있다. 갤러리 디올도 가볼 만하다. 파리 오트 쿠튀르 정신의 상징인 크리스천 디올의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 완성작들은 물론 오리지널 디자인 및 스케치를 전시하고 있다. 프랑스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전을 비롯해 세계적인 고급 유명 화랑이 몰려 있는 마티뇽가(Av. Matignon), 미국과 프랑스의 우정을 기념하고 비공식적으로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추모하기 위해 만든 금도금 성화 조각상이 있는 ‘자유의 불꽃’도 찾아 가볼 만하다(7월호에 계속).

- 글·사진 윤석재 사진작가, 비디오 아티스트 mediayun@naver.com

202406호 (202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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