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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더 독해진 미국의 ‘중국 경제 때리기’ 

‘메이드 인 차이나’ 없애기 나선 미국과 EU의 공동전선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미국·유럽 등 G7, ‘차이나 쇼크’ 막기 위해 관세폭탄 등 중국과 ‘제2차 무역전쟁’ 불사
중국, 보복관세와 자원의 무기화로 맞서… WTO 질서 해체되며 보호무역주의로 회귀


▎2024년 5월 조 바이든(앉은 이)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철강노조 등 미국 주요 노조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중국산 전기차·배터리·반도체에 대한 관세를 최대 4배 인상하는 문서에 서명했다. / 사진:UPI연합뉴스
"중국의 과잉 생산은 미국과 중국의 양자 문제가 아니다. 중국의 저가제품 수출 범람이 세계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우리는 단결해 중국에 통일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그래야만 중국도 한 국가만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추구하는 전략에 대한 ‘반대의 장벽(the wall of opposition)’에 직면했다는 걸 이해하게 될 것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5월 23~25일 이탈리아 스트레사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일본·캐나다)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중국의 저가제품 수출 공세에 맞서 서방 국가들이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한 발언이다. 옐런 장관이 언급한 ‘반대의 장벽’은 중국의 대표적인 세계문화유산인 만리장성(The great wall of China)을 빗댄 표현이다. 말 그대로 중국의 저가 제품 수출 공세를 막기 위해 만리장성처럼 보호의 장벽을 쌓자는 것이다.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를 겨냥

미국의 의도는 중국의 과잉생산 및 저가제품 수출이 세계 경제에 위협이 되는 만큼 G7이 함께 무역 장벽을 세우자는 것이다. 미국의 이런 강경한 제안에 G7이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나섰다. 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중국의 저가제품 수출 공세를 막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이들은 “중국이 노동자, 산업, 경제 회복력을 훼손하는 비시장적 정책과 관행을 포괄적으로 사용하는 데 우려를 표한다”면서 “과잉생산의 잠재적이고 부정적인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세계무역기구(WTO)의 원칙에 따라 공정한 경쟁의 장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고려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의 과잉생산과 저가제품 수출 공세에 대한 대대적인 관세 부과와 인상 조치에 G7 회원국들이 적극 동참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제2차 무역 전쟁’이 서방 대 중국의 대결로 비화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G7 정상들은 6월 13일부터 15일까지 정상회의를 열고 중국의 과잉생산과 저가제품 수출 공세에 공동 전선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을 비롯해 캐나다 등 선진국들은 미국처럼 중국산 첨단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등 비슷한 조치를 내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5월 14일 전기차, 철강·알루미늄 제품, 레거시(구형) 반도체, 태양광 전지, 주요 광물, 크레인, 의료 제품 등 중국산 제품들에 대한 관세 인상 조치를 발표했다.

전기차 관세를 25%에서 100%로, 철강·알루미늄 제품과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관세를 25%로, 레거시 반도체와 태양광 전지 관세를 25%에서 50%로 올린다는 내용이다. 천연 흑연과 영구 자석의 관세도 2026년에 25%로 인상하기로 했다. 미국 백악관은 “중국은 그동안 기술이전 요구, 지식재산권 침해 등 불공정무역 관행을 통해 미국 업계와 근로자들을 위협해왔다”며 “중국은 인위적인 저가 제품 수출로 세계시장에 제품들이 넘쳐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무역법 301조에 따른 것이다. 이른바 ‘슈퍼 301조’로 불리는 무역법 301조는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하거나 차별적인 무역 행위 또는 특정 수입 품목으로 미국 내 산업에 차질이 발생했다고 판단되면, 대통령 권한으로 무역 보복 조치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미국 정부가 이처럼 단호한 조치를 내린 이유는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 핵심 산업 분야와 연관된 제품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칩과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등을 통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핵심 산업분야를 적극 육성해왔다. 하지만 중국이 저가 제품을 대량 생산해 이 분야의 기반을 무너뜨리려 하자 관세 대폭 인상이라는 승부수를 꺼내 든 것이다.

또한 미국 정부는 5월 16일 중국산 태양광 패널 수입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자국에 수입되는 양면형 태양광 패널의 관세 면제 조치를 끝낸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친환경 에너지 생산에 필수적이라는 이유로 관세를 부과하지 않던 특혜를 없애겠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수입 태양광 패널에 14.25%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대형 전력사업에 사용되는 양면형 패널에는 관세를 면제해왔다. 미국 정부는 이와 함께 베트남·캄보디아·말레이시아·태국 등 동남아 4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태양광 설비의 관세 유예도 6월 6일을 기점으로 종료하는 조치를 내렸다.

태양광 설비에서 핵심 부품인 모듈의 75%가 이들 4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데, 이 모듈을 4개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이 생산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5월 24일 중국산 제품 429개 중에서 흑연 가루 등 200여 개에 대해 관세 면제를 연장하는 조치를 종료했다. 이에 따라 이들 200여 개 제품은 6월 14일부터 다시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중국의 WTO 가입 지원했던 미국의 오판


▎2001년 11월 중국은 WTO에 가입했다. 하지만 중국은 경제적 과실만 누렸고,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G7이 미국의 이런 일련의 조치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두 번째 ‘차이나 쇼크(china shock·중국 충격)’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이나 쇼크란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중국산 저부가가치 상품이 세계시장을 뒤덮고 글로벌 교역 및 주요국의 산업 구조가 재편되는 등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 현상을 말한다.

중국산 저가 제품을 수입한 각국은 제조업 기반이 붕괴되고 산업 경쟁력이 약화됐다. 각국 기업들은 값싼 중국산 제품과 경쟁하려면 가격을 대폭 낮춰야 했고, 파산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산업 기반이 무너지면서 일자리가 없어졌고 실업률이 급증했다. 1999~2011년 중국산 제품으로 미국에서만 24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실제로 중국은 WTO에 가입한 이후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이 됐고 경제성장 가도를 달렸다. 2001년 중국의 미국 대비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12.7%에 불과했으나 2011년 48.6%까지 증가했다. 중국은 최혜국 대우라는 혜택과 개발도상국(개도국)이라는 이 점을 이용해 세계시장을 공략해 나갔다.

게다가 거대한 시장 장벽에 의존한 경제모델, 국영기업에 막대한 보조금 지급, 환율 조작, 덤핑, 중국 진출 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지식재산권 도용 및 기업 비밀 절취 등 불공정무역과 비(非)시장경제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미국은 중국의 WTO 가입을 적극 지원했었다. 당시 미국은 중국이 WTO에 가입해 자유무역과 시장경제 체제에 편입되면 자국과 세계 경제에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했었다. 특히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은 공산주의 체제인 중국이 경제적으로 발전하면 미국처럼 민주주의 국가로 변모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미국과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런 결정은 ‘오판’이었다. 결국 미국을 비롯해 각국은 차이나 쇼크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미국 등 선진국들이 2차 차이나 쇼크로 더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것이 분명하다는 점이다. 1차 차이나 쇼크 당시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습을 받았던 선진국들은 이미 경쟁력을 잃은 사양 산업에서 주로 피해를 봤다. 반면 2차 차이나 쇼크로 타격을 입을 분야는 선진국들이 공을 들여 추진해온 전기차·배터리·반도체 등 첨단산업이다.

중국은 과거와 달리 G2 수준으로 성장한 데다 전기차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투자한 비중도 높기 때문에 1차 차이나 쇼크 때와 양상이 다를 것이 분명하다. 세계은행 통계를 보면 중국은 2022년 세계 제조업 생산량의 31%, 전체 상품 수출의 14%를 점유하고 있다. 20년 전 중국의 제조업 비중은 10% 미만, 수출 비중은 5% 미만이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5월 16일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미국진보센터(CAP)와의 대담에서 “우리는 과거로부터 배웠다”며 “미국에서 두 번째 차이나 쇼크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브레이너드 위원장은 “중국이 기술 강제 이전 요구와 지식재산권 탈취, 차별적 규정 등 시장경제에 반하는 관행을 통해 경쟁국 기업들을 밀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브레이너드 위원장은 “중국이 전기차, 태양광 패널, 배터리 등 첨단 산업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집중해 생산비용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바람에 다른 국가의 기업들이 가격 측면에서 중국 기업과 경쟁할 수 없고, 아예 투자를 포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브레이너드 위원장은 “특정 부문에서 중국 산업의 과잉생산과 수출은 시장에 기반을 둔 혁신 및 경쟁, 우리 노동자와 공급망의 회복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G7은 물론 유럽연합(EU) 및 주요 20개국(G20) 파트너와 우리의 공동 이익 증진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차 차이나 쇼크를 더 경계하는 이유


▎중국 업체가 생산한 전기차. 이제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 아니라 하이테크 패권국을 지향한다. / 사진:EPA연합뉴스
데이비드 오토 미국 MIT 경제학 교수는 “중국은 기술 리더십의 중심으로 여겨지는 자동차, 컴퓨터, 반도체 및 복합 기계 분야에서 선진국들과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우려가 더 근본적”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중국은 이제 해외기업을 위해 조립이나 해주는 나라가 아니라, 하이테크 분야 선두 주자가 됐다”면서 “2차 차이나 쇼크를 막지 못할 경우 선진국들은 고부가가치 제품들을 생산하는 첨단산업 분야에서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 수출에서 최고 히트 제품은 전기차·배터리·태양광 패널 등이었다. 이들 제품의 전체 수출액이 1조 위안(약 188조2900억원)을 돌파했다. 중국은 지난해 전기차 약진에 힘입어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중국 전기차 제조사인 BYD는 기존 강자 테슬라를 2위로 밀어냈다. 중국의 저가 공세로 지난해 글로벌 태양광 패널 가격이 25% 이상 급락해 유럽 태양광업체들이 대거 파산하기도 했다. 더 오래 쓰고, 더 빨리 충전할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가장 앞서나간 곳도 중국이다. 세계 1위 배터리 제조기업인 중국의 CATL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를 2027년부터 생산한다.

EU도 미국처럼 ‘관세 폭탄’ 수준은 아니지만 물밀 듯이 들어오는 전기차 등 중국산 첨단제품에 관세를 대폭 인상하는 조치를 내리고 있다. EU는 그동안 중국 정부의 자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조사해왔다.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 10%를 부과해왔다. 세계 2위 전기차 시장인 유럽으로 수출되는 전기차의 37%가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이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서유럽 내 중국산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 기간에 판매된 중국산 전기차는 총 11만9300여 대로, 해당 지역 수입 전기차 5대 중 1대꼴이었다. EU는 또 전기차 이외에도 태양광패널과 풍력 터빈, 전동차, 의료기기, 주석도금강판 등 중국산 제품들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벌이고 있는데, 관세를 대폭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EU도 미국처럼 중국과 제2차 무역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을 것이 분명하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조지프 웹스터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관세를 높이면 중국산 저가 제품이 유럽으로 쏟아져 들어갈 수 있다”며 “EU가 신속하게 관세를 올리지 않는다면 중국산 홍수를 맞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수출이 인플레이션 억제한다?

중국의 저가 제품 수출 공세에 몸살을 앓고 있는 신흥국들 역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거나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산 제품 수출이 급증하면서 브라질 등 남미, 인도 및 동남아 등 신흥국들이 관세를 올리는 등 반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철강을 들 수 있다. 대표적 친중 국가인 브라질은 자국 업체들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철강 등 6개 중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브라질 대형 철강 생산업체인 CSN은 2022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특정 유형의 중국산 탄소 강판 수입이 85%나 증가했다며 중국산 제품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CSN 등 브라질 철강업계는 중국산을 포함한 수입 철강제품에 9.6~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브라질은 철강의 주원료인 철광석의 세계 최대 수출국이다. 철강 수입 급증은 브라질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중국 해관(세관)총서에 따르면 1~2월 중국의 철강재 수출량은 1591만2000t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6% 늘었고, 수출 평균 가격은 t당 791.2달러로 32.1% 하락했다.

칠레의 경우, 중국산 철강 제품에 최대 33.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칠레 정부는 2016년부터 중국산 철강에 대해 6차례에 걸쳐 관세를 부과했지만, 그때마다 중국 정부는 보조금 정책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다. 라틴아메리카 철강협회에 따르면 남미에서 중국산 철강의 점유율은 2000년 15% 수준에서 지난해 54%로 급상승했다. 인도의 경우도 지난해 9월부터 중국산 철강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중국이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태양광도 공급 과잉이 예상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해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1039기가와트(GW), 웨이퍼 870GW, 셀 1238GW, 모듈 1121GW 생산이 예상되지만, 글로벌 수요는 304GW밖에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중국 태양광업체들은 대거 저가 제품을 각국에 수출하고 있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에 따르면 세계 태양광 상위 10개 회사 중 8개가 중국 기업이며, 1위 통웨이부터 5위 진코까지 모두 중국 회사다.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국을 비롯해 G7, EU와 제2차 무역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신질 생산력(新質生産力)’을 강조하면서 첨단제품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질 생산력이란 첨단 과학기술, 높은 효능과 품질을 가진 선진 생산력을 가리키는 말이다. 시 주석의 지시에 따라 중국 정부는 2027년까지 첨단기술에 대한 투자 확대, 기금 조성 등 정부 주도로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임을 밝혔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신질 생산력 강화를 통한 미래 산업 육성에 나서면서 중국 첨단 제조업 부문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국가 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첨단 제조업 산업생산액이 전년 동월 대비 7.5%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증가율보다 2.6%p 높은 수치다. 같은 기간 첨단 과기 산업 투자액도 11.4% 증가했는데, 특히 항공우주 및 설비 제조업 투자가 무려 42.7%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중국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이 4.5%에 그친 것과 비교된다. 게다가 시 주석은 과잉생산이 ‘존재하지 않는 문제’라면서 중국의 수출이 세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억제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시 주석의 이런 방침에 따라 중국 정부도 미국 등 G7과 EU에 대해 보복 관세 카드를 꺼내는 등 정면 대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무엇보다 자국으로 수입되는 대형 외국 자동차에 대한 관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2.5ℓ 이상 엔진 장착 자동차 25만 대를 수입했는데, 이는 전체 수입 자동차의 32%에 달한다.

자유무역에서 보호무역 체제로 회귀


▎룰라(오른쪽) 브라질 대통령은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우호적 관계이지만, 중국의 과잉수출로 브라질 경제가 종속되기를 원치 않는다. / 사진:AP연합뉴스
중국 정부는 이미 5월 19일 미국·EU·일본·대만산 폴리포름알데히드 혼성중합체(POM)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POM은 구리·아연·주석 등 금속 재료 대체품인데, 자동차 부품 생산에 널리 활용되는 제품이다. 특히 중국 정부는 ‘전가의 보도(傳家之寶)’인 희토류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제한에 나서자 핵심 광물인 흑연과 갈륨 수출을 통제한 바 있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전자제품에 들어가는 광물인 희토류처럼 핵심 원자재 수출을 통제할 경우, 세계적인 공급망 차질이 벌어질 수 있다. 세계 최대 희토류 수출국인 중국은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는 법적 근거를 이미 만들어 놨다.

미국과 중국의 2차 무역 전쟁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국제 통상질서는 보호무역주의 체제로 회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자유로운 무역과 이를 통한 공동 번영이라는 취지로 만들어진 WTO는 앞으로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WTO는 이미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4월 말 WTO에서 분쟁의 최종 중재자인 상소 기구 위원회의 공석을 채우려는 데 대해 75차례 연속으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앞으로 국제 통상 질서는 새롭게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등 선진국들은 동맹국들 혹은 뜻이 맞는 국가들과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체제 구축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202407호 (202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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