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CEO는 고된 직업이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현장을 누비며 매일 기업의 운명을 가를 결정을 해야 한다. 매 순간 극도의 스트레스를 온몸으로 겪을 수밖에 없다.
회사를 위해서라면 밤낮없이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생활이 워낙 불규칙한 데다 몸과 마음이 늘 피로에 시달리다 보니 조금만 관리를 게을리 해도 건강에 문제가 생기곤 한다.
유능한 CEO라면 직원들을 위해서라도 스스로 건강을 챙겨야 한다. 포브스코리아는 격무에 시달리는 CEO를 위해 해당 분야에서 최고로 꼽히는 두 명의 의사를 만나 건강 관리에 관해 조언을 들었다.
내분비 질환의 권위자 최영길(75) 강남차병원 명예원장과 심혈관 분야 권위자 정남식(57) 연세대 의대 학장이다. 이들은 평소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 관리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두 명의가 관리해온 환자들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CEO와 고위 공무원, 정치인들이다.
정 학장은 “성인병은 중·장년이 되면 저절로 생기는 것처럼 착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술, 담배, 잘못된 식생활, 과도한 콜레스테롤, 비만 때문에 생기는 병”이라고 설명한다.
최 원장의 생각도 같다. “흔히 나이를 먹으면 쉽게 고혈압, 당뇨 같은 질병이 찾아온다고 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생활 습관이 나쁘면 젊은이도 고혈압으로 고생하지만 건강한 습관을 가진다면 60, 70세가 넘어도 고혈압 걱정 없이 지낸답니다.” 최 원장은 건강한 식생활과 하루 40분 정도 걷기 운동만 꾸준히 해도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심혈관계 질병 등의 질환이 나타나는 대사증후군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비만을 질병으로 분류합니다. 불필요한 지방이 체내에 쌓여 질병의 원인을 제공하기 때문이지요. 일단 비만 관리만 제대로 해도 건강 관리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 원장은 건강한 노후를 위해선 식사량을 줄이고 밥을 천천히 먹으라고 권한다. 위 신경은 음식이 충분히 차 있더라도 신호가 뇌까지 올라가는 데 10분 정도 걸린다. 그래서 식사를 천천히 하다 보면 과식을 피할 수 있다는 것. 여기에 간단한 운동까지 한다면 금상첨화다. 최 원장과 정 학장 모두 걷기 운동을 추천했다.
관절에 무리가 안 가고 특별한 도구 없이 어디서나 할 수 있어서다. 최 원장은 최소 일주일에 두 번, 40분 정도 등에 땀이 나게 걸으라고 조언한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혈관 굵기가 넓어지고 새로운 호르몬이 분비되며 신체 기능이 활성화 된다. 여기에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걷기 운동 하나로 건강을 되찾은 기업인도 있다. 60대 후반의 B회장은 복부 지방이 심각했고 콜레스테롤 수치도 매우 높았다. 최 원장은 “약으로 치료하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운동으로 체지방을 관리하도록 처방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B회장은 콜레스테롤 수치도 떨어지고 배도 들어가 건강해졌다고 한다.
정 학장은 일반인이든 VIP든 화장실에 잘 다녀와야 한다며 과식을 피하는 동시에 야채가 들어간 식단을 추천했다. “변비가 안 생기려면 야채를 많이 먹어야 한다고 합니다. 많이 걷는 것도 배변에 좋아요. 장 운동이 활발해지면 온몸의 신진대사도 활발해집니다. 그래서 병원에서 수술한 환자를 계속 걷게 하지요. 옛날에는 나물을 많이 먹고 하루 종일 걸어 다녔기 때문에 비만이 발 붙일 수 없었지만, 이젠 일부러 야채를 먹어야 하는 세상이 왔어요.”
술과 담배도 건강 유지를 위해서 멀리해야 한다. 폭탄주를 즐기는 음주로 인해 건강을 해친 환자들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정 학장은 얼마 전 자신을 찾아왔던 한 중견 정치인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60대 초반의 중견 정치인 A씨가 폐에 물이 차는 느낌이 든다며 저를 찾아 왔습니다. 진료를 해 본 결과, 잦은 과음으로 신장 기능에 큰 손상을 입고 신부전증이 발병했더군요. 건강을 잃으면 돈, 권력 등 모두를 잃을 수 있다며 술을 멀리하라고 충고했죠.”
정 학장은 과음이 반복되면 부드럽게 흘러야 할 혈액이 굳어져 혈관이 막히는 등 큰 병에 걸리기 쉽다고 강조했다. 이런 사람은 뇌졸중에 걸리거나 돌연사 가능성도 크다고 경고했다. 나이 40이 넘으면 건강검진도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다. 특히 50대 중반이 넘으면 일반 검진보다는 심장혈관, 뇌혈관, 소화기 계통 암, 호흡기 등을 집중적으로 검사해야 한다. 최 원장은 70대 초반의 C회장 이야기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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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학장은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그 분야에 대한 정밀검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병은 그 원인이 유전에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모에게 어떤 질병이 있었다면 유전인자가 자녀에게 전해지므로 그 병에 대한 발병 위험도가 다른 사람보다 훨씬 높습니다. 이런 분들은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합니다.”
두 명의는 인터뷰 마지막에 건강을 지키는 데에는 환자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건강 유지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으면서도 지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너무 늦기 전에 자기 관리를 시작하라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