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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ARABLE DEVICE - 이제는 플랫폼 전쟁이다 

 

ICT 산업을 이끄는 삼성, 애플, 구글이 웨어러블 디바이스 플랫폼을 내놓고 본격적인 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헬스케어 시장에서 치열하다.

▎지난 6월 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애플 세계개발자회의 (WWDC)에서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수석 부사장이 애플 헬스키트를 설명하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 심수민(35) 연구원은 조깅할 때 꼭 챙기는 물건이 있다. 구글 글라스다. 미국에서 직접 구해온 웨어러블 디바이스다. 조깅하기 전에 가장 먼저 구글 글라스와 스마트폰을 페어링한다. 구글 글라스를 착용하고 ‘오케이 구글’이라고 말하면 안경에 설치된 작은 디스플레이에 메뉴가 뜬다.

눈을 위아래로 움직여 메뉴를 선택한다. 현재 위치를 검색하고 음악을 듣고 사진 촬영은 물론 메시지를 보내고 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심 연구원은 “구글 글라스를 사용하는 친구와 스트라바(Strava) 앱을 이용해 경쟁할 수도 있다”며 “게임하듯이 운동하다 보면 재미있다”고 했다.

하지만 구글 글라스는 한국에서 정식 판매되지 않아 사용이 불편하다. 디자인이 조악하고 프로그램을 소비자가 직접 깔아야 하며 5분 정도 사용하면 발열도 심해진다. 게다가 앱은 어둠의 경로를 통해야 구할 수 있다. 개선할 점이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만족도는 높다. 심 연구원은 “구글 글라스 사용자들이 다양한 앱을 내놓고 있다”며 “산업전 분야로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웨어러블 디바이스 전문가로 손꼽히는 심 연구원이 사들인 장비만 해도 30여 가지다. 얼마 전 글로벌 판매가 시작된 G 와치(LG의 스마트워치)뿐만 아니라 삼성 기어2, 핏빗(Fitbit), 루모(Lumo), 미스핏 샤인(Misfit Shine), 무선 체중기 등을 현재 사용 중이다. “구입비만 중고차 한 대 값”이라며 그는 웃는다.

애플, 홈키트와 헬스키트 발표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은 제품 경쟁에서 ‘플랫폼’ 전쟁으로 바뀌고 있다. 장난감 같은 기능에 머물렀던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이제 일상 생활에 필요한 핵심 기기로 자리 잡아간다.

구글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구글 글라스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방안을 사용자가 직접 강구한다. 소방대원이 관련 앱을 만들고, 병원 의사가 수술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앱을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스타트업도 구글 글라스를 이용한 다양한 앱을 만든다. 구글 글라스의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 6월 구글은 스마트워치 전용 플랫폼 ‘안드로이드웨어’를 내놓았다. 앞으로 제품 개발자와 스타트업들이 안드로이드웨어를 이용해 다양한 제품을 내놓을 전망이다. 애플도 마찬가지다. 6월에 열렸던 애플 세계개발자회의(Apple 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 이하 WWDC)에서 스마트홈 사업의 발판이 되는 홈키트와 헬스케어 사업의 플랫폼인 헬스키트를 발표했다.

애플은 개발자들을 위해 스위프트(Swift)란 프로그래밍 언어까지 내놓았다. 아이폰의 운영체제인 iOS와 컴퓨터 운영체제인 OS X를 위한 프로그래밍 언어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그리고 웨어러블디바이스가 모두 연동되는 환경을 갖춰 개발자에게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홈키트와 헬스키트를 이용한 앱이 다양하게 출시될 전망이다.

올 하반기에 출시되는 아이와치는 헬스케어 시장을 겨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건강 관리 앱을 만드는 메이요 클리닉과 파트너십을 맺었고, 의료기기 업체 마시모 코퍼레이션의 마이클 오라일리를 영입했다. 오라일리는 맥박산소측정 분야의 대가다. 일각에서는 아이와치의 보조금을 보험회사가 낸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심 연구원은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고객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면 보험사로서도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정혜실 연구원도 “향후 헬스케어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의료현장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면 건강보험적용과 관련된 논의가 진행될 개연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신수종 사업으로 헬스케어를 꼽았다. 삼성과 애플은 헬스케어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구글 안드로이드에 치중했던 삼성도 변화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타이젠이라는 운영체제를 사용한 스마트 워치 삼성 기어를 출시하면서 플랫폼 전쟁에 뛰어들었다. 삼성은 그동안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했다. 스마트폰 시장의 포화로 삼성은 큰 타격을 입었다.

화웨이, 샤오미 등의 저가 공세에 힘을 잃어갔다. 안드로이드에 올인한 결과다. 삼성은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고 있고, 안드로이드 대신 자체 개발한 타이젠을 내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5월 삼성은 ‘삼성 기어 해커톤 2014’를 열면서 타이젠 개발자를 위한 행사를 열었다. 스마트워치 제조사 페블도 개발자가 개발한 앱을 앱스토어에 올려 사용자에게 배포할 수 있도록 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도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성장세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미국의 ABI 리서치는 2018년에 4억8500만 대의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출하될 것으로 예측했다. 투자은행 크레딧스위스는 “2015년 전체 가전제품 시장의 6%를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은 스마트폰 시장의 위축과 맞물려 있다. 전미가전협회(Consumer Electronics Association, CEA)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으로 지난해까지 두 자리수 성장을 기록했던 스마트폰(27%)과 태블릿PC(30%)가 올해는 각각 6%, 9%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까지 스마트폰 시장은 프리미엄 모델이 성장을 주도했지만, 성장에 한계가 있다. 반면 저가 스마트폰 시장은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과 애플이 주춤하는 그 자리를 화웨이, 샤오미 등 저가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차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스마트폰의 평균 가격은 2011년 1분기에 342달러에서 2013년 1분기에는 299달러로 떨어졌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ICT 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다. 한국 정부도 웨어러블 디바이스 산업을 창조경제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주목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5~2024년까지 매년 400억~7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미래창조과학부도 2020년까지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에서 세계 점유율 40% 달성을 목표로 ‘차세대 디바이스 코리아 2020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심수민 연구원은 “웹 기반의 자체 운영체제를 확보해야 새로운 환경에서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408호 (201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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