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KOREA’S 50 RICHEST]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 대그룹 총수 반열에 선 ‘벤처 오너’ 

 

김영문 포브스코리아 기자
제약업체 셀트리온이 설립된 지 15년. 지난 4월 한때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은 10조를 넘어섰었다. 20%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한 서정진 회장도 포브스코리아가 선정한 한국 50대 부자에 이름을 올리며 ‘1조 클럽’에 합류했다.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을 이끄는 서정진 회장은 포브스코리아 선정 ‘한국50대부자’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부터 서정진 회장은 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최대주주다.
지난 3개월간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의 주가가 무서운 속도로 올랐다. 셀트리온의 최대 주주인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지분 가치도 덩달아 올랐다.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지에스씨를 통해 간접적으로 셀트리온 지분을 20.08% 보유한 것. 셀트리온 주가가 올해만 80% 가까이 오른 덕에 서 회장의 지분가치도 약 6500억원이나 늘었다. 서 회장이 보유한 셀트리온 지분 가치만 약 1조6000억원(3월 25일 종가기준)에 이른다. 올해 포브스코리아 선정 한국 50대 부자 순위에서도 17위를 오르게 됐다. 2013년 포브스가 선정한 ‘한국의 억만장자 리스트’에 이름을 처음 올린 지 2년 만의 일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1조원대 부자 그룹에 서정진 회장도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어깨를 나란히 했다. 자수성가한 부자 서 회장은 누구인가? 대학 졸업 후 1983년 처음 입사한 직장은 삼성전기. ‘삼성맨’으로 출발했지만, 샐러리맨의 끝은 대우그룹이었다. 김우중 전 회장의 눈에 들어 만 32세의 나이에 그룹 임원이 됐지만 IMF 외환위기 여파로 그룹이 공중 분해되면서 샐러리맨 생활의 종지부를 찍었다.

주류를 따르지 않았던 대가?


“요즘 바이오 산업이 뜬다.” 당시 옛 대우 부하 직원들과 먹고 살길을 의논하던 중 누군가 던진 말이었다. 서 회장이 ‘바이오시밀러’를 알게 된 계기였다. ‘바이오시밀러’란 특허가 만료되는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을 생물의 세포나 조직 등을 이용해 복제한 생물의약품이다.

물론 사업의 시작이 ‘바이오시밀러’는 아니었다. 2000년 인천 송도에서 창업한 벤처기업 넥솔(넥솔바이오텍)이 사업의 첫 출발이었다. 넥솔은 대형 제약사의 화학의약품 복제약인 제네릭을 위탁 생산하는 회사였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2002년 셀트리온을 설립해 2012년 세계 최초로 바이오시밀러 약품을 출시하는 성과를 거두며 시장의 주목을 받게 됐다. 미국, 유럽 등 대형제약사들의 주요 의약품 특허가 2015년 대거 끝나는 점도 셀트리온의 성장에 보탬이 됐다. 원료로 쓰일 단백질 배양공장까지 세우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그의 청사진은 주류를 따르지 않은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셀트리온의 첫 제품인 류머티스성 관절염 치료제 ‘램시마’에 대해 늦어도 2013년 6월 초에는 유럽에서 시판 허가를 받을 것이라고 장담하던 그가 회사를 팔겠다고 나선 것이다. 10년을 일궈 본격적인 결실을 앞둔 시기에 회사를 팔겠다는 이유가 논란이 됐다. 서 회장은 이를 ‘공매도’ 탓으로 돌렸다. 공교롭게도 서 회장이 폭탄 선언을 한 시점은 실제 제품 개발과 승인과정, 의료계 반응 등 논란이 많을 때였다.

“ 이제는 수성에 전념할 시기”

실제 셀트리온에 공매도 체결이 집중되기도 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미리 팔고 나서 주가가 내려가면 이를 되사서 갚는 방식의 거래다. 공매도는 주식이 내려가야 수익을 내니 주식을 보유한 서 회장을 비롯한 많은 투자자의 불만이 하늘을 찌를 때였다. 다국적 제약사에 셀트리온을 팔겠다고 발표도 했다.

또 한 가지 논란은 셀트리온의 독특한 회계 방식이었다. 2013년 전반기까지 셀트리온은 수천억원대의 매출액과 50%가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실제 의약품이 팔린 것은 아니었다. 셀트리온의 해외 판매 법인인 셀트리온 헬스케어가 셀트리온에 넘겨받은 물건을 재고로 쌓아뒀다. 일각에서 셀트리온이 일부러 매출을 올리기 위해 꼼수를 쓰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실제 2012년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물건을 팔아 올린 매출은 3300억원에 달했지만,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은 약 340억원에 불과했다. 이에 서 회장은 “바이오산업의 특성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유럽에서 허가를 받기 위한 생산 실적 때문이다”라고 일축한 바 있다.

이런 논란은 2013년 8월 ‘램시마’가 유럽의약품청(EMA)로부터 판매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에 사그러들기 시작했다. 올해 2월에는 램시마의 유럽 판매도 본격 시작됐다. 지난 2월 오리지널 약인 ‘레미케이드’의 유럽 특허가 만료되면서 램시마 시판이 허용된 것이다. 이로써 유럽 주요국인 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스페인을 비롯한 12개 국가에 램시마가 공급된다. 셀트리온 측이 밝힌 이들 국가에서의 시장 규모만 5조5000억원.

최근 다국적 제약사인 화이자가 호스피라를 인수한 것도 셀트리온에는 호재다. 호스피라는 램시마 미국·유럽 지역 판매 파트너사기 때문이다. 시장은 호스피라가 미국·유럽에서 램시마를 판매할 경우 영업력이 강한 화이자가 타사의 동일 제품에 손을 대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놓고 있다. 게다가 하반기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램시마 판매 승인 여부도 판가름 난다.

“축성의 시기가 완료되고 수성의 시기가 올해다.” 서 회장이 지난 3월 30일 인천 본사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한 말이다. 오너 경영체제에서 전문 경영제체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는 자리였다. 새롭게 셀트리온의 경영을 맡게 된 기우성·김영기 두 공동 대표는 생산·품질·임상 허가 부문과 재무·연구개발까지 담당할 예정이다.

서 회장은 공식적으로 올해부터 대표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여전히 셀트리온의 대표 오너다. 그는 셀트리온의 최대주주(20.08%)인 셀트리온 홀딩스 지분 98.86%를 가지고 있다.

튀어도 많이 튀었던 서 회장의 ‘1조 부자’ 클럽 등극. 오창공장 준공식에서 그는 “한국이 더 이상 글로벌 제약산업의 변방에 머무르지 않도록 하겠다. 3조 수출시대를 열겠다”며 램시마 개발 이후 다시 한 번 자신감을 드러냈다. 서 회장의 당당한 포부만큼이나 셀트리온을 향한 시장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 김영문 포브스코리아 기자

201505호 (2015.04.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