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지속가능한 경영(CSR) 컨설턴트
유명훈 대표. 지속가능한 회사,
지속가능한 의식주를 이루기 위해, 작지만
알차게 도전하는 그를 만났다.
▎국내 1호 지속가능한 경영(CSR) 컨설턴트 유명훈 대표. 성장과 좌절을 겪고 지속가능한 성공의 청사진을 그렸다. 지속가능한 의식주를 실천하며 ‘Mark & Kate’ 브랜드를 키워나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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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가평 축령산 자락에 유명훈 대표의 사무실과 집이 있다. 산 기슭에 아담한 전원 주택이 10여 채가 들어선 마을. 오르막길 중턱에 땅 414㎡ 넓이에 99㎡의 아담한 시멘트 골조 건물 두 동이 나타났다. ‘존경과 행복의 집’이라는 예쁜 이름표가 눈길을 끈다.유 대표가 집에서 사무실까지 출근하는 시간은 30초. 텃밭에서 농사 지은 음식재료로 아침을 먹고 유 대표가 직접 디자인한 옷을 입고 출근한다. 집과 사무실 일체형 공간이다. 집도 사무실도 아파트 15평 규모로 작다. 필요한 햇볕만 받아들일 정도로 창문 크기도 마찬가지다. 난방비를 아끼고, 두 사람만을 위한 공간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유명훈 대표는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이곳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나머지 날에는 업무차 서울로 출근한다. 작은 사무실에서 아내 한서형 디자이너가 향초, 디퓨저 같은 지속가능한 제품 개발과 교육을 진행한다. 워크숍과 토론도 이뤄진다. 지속가능한 삶이라는 가치로 마을 주민과 지역사회와 소통한다.
지속가능한 경영(CSR)은 투자이자 마케팅
▎‘존경과 행복의 집’ 경기도 가평 축령산 자락에 땅 414㎡ 넓이에 99㎡의 아담한 시멘트 골조 건물 두 동. 유명훈 대표와 부인 한서형 라이프디자이너의 집과 사무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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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훈 대표는 지속가능한 경영 컨설턴트다. 지속가능한 경영(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컨설팅은 기업이 ‘착한 경영’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 남양유업 사건처럼 기업에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한다. 그러려면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 조직운영, 결과까지 착해야 한다. 전통적인 경영컨설팅이 기업 이윤 창출을 위해 효율적인 조직 운영에 초점을 맞춘다면 지속가능한 경영컨설팅은 사회, 환경적 관리 이슈, 이해관계자의 기대와 요구에 대응하며 ‘착하게’ 이윤을 창출하는 모델을 만들어간다. 국제 표준 ISO 26000이 제시한 CSR의 핵심 관리 영역인 기업지배구조, 인권, 노동, 공정관행, 환경경영, 소비자이슈, 지역사회 참여와 개발 등이 그 기준이다.“CSR은 장기적인 기업전략입니다. 기업이 CSR을 투자가 아닌 비용으로 인식하는데요, 오히려 CSR은 큰 비용 들지 않고 진행하는 투자유치 활동이자 마케팅 활동입니다” 유명훈 대표가 CSR 컨설팅을 하는 이유다. 그는 CSR을 실천하는데 CEO의 생각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CEO가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만 잘 만들면 된다거나, 사회공 활동만 잘하면 된다 여기면 CSR 컨설팅은 성공하기 어렵다.“부도덕한 방법으로 돈을 벌고, 사회공헌활동만 잘하는 기업을 좋은 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돈 버는 과정과 결과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면 그 기업은 사회공헌 활동을 따로 하지 않아도 좋은 기업으로 인식될 것입니다.” CSR이 환경이나 사회공헌만을 의미하는 좁은 개념이 아님을 유 대표는 재차 강조했다.유 대표는 BMW, 폴크스바겐, LS엠트론, 유한킴벌리, 두성종이, 캐나다구스, 미쉐린타이어, 영국 석유회사 BP 등의 기업을 지속가능한 경영 사례로 꼽았다. 캐나다구스는 잔인하지 않은 방식으로 생산된 오리털과 거위 털로 제품을 만들고 수익 일부를 북극 살리기 캠페인에 기부한다.KoreaCSR은 그동안 켈로그, 토탈, 스탠다드차타드은행, 한국가스공사, SK브로드밴드, LS전선, LS엠트론, JS전선, 인천항만공사, LG생활건강, 두산인프라코어 등의 CSR을 담당해왔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 약 100여 건의 크고 작은 국내외 기업과 기관의 컨설팅 및 자문을 진행했다. 사업 초반에는 공기업과 대기업 중심의 프로젝트가 많았고 현재는 중견, 중소기업의 CSR을 담당하고 있다.
실패로부터 배운 지속가능한 성공유 대표가 경영하는 KoreaCSR은 지속가능한 회사인가? 유 대표는 2013년 12월, 그의 삶과 사업의 공간을 경기도 가평으로 옮겨 지속가능한 경영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2004년에 국내 1호 지속가능한 경영(CSR) 컨설턴트 사업을 시작하고 딱 10년 만이다. 3번의 고비를 넘긴 후였다.첫 번째 인생 역경은 영국 유학시절이었다. 충북 제천의 시골 마을에서 자란 유명훈 대표가 영국으로 유학 가겠다고 말했을 때 믿어준 사람은 없었다. 유학을 보낼 형편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누나들의 비상금 4백만 원을 들고 영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어렵게 오른 유학길이었지만 기숙사비와 3주짜리 어학코스 비용을 내고 나니 빈털터리가 됐다. 학교 도서관 청소 일과 영화 홍보물을 나눠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근근이 학비를 댔다. 식빵 한 조각으로 일주일을 버틸 때도 있었다. 배고픔보다 더 큰 문제는 언어 장벽이었다. 스코틀랜드 영어는 알아듣기 조차 힘겨웠다. 도서관 사서에게 매일 한 시간씩 선생님이 되어 달라고 무작정 사정했다. 그렇게 3년을 보내고 리즈 메트로폴리탄 대학의 리즈비즈니스 스쿨 석사 ‘Public Relations Management 전공’ 과정을 마쳤다. 논문 주제는 ‘CSR을 통한 Community Development’였다.졸업 후 영국 ‘BRAHM Consulting’ 회사에 취직, CSR 컨설턴트 업무를 익히던 중 한국에서 파트너 회사를 세워보라는 제안을 받고 유 대표는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혈혈단신 사무실을 열었지만 딱히 할 일이 없었다. 그때만 해도 ‘지속가능한 경영’이라는 개념이 생소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위기였다. 사무실 근처 약수역 부근을 돌아다니며 명함 돌리는 것이 그가 생각해낸 첫 사업이었다. 200백 장의 명함을 뿌렸을까? 연락이 왔다. 그러나 여성들은 ‘지속가능한 경영’보다 남자 유명훈을 궁금해했다. 185cm, 훤칠한 외모에 영국 신사 같은 청년은 그 전화도 눈물 나게 반가웠다. 6개월을 하루 같이 명함을 돌렸다. 한 가지 더, 모든 언론사에 ‘지속가능한 경영’에 관한 칼럼을 6개월 동안 투고했다. 1년여를 그렇게 보냈을까? ‘하이닉스반도체’ 경쟁 입찰에서 지속가능 경영 컨설턴트 회사로 지정됐다. 처음 수주한 프로젝트였다.‘지속가능한 경영’에 관심이 높았던 당시 트렌드를 타고 사업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1인 회사를 개업한 지 2년만에 ‘KoreaCSR’ 회사를 설립, 다시 1년 후에 서울 역삼동 테헤란로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16명이 넘는 직원을 거느린 CEO가 되었다. 돈도 꽤 모았다. 앞만 보일뿐이었다. 2008년, 일은 줄어들고 주변에는 그를 이용하려는 사람만 늘었다. 오를 때는 긴 시간이 필요했지만 떨어지는 것은 순간이었다. 유명훈 대표의 세 번째 고비였다. 직원 급여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재정 상태가 나빠졌다.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 유 대표는 그때야 뒤를 돌아보게 된다.조직 체계를 개편했다. 파트너십을 기본으로 우수한 파트너와 협업하는 유연한 조직으로. 작은 규모로 운영되는 세계적인 회사를 벤치마킹했다. 단기 컨설팅을 지양하고 장기 컨설팅과 교육 사업 비중을 늘렸다. 실패에서 깨달은 ‘CSR과 지속가능 경영’을 책으로 정리했다.경영의 변화로 회사는 천천히 일어서기 시작했다. ‘35세에 성공하겠다’던 청년 옆에는 “60에 성공하면 좋겠어”라고 말해주는 아내가 생겼다. “35살에 성공하면 그 이후로는 내리막길이지만, 60세에 성공하려면 천천히 올라갈 일만 있으니 인생이 행복하다는 것이죠.” 성공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달렸던 유 대표가 지속가능한 성공을 몸으로 깨닫는 시간이었다.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는 랄프 왈도 에머슨의 말에 적극 공감하게 되었다.KoreaCSR의 매출은 연간 5억여 원 정도. 작은 규모지만 유 대표는 하는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 또한 많다. KoreaCSR Academy의 교육 사업은 물론, 지속가능경영재단 사업을 추진했고, 지속가능한 브랜드 ‘Mark&Kate’의 제품을 생산, 수입, 협업도 진행했다.20년 동안 이룰 꿈도 그려놓았다. ‘Mark&Kate’ 브랜드를 한국의 대표 CSV(공유가치창조) 모델로 키우는 것이 10년 동안 할 일이고, 10년 후에는 CSR과 지속가능 경영 전문학교를 설립하는 것이다.- 글 김성숙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지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