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위 2년 만에 동생에게 자리를 물러준 정종은 무력한 리더로 평가된다. 그러나 그의 목표가 왕위를 지키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데 있었다는데서 그는 지혜로운 리더였다.
조선 2대 국왕 정종은 자진 선위(禪位)하는 모습으로 왕위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아들들은 승려로 만들어 자칫 목숨을 잃을 위협에서 벗어나도록 했다. 한 나라의 왕인 정종이 취할 수밖에 없었던 권력 이양방식이다. 그는 왜 이토록 무기력했을까.
정종이 사료에 처음 등장하는 건 우왕(고려 32대 왕) 3년 5월 왜구가 침입했을 때, 이성계가 정종을 출전시키는 대목에서다. 이 점으로 볼 때 정종이 역량이 부족했다고만은 볼 순 없다. 그럼에도 창업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지 못한 정종은 이름뿐인 국왕으로 평가받아 숙종 대에 이르기까지 군주로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정종은 카리스마와 리더십이 부재한 군주는 아니었다. 그에게서는 자신의 과욕을 자제하는 능력으로 생존의 방편을 삼고, 유약(柔弱)함의 약(弱)을 가장한 다른 카리스마를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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