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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사면 최대 수혜자 최태원 SK그룹 회장 

“46조원 투자” 약속 실행될 수 있을까? 

생애 두 번째로 대통령 특별 사면을 받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46조원을 투자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실천 의지를 의심하는 시각도 여전하다.

▎8월 17일 서울 서린동 SK 사옥에 출근하던 최태원 회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웃음으로 화답하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의 광폭 행보가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8월 15일 광복70주년 8·15 특사로 사면복권된 최 회장은 출소 첫날부터 SK 사옥에 출근해 업무를 보는 등 연일 강행군이다. 최 회장이 8월 14일 새벽 경기도 의정부 교도소에서 출소한 뒤에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서울 서린동 SK 사옥이었다. 최 회장은 이날 회장 집무실에서 업무 현안 보고를 받고 나서야 귀가했다. 광복절에도 집무실에서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임원 10여 명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함께 토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그 다음 날에도 사옥으로 출근해 그룹 현황 파악을 위한 보고를 받을 정도로 경영복귀와 함께 그룹 현황 파악에 강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8월 17일, SK그룹은 최 회장을 포함해 17개 계열사 대표와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및 수펙스협의회 산하 7개 위원회 위원장까지 참여하는 ‘확대 경영회의’를 열었다. 2012년 12월 ‘따로 또 같이 3.0’ 체제를 도입한 뒤 처음 개최되는 회의였다. 회의 주제는 정부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고 있는 ‘경제 활성화’ 현안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회의와 관련해 SK그룹이 밝힌 바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경영현장에서 떨어져 있는 동안 기업은 사회 양극화, 경제활력, 청년실업 등의 사회문제와 별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기업인에게 기업의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 국가경제 기여가 가장 중요한 책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마음속 깊이 새겼다”고 말했다고 한다.

“법적 근거없는 오너의 결정일 뿐”

이날 확대경영회의가 끝난 뒤 SK그룹은 경기활성화를 위해 재계 4위 SK그룹의 위상에 걸맞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SK하이닉스 경기 이천 M14 공장에 들어갈 장비 구입 및 공장 신설 등에 무려 46조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밖에도 에너지와 통신 분야 등의 투자 확대 방안에 대한 이야기도 오고 갔다. 최 회장은 회의에서 “투자시기를 앞당기고,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문했다고 알려졌다.

청년 일자리 확대 방안도 이날 회의 주요 안건으로 올라왔다. ‘고용 디딤돌’과 ‘청년 비상(飛上)’이 주요 내용이었다. 고용 디딤돌은 SK그룹이 매년 취업희망자 2000명씩 4000명을 모집해, SK그룹과 협력사에서 각각 3개월간 6개월의 인턴십을 한 후 협력업체에 취직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청년 비상은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 2만명을 대상으로 교육과 컨설팅, 인큐베이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정부의 방침에 부응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겠다는 다짐이다.

SK그룹의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에 대한 재계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면복권의 이유로 내세운 경제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화답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 반대의 시각도 상당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사무총장 고계현)은 논평을 통해 “이번 광복절 특사는 경제 살리기라는 미명하에 시행된 특사였으나 실제 경제 활성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그 어떠한 근거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사로 풀려난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대규모 투자 발표가 다분히 여론을 의식한 면피성 발언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같은 시각에는 근거가 있다. 최 회장은 2003년 2월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의 1조5000억원대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고,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수감 7개월 만에 병보석으로 나왔고, 2008년 5월 대법원은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이후 3개월 뒤 최 회장은 특별사면을 받았다. 당시 SK그룹은 “사상 최대 규모의 채용과 투자”를 약속했다. 이번 특별 사면에 따른 조치와 판박이다. 하지만 최 회장은 사면을 받은지 얼마 안되서 SK텔레콤과 SK C&C 등 주요 계열사로부터 497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결국 2013년 1월 다시 수감됐다. 처음 사면을 받았을 때 내놓은 투자 약속이 100% 지켜지기 않은 게 사실이다.

SK에 대한 믿음이 덜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서일까? 이번 최태원 회장 사면과 관련해 SK그룹은 정치권과 재계, 언론계 등 전방위에 걸쳐 여론 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광복절 특별사면의 경우 더더욱 최 회장을 둘러싼 국민 여론이 좋지 않아 그룹의 모든 역량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SK그룹은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겠다’는 뜻을 내세우면서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래서일까? 투자 규모만 본다면 46조원 투자 발표는 그동안 기업인들이 사면을 받은 후 내놓은 투자 계획 중 가장 큰 금액이다.

하지만 SK그룹의 46조원 투자 발표가 알려진 뒤 SK는 오히려 시민단체와 오피니언 리더들로부터 비판의 소리를 듣고 있다. 왜 그럴까? 그것은 오너인 최 회장이 처한 특수한 상황에서 기인한다. 최 회장은 현재 법적으로 SK그룹의 등기이사가 아니다. 2014년 3월에 SK그룹 계열사에서 맡고 있는 모든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았다. 오너일 뿐 SK그룹 경영과 관련해 법적으로는 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입장인 것이다.

그런데도 오너라는 이유로 46조원을 투자한다는 중대 사안을 최 회장이 주도해 결정하는 전 근대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경제학과)는 “SK그룹의 46조원 투자 발표 소식을 접한 뒤 SK그룹 이사진은 도대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가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개탄했다. 그는 “46조원 투자 발표가 제대로 기업의 경영실태를 파악하고 분석한 뒤 내놓은 것인지조차 의문”이라며 “대규모 투자 발표로 일시적으로 고용이 늘어날지 모르겠지만, SK그룹이 그로 인해 수익을 볼지 손해를 볼지는 앞으로 면밀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시혜성 사면에 대한 대가로 다수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기업의 중요한 투자 재원을 임의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 박상인 행정대학원 교수는 최근 한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설사 재벌 총수 가석방과 사면이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고 해도 법치주의와 주식회사 제도의 근간을 훼손하는 부정적 효과를 압도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SK그룹의 이번 대규모 투자계획은 과연 실행 파일이 될 것인가? 약속한 대로 46조원 전액을 투자한다면 이후 SK그룹에 닥칠 경영상의 문제는 가늠하기 어렵다. SK그룹이 처한 상황이 간단치 않아 보인다.

-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201509호 (2015.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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