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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 대출서비스 선보인 이효진 8퍼센트 대표 

온라인 플랫폼 이용해 대출자와 투자자 연결 

최영진 포브스 차장 사진 전민규 기자
핀테크 산업이 기존 금융계의 질서를 흔들고 있다. P2P 대출 서비스는 미국과 유럽 등 핀테크 산업이 발전한 곳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다. P2P 대출 서비스를 한국에 선보여 주목받는 이효진 8퍼센트 대표를 만났다.

▎이효진 대표는 “P2P 대출 서비스를 통해 기존 금융권이 못하는 중금리 시장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효진(32) 8퍼센트 대표가 2006년 포항공대 수학과 졸업 후 선택한 첫 직장은 은행이었다. “시류를 따랐던 것 같다”는 그의 설명처럼, 수학과를 졸업한 동급생들은 주로 금융권에 취직했다. 하지만 별다른 고민없이 택했던 금융권은 생각보다 문제가 있었다. 조직 내에서 은행 영업점, 트레이딩 일을 하면서 시대 변화를 따라가기 힘든 거대한 조직문화, 효율적이지 않은 비용구조, 경직된 사내 문화 등 여러 단점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권의 문제점을 절실하게 느낀 계기가 됐다. “은행에 계속 있으면 시대 흐름에 대응할 수 있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느꼈다.”

73건 대출 실적에 부도율은 0%


결국 입사 8년만에 사표를 냈다. 무엇보다 은행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여러 분야의 지인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미국에서 주목받는 스타트업 ‘렌딩클럽’에 대해 알게 됐다. 렌딩클럽은 2007년 미국에서 창업한 P2P(개인 대 개인 대출) 대출 서비스 업체였다. 집에 돌아와 렌딩클럽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찾아본 그는 “바로 이거다”라고 무릎을 쳤다. 은행에서 일했던 경험 때문에 그 누구보다 P2P 대출 서비스의 성공을 예감했던 것. 지난해 렌딩클럽은 뉴욕증권거래소에 시가총액 9조원으로 상장했다. 올해 3월 말 현재 렌딩클럽의 누적 대출금은 10조원이 넘는다.

스타트업 창업가로 나설 생각을 해본 적이 없던 그가 드디어 2014년 11월, 창업했다. 이효진 대표는 “남편도 스타트업 창업가다. 남편을 보면서 창업해도 굶어죽지는 않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웃었다. 그해 12월 국내 핀테크 업계에 ‘8퍼센트’라는 P2P 대출 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다. 2015년 7월 말 현재 8퍼센트의 누적 대출금은 30억원이 넘는다. 8퍼센트의 성공을 예감한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등으로부터 15억5000만원을 투자받았다. 하지만 그는 “누적 대출금이 500억원이 넘으면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아직 갈길이 멀었다는 표정이다.

P2P 대출은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대출자와 투자자가 만나는 시스템이다. 8퍼센트는 플랫폼 대출자와 투자자가 만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대출자와 투자자를 연결해주고 받는 수수료가 수익 모델이다. 아직까지 서비스 확대를 위해 수수료는 받지 않고 있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8퍼센트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이 주의 상품’을 보면 P2P 서비스를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대출자와 대출금액, 이 상품에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예상 수익률과 만기, 대출자의 신용등급, 대출목적, 모집금액 등이 공개된다. 이 상품을 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대출자가 원하는 금액이 모이면 대출이 이뤄진다. 이 대표는 “P2P 대출이 새로운 방식은 아니다. 한국의 전통적인 계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7월 말 현재 73건의 대출이 이뤄졌는데, 부도율은 0%다. 평균 대출금리(개인+법인)는 연 6.65%다. 현재 8퍼센트는 수수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이 금리는 고스란히 투자자의 평균 수익률이 된다. 기존 금융권에서 개인이 기대하기 어려운 수익이다.

P2P 대출 시스템은 핀테크 산업에서 혁신적인 분야로 꼽힌다. 지점을 따로 두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지점 운용비와 인건비 등의 부대비용이 줄어든다. 이를 통해 대출자는 저렴한 대출이자의 혜택을 얻고, 투자자는 합리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 이 대표는 “8퍼센트라는 이름은 우리가 추구하는 중금리(저금리와 고금리의 중간금리라는 의미)를 대변하기 위해서 만든 단어”라고 설명했다.

13억원 투자 모집 성공으로 주목받아

8퍼센트가 입소문이 나면서 대출을 받고 싶은 소상공인과 개인들의 사연이 홈페이지를 통해 폭발적으로 접수되고 있다고 했다. “7월 초 주말을 포함한 4일 동안 600건의 사연이 접수가 됐다”고 자랑할 정도. 하지만 600건 중 대출 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 대상은 3%에 그친다.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심사를 철저하게 하기 때문이다.

데이터 분석과 리스크 관리는 P2P 대출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하다. 대출자의 신용을 섬세하게 분석해야 사고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심사 기준이 궁금할 것 같다”는 질문에 이 대표는 “기록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이 대표가 강조하는 ‘기록’은 축적된 데이터, 즉 실현된 수익률을 말한다. 투자자에게 돈을 벌어가게 하는 핵심은 심사 능력에 있다. 8퍼센트의 심사는 기본적으로 자동화가 되어 있다. 대출자의 신용정보는 신용평가 회사로부터 수집하는 각종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대출자가 제출하는 소득정보 등의 개인정보를 취합한다. 여기에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의 SNS 데이터도 대출자의 신용 등급을 구분하는 데 사용한다. 이 대표는 “우리가 개발한 리스크관리시스템으로 대출이자와 대출한도를 정한다”고 설명했다. “8퍼센트는 IT를 활용한 금융업이다. 우리만큼 리스크 관리를 잘하는 곳은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대표의 자랑은 8퍼센트의 인력구성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14년 11월 베타테스트를 할 때만 해도 혼자서 일했지만, 현재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고급인력이 포진해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정보, 삼성카드 등 금융권에서 근무한 경력자 등 10여 명의 직원이 포진해 있다. 이 대표와 동문인 포항공대 수학과 출신, 카이스트 출신 등 전문 인력이 8퍼센트의 미래를 보고 합류를 한 것이다.

8퍼센트의 대출자는 크게 소상공인과 개인으로 나눌 수 있다. 전체 대출건수 중 개인 대출이 80% 정도를 차지한다. 다만, 8퍼센트의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것은 소상공인 대출 덕분이다. 한의사와 금융사 직원, 영국인 기자가 모여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에 오픈한 수제 맥줏집 ‘더부스’는 8퍼센트를 통해 2억5000만원의 대출을 받았다. 더부스가 투자자에게 대동강맥주와 전용잔을 지급한다는 것을 내세운 탓인지, 투자자의 열기가 뜨거웠다. 2억5000만원 투자가 단 11분만에 완료된 것. 7월에는 카쉐어링 기업 ‘쏘카’가 13억원의 투자자 모집을 진행해 화제를 모았다. 투자자에게 매월 1시간 쏘카 무료 이용 쿠폰 지급을 내걸었던 투자금리 4.5%의 상품이었다. 그렇게 총 4회에 걸쳐 진행해 투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P2P 대출 금액 중에서 가장 큰 규모였는데, 성공했다”며 이 대표는 웃었다.

경쟁사 늘어나면 시장 확대 기대


눈에 띄는 개인 대출자도 나오고 있다. 타워팰리스를 담보로 하는 1억원 대출상품은 7시간 만에 마감됐다. 타워팰리스를 담보로 대출을 받은 그 고객은 은행 대출의 일부를 상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으로 담보대출 상품을 선보였는데, 수익률은 낮지만 담보물이 확실해서 성공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8퍼센트가 내놓은 상품에 투자를 하는 이들은 대부분 30대였지만, 타워팰리스 담보 대출상품에는 50대 층이 대거 참여해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핀 테크 산업에 대한 관심이 50대로 확대된 것을 이 상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 비싼 금리의 마이너스 통장 대출을 갚기 위해 8퍼센트를 이용하는 직장인도 있다. 안주원 요리사와 민주당 청년대변인 안상현씨도 8퍼센트를 통해 대출을 받았다. 대출을 받는 목적이나 사연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동정심으로 대출이 이뤄지지는 않는다. “아무리 감동적인 사연을 보내도, 우리의 심사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대출을 받지 못한다”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8퍼센트가 창업 후 10개월 만에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지만, 초창기에는 사이트가 강제로 닫히는 일도 겪어야만 했다. 지난 2월 4일 금융감독원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8퍼센트 사이트에 폐쇄조치를 내렸다. 대부업으로 등록이 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였다. 그는 “1차 베타서비스를 종료하고 관련 법규에 따라 등록을 준비하던 중에 사이트가 닫혔다. 그때는 정말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가장 주목받는 서비스로 꼽히지만, 한국은 핀테크 관련 산업을 규제하는 법안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8퍼센트는 대부업 등록을 한 후에야 서비스를 재개할 수 있었다. “현행 제도 내에서 여신 서비스를 하려면 관련 법에 따라 대부업자로 등록해야만 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대부업은 고금리를 떠올리기 때문에 영업에 어려움이 있다”고 이 대표가 아쉬워했다. “금리뿐 아니라 소액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하는 방식이 대부업과 다르기 때문에 P2P 대출 사업자로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핀테크 관련 법안이 정비되어야 할 것”이라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8퍼센트를 통해 P2P 대출 서비스가 주목받으면서 경쟁업체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기존 금융권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8퍼센트가 P2P 대출 서비스의 문을 한국에서 열었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큰 경쟁을 치러야 하는 것. 이 대표는 “경쟁은 두렵지 않다. 시장이 확대되는 것이 오히려 반갑다”며 웃었다. “P2P 서비스가 대중화 되면 관련 규제도 마련될 것이다. 이 시장이 커지는 것이 오히려 사업을 하는데 좋다”고 덧붙였다.

- 글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201509호 (2015.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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