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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고·찍고·대고’ 3초의 놀라움 

기대감 높이고 있는 삼성 페이 

기대와 우려를 한몸에 받던 ‘삼성 페이’ 서비스가 8월 20일 한국에서 상용화됐다. 우려의 목소리와 달리 삼성 페이를 미리 써본 베타테스터들은 단말기 인식률이 좋다는 평가를 내렸다. 삼성 페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줄고,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서울 서초구 삼성타운 부근 편의점·커피숍 등에서 재미있는 풍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물건을 구입한 후 카드 대신 삼성 갤럭시S6를 내미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스마트폰을 받아든 이는 당황하기 마련이다. ‘저희 집에서는 쿠폰을 취급하지 않습니다’며 카드를 요구한다. 이런 말이 익숙한 듯 물건을 구입한 이는 “그 스마트폰을 카드 결제기 옆에 대주세요”라고 말한다. 고객의 이야기대로 스마트폰을 카드 결제기 옆에 접촉하니 결제가 이뤄진다. 점포 주인은 “신기하네요. 이게 뭔가요”라고 묻곤 했다. 삼성전자 갤럭시S6 시리즈의 비밀무기인 삼성 페이 때문에 생긴 일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 페이 베타테스트 초기에는 이런 해프닝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삼성타운 부근에서는 삼성 페이가 일상화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 페이는 마그네틱 신용 카드 리더기에 스마트폰을 접촉하면 암호화된 결제정보를 전달하는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Magnetic Secure Transmission) 방식과 근거리 무선통신(NFC·Near Field Communication) 방식으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결제방법도 카드 결제처럼 무척 간편하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삼성 페이에 카드를 등록하는 것. 카드번호, 핀번호 등을 기입해 카드를 등록한 후에는 ‘올리고·찍고·대고’하면 결제를 할 수 있다. 갤럭시 S6의 어떤 화면에서도(화면이 꺼진 상황도 마찬가지) 손가락으로 쓸어 올리면 ‘삼성 페이’가 실행된다. 자신이 등록한 카드가 나타나면 지문을 홈 버튼에 대고 지문인식으로 자신을 인증한다. 그리고 스마트폰 뒷면을 카드 리더기에 가까이 대면 결제가 이뤄진다. 삼성 페이를 미리 써본 이들은 “3초면 스마트폰으로 결제가 가능하다”고 만족감을 드러낸다.

사용하기 편한 삼성 페이

직장인 조정민씨는 7월부터 2개월 동안 삼성카드가 모집한 삼성 페이 베타테스터로 참여했다. 조씨는 삼성 페이를 쓰면서 생활이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과거에는 집에서 잠깐 외출할 때 스마트폰이랑 지갑 등 챙길 게 많았지만, 지금은 갤럭시S6만들고 나간다. 웬만한 곳에서는 삼성 페이로 결제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Mobile World Congress) 2015 행사장에서 선보인 삼성 페이는 기대와 우려가 뒤섞여 있었지만 지금은 기대감이 더 커진 상황이다.

2014년 10월, 애플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 페이’를 미국에서 출시했다. 애플의 강력한 경쟁자인 삼성전자는 삼성 페이로 대응했다. 삼성 페이는 애플 페이에 비해 범용성에서 훨씬 앞선다. 애플 페이의 결제 방식은 NFC 신용카드 리더기에서만 이용 가능하다. NFC 카드 리더기는 미국에서도 대형 체인점 외에는 설치된 곳이 별로 없다. 이에 반해 삼성 페이는 NFC 카드 리더기 뿐만 아니라 기존 신용카드 리더기에서 결제가 가능하다. 미국과 한국에서 스타트업 뮤직쉐이크를 운영하고 있는 윤형식 대표는 “애플페이의 단점은 NFC 단말기가 대형 유통점 외에는 일반 상점에 거의 없다는 것이다. 사용하기 무척 편했지만, 쓸 곳이 적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페이의 인식률이 좋다면 삼성전자는 가장 큰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윤 대표는 덧붙였다.

범용성은 앞서지만, 삼성 페이의 인식률에 대해서 사람들의 의구심이 높았다. 하지만 실제 삼성 페이 사용자들은 “(삼성 페이의)인식률이 좋다”고 말한다. 앞서 삼성 페이 베타테스터인 조정민 씨도 “그동안 커피숍, 의류 매장, 편의점, 집 앞 슈퍼마켓 등에서 사용했는데 불편한 점이 없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삼성 페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삼성 페이 서비스의 출시일이 정해졌다. 8월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진행한 삼성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8월 20일 한국에서, 9월 28일 미국에서 삼성 페이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서비스 상용화에 앞서 삼성전자는 카드사와 파트너십 강화에 집중했다. 한국에서는 삼성카드·신한카드·국민카드·현대카드 등 국내 모든 카드사와 제휴를 마쳤다. 미국에서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마스터카드·비자 등의 주요 카드사와 뱅크오브아메리카·US뱅크 등 주요 은행과 협력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스마트폰 보안협력을 맺고 있는 글로벌 보안기업 오버츄어테크놀로지스 디디에 라무쉬 CEO는 지난 7월 방한에서 “삼성 페이 유럽 출시에 앞서 유럽의 빅 은행들과 제휴를 추진 중이고, 좋은 소식이 들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유럽에서도 삼성 페이의 서비스 사용이 가능해진다는 말이다.

신세계 페이 출시해 경쟁자로 나서


▎신세계그룹은 유통업계 최초로 스마트폰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들어, 삼성 페이와 경쟁을 벌이게 됐다. 사진은 신세계 페이 초기 화면.
비씨카드 관계자는 “한국에서 삼성 페이를 사용하는 데 불편은 없을 것”이라며 “수수료율을 포함해 구체적인 사안은 내부적으로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삼성 페이 상용화에 관련된 카드사와의 세부적인 계약은 진행 중이다. 소비자가 삼성 페이를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의 보안을 강화해 삼성 페이 사용의 걸림돌을 제거하고 있다. 삼성 페이로 결제할 때 카드번호 대신 별도의 카드번호인 토큰을 이용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지문인식이나 비밀번호 등의 인증수단도 삼성 페이의 보안 효과를 높이게 된다. 모바일 보안 플랫폼인 삼성 녹스는 실시간으로 해킹 위협을 감시하고 거래 정보 보호를 강화하게 된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삼성 페이의 보안 수준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 페이의 상용화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대형 유통업계가 강력한 라이벌로 나타난 것. 8월 20일 이후에도 당분간 삼성 페이를 사용할 수 없는 대형 유통점이 있다.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등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사에서 삼성 페이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신세계가 직접 간편결제 ‘신세계 페이(SSG PAY)’를 출시(7월 23일)했기 때문이다. 국내 유통업계에서 신세계가 처음으로 자체적인 간편결제 서비스를 선보인 이유는 회원 확대를 위해서다. 신세계 관계자는 “우리는 1년 넘게 준비했다”면서 “간편 결제를 활용하면 소비자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통업체 신세계는 신세계포인트, 백화점, 이마트 등의 채널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회원만 2100만 명이나 된다. 스마트폰 간편결제를 통해 회원을 지키려고 하는 복안인 셈이다. 신세계 페이는 바코드를 이용해 결제하게 된다. 인증방식은 지문인식과 비밀번호를 이용하고 있다. 신세계는 올 하반기 중으로 가맹점 제휴를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 페이는 삼성 스마트폰에서만 사용가능하지만, 신세계 페이는 애플 사용자들도 앱을 통해서 이용가능하다.

신세계를 필두로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 등의 유통 대기업도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삼성 페이의 상용화 흐름에 강력한 맞수로 유통 업계가 나타난 것이다.

-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201509호 (2015.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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