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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창업주의 기업가정신 연구한 이한구 수원대학교 교수 

“정석 조중훈은 신용과 추진력으로 국내 최대 수송기업 일궈낸 승부사” 

나권일 포브스 편집장 사진 전민규 기자
지난 11월 13일 오후, 포브스코리아 인터뷰룸에서 이한구 교수를 만났다. 부드러우면서도 내면에 강직함이 배어나는 김 교수는 조중훈 창업회장을 뚝심과 추진력이 강한 기업인으로 평가하면서도 지금의 한진그룹에 대해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한구 교수는 “한국의 기업인들은 나라와 국민에 대한 소명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한진그룹의 앞으로의 행보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한구(64) 수원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국내 기업사 연구의 권위자다.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은 이 교수는 일찍이 1999년에 『한국재벌형성사』를 출간했고, 2008년 중앙 북스에서 『대한민국 기업사』를, 2010년에는『한국재벌사』를 출간했다. 현재도 보도채널 연합뉴스TV에서 매주 일요일 저녁 방영되는 <기업비사 그때 그 선택> 프로그램에서 기업의 흥망이 걸린 절체절명의 승부수 등 한국의 대기업들과 관련된 야사를 들려주고 있다. 한국경영사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이 교수는 “한국의 기업인들은 나라와 국민에 대한 소명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한진그룹의 앞으로의 행보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한진그룹은 우리나라의 하늘길을 연기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조중훈 선대회장은 어떤 분이셨나요?

정석 조중훈 회장은 우리나라의 경제개발 초기에 전형적인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해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도전해서 성공한 기업가입니다.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회장과 거의 비슷한데, 그야말로 사업을 전투하듯 수행한 분이라고 할까요. (웃음)

조중훈 회장에게서 볼 수 있는 기업가정신은 무엇인가요?

‘ 캔두이즘’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성공하는 모든 기업가의 DNA에 강하게 내재돼 있는 기업가정신입니다. 한국 기업가들에게서는 캔두이즘에 더해 ‘무모’와 ‘뚝심’을 볼 수 있는데요. 특히 조중훈 회장이야말로 뚝심과 추진력이 대단한 분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한진이 베트남전에서 미군의 물자수송을 맡아서 큰 돈을 벌게 되잖아요. 미군이 당시 한국군 파병에 대한 대가로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제시하는데, 그 중에 주베트남 한국군 및 미군의 물자수송을 한국의 업체에 맡기겠다는 항목이 있어요. 이게 수송회사 입장에선 한마디로 대박사업인 겁니다.

그런데 당시 미군과 계약하는 과정이 그렇게 간단치 않았어요. 미군이 물자수송과 관련해서 담보금을 요구하는데, 자그마치 현찰 300만 달러입니다. 일종의 하자 보증금이죠. 당시 중견기업인 한진에게 그 많은 돈이 어디 있겠어요. 그래서 조중훈 회장이 장기영 경제부총리를 찾아갑니다. 우여곡절 끝에 동남아시아 순방 중인 박정희 대통령까지 찾아가 만납니다. 그래서 미군이 요구한 300만 달러의 두 배인 600만 달러의 정부 지불보증을 약속받습니다. 미군들이 깜짝 놀랐지요. 일본의 허다한 수송업체들도 못하는 그 일을 조중훈 회장이 보란 듯이 성사시키거든요. 보통사람의 담력으로는 그렇게 하기 힘들지요.

『 사업은 예술이다』자서전을 읽어봤더니 조중훈 회장이 창업 초기에 대 미군 비즈니스를 아주 잘했더라고요.

기업가란 본래 남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사업기회를 포착해 비즈니스를 창조하는 존재입니다. 사업기회를 포착한다는 것은 소비자들이 기꺼이 구입해줄 만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발견하거나 혹은 기존의 재화나 서비스를 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인데, 조중훈 회장은 당시에 미군과의 사업을 통해 비즈니스를 잘 만들어낸 기업가였던 게 사실입니다.

조중훈 회장은 특히 베트남전 때 군수물자 수송 계약을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일했다고 하더라고요.

기업가들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경영에 집착하는 이유는 성공할 경우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보다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죠. 조중훈 회장도 그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전쟁터에 제발로 들어간다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되는 일이죠. 그래서 처음엔 인부들이 군수물자를 실어나르는 일을 하지 않으려고 했지요. 그러니까 조 회장이 “내가 가겠다”고 앞장서지요. 운전대 옆 조수석에 앉아 수송을 직접 진두지휘하기도 합니다. 전쟁터니까 자칫하면 베트콩의 총에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인데도 그렇게 목숨 걸고 계약한 일을 무리없이 처리해주니까 미군 입장에서는 조중훈 회장과 더 신용이 쌓이게 되었지요.

우리나라 물류사업의 기관차 역할 수행

한진그룹이 우리 경제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한진은 국내최대 수송전문 기업집단입니다. 우리나라 수송산업의 성장과 궤를 같이 해왔지요. 우리나라 물류사업, 수송사업을 이끌어가는 기관차의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이제는 한진이 진정한 글로벌 수송기업 집단으로 커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현재 한진그룹의 키를 쥐고 있는 조양호 회장에게 두드러지는 기업가정신은 무엇인가요?

역사라는 게 기본적으로 과거에 일어났던 일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가 뒤따릅니다. 그래서 시간이 흘러야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 기업사를 보면 1세대를 지나서 2세대로, 그리고 3세대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2세대 경영인이 중심이 되는 그런 시기거든요. 그렇게 보면 아직까지는 2세 경영인인 조양호 회장에 대한 평가가 조금은 빠르지 않지 않느냐 하는 생각입니다. 다만, 기업사를 연구하다보면 창업보다 수성이 더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런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까지는 경영능력을 발휘해 원만하게 그룹을 잘 이끌어오고 있다고 봅니다.

한진그룹 발전을 위한 교수님의 제언이랄까요, 한 말씀 듣고 싶습니다.

지금은 열린경영 시대입니다. 대기업마다 누가 주식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다 공개되고 있어요. 그리고 글로벌 시대입니다. 전 세계 소비자들이 대한항공을 다 지켜보고 있습니다. 기업 활동도 궁극적으로는 더불어 잘 살자는 것 아니겠어요. 그런 점에서 한진그룹이 국민에게 더 많이 베풀고 사회공헌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진이 어려운 나라 경제를 살리는데 디딤돌이 되어 달라는 주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국민기업이 되고 글로벌 기업으로 지속성장하게 됩니다. 한진그룹이 열린경영, 문화경영, 상생경영의 방향으로 더 매진해주었으면 합니다.

- 대담 나권일 포브스코리아 편집장 / 사진 전민규 기자

201512호 (2015.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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