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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황 피스컬노트 창업자 

미국을 바꾸고 세상을 바꿀 23살 재미교포 2세 기업인 

최영진 포브스 차장 송은지 인턴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재미교포 2세인 팀 황은 미국의 법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플랫폼 ‘피스컬노트’를 창업해 주목받고 있다. 10대 시절부터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을 만큼 23살 청년의 활동력은 경이롭다.
2013년 여름, 미국 억만장자 벤처캐피털리스트이자 미국 프로농구팀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 마크 큐번은 이메일 한통을 받았다. ‘우리는 스마트하다. 우리가 창업한 스타트업은 성공할 수 있다. 세상을 바꿀 잠재력이 있다. 우리에게 투자해 달라’라는 당돌한 내용이었다. 마크 큐번은 이런 이메일을 수도 없이 받는다. 그냥 무시할 수도 있는 메일이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마크 큐번은 이 당돌한 젊은 창업가에게 회신을 하게 된다. 용기 백배한 젊은 창업가는 메일과 전화로 마크 큐번에게 창업 내용을 이야기했다. 나중에 마크 큐번은 그 젊은 창업가에게 “당신들이 하는 일은 정말 중요한 사업이다”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고, 오로지 이메일과 전화로만 소통했던 그 젊은 창업가에게 120만 달러(약 12억원)를 투자했다.

마크 큐번과 제리 양의 투자로 주목받아


▎CNN이 ‘세상을 바꿀 10대 스타트업’으로 선정한 피스컬노트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미국 정부의 투명성을 높여준 서비스’라는 극찬을 받고 있다. 창업가 팀 황의 나이는 이제 23살에 불과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야후의 공동창업자이자 AME Cloud Ventures라는 투자사를 운영하는 제리 양도 이 젊은이에게 투자하게 된다. 미국 최대 스타트업 인큐베이션 센터인 ‘플러그앤플레이’에서 이 젊은이의 피치(발표)를 보고 제리 양의 파트너가 그에게 다가왔고, 자연스럽게 투자 이야기가 오가게 됐다. 내용을 접한 제리 양은 2013년 9월 120만 달러, 2014년 11월 700만 달러를 이 젊은 창업가에게 투자했다.

미국에서도 영향력 있는 투자자로 꼽히는 마크 큐번과 제리 양의 투자 소식만으로도 이 스타트업은 대번에 주목받았다. 2013년 3월 창업한 이후 2015년 11월 현재까지 182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지난 2월 중국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기업 렌렌이 1000만 달러를 투자한다는 소식은 미국 스타트업계에서도 빅뉴스였다. 2014년 CNN이 ‘세상을 바꿀 10대 스타트업’으로 선정한 이 스타트업은 법률 애널리틱스(분석) 플랫폼을 제공하는 피스컬노트(FiscalNote)다. 마크 큐번에게 당돌한 메일을 보내 투자를 이끌어낸 젊은 창업가는 팀 황(Tim Hwang·23)으로 재미교포 2세다. 지난 10월 한국에서 열린 제17회 세계지식포럼 연사로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그를 만났다.

‘피스컬노트’는 원래 미 의회를 통과한 법안이 정부 재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간단하게 정리한 메모를 말한다. 팀 황이 창업한 피스컬노트는 미국 연방정부 법과 51개주 법안, 그리고 법안을 만드는 데 참여한 상·하원 의원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인포그래픽 위주의 사이트 구성으로 복잡한 법안의 상정부터 시행까지, 그리고 여기에 관여한 의원들까지 한눈에 찾아볼 수 있다. 주별, 분기별, 법안 처리상태, 상·하원 등의 필터링을 하면 더욱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상임위에 올라온 법안이 통과될지, 폐기될지 예측해주는 것은 피스컬노트의 가장 큰 장점이다. 예측의 정확성은 90% 이상이다. 미국 사회에 공개된 다양한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황 대표는 피스컬노트의 사이트 구성을 “구글의 심플함과 아마존의 필터를 통한 추천 알고리즘, 세일즈포스닷컴의 분석적인 면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피스컬노트는 지금까지 Prophecy, Sonar, Atlantis 등 3개의 서비스를 출시했다. Prophecy 서비스는 법안이 상정됐을 경우 통과 여부를 예측하는 서비스다. 법의 규제를 받는 기업이나 단체들은 법안의 통과 여부를 민감하게 관찰한다. 피스컬노트가 제공하는 Prophecy 서비스를 이용하면 법안 통과 여부를 쉽게 예측할 수 있게 되고, 통과 여부에 따라 대응책을 모색할 수 있게 된다. Sonar 서비스는 연방정부에서 통과된 법령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서비스이고, Atlantis는 미국 50개주에서 통과된 법령을 한눈에 찾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Sonar와 Atlantis 서비스는 입법 후 생기는 문제들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분석·정리해주는 서비스다”라고 황 대표는 설명했다.

기업이나 로펌, 시민사회단체 등에게 미국 법안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피스컬노트는 ‘사막의 오아시스’ 역할을 한다. “미국 법은 복잡하기로 유명하다. 연방정부 법이 따로 있고, 각 주마다 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업이나 로펌이 특정 법안에 대해 대응을 하려면 많은 돈이 들 수밖에 없다. 그 부담을 피스컬노트가 줄여준다”고 황 대표는 강조했다. 미국의 법률전문가들도 “피스컬노트 덕분에 정부의 투명성이 높아졌다”고 극찬했다.

피스컬노트의 힘은 기업들이 가장 먼저 알아봤다. 500~2500 달러에 이르는 유료서비스 이용 기업고객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서비스 론칭 후 11월 현재까지 우버, 리프트, 사우스웨스트항공, 로펌회사 등 120여 개 기업이 고객사로 등록되어 있다. “매출액은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 현재 100여 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는데 수익이 높다”며 자랑했다. 피스컬노트의 IPO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복잡한 미국 법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플랫폼

황 대표는 아시아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첫 공략지는 한국이다. 그가 지난 9월 ‘우리동네후보’(2014년 6·4 지방선거 출마 정보를 볼 수 있는 앱)를 인수한 이유다. “한국에서 이런 서비스가 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그는 “한국에 있는 외국계기업과 대기업 담당자와 인터뷰한 결과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대답했다. 시급한 문제는 한국 지사 설립과 피스컬노트를 한국의 사정에 맞게 현지화하는 것이다. 그는 “늦어도 1~2년 후에는 한국에 진출하고, 이를 발판으로 일본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2년 동안 10여 개국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팀 황 대표는 미국에서 유명 인사로 꼽힌다. 20대 청년이 했다고 믿기 힘든 사건(?)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공부도 잘했지만, 그를 유명인으로 만든 것은 NGO 활동과 정치활동이다.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의 아버지와 이화여대를 졸업한 어머니는 1980년대 더 안정적인 정치와 교육환경을 찾아 미국으로 이민 갔다. 그리고 1992년, 미시간 주에서 팀 황이 태어났다. 공부만 알던 아이가 세상에 눈을 뜨게 된 것은 8학년(중학교 2학년) 때 과테말라로 떠난 선교봉사 활동 덕분이다. 그는 신발도 없이 뛰어놀고, 집이 없어 흙바닥에서 노숙하는 자기 또래의 아이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후 그는 미국에 돌아가 미국 홈리스 아이들을 위한 ‘Fly’ 재단을 만들었다. 노숙자 아이들에게 학용품과 의류 등을 제공했다.

16살에 오바마 캠프에 결합한 사회운동가

재단 운용에 필요한 자금은 과외사업을 해 번 돈으로 충당했다. 그가 사는 메릴랜드 주는 아시아계 사람들이 많이 살았다. 그는 교육열이 높은 부모를 대상으로 저렴한 가격의 과외 선생을 소개시키는 사업을 벌였다. 특정 수업을 먼저 들은 학생이 학생을 직접 가르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그런 방식으로 전국에 3000여 명의 과외 선생을 두고, 매년 2억원 이상을 벌었다. 과외사업과 노숙자 지원 재단 활동은 10대에 불과한 그를 전국구 인물로 만들었다.
201512호 (2015.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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