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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테크노밸리 CEO 31명 설문조사 

“아시아의 실리콘밸리 되려면 인력난부터 해결해야” 

글 최은경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창업하고 성장해 또 다른 기업에 재투자하는 선순환이 일어날 때 도시는 진정한 생명력을 갖게 된다. 현장의 목소리가 중요한 이유다. 포브스코리아가 이 지역 CEO 31명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판교 테크노밸리의 주요 최고경영자(CEO)들은 바빴다. 한 CEO는 “책상 위에 설문지를 뽑아놓고도 도저히 볼 틈이 안 생긴다”며 곤란해했다. 어느 중견 기업 CEO는 갑자기 떠난 해외출장 길에서도 업무에서 손을 놓지 않았다. 크고 화려한 빌딩 속 치열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은 왜 판교 테크노밸리에 둥지를 틀었을까. 이곳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포브스코리아가 이 지역 CEO 31명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 결과로 판교 테크노밸리와 한국 벤처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었다.


우선 벤처기업 입지를 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건을 물었다. ‘인력 확보의 용이성’을 꼽은 CEO가 12명으로 가장 많았다. 두 번째 중요한 요건으로 꼽은 요건은 11명 CEO가 선택한 ‘다른 벤처기업과 네트워크’였다. 다음으로 ‘지리적 접근성(7명)’, ‘투자기관과 네트워크(1명)’가 뒤를 이었다.

기업 간 네트워크 좋지만 인재 확보 어려워


판교 테크노밸리는 이 요건들을 잘 충족하고 있을까. CEO들에게 판교 테크노밸리의 가장 큰 장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기업 간 협력이 용이하다’고 답한 CEO가 10명으로 가장 많았다.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 정책’이 가장 큰 이점이라고 꼽은 CEO는 7명이었다. ‘편리한 교통과 지리적 이점(5명)’, ‘최신 정보를 얻기 좋다(4명)’는 답이 뒤를 이었다. 위에서 CEO들은 인력 확보를 최우선적인 입지 요건으로 봤지만 실제 인재를 영입하기 좋다고 답한 CEO는 3명에 불과했다.

판교 테크노밸리의 장점에 대한 그 밖의 의견으로는 “창업보육시설이 활성화돼 좋다”는 답이 있었다. 김기석 더불어플랫폼 대표는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사업하기 좋은 이유로 “스타트업을 발굴, 지원하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 활성화됐다”고 말했다. 크라우드펀딩 기업 더불어플랫폼은 현재 게임업체 네오위즈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인 ‘네오플라이’에 참여해 사무공간과 기술, 법률 등에 대한 멘토링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초기 창업에서 가장 부담되는 것이 고정비”라며 “이를 최소화하면서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멋진 공간”이라고 말했다. 넥슨은 ‘넥슨앤파트너즈센터’에서 스톰게임즈, 울프십 등 13개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대표 역시 사옥 6층에 스타트업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 창업 선배로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선순환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정부가 판교 테크노밸리를 아시아의 창업 허브로 만들겠다는 계획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하는 CEO가 많았다. 지난 1월 박근혜 대통령은 판교 테크노밸리를 방문해 이 지역을 국내외 스타트업을 활발히 유치하는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11명이 매우 희망적이라고 답했고, 희망적이라고 답한 CEO는 13명이었다.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CEO가 77%를 넘은 셈이다.

다만 위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보완해야 할 점으로 22명의 CEO가 좋은 인재를 확보하고 육성할 수 있는 교육기관을 확충해야 한다고 답했다. 교통환경 개선, 민간 중심의 벤처 생태계 조성이라고 답한 CEO는 각 13명이었다. 뒤를 이어 투자 및 금융인프라 확충(11명), 제 2판교 테크노밸리 등 규모 확장(6명), 정부 정책의 개선 필요(6명), 창업가들의 소통공간 확대(5명) 등이 개선할 점으로 꼽혔다. 정부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답한 CEO들은 기업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구체적 개선안을 밝혔다. 기타 의견으로 인재 육성 위한 거주와 문화 여건 개선, 컨벤션 센터와 호텔 등 인프라 시설 확충, 주차 문제 해결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한국 벤처업계의 가장 큰 문제로는 인력난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60%에 가까운 이들이 인력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에 대해 대학교와 연구소를 유치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기존 규제와 마찰이 문제라고 답한 CEO는 14명이었다. 다음으로 자금회수 시장의 비활성화가 가장 큰 문제로 꼽혔다. 미국, 유럽과 비교해 자금 회수 기회가 적고 방법의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몇 년 전부터 계속돼 왔다. 정부가 여러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효과가 높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벤처 하면 떠오르는 인물 이민화·김범수·이해진

다음으로 대형 제조업 벤처의 실종(8명), 정부의 벤처육성 정책 방식(7명)이 뒤를 이었다. 한 CEO는 “관(官) 중심의 형식적인 정책으로는 정부의 ‘눈 먼 돈’을 날릴 뿐”이라며 “자유로운 분위기 조성과 더 먼 미래를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이 외에 성공신화의 부재, 글로벌 진출 부족 등이 기타 의견에 올랐다.

그렇다면 벤처산업이 발전하기 위해 중점적으로 노력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CEO들은 ‘창업-성장-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의 창업 3년 후 생존율은 40%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7개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다. 한 CEO는 “사업 실패 후 재창업을 하기 어렵다”며 “위험을 완충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재 확보 및 육성 역시 많은 CEO가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았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벤처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누구인지 물었다. 아쉽게도 ‘없다’고 답한 CEO가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6명), 김범수 카카오 의장(6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6명)이 고루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벤처 1조 신화의 주인공 변대규 휴맥스 대표는 4표를 받았다.

기타 의견에는 현재 벤처기업협회장인 정준 쏠리드 대표, 남민우 대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가 올랐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김정주 NXC 대표,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 같은 게임업계 1세대들도 꼽혔다. 유통계에 혁신을 몰고 온 김범석 쿠팡 대표, 신현성 티켓 몬스터 대표와 이재웅 다음 창업자, 임지훈 카카오 대표도 한국 벤처 스타로 꼽혔다.

- 글 최은경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201603호 (201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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